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골든 글로브 ‘3강’ 각축



‘버드맨’ ‘보이후드’ ‘이미테이션 게임’ 5~7개 부문 후보 올라


‘버드맨'(Birdman)과 ‘보이후드'(Boyhood) 그리고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이 11일에 발표된 제72회 골든 글로브상 후보 발표에서 여러 부문 부문에서 지명되면서 최종 수상작 경쟁에서 선두에 나서게 됐다.  
한물 간 영화배우의 브로드웨이 재기 시도를 그린 ‘버드맨’은 작품상(코미디/뮤지컬)을 비롯해 감독(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과 주연남우(마이클 키튼) 등 총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가장 많은 지명을 받았다. 
소년의 성장기를 12년간에 걸쳐 찍은 인디영화 ‘보이후드’는 작품(드라마)과 감독상(리처드 링크레이터) 등 총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고 2차 대전 때 독일의 군사용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한 기계를 발명한 영국의 알란 튜링의 실화를 그린 ‘이미테이션 게임’도 역시 작품(드라마)과 주연남우(베네딕 컴버배치) 등 총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기자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작품과 남녀주연상 부문에 한해 드라마와 코미디/뮤지컬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고 TV 부문에 대해서도 상을 준다.
상기 3영화가 골든 글로브 각 주요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오름에 따라 이들은 오스카상 수상 후보 명단에 오를 것이 분명해졌다. 골든 글로브는 오스카상 후보 선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밖에 여러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기상천외한 코미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작품과 감독 등 4개)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1965년 흑인 투표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그린 ‘셀마'(Selma-작품과 감독과 남우주연 등 4개) 그리고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로 루 게릭병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의 삶을 그린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드라마 부문 작품과 남녀주연 등 4개) 및 결혼 5주년이 되는 날 실종된 아내(로자문드 파이크-드라마 부문 주연)를 둘러싼 선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곤 걸'(Gone Girl-감독과 음악 등 4개) 등이 있다.
그런데 ‘셀마’를 감독한 사람은 흑인 여류 에이바 뒤버네이로 흑인 여자감독이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에 이어 2개 이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폭스캐처'(Foxcatcher-드라마 부문 작품, 남우주·조연) *‘빅 아이즈'(Big Eyes-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과 남녀주연)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 여우주·조연) *‘애니'(Annie-코미디/뮤지컬 부문 여우주연과 주제가)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과 남우주연).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들 중에서 이색적인 사람은 ‘케익'(Cake)으로 지명된 제니퍼 애니스턴. 이 영화는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고 자신은 얼굴을 비롯해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끊임없이 영육으로 고통 하는 여인의 드라마다.
평소 가벼운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 배우로 알려진 애니스턴이 심각한 역을 맡고 상을 노린 영화로 그는 미 배우노조에 의해서도 수상 후보로 올라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역시 드라마 부문에서 ‘스틸 앨리스'(Still Alice)로 주연상 후보로 오른 줄리안 모어는 ‘스타의 집 지도'(Maps to the Stars)로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도 주연상 후보에 올라 2차례나 지명 됐다. 만약에 모어가 상을 두 개 다 타면 이는 골든 글로브 사상 4번째의 기록이다. ‘스틸 앨리스’는 50세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언어학 교수의 드라마이고 ‘스타의 집 지도’는 한물 간 스타의 냉소적인 코미디인데 모어는 이 역으로 5월 칸영화제서 주연상을 탔다. 
영화 ‘세인트 빈센트’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빌 머리도 HBO-TV의 미니 시리즈 ‘올리브 키트리지'(Olive Kitteridge)로 남우조연상 후보로도 올라 2번 호명을 받았다.  
해마다 수상 후보가 발표될 때마다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은 어느 영화와 배우가 후보로 지명 됐느냐 하는 것보다 후보에서 탈락된 작품과 배우들이다. 
올해도 그런 이변(?)들이 일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 크리스마스에 개봉할 앤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전쟁 실화 ‘언브로큰'(Unbroken)이다. 이 영화는 태평양 전쟁에 참가한 미 올림픽 육상선수 루이스 잠페리니의 해상 조난 표류와 일본군에 의해 붙잡혀 겪은 고난을 그린 것으로 여러 면에서 오스카상 감이라는 사전 입소문이 나돌았으나 단 한 개의 부문에서도 지명을 못 받아 오스카상 후보에서도 탈락될 지도 모른다.
졸리와 함께 그의 파트너인 브래드 핏이 나온 역시 2차 대전 때 미군 탱크부대의 독일 전선 활동을 그린 ‘퓨리'(Fury)도 완전히 물을 먹었다. HFPA의 달링들인 부부 수퍼스타가 찬밥을 먹었는데 두 영화가 다 평범한 전쟁영화 수준을 못 넘어서고 있다.      
역시 연말에 상을 노리고 개봉되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Exodus: Gods and Kings)과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도 마찬가지다. 12일에 개봉된 리들리 스캇 감독의 모세의 출애굽기를 다룬 ‘엑소더스’와 크리스마스에 개봉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 저격수(브래들리 쿠퍼)의 실화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도 단 한 개의 부문에서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작품과 감독 및 남우주연상 후보 부문에서 오스카상 감이라는 예견이 나돌았던 영화다. 
이와 함께 수상 후보의 희망이 있었던 호빗 시리즈 마지막 편인 ‘호빗: 다섯 군대의 전투'(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도 역시 찬물을 마셨다. ’인터스텔라‘는 달랑 음악상 후보 하나에만 올랐다. 그리고 한국 영화 ’해무‘도 외국어 영화 부문 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과거 골든 글로브상은 영화의 질보다 스타 파워에 의존한 작품들을 시상 후보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2년 전부터 서서히 이런 태도를 벗어나 진짜로 상을 탈만한 예술적으로나 질적으로 훌륭한 영화들을 고르고 있다. 올해 졸리와 핏 부부 그리고 이스트우드와 브래들리 쿠퍼 및 리들리 스캇과 크리스토퍼 놀란 등을 배제한 것도 이런 흐름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골든 글로브 생애 업적상은 조지 클루니가 받는다. 
제7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2015년 1월11일 하오 5시부터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리며 NBC-TV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 된다.                 
★작품(드라마)
*‘보이후드’ ‘폭스캐처’ ‘이미테이션 게임’ ‘셀마’ ‘모든 것의 이론’
★작품상(코미디/뮤지컬)
*‘버드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인투 더 우즈’ ‘프라이드'(Pride) ‘세인트 빈센트’
★남우주연(드라마)
* ‘스티브 카렐(폭스캐처) *베네딕 컴버배치(이미테이션 게임) *제이크 질렌할(나이트크롤러) *데이빗 오이엘로(셀마) *에디 레드메인(모든 것의 이론)
★남우주연(코미디/뮤지컬)
*레이프 화인즈(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마이클 키튼(버드맨) *빌 머리(세인트 벤센트) *화킨 피닉스(인히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크리스토프 월츠(빅 아이즈-Big Eyes)
★여우주연(드라마)
*제니퍼 애니스턴(케이크) *펠리시티 존스(모든 것의 이론) *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로자문드 파이크(곤 걸) *리스 위더스푼(와일드-Wild)          
★여우주연(코미디/뮤지컬)
*에이미 애담스(빅 아이즈) *에밀리 블런트(인투 더 우즈) *헬렌 미렌(100후트 여행-The Hundred-Foot Journey) *줄리안 모어(스타의 집 지도) *큐벤자네 월리스(애니)
★감독
*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에이바 뒤버네이(셀마) *데이빗 핀처(곤 걸)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버드맨) *리처드 링크레이터(보이후드)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미스터 터너 (Mr. Turner)

터너(티머시 스팔)가 해변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빛이 가득찬 풍경화 속 거니는듯 황홀


인상파의 전위 구실을 한 영국의 낭만파 화가로 빛을 뛰어나게 이용한 풍경화 화가 조셉 맬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후반기 삶을 그린 전기영화로 그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섬세하고 수려하다. 짙은 물감으로 그린 화폭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황홀감에 젖게 되는데 150분간 서술되는 영화의 진행속도가 굉장히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정말로 명화다.  
영국의 명장 마이크 리와 그의 영화에 많이 나온 티머시 스팔이 다시 콤비가 되어 만든 영화로 미술과 상업에 관한 연구이자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터너의 인물 탐구영화인데 촬영이 그림처럼 유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볼이 두꺼비 배처럼 튀어나온 스팔의 연기다. 불만에 찬 짐승의 속 끓는 소리를 내면서 끙끙 앓는 듯한 연기를 하는데 묵직하고 압축된 연기로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그는 이 영화로 얼마 전 뉴욕 영화비평가 서클에 의해 2014년도 최우수 주연남우로 선정됐다. 
영화는 시각적 이야기꾼인 터너의 마지막 25년을 그리고 있는데 1820년도 후반에서 시작된다. 터너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벨기에에 갔다가 아버지와 충실한 하녀 하나(도로시 앳킨스가 뛰어난 연기를 한다)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재정착한다. 
그런데 하나는 터너의 애인 노릇을 겸한다. 터너에게는 이밖에도 숨겨 놓은 정부 새라(루스 쉰)와 장성한 두 딸 그리고 손주가 있으나 터너는 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터너는 가정보다는 그림을 더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림의 대상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 때나 불쑥 그 곳을 향해 떠나곤 한다.
특히 터너가 좋아한 곳이 영국 남동부의 해변마을 마게이트로 그는 여기서 가명을 쓰고 한 집에 세를 든다. 주인 여자는 두 번이나 이혼한 성격이 활달한 소피아 부스(매리온 베일리도 출중한 연기를 한다). 그리고 소피아는 터너의 마지막 정부가 된다. 
영화의 감정적 중심은 터너와 소피아의 관계. 성질이 고약할 정도로 까다롭고 반사회적인 터너와 마음이 넓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소피아가 서로 균형을 맞춰가면서 맺는 관계가 아주 아름답고 정성껏 그려진다. 소피아는 터너에게 풍경화가가 필요한 빛 구실을 한다. 
당시 화가들의 꿈은 콧대 높은 기득권을 지닌 화가들의 그림들이 전시된 대영제국 미술 아카데미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의식 절차인데 이미 유명해진 고집 센 통뼈인 터너는 그런 것에 아랑곳 않는다. 터너가 유명해지면서 그를 질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터너를 야유하는 풍자화도 나오는데 특히 부르좌들이 터너를 고운 눈으로 보질 않는다. 
터너는 얼마나 성질이 고약한 사람인가 하면 자기 그림을 호평하는 영향력 있는 젊은 비평가 존 러스킨(조슈아 맥과이어)마저 별로 달갑게 여기질 않는다. 때론 심술부리는 아이 같은 독불장군이다.      
영화는 터너의 그림을 많이 보여 주기보다는 그와 그가 살던 시대의 성질과 상황을 포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터너가 스케치를 하고 캔버스에 페인트로 적신 붓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명화 감상하고 나온 기분이다. 
R. Sony Classics. 일부지역. ★★★★½(5개 만점)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애니 (Annie)

애니(앞줄 곱슬머리)가 윌(제이미 팍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있다.


신나는 음악과 춤…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제격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을 초호화 현대판으로 스크린에 옮긴 할러데이 시즌용 온 가족영화로 춤과 노래와 웃음과 훈훈한 정이 담긴 재미있고 즐거운 작품이다.
‘애니’는 그동안 몇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진 것이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알버트 피니(대디 와벅스)와 에일린 퀸(애니)이 나온 1982년도 영화. 그러나 이 영화는 비평가들의 미적지근한 반응을 받고 흥행도 실패했다.
이번에 나오는 ‘애니’ 역시 비평가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나 기자는 매우 재미있게 즐겼다. 현대 감각에 맞추느라 너무 외모가 요란하고 화사한 점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음악과 얘기를 적절히 잘 섞은 연출 그리고 흐뭇한 내용에 밝고 명랑한 음악과 춤 등 볼만한 것이 많은 영화로 가족이 함께 가서 보고 즐기기를 권한다.
갓난아기 때 뉴욕의 한 식당 앞에 ‘언젠가 다시 찾아오겠다’는 쪽지와 함께 버려진 애니(큐벤자네 월리스-골든 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 주연여우상 후보)는 다른 고아들과 함께 허영에 들뜬 심술단지 여자 해니간(캐메론 디애즈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지만 재미있다)이 돌보는 포스터홈에서 산다.
어느 날 애니를 교통사고 직전에 구해 주는 사람이 셀폰 재벌로 뉴욕시장 선거에 나선 윌 색스(제이미 팍스). 윌의 간교한 선거운동 참모 가이(바비 카나베일)가 윌에게 선거 홍보용으로 애니를 집에 갖다 키우라고 권고하면서 애니의 운명이 변하게 된다.
일 밖에 모르는 윌은 처음에는 마지못해 애니를 집에 데려다 돌보나 명랑하고 밝고 총명한 애니에 의해 서서히 닫혔던 마음 문이 열리면서 부녀처럼 된다는 해피 엔딩. 그리고 윌은 사무적으로만 대하던 자기를 사랑하고 돌보는 여부사장 그레이스(로즈 번이 예쁘고 폭스와의 화학작용도 좋다)에게도 사랑을 고백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가이가 꾸민 애니의 가짜 부모 모집 오디션 장면. 배우들이 호흡이 서로 잘 맞는데 뛰어난 것은 월래스의 연기다. 2012년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로 오스카 사상 최연소 수상 후보라는 기록을 남긴 소녀의 밝은 모습과 약간 어른스럽지만 자유자재로운 연기가 일품이다.
배우들이 다 자기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호주 가수 시아가 부르는 주제가 ‘오퍼튜니티’는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신나는 음악과 춤이 있는 마음을 고양시키는 영화다. 윌 글럭 감독. PG. Sony. 전지역. ★★★★(5개 만점)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초상집 소니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평화의 수호자들’에 의한 소니 영화사의 컴퓨터에 대한 해킹의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수천명 소니 직원들의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고급 간부들의 봉급 내역 그리고 수퍼스타들의 여행 때 암호명 등이 공개됐고 19일 개봉되는 ‘애니’ 등 총 5편의 영화가 해적질을 당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혹스런 일은 영화사 공동 사장 에이미 패스칼의 이메일 내용이 폭로된 것이다. 그 내용이 공개되면서 영화사와 제작자 및 배우들과의 관계를 비롯해 영화사의 내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코미디언 애담 샌들러의 작은 불독을 소니사의 전용기에 태울 것이냐는 하찮은 것에서부터 특정 배우 흉보기 그리고 패스칼이 자기는 할리웃 리포터가 연말에 발표하는 연례 ‘100명의 연예계 여성 실권자’ 명단에 3위 안에만 들면 만족하겠다(유감스럽게도 4위에 올랐다)는 소망을 비롯한 가십거리들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큰 화제와 논란거리가 된 것이 패스칼의 오바마에 대한 인종편견적인 농담. 패스칼은 제작자 스캇 루딘과의 서신교환에서 오바마에게 ‘버틀러’와 ‘쟁고 언체인드’ 같은 흑인영화들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어볼 것인가 라고 물었다. 이 내용이 공개되자 패스칼과 루딘은 공개사과를 했다.
‘평화의 수호자들’은 처음부터 소니작품으로 크리스마스에 개봉될 예정이었던 김정은 암살을 그린 ‘인터뷰’(사진)의 개봉 중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소니측은 개봉을 강행하기로 했었다. 그러자 ‘평화의 수호자들’은 16일 다시 성명을 내고 이번에는 ‘인터뷰’ 관람객들에 대해 보복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일부 극장체인이 영화 상영을 취소한데 이어 다른 스튜디오들의 압력에 못 견뎌 소니는 두 손을 들고 전격적으로 영화 개봉을 취소했다. 할리웃은 지금 소니측의 이런 결정을 두고 이 것이 과연 앞으로 어떤 전례로 남게 될지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세스 로갠이 감독(공동)하고 제임스 프랭코와 공연하는 이 영화는 김정은을 인터뷰하게 된 미 TV 토크쇼의 사회자(프랭코)와 제작자(로갠)에게 CIA가 김정은 암살지령을 내리면서 일어나는 야단스런 코미디다. 거칠고 상스럽고 음탕하고 어리석지만 우스운데 특히 김정은으로 나오는 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의 김정은 흉내가 볼만하다.
소니에 대한 해킹의 주원인이 ‘인터뷰’로 밝혀짐에 따라 영화제작에 파란 불을 켜준 패스칼의 판단력이 새삼 검증되고 있다. 현재 살아 있는 한 국가의 수반을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원수처럼 여기는 북한의 신성불가침적인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을 암살하는 영화를 일본 회사인 소니와 그것의 미국 자회사인 컬럼비아가 만들었으니 그들이 지금 겪는 고통은 자업자득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런데 일본 소니 본사와 패스칼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 이미 이같은 문제를 놓고 논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과 김정은을 가공국가의 가공인물로 바꾸는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 국토안보부도 컬럼비아에 대해 이 영화로 인해 미국과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바 있다.      
‘인터뷰’는 끝 부분 클라이맥스에서 헬기에 탄 김정은이 탱크포탄에 맞아 불길에 휩싸여 타 죽는데 이 장면은 원래 장면을 덜 끔찍하게 다시 손질한 것이다. 카주오 히라이 소니 회장이 일본과 북한 간의 긴장관계를 염려해 패스칼에게 가급적 영화에서 정치적 색채와 함께 김정은의 처참한 죽음도 묽게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패스칼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김정은의 얼굴과 머리털이 불길에 타 녹고 머리가 터지는 장면을 약하고 어둡게 손질했다”고 히라이 회장에게 답신을 보냈다. 히라이 회장은 현재 일본이 북한과 피랍 일본인 송환문제를 협상 중이라는 점과 긴장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지역적 근접성을 거론하면서 패스칼에게 영화 제작과 개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이 ‘인터뷰’ 개봉을 놓고 미국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것에 대해 최근 주한 미대사를 지낸 성 김 미 북한문제 특별대표는 얼마 전 베이징에서 “북한은 그 영화에 집착하기보다 인권과 경제문제에 신경을 쓰기를 바란다”고 성명까지 냈다.
영화 하나를 놓고 미국과 일본이 들썩거리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영화의 막강한 위력을 느끼게 된다. 한편 소니가 이번 해킹으로 당한 컴퓨터 체계 복구비가 수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전미 미디어들이 소니의 집안사정을 시시콜콜히 보도하자 견디다 못한 소니 측은 최근 LA타임스를 비롯한 언론매체에 ‘도둑맞아 새어 나간 회사의 정보를 파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언론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소니의 이번 불상사의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지고 목이 날아갈 사람은 패스칼과 그의 공동 사장인 마이클 린턴이라는 설이 지금 할리웃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한편 ‘평화의 수호자들’은 ‘인터뷰’가 개봉될 예정이었던 크리스마스에 소니에게 큰 선물을 보내겠다고 통보했었다. 과연 소니가 영화 개봉을 취소했는데도 그 선물이 배달 될 것인지 그렇다면 선물 보따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