영화 이야기

2016년 2월 29일 월요일

독수리 에디(Eddie the Eagle)


스키복장을 한 에디가 브론슨이 모는 차 위에서 폼을 잡고 있다.


동계올림픽 스키 점핑 꼴찌선수의 실화영화


감상적이고 너무 달짝지근하지만 온 가족이 보면서 기분 좋을 언더독의 자기성취 전기영화다. 스포츠 실력이라곤 전무한 영국의 마이클 ‘에디’ 에드워즈가 배짱과 낙천성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열성을 밑천으로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스키 점핑선수로 출전해 꼴찌를 하고도 올림픽 팬들과 모국의 영웅이 된 실화다. 그런데 이 올림픽에는 자메이카의 4명의 선수가 밥슬레이드 경기에 출전해 큰 화제가 됐었는데 이 얘기는 ‘쿨 런닝스’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귀엽고 순진하고 무공해 산소 같은 영화로 특히 에디로 나오는 태론 에저턴의 어색한 동작과 아이 같은 말투와 태도가 일품 연기다. 이와 함께 마지못해 에디의 코치가 된 산전수전 다 겪은 한물 간 왕년의 스키선수로 술꾼인 휴 잭맨과 에저턴의 콤비가 그야말로 찰떡궁합인데 이 코치는 가상의 인물이다. 정신을 고양시켜 주는 영화여서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면서 웃고 즐길 만한 작품이다.
안경을 쓴 에디는 어려서부터 올림픽에 집착해 집 뒷골목에서 온갖 운동 연습하느라고 넘어지고 자빠진다. 집 플래스터공인 아버지는 에디가 자기 직업을 이어 받기를 원해 불만이 많으나 어머니는 아들을 적극 후원한다. 
마침내 20대가 된 에디(에저턴)가 선택한 스포츠가 다운힐 스키. 그러나 에디는 국내 예선전에서 탈락하는데 그는 이에 실망하지 않고 이번에는 스키 점핑으로 종목을 바꾼다. 그리고 연습을 위해 독일의 가미쉬-파르텐키르헨 올림픽 스키연습장으로 간다. 에디는 여기서 눈이나 치우는 신세가 된 왕년의 명 스키 점핑선수 브론슨(잭맨)을 만나 자기를 가르쳐 달라고 사정한다.
처음에는 이를 귀찮게 여기던 브론슨이 에디의 정성에 감복, 그의 코치가 되면서 에디는 브론슨으로부터 높은 램프 꼭대기에서부터 하강할 때 독수리 날듯이 하는 독수리 비상법을 배운다. 그래서 독수리 에디라는 영화 제목이다. 
연습장에서의 얘기가 다소 장황한데 에디가 연습장에 있는 노르웨이 선수들과 핀란드 선수로부터 조롱을 받는 얘기와 자기가 청소부로 일하는 식당의 바 여주인으로부터 은근히 섹스 공격을 받으면서도 뭐가 뭔지 몰라 하는 에디의 아이 같은 순진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 그리고 여차여차해 에디와 브론슨 간에 갈등이 생겨 에디는 혼자서 캘거리로 간다. 실력이 형편없는 에디가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을 얻게 된 것은 이 부문에서 경쟁하는 영국 선수가 없기 때문.
에디가 캘거리에 오면서 얘기가 활기를 띠는데 뒤늦게 브론슨이 찾아와 코치로 나선다. 물론 에디는 꼴찌를 하나 영국 기록으로선 신기록을 내면서 조국의 영웅이 될 뿐 아니라 언더독의 투지를 좋아하는 올림픽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독차지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올림픽의 참 정신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크리스토퍼 월큰이 왕년의 브론슨의 코치로 그리고 짐 브로드벤트가 영국의 스키 해설가로 나온다. 덱스터 플레처 감독. PG-13.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어제 같은데(Only Yesterday)


성장한 다케오(왼쪽)가 기차 안에서 소녀(오른쪽) 시절을 회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소녀의 성장기 드라마


올해 오스카 만화영화상 후보에 오른 ‘마니가 거기 있었을 때’(When Marnie Was There)를 비롯해 ‘키키의 배달서비스’와 ‘카구야 공주의 이야기’ 그리고 ‘내 이웃 토토로’ 및 ‘스피리티드 어웨이’ 등 주옥같은 만화영화들을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기블리 스튜디오가 1991년에 만든 아름다운 전원목가이자 소녀의 성장기다.
기블리의 여러 영화에 등장하던 귀신 도깨비나 용 또는 하늘을 나는 성과 같은 동화적 요소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영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아이들(특히 소녀)과 어른들이 더 즐길 직설적으로 서술되는 드라마다. 원작은 오카모도 호타루가 글을 쓰고 도네 유코가 그림을 그린 오카모도의 반자서전 격인 만화로 영어 더빙판.
얘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면서 전개되는데 놀랄 정도로 소녀의 성장에 관한 모든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도쿄에서 혼자 사는 27세의 여사원 다케오(데이지 리들리의 음성)가 여름휴가를 맞아 기차를 타고 자기가 어렸을 때 자란 고향으로 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케오는 열차 안에서 자신의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다. 이 같은 플래시백은 다케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계속되는데 그 과거의 일들이 매우 생생하게 사실적이요 또 가깝게 느껴진다.    
학교 연극과 소년에 대한 호기심과 생리와 부자와 빈자의 차이 그리고 처음 먹어 보는 파인애플 또 자기를 사랑하나 고지식한 아버지와의 관계 및 가족 식사와 잇꽃 따기와 손톱에 물들이기 그리고 학교 청소 같은 것들이 자상하고 재미있고 소소하게 묘사된다.
시골의 먼 친척집에 묵은 다케오는 이 집 부부와 자기 나이 또래의 아들 도시오(데브 파텔의 음성)와 함께 농촌 일을 하면서 근로와 자연 속의 삶을 즐기는데 그런 과정에서 시골생활을 사랑하는 건전하고 건강한 도시오에게 마음이 이끌린다. 
그리고 다케오는 도시와 시골의 삶 중 과연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피한다. 마음에 정답게 와 닿는 쾌적한 영화로 손으로 그린 그림이 소박하고 친근감이 간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를 적극 권한다.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마술 피리’




요지경처럼 마법적인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The Magic Flute·사진)를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곁들인 무성영화로 보면 어떨까. 그 파격적인 독창성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유일한 독일어 작품으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사로 대화를 하는 ‘징슈필’(Singspiel)이다. ‘징슈필’은 후에 바그너의 ‘악극’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
현재 LA 다운타운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공연 중인 LA 오페라의 ‘마술 피리’는 대사가 나올 때는 포르테피아노가 반주를 하면서 자막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내용을 보충 설명하고 있다.
무성영화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오페라를 보면서 금방 주인공들이 옛날 무성영화의 인물들을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타미노(테너 벤 블리스)가 사랑하는 거대한 거미 모양을 한 ‘밤의 여왕’(소프라노 박소영)의 딸 파미나(소프라노 마리타 죌버그)는 헤어스타일과 복장이 독일 감독 G.W. 팝스트가 만든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1928)의 팜므 파탈 룰루(루이즈 브룩스)를 꼭 닮았다.
또 지혜보다는 포도주를 더 좋아하는 재잘대는 새 잡이 파파게노(바리톤 조나단 미치)가 쓴 모자는 무성영화 시대 ‘돌의 얼굴’이라 불렸던 명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이 썼던 더비모자다. 그리고 파미나를 납치한 ‘지혜의 사원’의 제사장 자라스트로(베이스 빌헬름 슈빙하머)의 졸개모노스타토스(테너 브렌턴 라이언)는 독일 감독 F. W. 무르나우의 흡혈귀 영화 ‘노스페라투’(Nosferatu·1922)의 올록 백작(막스 슈렉)처럼 흉측하게 생겼다.
오페라는 이렇게 무성영화의 흉내를 내면서 아울러 작품 속에 나오는 용, 뱀, 검은 고양이, 개, 물고기, 둥둥 떠다니는 코끼리, 원숭이를 비롯해 요정과 박동하는 붉은 심장 등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 마치 무성영화로 만든 동화와 만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가수들도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과 같은 편평한 배경 속에 박혀 있듯이 처리해 영화 같은 기분을 더 북돋우는데 이 때문인지 음악이 다소 희생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눈이 번쩍 뜨이면서 경이감에 빠지게 되는 기발 나게 창조적인 제작이다.
이런 무대를 만든 팀은 독일의 코미셰 오퍼 베를린(코믹 오페라 베를린)의 감독인 배리 코스키와 영국의 극단 ‘1927’(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기 나온 해)의 공동 창립자인 수잔 안드레이드와 폴 배릿인데 배릿은 이 오페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오페라를 보면서 오페라를 사랑하는 내 친구 C가 “독일에서는 별의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오페라를 만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동화와 환상과 마법이 뒤엉켰으면서도 다분히 지적인 ‘마술 피리’는 음의 마술사인 모차르트의 원숙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그의 마지막 오페라다. 상징과 은유가 있는 철학적 깊이와 세속적 희롱기를 함께 지녔는데 위험에 처한 연인들의 영적·육체적 시련과 선과  악의 대결 및 인간성에 대한 가치 추구 그리고 지혜의 중요성을 말한 계몽주의적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과 음악이 진지한 드라마에서 익살극으로 자유롭고 분주하게 오락가락하는 ‘마술 피리’는 음악의 힘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다. 타미노가 마술 피리를 불어 침묵과 유혹의 시험 끝에 불과 물의 시험을 이겨내고 또 타미노의 짝패가 된 파파게노가 작은 종을 울려 괴물들을 물리치고 애인 파파게나(소프라노 바네사 베세라)와 재회하게 되는 것도 다 음악의 힘 때문이다. 이 음악의 힘은 사랑의 힘과도 같은 것이다. 타미노가 파미나의 초상화만 보고 사랑에 빠진 것도 사랑의 막강한 힘을 말해주고 있다.
오페라의 주인공은 타미노이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인물은 말 많은 파파게노다. 먹고 마시고 자고 사랑하고 아이 많이 낳는 것이 꿈인 파파게노는 ‘케 세라 세라’ 형으로 삶의 기술을 터득한 너무나 인간적인 인물이다. 2막에서 파파게노가 파파게나와 함께 “파파 파파 파파”하면서 부르는 듀엣이 귀엽고 즐겁다.
이번 공연에서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사람이 박소영이다. 그는 제2막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지옥의 복수가 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네”를 맑고 고운 음성으로 아슬아슬 하면서도 매끄럽게 불러 넘겼다. 이 아리아는 대중화한 인기곡으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최고의 높이와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듣고 있으면 전율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데 박소영은 제1막에서 아리아 “오 떨지 말지어다, 내 아들아”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채 다듬어지지 않은 듯 했다. 그 외에 블리스가 잘 불렀고 나머지 가수들의 노래는 무난한 편. 지휘는 LA 오페라 상임지휘자인 제임스 콘론.
‘마술 피리’(Die Zuberfloete)는 1970년에는 스웨덴의 잉그마르 베리만 그리고 2006년에는 영국의 케네스 브라나에 의해서 오페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마술 피리’는 오는 28일과 3월 2일과 6일 등 세 차례 공연이 남았다. (213)972-8801.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2월 23일 화요일

‘시저 만세’(Hail, Caesar)의 조지 클루니




“유머는 자신을 야유하는 것 두려워하면 안 돼”


 소수계를 중요한 역으로 쓸 영화 많이 제작돼야
‘난 스타야’라는 생각이 바보가 되는 첫 걸음


현재 상영 중인 1950년대 할리웃을 동경하면서 아울러 풍자한‘시저 만세’(Hail, Caesar)에서 로마 장군으로 나오는 약간 멍청한 수퍼스타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와의 인터뷰가 지난 1월31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언제나 봐도 호인이요 신사인 클루니는 인터뷰장에 들어오면서부터“이거 위험한 집단이지”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와의 친분을 보여줬다. 그는 유머가 대단히 많은 사람이어서 인터뷰 때도 눈웃음까지 치면서 끊임없이 유머와 위트 그리고 자기 비하적인 농담을 구사, 인터뷰가 농담 잘하는 친구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듣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치적 얘기를 할 때는 눈초리와 함께 얼굴 표정도 매우 진지하게 변해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물론 그는 골수분자 진보파다. 항상 만나서 즐거운 사람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꼭“별일 없지”라면서 다정하게 군다. 이러니 그가 HFPA의 총아가 될 수밖에.   

-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가.
“난 매카시즘을 비롯해 할리웃의 1950년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내 역이 악간 멍청한 것이니 만큼 그렇게 많이 연구하진 않았다. 난 왕년의 빅스타로 연기에는 신통치 않았던 빅터 마투어를 어느 정도 흉내 냈다. 영화를 감독한 조엘과 이산 코엔 감독과는 이번이 함께 일한지 다섯 번째로 둘은 로마 장군 역을 날 위해 썼다.”

-오는 2월28일에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의 남녀 주조연상 후보가 모두 백인이라서 지금 아카데미는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구설수에 휘말려 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질문 나올 줄 알았다. 아카데미가 인종문제에 있어 보다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과 인종적으로 다양한 회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카데미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소수계를 중요한 역으로 쓸 수 있는 영화가 많이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비를 대는 스튜디오들이 영화제작을 허락할 때 쓰기를 원하는 주연 배우들은 거의 다 백인들이다. 이런 절차가 고쳐져야 한다. 스튜디오뿐 아니라 에이전트와 각본가들도 새로운 눈으로 크게 봐야 한다. 그래서 여배우들과 히스패닉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올 수 있는 영화들도 많이 나와야 한다.” 

-로마 장군 노릇 하느라 스커트 입은 기분이 어땠는가.
“그 옷 입고서 내 생애 이젠 끝났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조엘과 이산이 내가 스커트 입은 것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더라.”

-당신의 아내 아말은 패셔니스타인데 혹시 당신의 패션에도 조언을 하는가.
“절대로 아무 말도 안 한다. 나도 아내의 패션에 대해선 일언반구 안 한다. 우린 서로 각자가 알아서 패션을 선택한다.”

-과거 당신이 연기한 영화 인물 중 풍자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가.
“‘오 형제여 당신은 어디 있는가’의 천하멍청이 에버렛 맥길과 ‘아웃 오브 사이트’의 잭 폴리다. 특히 에버렛이다. 난 과거 내가 했던 극중 인물들을 모두 극진히 사랑한다. 늘 그들이 영화가 끝난 뒤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궁금해 하곤 한다.”

-어떤 배우가 도널드 트럼프 역을 제일 잘할 것 같은가.
“내가 트럼프 역에 적당할 베우들의 이름을 거론했다가는 이튿날 신문에서 자기 이름을 본 배우들이 다 자살할 것이다. 트럼프의 선거유세를 보면 마치 퍼포먼스 아트 구경을 하는 것 같다. 그가 말하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금지와 1,200만명에 이르는 멕시칸들의 추방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 간의 장벽 건설 등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같은 생각이야 말로 외국인 혐오증자요 파시스트의 것이다. 선거유세가 끝나면 그런 미친 소리도 끝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당신이 어렸을 때 본 옛날 영화에 대한 추억을 말해 달라.
“내가 10대 후반이었을 때는 사극이나 화려한 테크니칼러 영화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다. 내 첫 데이트 영화가 ‘에일리언’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그런 영화들을 TV로 봤다. ‘스파르타커스’를 보고 또 봤고 ‘벤-허’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매년 부활절마다 방영되던 ‘성의’도 즐겨 봤다. 또 ‘오즈의 마법사’도 빼놓지 않고 봤다. ‘멋진 인생’도 좋고. 유감스럽게도 대하 서사극들인 역사물과 화려한 뮤지컬들을 극장에선 못 봤다.”

-옛날 할리웃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일해야 했다면 어떻게 생존할 수가 있었겠는가.
“1950년대 들어 베티 데이비스를 비롯한 스타들이 스튜디오가 주는 역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처럼 일해 왔다. ‘배트맨’에 나온 뒤로 내 스스로가 선택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못해도 내가 그 잘못의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튜디오 시스템에도 좋은 점이 있다. 특히 배우와 감독에서부터 자질구레한 기능직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서로를 잘 아는 동지와도 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난 그것을 내가 오랫동안 일한 워너 브라더스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당신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아니다. 그리고 우린 물론 이혼도 안 한다.   
            
클루니는‘시저 만세’에서 멍청한 수퍼스타로 나온다.
 -시간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나이가 먹을수록 더 귀중해진다는 것이 통념이다. 그러나 난 좀 다르다. 난 내가 사 랑하는 사람들인 아내와 부모님과 친구와 함께 보낸 과거가 더 귀중하다. 살아오면서 좋을 때와 나쁠 때를 다 경험하는데 나쁜 때가 있기에 좋은 때를 더 귀중하게 여기게 된다. 내 생애와 결혼 같은 좋은 때를 난 그래서 축하하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엔 운도 따라 줘야 한다. 우리는 항상 정상에서 정상으로만 넘어 뛸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좋을 때가 소중한 것이다.”

-당신의 모습과 역은 ‘쿼바디스’의 로버트 테일러와 ‘성의’의 리처드 버튼을 코믹하게 짬뽕한 것 같은데.
“일리가 있다. 나도 그 영화들을 다 봤다. 내가 빅터 마투어를 흉내 낸 이유는 심각한 테일러와 버튼과는 달리 마투어는 역사극에 나오면서도 마치 브롱스에서 온 사람처럼 보여 어딘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여기서 멍청이 스타로 나오는데 스타들의 멍청한 점은 무엇인가.
“‘아이구 하느님, 난 영화 스타입니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그것이 바보가 되는 첫 걸음이다.”

-당신의 일상에 대해 말해 달라.
“아침 7시께 일어난다. 그리고 커피를 끓이고 거의 매일 아침 당신들과 인터뷰 하려고 집을 나선다(웃음.) 아내와 나는 요즘 LA와 영국과 이탈리아 등 세 군데를 돌아가면서 살고 있다. 영국에서는 집필을 하고 인본주의적 활동에 시간을 쓴다. LA에서는 영화를 만든다. 난 매우 조직적인 사람이어서 아침에 일어나 그 날 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데 그것에 차질이 생기면 다소 갈팡질팡해 한다. 아말의 경우 런던에 있을 때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LA에 있을 때 자기 일을 한다(아말은 인권문제 국제변호사). 영국에 있는 집은 1680년에 지은 것이다.”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과 살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유머감각이란 자기를 야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들의 행사인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사회를 본 두 여자 코미디언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는 연 2년간 나를 우스갯거리로 삼았는데 그것은 내가 들은 나에 대한 가장 우스운 농담이었다. 유머감각이 없고 자기를 비하하는 도량이 없다면 그 무엇도 즐길 수 없다. 왜냐하면 누가 당신에 대한 진실을 말할까 봐 늘 자기 주위에 보호막을 치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한 농담을 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자기에 대해 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말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제일 우선인 것도 그의 유머감각이다. 아말은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사람 중의 하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경주(Race)


오웬스의 넓이뛰기가 레니 리펜슈탈의 카메라에 잡히고 있다.


미국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의 전기영화


손기정이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달려 마라톤에서 우승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100m 경주 등 4종목 금메달을 따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려던 히틀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놓았던 미국의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의 전기영화다.
파란만장한 오웬스의 삶에서 그가 오하이오 주립대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온갖 인종차별을 감수하면서 달리기에 전념하는 결의와 함께 오웬스의 올림픽 참가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를 극복하고 이룬 인간 승리담으로 영화가 너무 미화된 감이 있지만 말끔하게 잘 만들어진 흥미 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전기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면서 일종의 언더독의 승리처럼 처리했는데 전반적으로 모범답안 같아 강렬한 충격이나 감동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연기와 현지에서 찍은 촬영과 세트 등 여러 모로 모양새 좋은 작품으로 보고 즐기기에 족하다.
오웬스(스테판 제임스가 호연한다)는 달리기를 잘해 경제공황 시대 부모의 큰 기대 속에 오하이오 주립대에 들어가는데 주위의 인종차별 속에서도 용기와 결단력과 인내로 이를 참으면서 오직 자신의 최고 최선에만 매어 달린다. 그를 적극 응원하는 것이 애인 루스 솔로몬(샤니스 밴턴)으로 둘 사이에는 어린 딸이 있다. 오웬스는 대학의 육상코치이자 후에 친구 같이 된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수데이키스)의 밀어붙이는 식의 지도하에 실력이 일취월장하는데 이로 인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
한편 제레마이아 마호니(윌리엄 허트) 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히틀러에 반대해 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주장하나 막강한 힘을 지닌 사업가 에이버리 브런디지위원(제레미 아이언즈)의 참가 주장이 위원회 투표에서 통과된다. 
이와 함께 전미 흑인지위향상협회 측은 인종차별에 항의, 오웬스에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나 오웬스는 이를 거절한다.
베를린에 온 오웬스는 새삼 인종적 정치적 문제의 초점이 되는데 이는 베를린 올림픽을 아리안족의 육체적 지적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수단으로 삼은 히틀러의 의도 탓이다. 히틀러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은 다 흑인을 짐승처럼 여겼는데 그래서 히틀러는 관례를 어기고 금메달리스트인 오웬스와의 악수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일찍 떠난다.
오웬스의 우수성에 각광을 비춘 것은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여류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카리스 반 후텐)의 카메라다. 레니는 ‘올림피아’라는 기록영화를 찍으면서 오웬스의 100m 달리기에서의 준비과정과 스타트 및 전속 질주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그를 마치 초인처럼 전 세계에 보여준다(2부로 된 ‘올림피아’는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기록영화로 평가받는다). 오웬스가 승리할 때마다 불쾌한 표정을 짓는 히틀러의 모습이 재미있다.
영화는 오웬스의 영광으로 끝나고 그가 미 아마추어 육상위원회로부터 제명당한 것을 비롯해  올림픽 후에 겪은 다사다난한 어두운 사실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베를린 올림픽 80주년을 기념해 개봉된다. 스티븐 합킨스 감독. PG-13. Focus.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부활(Risen)


클라비어스가 돌문이 열린 예수의 무덤을 응시하고 있다.


부활한 예수로 인해 신자가 된 로마 장군 


기독교 신자들은 물론이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수 부활의 영화인데 왜 부활절에 안 나오고 지금 개봉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경을 그대로 충실히 따른 전형적인 기독교 영화여서 기독교 신자들이 아주 좋아하겠다. 
이 영화는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로 리처드 버튼, 진 시몬즈 및 빅터 마투어가 나온 ‘성의’(The Robe·1953)을 연상케 하는데 예수를 믿지 않던 로마 장군이 부활한 예수로 인해 신자가 된다는 점이 똑 닮았다.
일종의 개인의 자기 구제의 드라마이기도한데 너무 정석적으로 성경을 따라가 특별한 굴곡은 없지만 연기를 비롯해 촬영과 의상 그리고 음악 및 디자인 등이 좋은 수준급 영화다. 특히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예수로 나오는 마오리족 배우 클리프 커티스의 모습으로 자비스런 예수의 자태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첫 장면에서 로마 장군 클라비어스(조셉 화인즈-레이프 화인즈의 동생)가 부관 루시어스(탐 펠턴)와 부하들을 이끌고 유대인 반란군을 무찌르는 액션은 종교영화에 흥분감을 돋우기 위한 양념이다. 
이어 클라비어스는 유대 땅을 통치하는 로마 총독 빌라도(피터 퍼스)에게 불려가 유대인들 사이에 나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슈아(예수)의 부활을 둘러싼 소문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빌라도의 이 같은 지시에는 소문의 진위를 밝혀내 유대인들의 구세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유대인들의 로마에 대한 반감을 제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이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이 있지만 지나치게 끔찍하진 않다. 영화는 그보다는 예수 부활 이후의 얘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슈아의 처형을 목격한 클라비어스는 빌라도의 지시에 따라 굴속에 안장한 예슈아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그의 사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클라비어스는 빌라도의 지시에 따라 유대인들이 예슈아의 사체를 훔쳐 어딘가에 감췄다고 생각하고 수색을 시작하다가 한 집에서 예슈아가 제자들과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클라비어스는 자기를 보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예슈아를 보고 깊은 충격과 함께 신비감에 빠진다.
클라비어스는 여기서부터 자기 임무를 버리고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로 가는 예슈아를 따라간다. 그리고 중간에 예슈아로부터 “무엇을 믿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을 받는다. 영화는 약간 스릴러의 기운도 갖췄는데 제자들 역의 배우들과 함께 막달라 마리아로 나오는 마리아 보토의 모습과 연기도 좋다. 케빈 레널즈 감독. PG-13. Columbia.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육체의 문’과 ‘춘부전’




자기 몸속에서 생명을 잉태해서 그럴까. 여자는 남자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나는 이런 사실을  혼자서 우리 두 남매를 키운 나의 어머니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전후 도쿄의 창녀 마야와 중일전쟁 때 만주의 이름 없는 한국인 위안부도 생명력이 억척스럽게 강한 여자들이다.
마야와 한국인 위안부는 각기 일본의 스즈키 세이준 감독(92)의 ‘육체의 문’(Gate of Flesh·1964)과 ‘춘부전’(Story of a Prostitute·1965)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나는 며칠 전 이 두 영화를 웨스트LA의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극장에서 보면서 다시 한 번 고난 속 여인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혀를 내 휘둘렀다.
마야는 미군에게 겁탈을 당한 뒤 전후 난장판이 된 도쿄로 올라와 창녀가 된다. 배가 고파 거리에서 삶은 고구마를 훔쳤다가 야쿠자에게 붙잡힌 것이 계기가 된다. 마야를 한동아리 안으로 받아주는 4명의 창녀들은 폭탄을 맞아 뼈만 남은 건물을 주거지로 몸을 파는데 자매들처럼 똘똘 뭉친 이들의 규율은 ‘공짜 섹스는 없다!’이다.
마야가 활동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개가 개를 잡아먹는’ 살벌한 전쟁터로 G.I.와 M.P.와 창녀와 야쿠자가 삶은 고구마장수와 호떡장수가 요란하게 호객행위를 하는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내가 꼬마 때 경험한 부산 피난시절이 떠올랐는데 이런 모습은 한국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더러 볼 수 있다.
우리가 양공주라 부른 마야(노가와 유미코)와 동료 창녀들의 삶은 미군의 총격에 부상당한 전직 군인 이부키 신타로(조 시시도)가 마야네 건물로 들어와 이들의 식객이 되면서 큰 물결이 친다. 마야는 이부키를 보르네오에서 전사한 자기 오빠의 대체물로 삼고 그를 연모하는데 마야뿐 아니라 동료 창녀들도 뻔뻔하나 신체건강하고 사나이다운 이부키를 탐내면서 이들 사이에 욕정의 불길이 타오른다.
스즈키 감독은 섹스와 음식이 존재의 이유인 이부키의 미군 증오를 통해 동물적인 생존본능과 함께 노골적인 반미감정을 토해내고 있는데 이런 감정의 또 다른 표시로 공중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를 클로스업해 보여준다. 이와 함께 스즈키는 갑자기 이식된 민주주의도 ‘개뿔 같은 소리’라면서 야유한다.    
마야와 다른 창녀들은 몸을 팔아 번 돈으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깡통 파인애플을 사 이부키에게 바치는데 이야말로 창녀의 순정이다. 나는 이런 깡통 파인애플뿐 아니라 영화에서 “이 맛이야 말로 최고”라고 찬미한 부대찌개도 먹어봐 영화가 남의 소리 같질 않았다. 그리고 이부키가 같은 패들과 미군부대에서 페니실린과 럭키 스트라익을 훔쳐 달아나는 모습과 거리의 암시장 등도 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의 지스러기들이다.
이부키는 마야의 순정에 가슴이 녹아 둘이 함께 도쿄를 떠나기로 약속하나 비극으로 끝난다. 혼자 남은 마야가 “나는 여기 남겠다”며 그런 비극에 결코 굴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매우 야하면서도 나신을 보듯 적나라하게 노골적인 생존기로 나는 이 영화로 부산 피난살이를 한 번 더 한 셈이다.
전쟁에 나갔던 스즈키 감독은 ‘춘부전’(사진)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아울러 전쟁의 광기를 우스갯거리로 삼고 있다. 매우 사실적인 이 영화는 또 다른 일본의 반전영화인 ‘인간의 조건’을 연상케 한다. 만주전선에 투입된 일본군 부대의 포악한 지휘관 나리타소위(다마가와 이사오)의 당번병인 도도한 미카미 신기치(카와지 다미오)와 나리타의 총애를 받는 창녀로 미카미를 사랑하는 하루미(노가와 유미코)는 각기 ‘인간의 조건’의 가지와 미치코를 생각나게 한다. 미카미가 툭하면 나리타로부터 귀싸대기를 얻어맞는 것도 가지를 연상시킨다.
하루미 등 서너 명의 일본 창녀들과 한 명의 한국인 위안부는 줄줄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수백명의 일본군인들을 상대한다. 나이 먹은 한국인 위안부는 영화에서 두 번 한복을 입는데 스즈키 감독은 이 여자를 매우 동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한국 여자를 찾아오는 일본 군인이 불순분자로 찍혀 장교에서 하사관으로 강등된 아키야마(오자와 쇼이치)다. 아키야마는 육체적 욕망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자의 방에서 조용히 ‘철학단상’을 읽기 위해 찾아온다. 책을 읽은 뒤 방을 떠나면서 아키야마는 여자에게 화대를 지불하는데 이를 세던 여자가 “일본 여자와 같은 화대를 주네. 고맙기도 하지”라며 감사한다. 일본 창녀와 한국인 위안부는 화대에도 차별이 있었던 것 같다.    
미카미와 하루미는 사로 사랑하게 되나 동반자살의 비극으로 끝난다. 이를 본 하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국인 위안부가 “죽는 것은 비겁해. 사는 것이 더 힘들어”라면서 멀리 사라진다. 마야와 백의의 한국 여인이야말로 생존의 불기둥과도 같은 여인들이다. 스즈키 세이준 시리즈는 오는 3월13일까지 계속된다. (310)206-8013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2월 16일 화요일

데드풀(Deadpool)


가면을 쓴 데드풀이 고속도로 상에서 쌍칼을 휘두르고 있다.

상스럽고 야하고 거친 마블만화의 새로운 수퍼히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상스럽고 야하고 거칠고 음탕하고 폭력적이고 잔인무도하며 시끄럽기 짝이 없는 액션영화인데 아이언 맨 등 많은 수퍼히로들을 창조해낸 마블만화가 원전이다. 보통 이런 영화는 등급 PG-13(13세 미만 관람 때 부모의 적극적 안내가 필요함)인데 이 영화는 도가 지나치게 폭력적인 데다가 나체와 섹스 농담과 대사가 눈과 귀를 씻어내야 할 정도로 노골적이고 저급해 R등급(17세 미만 관람 때 부모나 성인의 동반이 필요함)을 받았다.
절대적으로 젊은 마블만화 팬들의 영화이긴 하지만 섹스와 폭력과 야한 농담을 즐기는 어른들이 봐도 궁극적으로는 재미있을 영화다. 시종일관 자기비하적인 유머가 많아 피가 철철 넘쳐흐르는 폭력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깔깔대고 웃게 되는데 이와 함께 대사와 영화 흐름의 속도가 총알처럼 빨라 보는 사람의 혼을 홀딱 뺏어간다. 
특히 이 영화는 ‘X-멘: 오리진’(2009)에서 이미 암살자인 데드풀 노릇을 한 라이언 레널즈의 교활하고 정력적인 연기가 볼만하다. 레널즈는 이 영화를 만들려고 지난 11년간을 벼르다가 이제야 목표를 이뤘는데 자신은 물론이요 마블만화의 모든 주인공 그리고 팝문화 등을 닥치는 대로 조소하고 야유하면서 반 영웅노릇을 신나게 즐기고 있다. 
영화의 내용이라야 그동안 듣고 보고 또 보고 듣고 한 구태의연한 것이다. 오프닝 크레딧부터 얄궂고 장난치듯이 시작하는 영화는 처음부터 눈알이 돌아가는 고속도로 위에서의 액션장면으로 시작된다. 몸에 꼭 끼는 적과 흑색의 스판덱스 복장에 가면을 쓴 데드풀이 쌍칼과 쌍권총 그리고 자신의 육체를 총동원해 자기를 습격하는 괴한들과 싸우는 이 장면이 가히 장관이다. 계속해 농담을 지껄이는 무모하고 뻔뻔스런 데드풀이 하늘을 펄펄 날며 공중제비를 하면서 괴한들을 때려잡는데 데드풀은 총을 맞아도 안 죽는 수퍼히로다.
여기서 영화는 2년 전으로 돌아간다. 웨이드 윌슨(레널즈)은 전직 특공대 출신의 건달로 단골 싸구려 바에서 만난 자기 신세를 비탄해 하는 창녀 바네사(브라질 태생의 모레나 바카린)와 눈이 맞아 그 즉시로 격렬한 섹스를 하는데 변태적인 섹스 신을 몽타주 한 장면이 또한 가관이다. 웨이드와 바네사는 그 후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가 되는데 웨이드가 바네사에게 구혼을 한지 얼마 안 돼 웨이드가 치명적인 암에 걸린다. 의사가 얼마 못 산다고 통고한다.
이 때 웨이드 앞에 미친 과학자 스타일의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가 나타나 자신이 개발한 특수기계로 그를 불사의 싸우는 기계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래서 윌슨은 바네사도 버리고 에이잭스를 찾아가는데 변신의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 웨이드는 불사의 싸우는 기계가 되긴 하나 얼굴이 완전히 맷돌로 갈아놓은 빈대떡처럼 된다. 그래서 가면을 쓴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데드풀로 명명한 윌슨은 자기를 이 꼴로 만들어놓은 에이잭스에게 복수를 하려고 이를 간다. 이런 데드풀을 돕는 두 명의 동지가 금속 거인 콜로서스와 반항적인 10대 소녀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리아나 힐데브랜드). 그리고 이들의 적수는 에이잭스의 졸개인 여전사 에인절 더스트(실제 종합무술 챔피언인 지나 카라노). 시작된 지 좀 지나서야 영화 안으로 몰입할 수가 있다. 히트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물론 속편이 나올 것이다. 팀 밀러 감독.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전쟁(A War)


클라우스가 재판정에서 아내와 딸과 포옹하고 있다.

아프간 전쟁 다룬 덴마크 영화


아프간 전쟁을 다룬 덴마크 영화로 이번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전장과 고향의 집을 오락가락하면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우리의 목숨과 그들의 목숨의 가치’를 묻는 도덕적 얘기로 전쟁의 혼돈과 후유증을 사려 깊고 긴장감 가득하게 그린 준수한 작품이다. 
전장에서 내린 결정과 그것의 치명적인 효과에 관한 내용인데 죄의식과 책임감과 함께 짙은 가족애를 매우 사실적이자 강력하게 그린 작품으로 손으로 들고 찍은 촬영과 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가 좋다. 기록영화 스타일의 영화로 감독 토비아스 린트홀름(각본 겸)은 리얼리즘을 위해 실제 덴마크 군인들과 탈리반 전사들 그리고 난민들을 배우로 썼다. 
아프간 전선에 투입된 덴마크군 소대장 클라우스 M. 페더센(필루 아스백)의 부대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키기는 것이 임무다. 처음에 이 부대가 겪는 충격적인 상실과 함께 클라우스가 고향에 있는 아내 마리아(투바 노보트니)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는 후반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선과 고향을 왕래하면서 클라우스만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세 아이를 키워야 하는 마리아의 ‘투쟁’을 교차해 보여준다.
어느 날 클라우스와 대원들이 평상적인 순찰을 나갔다가 적의 맹렬한 집중사격을 받는다. 그리고 여기서 클라우스의 부대원이 부상을 당한다. 적의 공격으로 부상자를 이송할 수가 없게 된 클라우스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공습을 요청한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생긴다.
아군의 공습이 끝나면서 적과 함께 무고한 인명이 희생을 당한 것이다. 클라우스는 민간인이 피해를 입을 것 같으면 절대로 공습을 요청해서는 안 되는데도 성급히 공습을 요청해 민간인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책임추궁을 당할 입장이 된 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고국으로 송환돼 재판에 회부된 클라우스의 재판과 함께 그와 가족 간의 드라마로 연결된다. 클라우스의 전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 재판과정이 전투 신보다 더 긴장감 있고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다.
최근에 개봉돼 흥해서 실패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13시간’이나 벤 애플렉이 나와 빅히트를 한 ‘스나이퍼’가 전쟁을 감각적으로 윤색한 것과 달리 철저히 사실적으로 전장에서의 결정과 그것의 후유증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물은 훌륭한 영화다. R. Magnolia. 로열극장과 선댄스 선셋 시네마.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말러의 아다지에토



사랑을 하면 모두 시인이 된다고 하더니 폴과 에스테르가 각기 대학생과 여고생 때 만나 사랑에 빠진 10년간 서로 나눈 연애편지의 내용이 구구절절이 시다. 폴이 에스테르에게 ‘너의 존재는 내게 너무 크다. 마치 산처럼’이라고 고백했을 때 폴에게 에스테르의 존재는 무중력의 무게였을 것이다. 
폴과 에스테르는 오는 3월18일에 개봉될 프랑스의 아르노 데스플르샹 감독의 ‘나의 황금시절’(My Golden Years)의 주인공들로 둘을 보고 있자니 이젠 내게서 멀리 떠난 청춘의 탐스러움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아, 청춘은 아름다워라!
오는 14일은 그동안 게을리 하던 고백성사를 하듯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밸런타인스 데이다. 초컬릿보다 더 달콤한 것이 러브 레터다. 매시브 어택이 ‘패라다이스 서커스’에서 노래했듯이 ‘사랑은 그것을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에겐 죄와도 같아서’ 사랑은 고백을 해야 속이 풀리게 마련이다.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어서 아마 이번 밸런타인스 데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로 러브 레터를 주고받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러브 레터는 잉크에 펜을 찍어 종이에 적어야 감정이 제대로 호흡한다. 
빅토리아(제니퍼 존스)가 얼굴도 모르는 알란(조셉 카튼)에게 사랑에 빠진 것도 알란이 이렇게 써서 보낸 편지 탓이다. 영화 ‘러브 레터스’(Love Letters·1945)의 주인공 알란은 2차 대전 때 이탈리아 전선에서 전우인 로저를 대신해 로저의 여자 빅토리아에게 연애편지를 보낸다. 빅토리아는 순전히 이 편지 때문에 로저와 결혼하는데 그러니까 빅토리아가 사랑한 남자는 로저가 아니라 알란이다.
‘러브 레터스’는 통속적인 여성 취향의 신파극으로 내용보다 아름다운 것은 빅터 영이 작곡해 오스카상을 탄 주제가다. ‘나는 줄마다 다 외우고 있어요/나는 당신이 사인한 이름에 키스를 하지요/달링, 그리고 난 다시 처음부터 읽어요/바로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온 사랑의 편지들을’. 이 노래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에타 제임스 그리고 딕 헤임스와 냇 킹 코울 등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러브 레터스’는 프랑스의 에드몽 로스탕이 쓴 희곡 ‘시라노 드 벨즈락’이 원전이다. 코가 너무 큰 검객시인 시라노는 눌변의 크리스티앙을 위해 그가 사랑하는 록산에게 뜨거운 연서를 보내고 어둠 속 록산의 발코니 아래서 사랑의 고백을 유수처럼 쏟아놓는다. 록산은 나중에 가서야 자기가 사랑한 남자가 시라노였음을 깨닫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연극은 비극인데 미국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시라노 얘기는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 좋은 것은 각기 호세 퍼러(시라노로 오스카 주연상 수상)와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주연한 것과 스티브 마틴이 나온 현대판 시라노 ‘록산’이다.
러브 레터라기보다 회한과 미련과 그리움의 자기 고백이라고 해야 할 편지를 쓴 여자가 리사다. 리사(조운 폰테인)는 비극적으로 아름다운 ‘모르는 여인의 편지’(Letter from an Unknown Woman·1948)의 주인공이디. 슈테판 즈바이크의 중편소설이 원작으로 틴에이저인 리사는 비엔나의 같은 아파트에 이사 온 핸섬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슈테판(루이 주르단)을 본 뒤 평생 그를 사랑하게 된다. 
리사는 성장해서도 슈테판을 사랑해 그의 아들까지 낳지만 슈테판은 오랜 세월 동안 몇 차례 리사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리사를 전연 기억 못한다. 그리고 리사는 죽음의 병상에서 자신의 변치 않는 슈테판에 대한 사랑을 적는다. 편지는 리사가 죽은 뒤 슈테판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유부녀 레즐리(베티 데이비스)가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한 ‘편지’(The Letter 1940-서머셋 모음의 연극이 원전)에서 질투에 눈이 멀어 총으로 쏴 죽인 자기 정부 제프에게 보낸 편지도 러브 레터라고 하겠다.   
연애편지를 모래 속에 손가락으로 쓴 것도 있다. 팻 분은 ‘러브 레터스 인 더 샌드’에서 ‘우리가 함께 모래 속에 쓴 러브 레터를 물결이 쓸어갈 때마다 난 울었는데 당신은 웃었다’면서 ‘지금은 파도가 모래 속에 쓴 편지 위로 부서질 때마다 내 찢어진 가슴이 고통한다’고 징징 우는 소리를 한다. 그런데 분의 음성이 너무 달콤하고 고와서 나는 이 상심의 노래를 들어도 별로 가슴이 안 아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러브 레터는 구스타프 말러가 자기 아내가 된 알마(사진)에게 보낸 음악편지일 것이다. 말러는 교향곡 제5번의 제4악장 아다지에토를 알마에게 보내는 연서로 작곡했다. 10분 정도 계속되는 이 악장은 매우 느린데 말러의 비탄에 가까운 동경과 사랑이 천상의 것처럼 고결하고 아름답게 음표로 쓰여졌다. 이 음악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1971)에서 스산할 정도로 아름답게 사용됐다. 해피 밸런타인스 데이!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2월 9일 화요일

시저 만세(Hail, Caeser)


로마 장군역을 맡은 약간 멍청한 빅스타 베어드(조지 클루니).

1950년대 할리웃 배우들의 스캔들 해결사 이야기


1950년대의 할리웃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스튜디오의 이면을 풍자한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 감독(각본 겸)의 코미디인데 ‘화고’와 ‘노 컨트리 포 올드 멘’ 같은 수작을 만든 둘의 영화치곤 지극히 펑퍼짐한 오발탄과도 같은 영화다.
드문드문 우습긴 하지만 중구난방 식인데 주제와 함께 너무 많은 서브플롯을 이것저것 마구 섞어 잡탕이 됐다. 할리웃의 옛날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에겐 낯설기 짝이 없을 것이다.
과거 코엔 형제와 함께 3편의 영화를 만든 조지 클루니가 조연으로 나오는데 그가 나왔던 역시 황당무계한 코미디 ‘오 형제여,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와 같은 스타일의 영화다. 클루니 외에도 조시 브롤린, 스칼렛 조핸슨, 채닝 테이텀, 레이프 화인즈, 프랜시스 맥도먼, 틸다 스윈튼 및 조나 힐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소모된 셈이다.
주인공은 영화사 캐피톨 픽처스에서 영화제작과 스타들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에디 매닉스(브롤린). 그는 미혼 여배우의 임신에서부터 배우들의 온갖 스캔들을 가십지에 보도(가십 칼럼니스트로 스윈튼이 라이벌 쌍둥이 자매로 나와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가 안 되도록 하는 해결사다. 그런데 그는 열렬한 가톨릭 신자여서 1주일이 멀다하고 성당엘 찾아가 고백성사를 드리는 바람에 신부로부터 너무 자주 온다고 핀잔을 받는다.
캐피톨이 촬영 중인 예수영화 ‘시저 만세! 그리스도 이야기’에서 로마 장군으로 나오는 약간 멍청한 빅스타 베어드 위틀락(클루니-베어드는 ‘쿼바디스’의 로버트 테일러와 ‘성의’의 리처드 버튼을 짬뽕한 인상이다)이 공산주의자들인 각본가들에 의해 납치되면서 10만달러의 몸값 청구서가 영화사로 날아든다. 그리고 베어드는 납치범들의 교육에 의해 세뇌가 되는데 이들 각본가들의 얘기는 과거 할리웃에 몰아닥친 미 연방 의회의 공산당 때려잡기 광풍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에디가 영화의 흥행성공을 위해 기독교 신교와 구교 및 유대교 대표들을 소집해 각본에 하자가 없는지를 알기 위해 회의를 하는 것도 옛 할리웃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와 함께 서브플롯으로 왕년의 ‘수영복의 미녀’ 에스터 윌리엄스를 재현한 입 건 여배우 디애나 모란(조핸슨)이 남편도 없이 임신하는 바람에 에디는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골치를 썩인다. 또 다른 얘기는 ‘싱잉 카우보이’(로이 로저스라고 생각하면 된다)로 스턴트는 잘 하나 진짜 연기는 못하는 젊은 배우 호비 도일(앨든 에렌라익)을 도도한 감독 로렌스 로렌츠(화인즈)가 연출하는 응접실 코미디 ‘메릴리 위 댄스’에 주연으로 잘못 발탁해 코미디가 일어난다.  
마지막 다른 얘기는 탭댄스를 추고 노래 부르는 배우 버트 거니(진짜로 춤을 잘 추는 채닝이 잘한다)가 해군복을 입고 노래 ‘노 데임즈’를 부르면서 동료들과 함께 신나게 탭댄스를 추는 모습. 이 장면은 진 켈리가 나온 뮤지컬 ‘온 더 타운’에 대한 찬미다.
그리고 영화는 흐지부지 식으로 끝이 나는데 세트와 촬영과 의상은 보기 좋다. 클루니의 자기비하적인 연기와 에린라익의 엉성한 연기가 볼만하다. PG-13.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램스(Rams)


동네 수양치기들이 우수수양 선발대회에 나왔다


아이슬란드 시골서 수양들을 키우는 앙숙지간 형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삭막한 아이슬란드 시골에서 수양들을 치는 앙숙지간인 나이 먹은 형제의 갈등과 궁극적 화해 그리고 이들의 자부심인 수양들을 기르고 다듬으면서 한 가족처럼 사랑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매우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득하게 그린 아이슬란드 드라마다.
심술궂은 유머와 함께 고립된 시골 사람들의 힘든 하루하루를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비극(클라이맥스 부분으로 애매모호하게 끝난다)을 고루 잘 섞어 흥미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겨울눈으로 덮인 정경이 살벌하게 아름다운데 이와 함께 수양들도 사람 못지않은 몫을 한다. 
아이슬란드 깡촌에서 수양들을 키우면서 사는 둘 다 결혼을 안 한 형 키디(테오도어 율리우손)와 동생 굼미(시구르두르 시구르욘슨)는 바로 이웃에 살면서도 지난 40년간을 말을 안 하고 지낸 사이다. 이들의 통신수단은 키디의 개로 서로 할 말이 있으면 종이에 그 내용을 적어 개를 통해 전달한다.
키디는 술꾼이요 무뚝뚝하고 사나운 반면 굼미는 술 안 마시는 이성적이요 부지런한 사람인데 이들은 자기들이 키우고 다듬는 수양들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한다. 그런데 연례 우수 수양선발대회에서 뜻밖에도 키디가 우승하면서 굼미는 크게 실망한다.
이어 마을에 수양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보건 당국은 온 동네의 수양들을 다 살육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내용에 극적 기폭이 일어난다. 이에 굼미는 자기 수양들을 다 살육하나 키디는 못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그도 당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굼미는 자기가 가장 아끼는 수양 몇 마리를 죽이지 않고 자기 집 지하실에 우리를 만들어 놓고 키운다. 굼미가 조사 나온 보건소 직원에게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게 우습다. 그러나 키디가 동생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리고 둘은 이 때부터 서로 간의 앙심을 조금씩 풀고 공동으로 쿰미의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둘은 수양들을 더 이상 집안에 가둘 수가 없게 되자 이들을 몰고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꼭대기로 수양들의 은신처를 구해 간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도록 폭설이 몰아치는 가운데 밤이 되면서 형제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마지막 장면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나이 먹은 두 주인공들이 별로 말도 많이 하지 않고 눈과 얼굴 표정으로 흙냄새가 나는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성인용. 일부 지역. ★★★½(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


‘짐승 같은 청춘’


액션, 무질서 그리고 대담무쌍‘컬트영화에 독보적 감독’


반세기의 생애를 통해 흥행위주의 B영화에서부터 형이상학적 미스터리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파격적인 영화들을 만들어 컬트영화 감독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스즈키 세이준 감독(92)의 영화들이‘액션, 무질서 그리고 대담무쌍:스즈키 세이준 회고전’(Action, Anarchy and Audacity: A Seijun Suzuki Retrospective)라는 제목 하에  5일부터 3월13일까지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 극장(윌셔와 웨스트우드)에서 2편씩 동시 상영된다. (310)206-8013.
그의 전성기인 1960년대 영화들은 야쿠자(조 시시도가 그의 단골배우)와 화류계 여성 그리고 부패한 경찰과 방황하는 청춘들의 얘기로 이들의 드라마를 과거의 스타일을 파괴, 자유롭고 혁신적이요 몽환적이며 때로는 전위적인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전속사인 니카츠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그의 영화는 1990년대 해외의 새 세대 영화인들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스즈키는 이들의 우상이 되다시피 했는데 짐 자무쉬와 쿠엔틴 타란티노 등이 그의 추종자들이다. 스즈키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새 기술을 이용해 2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독특한 기법과 스타일로 흥미진진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완전히 신경지에 들어선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2월5일(하오 7시30분)
▲ ‘살인의 표적’(Branded to Kill·1967)-밥 짓는 냄새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암살자가 살인에 실패하면서 거꾸로 자기가 살해 표적이 된다. ▲ ‘짐승 같은 청춘’(Youth of the Beast·1963)-오명을 쓴 경찰이 자기 파트너의 죽음에 복수키 위해 라이벌 야쿠자끼리 서로 싸우게 만든다.

*6일(하오 7시30분)
▲ ‘도쿄 낭인’(Tokyo Drifter·1966)-개과천선한 야쿠자가 자신의 과거 동료들을 피해 도주한다. 주인공이 노래 부르는 일종의 뮤지컬로 격투장면이 만화적이다. ▲ ‘격투 비가’(Fighting Elegy·1966)-자기가 하숙하는 집의 순결한 가톨릭 신자인 딸을 사모하는 고교생이 싸움으로 육적 욕망을 달랜다.

*8일(하오 7시30분)
▲ ‘간토 낭인’(Kanto Wanderer·1963)-야쿠자 두목의 바디가드가 자기 두목에 대한 신변보호와 자신의 과거로부터 나타난 팜므 파탈 사이에서 번뇌한다. ▲ ‘피가 부른다’(The Call of Blood·1964)-각기 야쿠자요 광고회사 직원인 형제가 야쿠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한다.

*12일(하오 7시30분)
▲ ‘육체의 문’(Gate of Flesh·1964)-전후 파괴된 건물을 거처로 활동하는 창녀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생존경쟁. ▲ ‘창녀의 이야기’(Story of Prostitute·1965)-일본의 만주 침공 때 위안부로 끌려간 7명의 위안부들의 이야기로 군국주의에 대한 맹렬한 비판.

*13일(하오 7시30분)
▲ ‘문신의 인생’(Tattooed Life· 1965)-각기 미술학도와 야쿠자인 형제가 야쿠자의 임무수행이 빗나가면서 함께 도주한다. ▲ ‘카와치의 카르멘’(Carem from Kawachi·1966)-오페라 ‘카르멘’을 모방한 이야기로 도시에서 가수로 성공하려는 시골여자의 파란만장한 삶.

*21일(하오 7시) 
▲ ‘피스톨 오페라’(Pistol Opera·2001)-‘실인의 표적’의 속편으로 액션이 콩 튀듯 한다. ▲ ‘비탄과 슬픔의 이야기’(A Tale of Sorrow and Sadness·1977)-프로골퍼로 성공한 여자 모델이 협박자에게 시달린다.

*22일(하오 7시30분)
▲ ‘암흑에로의 여권’(Passport to Darkness·1959)-신혼여행 때 살해된 아내의 살인자를 찾아 헤매는 트럼본 연주자의 필름 느와르. ▲ ‘공포의 8시간’(Eight Hours of Fear·1957)-경찰이 호송하는 살인자를 비롯해 산사태에 갇힌 기차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따라가면서 신경전이 일어난다.

*27일(하오 7시30분)
▲ ‘잠자는 야수’(The Sleeping Beast Within·1960)-해외여행에서 돌아온 후 실종된 사업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사업가의 딸에게 고용된 신문기자가 실종의 배후에 마약밀매와 살인이 연관된 것을 발견한다. ▲ ‘O라인 분쇄’(Smashing the O-Line·1960)-특종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팔아먹는 기자가 무자비한 여자 갱 두목에 의해 자기 여동생이 납치되면서 곤경에 처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액션의 사나이’




영화인이라기보다 대쪽 같은 선비 스타일인 한국 영화계의 대부 정창화 감독(사진)을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둘이 다 영화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만년 ‘영화청년’이기 때문이다. 정 감독의 이런 영화에 대한 정열은 그가 최근 펴낸 자신의 영화인생 회고록이자 한국 영화의 증언인 책 ‘액션의 사나이’(The Man of Action)의 부제 ‘내 영화인생은 아직 치열하다’에서 잘 나타나 있다.
‘액션’은 정 감독의 이름표와도 같다. 그는 대사위주의 느린 속도의 멜로드라마인 ‘신파영화’  위주의 초창기 한국 영화에 속도와 리드미컬한 템포를 동원한 액션영화의 장르를 구축한 개척자다. 정 감독이 액션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한 웨스턴 ‘셰인’을 보고나서였다.
그는 이 영화의 빠른 템포와 속도를 배우기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단성사의 사장을 몇 차례나 찾아가 사정사정해 필름의 일부를 빌려다 밤을 새우며 수없이 보면서 공부했다. 정 감독은 노력파다. 그래서 만든 영화가 ‘햇빛 쏟아지는 벌판’(1960)으로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액션영화다.
‘자유만세’를 만든 최인규 감독의 밑에서 처음에는 깡통에 담은 설렁탕을 배달하면서 영화수업을 한 정 감독은 홍성기와 신상옥과 함께 초기 한국 영화계의 삼총사로 활약했는데 그의 문하생들로는 임권택, 유현목, 강대진 감독 등이 있다. 정 감독의 또 다른 초기 액션영화들로는 ‘노다지’ ‘지평선’ ‘사르빈강에 노을이 지다’ 등이 있다. 그의 모토는 늘 대중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같은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하던 평단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창의성’이 화두인 정 감독은 액션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그는 현대물, 청춘물, 사극, 검객영화 및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면서 1960년대 한국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었었다.
그러나 역시 그의 장기가 액션이니 만큼 정 감독의 솜씨를 눈여겨보던 홍콩의 쇼 브라더스의 란란 쇼 사장의 초청으로 1976년 홍콩으로 진출한다. 쇼 브라더스에 입성한 정 감독은 승부욕이 강해 자기를 ‘외인부대’ 취급하는 영화사의 토박이 감독들보다 나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쇼 브라더스의 작품을 무려 100여편을 보면서 숙지했다. 그가 홍콩에서 만든 첫 영화가 액션이 멋진 ‘천면마녀’(1969)로 빅 히트를 했는데 홍콩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유럽으로 수출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어 정 감독은 홍콩 최초의 무협영화인 ‘여협매인두’와 ‘아랑곡’ 및 ‘래여풍’ 등을 만들면서 홍콩 영화계에 발판을 굳혔다. ‘여협매인두’(1970)에는 당시 19세였던 성룡이 엑스트라로 나왔는데 그 때부터 성룡은 장난기가 심했다고 한다.
정 감독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려주게 된 영화가 로레이와 남석훈이 나온 무술영화 ‘죽음의 다섯 손가락’(Five Fingers of Death·1972)이다. 이 영화는 홍콩 영화 최초로 워너 브라더스에 의해 미국에 수입돼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주말에 개봉된 기라성 같은 할리웃 스타들이 나온 해양 재난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제치고 흥행 1위를 했다는 것이야말로 쾌거라고 하겠다. ‘죽음의 다섯 손가락’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올타임 베스트 텐 중의 하나로 그는 자신의 액션영화 ‘킬 빌’에서 이 영화의 장면을 빌려다 오마지 형식으로 쓰기도 했다.
정 감독은 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쇼 브라더스에서 자기와 함께 일한 제작자 레이먼드 차우가 새로 만든 영화사 골든 하베스트로 몸을 옮겼다. 골든 하베스트는 이소룡이 나온 ‘당산대형’과 ‘정무문’을 만든 회사다. 정 감독은 당시 이소룡이 자기를 찾아와 영화를 함께 만들자고 제의, 기획단계에 들어갔었는데 갑자기 이소룡이 사망했다고 회고했다.
정 감독이 10년간의 홍콩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한 것은 당시 군사정권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귀국 후 화풍흥업이라는 영화사를 설립, 작품활동을 해보려고 했으나 창작의 자유가 제한돼 심한 좌절감에 빠졌다. 특히 당시 이영희 공연윤리위원장의 전횡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심신이 피로해진 자신을 안타깝게 여기던 아내의 권유에 따라 정 감독은 1996년 미국으로 이주, 남가주 샌디에고 인근의 라호야에 자리를 잡고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정 감독의 영화인으로서의 삶이 뒤 늦게 부활하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그의 회고전이 열리면서였다. 이어 칸과 홍콩 및 런던 등지에서 정 감독의 회고전과 함께 그의 영화인생이 재조명되면서 그는 지금 ‘제2의 영화인생’을 살고 있다. 정 감독은 현재 샌디에고 한국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꺼질줄 모르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2월 2일 화요일

‘시민 대 O.J. 심슨: 미국의 범죄이야기’ 잔 트라볼타




“남의 평가보다 스스로가 진짜 자신을 보여줄 때 승리”


오는 2월2일(하오 10시)부터 케이블 TV FX를 통해 방영되는 O.J. 심슨의 재판을 다룬 10부작 드라마 시리즈‘시민 대 O.J. 심슨: 미국의 범죄이야기’(The People v. O.J. Simpson: American Crime Story)에서 O.J.를 변호한 변호사 중 한 사람인 로버트 샤피로로 나오는 잔 트라볼타(60)와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O.J.로는 쿠바 구딩 주니어가 나온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트라볼타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가면서 농담을 섞어 질문에 달변으로 대답을 했다. 쾌활하고 명랑한 호인 스타일로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우리(할리웃 외신기자협회원)들을 마치 이웃처럼 친근하게 대해 인터뷰가 편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트라볼타는 샤피로 역을 마치 오페라를 하듯이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을 써 가면서 신나게 한다.       

-역을 맡으면서 망설이기라도 했는가.
“우선 TV 작품의 역을 맡은 지가 40년이 넘어 망설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확실하고 튼튼한지에 대해서도 염려를 했다. 내용을 듣고 나서야 염려가 가셨다. 작품의 예술성이 높다는 것과 얘기가 다양한 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이것이야 말로 한 번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을 어떻게 준비했는가.
“난 변호사들을 잘 알고 있다. 재판에 관한 책 3권을 읽으면서 샤피로를 충실히 정확하게 해내려고 노력했다. 책 외에도 비디오를 보고 신문기사를 통독했다. 큰 도움이 됐다.”

-당신은 자가용 비행기를 조종하는데 몇 대나 가지고 있는가.
“두 대다.”

-당신은 O.J.가 무죄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유죄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각자의 의견에 달렸다. 사건현장에 있지 않는 한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다수의 느낌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작품을 만드는 데는 나의 개인적 의견은 아무 상관이 없다. 각본대로 따라 할 뿐이다. O.J.를 변호한 사람들은 사법체제를 존중하면서 그대로 따라했을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해서 아직도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가.
“난 꽤 깨끗한 삶을 살고 있다. 운동을 하고 잘 먹는다. 모든 것을 도가 넘치지 않게 한다. 우리 직업은 스트레스가 심한 것인데 난 그것을 내 종교(사이언톨로지)로 다스린다.”

-실제로 재판이 열리고 있을 때 TV로 시청을 했는가.
“나보다 풋볼선수였던 나의 아버지가 더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는 매일 TV 앞에 붙어살다시피 했다.”   
샤피로(오른쪽)가 또 다른 변호사인 로버트 카다시안(데이빗 슈위머)과 논의하고 있다.

-요즘의 할리웃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는가.
“우선 옛날에는 배우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요즘에 비해 훨씬 적었다. 역을 위한 오디션에 가도 경쟁자는 6~7명에 불과했다. 그 중 한 명은 리처드 기어였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진화해 세분화하면서 많은 다른 국면이 개입되고 아울러 수백명의 배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심하게 달라진 것은 유명세다. 지금은 1975년보다 유명해진다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 됐다.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샅샅이 기록되고 보도되고 또 멋대로 판단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스타들은 스트레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심하다. 그들은 집밖엘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다. 밖엘 나가면 보는 눈들 탓에 완벽한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난 40년간에 달라진 점이다.”

-당신은 역을 어떻게 고르는가.
“난 재미없거나 도전적이 아니면 역을 맡지 않는다. 요즘은 그런 면에서 내겐 더 활동하기가 좋다. 과거보다 더 좋은 각본이 많고 역도 다양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때론 나이를 먹을수록 더 다양한 역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난 행복하다.”

-이 역을 맡은 후로 사람들에게 좋은 법적 자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보다 오히려 과거에 더 좋은 법적 자문을 줄 수가 있었다. 내가 22세 때 내 변호사 중 한 명이 나보고 넌 법적인 면에 매우 똑똑하니 쉽게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내가 자기보다 낫다고 했다. 내가 그런 말을 들은 것은 내 개인적 필요와 생존본능이 작용한 탓으로 때론 그런 것이 변호사의 지식을 능가할 수가 있다고 본다.”

-이 역을 맡고 나서 앞으로 당신의 변호사를 상대로 보다 나은 협상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역을 하고 나서 내가 배운 것은 법적 또는 사법적 체계가 반드시 공정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의 공정성은 법적 테두리 안의 것이지 인간성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리즈 끝에 나오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변호사들이다’라는 말이 이 사실을 대변한다.”

-당신이 젊은 사람들에게 줄 조언은 어떤 것인가.               
“남으로 하여금 너를 네가 아닌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이 당신에 대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가 진짜 자신을 보여줄 때에만 승리할 수가 있다. 당신에 대한 적대의식과 맞서야 할 때는 스스로를 안정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신에 대한 적대감과 진짜 당신과의 사이에 차이를 둘 수가 있다면 당신이 한 발 앞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 방법을 터득했는가.
“내 부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내게 자의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보다 더 큰 것을 찾고자 했을 때 사이언톨로지를 발견했다. 난 거기서 찾은 것을 사랑한다. 그것은 내 자의식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당신이 올리비아 뉴턴 존과 나온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1978)가 지금도 인기가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영화의 마법이다. 세월이 가도 매 세대가 각기 자기들의 관점대로 영화를 해석하고 또 그것에 기여하는 탓인 것 같다. 나도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난 영원보다 더 오래갈 영화에 나왔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38년 전에 어려서 본 사람들이나 요즘의 어린 아이들이나 똑같이 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로 멋있는 알이다.”

-당신은 어떤 피를 지녔는가.
“반은 이탈리아요 반은 아일랜드다. 우리 이탈리아 조상은 시실리와 나폴리 태생이다. 난 식욕도 이탈리아 사람 닮았다.”

-당신하면 디스코인데 요즘에도 춤을 추는가.
“내 몸이 분명히 따라갈 수 있다고 느끼는 리듬 있다면 난 춤을 춘다. 주로 라틴 리듬이다. 시대에 관계없이 나의 춤추고자 하는 영감을 움직이는 음악이 있으면 무대에 오른다. 랩도 다소 춘다.”

-당신의 연기 매너리즘이 매우 흥미 있는데 하기가 힘들었는가.
“감독인 라이언 머피가 내게 역을 자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난 진실하려고 샤피로의 특별한 행동과 제스처를 보고 연구했다. 흉내 내기가 재미있었다. 내 해석이 큰 몫을 했지만 결코 샤피로의 행동이나 제스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작품을 망쳤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당신은 비행기에 열중하게 됐는가.
“내가 뉴저지주에 살 때 라과디아 공항 근처에 살았는데 매 5분마다 비행기들이 우리 집 지붕 위로 날아가곤 했다. 그 때부터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연예인들이었던 내 누나들이 전국 순회공연을 떠나고 돌아올 때마다 난 아버지와 함께 공항에 나가 그들을 보내고 맞이했다. 여기서 나의 비행과 쇼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함께 영글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쇼비즈니스와 비행산업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내가 알던 옛날 배우들인 말론 브랜도와 로렌 바콜 그리고 진 켈리에게 ‘당신은 어떤 비행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즉각 비행기의 이름을 대곤 했다. 이런 것들이 내 비행기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준 것 같다.”

-그 동안 얼마나 비행을 했는가.
“9,000시간을 날았다. 대부분 제트비행기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쿵푸 판다 3(Kung Fu Panda 3)


포가 동료 맹렬 5인조 앞에서 쿵푸폼을 재고 있다.

유쾌 통쾌한 웃음폭탄 고루 섞은 화려한 작품



쿵푸 파이팅하는 배불뚝이 판다 포의 액션과 모험을 그린 입체만화 영화로 제2편이 만들어진지 5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감독은 한국계 제니퍼 여 넬슨과 알레산드로 칼로니가 공동으로 했다. 액션과 유머를 고루 섞은 보고 즐길 만한 영화이지만 얘기에 참신성이나 극적인 요소가 모자라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훨씬 더 즐길 영화. 그러나 알록달록한 색깔이 눈부신 시각적으로는 역동적이요 화려한 작품이다.
포(잭 블랙의 음성)의 쿵푸 스승 쉬푸(더스틴 호프만)가 갑자기 은퇴를 발표하면서 후계자로 포를 지명한다. 이에 “난 못해요”라며 펄쩍 뛰는 것이 포. 그러나 스승의 명령이 명령인지라 포는 자기의 맹렬한 5인조 친구들인 타이거리스(앤젤리나 졸리), 몽키(재키 챈), 맨티스(세스 로건), 크레인(데이빗 크로스) 및 바이퍼(루시 리우)에게 쿵푸를 가르친다고 폼을 잡지만 실수연발의 해프닝이요 넌센스다.
그런데 갑자기 포의 생부 리(브라이언 크랜스턴)가 나타나 “내가 네 진짜 아버지다”라고 달려들면서 포를 주어다 키운 거위 아버지 핑(제임스 홍)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가 영화이니 만큼 리와 핑은 화해를 하면서 포에겐 아버지가 두 명이나 생긴 셈이 된다. 이제 본격적인 액션을 펼치기 위해 영혼의 세계에 있던 포의 맞수로 황소 모양의 카이(J.K. 시몬스)가 모든 쿵푸도사들의 기를 훔치기 위해 포의 마을을 공격하면서 포와 그의 맹렬한 5인조 그리고 마을의 판다들이 힘을 합쳐 막강한 힘을 지닌 카이를 상대로 격전을 벌인다. 누가 이길까요.
얘기가 부족한 것이 흠이긴 하나 가족이 보고 즐길 만한 영화로 블랙을 비롯해 배우들의 음성연기가 일품이다. PG. DreamWorks.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화이니스트 아우어즈(The Finest Hours)


해양경비대 구조정으로 유조선 선원들이 뛰어내리고 있다.


좌초한 유조선 구출한 해양경비대원의 실화


1952년 2월 폭풍우가 치는 겨울밤 매서추세츠주 케이프카드의 앞바다에 좌초한 유조선을 구출한 4인조 해양경비대원들의 실화로 주인공은 사람이라기보다 특수효과로 만든 산더미만한 파도다. 전형적인 구식 스타일의 대재난영화로 스릴을 즐길 만은 하나 강력한 충격이 모자라다. 입체영화.
케이프카드 인근의 대서양을 항해하던 2척의 거대한 유조선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파도를 만나 완전히 두 쪽이 난다. 
해양경비대의 주요 구조요원들은 대부분 첫 번째로 파괴된 유조선을 구하기 위해 나갔는데 이어 33명이 탄 두 번째 유조선 펜들턴으로부터 조난신호가 날아들면서 경비대장 대니얼(에릭 바나)은 경험이 부족한 과묵하고 정의감이 있는 버니(크리스 파인)를 조장으로 한 4인조를 구조에 내보낸다. 소형정을 타고 출항하는 버니 일행은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임무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떠난다. 
영화는 버니의 얘기와 본의 아니게 유조선의 선장 구실을 하게 된 과묵한 기술자 레이먼드(케이시 애플렉-벤 애플렉의 동생)의 얘기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진행되고 중간 중간에 해양경비대 본부의 상황이 끼어든다.
버니가 조정하는 구조정의 파도와의 대결과 펜들턴 선원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교차로 엮어지는데 레이먼드는 구조정을 기다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배를 고의로 좌초시킨다. 실제로 구조정의 정원보다 3배가 많은 유조선 선원들이 기적처럼 다 구조됐다. 
이런 음습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녹여주기 위해 버니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버니의 애인 미리암(할러데이 그레인저)이 영화에 로맨스를 첨가한다. 
인간 대 자연의 대결을 그린 순전한 액션영화로 애플렉이 연기를 잘 한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 PG-13. Disne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베카(Rebecca)


‘드 윈터부인’은 남편 막심의 사랑을 의심한다.

연출과 연기와 음악 모두 훌륭한 고전걸작


알프레드 히치콕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한 데이빗 O. 셀즈닉과 계약을 맺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1940년에 만든 첫 미국영화로 모두 1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 작품과 촬영상(흑백)을 받았다. 원작은 영국의 여류 작가 다프니 뒤 모리에의 동명소설.
히치콕 특유의 서스펜스가 가득한 로맨스가 있는 심리 스릴러로 마치 귀신영화를 보는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명화로 내용과 연출과 연기와 음악(프란츠 왝스맨) 등이 모두 훌륭한 고전걸작이다.
몬테칼로에 놀러온 부잣집 마님으로부터 돈을 받고 여행 친구로 동반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조운 폰테인-영화에서 여자의 이름은 없다)가 명문가정 태생의 침울한 홀아비 막심 드 윈터(로렌스 올리비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만난지 2주 후에 막심의 구혼을 받아들인다.
‘드 윈터부인’으로 불리는 신부는 영국 콘월에 있는 막심의 대저택 만달레이에 남편과 함께 도착하는데 이런 신부를 죽은 막심의 첫 번째 ‘드 윈터부인’인 레베카의 충실한 하녀 댄버스부인(주디스 앤더슨이 소름 끼치도록 냉정한 연기를 한다)이 차갑게 맞이한다.
댄버스 부인은 죽은 레베카의 미와 지와 세련됨에 집착하면서 레베카의 침실을 마치 신전처럼 보존하고 있는데 따라서 레베카의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온 ‘드 윈터부인’을 적대시하고 지배하려고 든다.
이에 ‘드 윈터부인’은 심한 좌절감을 느끼면서 아직도 집안에 가득한 레베카의 그림자로 인해 막심의 자신에 대한 사랑에마저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막심이 아직도 레베카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과연 레베카의 정체는 무엇인가.
자기 영화에 캐미오로 나오는 히치콕의 모습은 영화 끝에 볼 수 있다.
2일 하오 1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레오 S. 빙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




지금 할리웃은 얼마 전에 발표된 아카데미 남녀 주조연상 후보자 20명이 몽땅 백인이라고 해서 불난리가 났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20명의 후보가 다 백인이어서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소리가 후렴처럼 되뇌어지고 있다.
이에 올해의 오스카 명예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과 수퍼스타 윌 스미스와 그의 배우인 아내 제이다 핑켓 스미스가 오는 오스카 시상식 불참을 밝혔다. 그리고 일부에서 오스카 보이콧 움직임까지 일면서 매스컴의 집중포화를 받자 아카데미는 부랴부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흑인과 여성 등 소수계 회원을 현재보다 두 배로 늘리고 회원들의 영구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치를 발표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란 주관적인 것이어서 산수문제 풀듯이 할 수 없다. 아카데미 회원의 절대다수가 나이 먹은 백인 남자인 것은 사실이나 이들을 전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도매금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오스카 연기상 후보는 6,200여명 전체 아카데미 회원 중 1,100여명으로 구성된 연기분과위원들만이 뽑는다. 나머지 회원들은 각기 자기들 전문분야에 관해서만 후보를 고른다. 감독분과위는 감독상 후보 그리고 촬영분과위는 촬영상 후보를 뽑는다. 작품상 후보만 전 회원이 다 고른다.
골든 글로브상을 주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인 나는 이번 ‘오스카 백색소동’을 보면서 동료회원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스라엘 태생의 고참 여회원은 “실력대로 하는 것이지 무슨 인종차별이냐”는 대답이고 방글라데시 태생의 회원은 “인종차별이 분명하다”며 열을 올렸다. 그러나 나는 이번 발표가 반드시 인종차별의 결과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오스카 백색소동’의 원인은 연기상 후보에 오를 만한 흑인배우들인 마이클 B. 조단(크리드), 윌 스미스(컨커션), 새뮤얼 L. 잭슨(헤이트풀 에잇) 및 이드리스 엘바(나라 없는 짐승) 등이 다 탈락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흥행도 잘된 ‘크리드’와 ‘스트레이트 아우타 캄튼’이 작품과 감독상 후보에서 탈락됐다.
그런데 나도 지난 10일에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각종 후보를 고를 때 이들을 전부 제외시켰다. 내가 보기엔 좋은 영화요 연기였지만 수상 후보로는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도 인종차별주의자란 말인가.              
다른 예술형태와 마찬가지로 영화예술도 작품의 질과 예술성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카데미가 ‘오스카 백색소동’에 본능적인 반사작용을 하듯이 만든 이번 긴급조치는 소수계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색채가 짙다. 물론 아카데미가 소수계를 보다 많이 영입하긴 해야겠지만 그들의 숫자를 늘려 소수계 작품과 배우들의 수상 기회를 늘려 보겠다는 생각은 ‘최고’에게 상을 주는 아카데미의 본의를 저해할 수도 있다.
흑인인 셰릴 분 아이잭스(사진)가 회장인 아카데미는 그동안 구조개혁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에 한국 영화인들로서는 처음으로 임권택, 박찬욱, 최민식 및 송강호 등이 아카데미 회원이 된 것도 이런 개혁 시도의 결과다. 그리고 이병헌이 오는 오스카 시상식에 한국 영화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시상자로 초대 받은 것도 내가 보기엔 ‘오스카 백색소동’의 진화작업의 한 수단으로 보인다.
흑백차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오스카상을 탄 덴젤 워싱턴이다. 나는 수년 전 인터뷰에서 그에게 “당신은 인종차별이 고쳐질 수 있는 질병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백년이 가도 안 고쳐져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그런데 이번 ‘오스카 백색소동’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면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상 후보의 흑인 고갈현상의 진짜 원인은 아카데미에 있다기보다 영화를 만드는 영화사에 있다고 해야 맞다.
메이저의 사장을 비롯해 영화제작에 청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은 백인 일색이다. 이들은 자연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투표할 때 소수계 영화에 찍으려고 해도 찍을 게 있어야 찍지’라는 말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소수계가 영화사의 고급 간부로 활동할 때 비로소 소수계 영화도 많이 제작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28일 할리웃과 하일랜드에 있는 돌비극장에서 ABC-TV 중계로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락의 사회로 열린다. 독설가인 락의 입에서 ‘할리웃은 온통 백색이다’에 대해 어떤 말이 쏟아져 나올지 자못 기대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