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3월 26일 월요일

‘툼 레이더’서 라라 크로포트 역 알리시아 비칸더



비디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액션 모험영화 ‘툼 레이더’(Tomb Raider)에서 7년 전에 사라진 영국인 모험가 아버지(도미닉 웨스트)를 찾아 일본 근해의 전설적인 섬에 도착, 초현실적인 악령과 다투는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로 나온 스웨덴 태생의 알리시아 비칸더(29)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그런데 라라 크로프트의 모험은 지난 2001년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2003년에는 속편도 나왔다.
가무잡잡한 피부의 소녀티가 나는 비칸더는 액센트가 있는 말로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상냥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비칸더는 작년에 ‘대양 사이의 빛’(2016)에서 공연한 마이클 화스벤더 와 결혼했다.

-영화를 위해 신체를 강건하게 단련시킨 뒤 뛰고 달리고 헤엄치면서 온갖 액션을 과감하게 해냈는데 소감은.
“난 어려서 춤을 배워 그런 액션을 춤의 연장으로 여겼다. 역을 위해 몇 달간 역기를 드는 외에도 등반과 격투를 배웠다. 그리고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도 연습했는데 온 몸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근육만 12파운드 늘렸다. 그러나 힘을 지닌다는 것이 대견하고 즐거웠다.”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영화 첫 부분에서 링에 올라 격투를 하는 장면도 힘들었다. 너무 쑥스러워 제작진들에게 얼굴을 돌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오는 10월에 30세가 되는데 특별히 축하할 계획이라도 있는가.
“어렸을 때 30이 되면 다 자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젠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내가 스스로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살 더 먹는 것이 행복하다. 특별한 축하 계획은 없지만 파티하고 춤 출 것이다.”

-지금 20세 난 알리시아에게 인생의 충고를 해준다면 어떤 것이겠는가.
“그 나이 때는 장래 문제로 압박을 심하게 받을 때다. 난 20세의 내게 너무 자신에게 혹독하지 말고 남의 말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해주겠다. 그 나이에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너무 압박감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40세가 됐을 때 이루고픈 꿈은.
“난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행운아다. 난 내 삶에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어쩌면 그 땐 지금과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40이 됐을 때 나 자신도 놀랄 삶을 살고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더)가 절해고도의 절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만인이 다 잘 아는 라라 크로프트 역을 하면서 우려한 점이라도 있는가.
“라라는 22년 동안 만인에게 잘 알려진 인물인데다 앤젤리나 졸리가 이미 영화에서 주연을 해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그 역을 더 귀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또 한편 배우로서 영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라라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런 걱정과 염려가 오히려 추진력이 됐다. 그리고 옛것과 달리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부녀간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는데 당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가.
“내 아버지는 영화와 달리 항상 내 곁에 계시는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나도 라라처럼 아버지를 무척 사랑하는데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 대해 매우 행복하게 느끼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라라 크로프트와 같은 액션 모험 얘기를 좋아했는가.
“그렇다. 어머니는 내게 유럽의 예술영화들을 소개해 주었지만 난 그것보다 ‘인디애나 존스’와 ‘머미’ 같은 영화들을 더 좋아했다. 어려서 부터 책도 이집트신화 겉은 것을 통독했다. 라라 크로프트도 그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가.
“그렇다. 10대 때 시작해 지난 15년간 그 게임을 즐겨왔다. 그런데 그 것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어서 요즘은 그 것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이 역을 위해서 게임을 연습했다.”

-얼음처럼 찬 물 속에서 촬영을 하느라고 온 몸이 새파랗게 됐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런데 촬영이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촬영 팀이 내게 와 한 번 더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난 처음에 농담하는 줄 알았다. 몸의 온도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너무 힘이 들어 거의 잠에 빠질 지경이었다.”

-라라 크로프트는 모험가인 아버지의 기질을 본받고 있는데 당신은 부모의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
“배우인 내 어머니가 날 영화의 세계로 안내했다. 지금도 그 점에 대해 감사한다. 난 아직도 어머니가 나온 영화들을 본다. 그러니까 연기가 우리의 같은 기질이라고 보겠다. 아버지는 모험과 공상과학 팬인데 그 점에서 우린 닮았다고 본다. 아버지는 정신과 의사로 사람들과 인간성 그리고 그들의 성격에 대해 관심이 많다. 배우로서의 내 일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아버지와 종종 사람과 인간 행동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결혼해서 뭔가 달라진 점이라도 있는가.
“난 사랑을 믿지 결혼을 믿는 것이 아니다. 난 언제나 로맨틱이었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찾고 희망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길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배우로서의 초기에 퇴짜를 많이 받았는가.
“그것은 배우들의 일상사다. 그로 인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젊은 배우 지망생들이 내게 자문을 구하면 난 늘 퇴짜 맞을 각오를 하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오디션에 응한 뒤 하루 종일 전화 옆에서 결과를 기다렸으나 ‘노’라는 말조차 해주지 않더라. 그러나 그런 퇴짜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포기할 생각이라도 했었는가.
“사람들이 내게 ‘앞으로 뭘 하겠느냐’ ‘학교에 갈 생각이냐’고 물으면 난 그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꽃가게와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다. 계속해 퇴짜를 받았더라면 학교에 가서 영화제작을 공부해 지금 제작자가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최근 들어 여성들이 만들고 주연한 영화들이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는데 그런 경향이 계속되리라고 보는가.
“그렇다. 할리웃의 풍토가 변하고 있다. ‘헝거 게임’을 비롯해 ‘원더 우먼’과 같은 영화들의 성공은 모든 여자배우들에게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난 아주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각본가들과 통화를 했을 때도 그들은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런 영화들이 이제 막 꽃들을 피우고 있다. 흥분되는 일이다. 소수계와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때가 왔다고 본다.”

-후배 여배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너 한 사람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니 남에게 밀리지 말고 할 말은 당당히 하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난 어촌에서 태어나 생선을 좋아한다.”

-음악을 사랑하며 그것이 연기하는데 어떤 영향이라도 미치는가.
“음악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진 못 했으나 음악을 사랑한다. 그러나 난 7년간 바이얼린을 연주했다. 자라면서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아마 내가 발레를 연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면 음악이 직접적으로 나의 감정에 접근해오곤 한다. 그래서 난 이어폰을 세트에 갖고 음악을 듣는다. 그 것은 촬영 중간의 나만의 휴식의 구실도 한다. 주로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다. 전자음악, 테크노음악, 클래식 및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개들의 섬(Isle of Dogs)


소년 아타리가 동료 개들과 함깨 사진 속의 애견 스파츠를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잃어버린 개 찾아라”견공들이 펼치는 기발한 모험


독특하고 변덕스럽고 창조적인 작품을 잘 만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만화영화로 그가 2009년에 만든 스톱-모션 만화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연상케 만드는 기발한 작품이다. 세트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화면구도와 눈부신 시각효과가 다 훌륭한 작품으로 액션과 모험과 유머와 함께 정치적 사회적 의미마저 갖춘 고품질의 영화다.
앤더슨의 개와 일본과 일본영화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데 그는 타이코 북소리와 스시와 벤토 그리고 스모경기와 사당을 비롯해 고양이와 도시로 미후네 등 일본의 모든 것을 흠모하고 찬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인물들은 일본어로 말하고 일본 개들은 할리웃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음성으로 말을 한다.
주제는 영웅적인 주인공 소년이 오합지졸 견공 동료들과 같이 잃어버린 친구와 진실과 정의를 찾아가면서 겪는 얘기인데 플롯이 다소 복잡하다. 영화는 챕터 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 어떻게 해서 10세기 전 일본 열도를 헤매던 들개들이 길들어져 인간의 애완용이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20년 후의 일본 메가사키 시. 연임을 노리는 독재적인 시장 고바야시(미후네를 똑 닮았다)는 고양이를 사랑해 본토의 개들을 다 멸종시킬 음모를 품는다. 그는 인체에 전염되면 치명적이라면서 개 독감을 핑계로 개들을 ‘쓰레기 섬’에 집단 수용시킨다. 그리고 손수 모범을 보인다고 자기 집을 지키던 개 스파츠(리에브 슈라이버 음성)도 갖다 버린다. 얘기는 본토와 쓰레기 섬을 오락가락 하면서 서술된다.
버려진 개들 중에 다섯 마리의 개가 큰 활약을 하는데 이들은 지도자 격인 렉스(에드워드 노턴)와 야구팀 마스코트였던 보스(빌 머리)와 개밥광고 모델이었던 킹(밥 발라밴)과 가십 즐기는 듀크(제프 골드블럼). 여기에 떠돌이 치프(브라이언 크랜스턴)가 합류한다. 그리고 치프는 과거 개 쇼의 주인공이었던 암캐 너트멕(스칼렛 조핸슨)을 보고 단숨에 넋을 잃는다. 
이어 섬에 자기가 사랑하던 스파츠를 찾으러 고바야시의 12세난 조카 아타리가 경비행기를 몰고 와 불시착한다. 그리고 아타리와 렉스 일행은 섬의 한 쪽 끝에서 개 잡아 먹는 개들과 함께 사는 것으로 알려진 스파츠를 찾아 나선다.  
한편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온 트레이시(그레타 거윅)에 의해 고바야시의 음모가 폭로되자 고바야시가 섬의 개들을 멸종시키기 위해 공격용 로봇 개들과 드론을 투입하면서 액션이 일어난다. 요코 오노가 고바야시의 정적의 여비서 음성연기를 하고 이 밖에도 프랜시스 맥도먼드, F. 머리 에이브래햄, 틸다 스윈턴 등이 음성연기를 한다. 영화에서 또 하나 훌륭한 것은 타이코 북소리를 중심으로 한 추진력 있는 타악기 음악으로 얘기를 힘차게 밀고 나간다. 음악은 올해 ‘물의 모양’으로 오스카상을 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했다. PG-13. Fox Searchligh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마지막 초상화(Final Portrait)


지아코메티(오른쪽)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미술작가 로드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다.

초상화 그리면서 겪는 일상들... 제프리 러쉬의 내면연기에 경탄


길게 늘인 인물 조각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조각가이자 미술가인 알베르토 지아코메티와 그가 생애 말년에 초상화 모델로 삼은 미국의 젊은 미술작가 제임스 로드와의 관계를 다룬 인물성격 묘사 소품 실화로 배우인 스탠리 투치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지아코메티의 좁은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돼 2인 연극을 보는 것 같은데 볼만한 것은 지아코메티 역의 제프리 러쉬의 변화무쌍한 연기다. 지아코메티와 얼굴도 많이 닮은 그가 상 거지꼴을 해가지고 줄담배를 태우면서 “xuck”을 후렴처럼 내뱉으면서 변덕스런 연기를 하는 모습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샤인’에서의 연기가 생각난다. 
반면 유감인 것은 로드 역의 아미 해머의 인물 묘사와 연기다. 지아코메티의 성격 묘사와 예측불허의 행동이 다채롭게 묘사된 반면 말끔한 차림의 로드는 내면 묘사가 깊이가 부족한데다가 해머의 연기도 목석과 같다. 영화에서 능동적인 역이 지아코메티이고 로드는 모델로 수동적인 역이긴 하지만 해머가 보여주는 로드의 모습은 영양실조에 걸린 듯하다.
1964년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아코메티를 방문한 뉴요커 로드에게 지아코메티가 자기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로드가 이에 응하는데 2-3일이면 끝이 난다는 초상화는 3주나 걸려서야 완성된다. 이 동안에 일어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렸는데 지아코메티의 불연속적인 작품 활동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지아코메티는 자기 회의론자이면서도 피카소나 샤갈을 우습게 생각한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스튜디오 2층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미술가인 지아코메티의 동생 디에고(토니 샬룹).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두 사람이 지아코메티의 아내로 과거 남편의 뮤즈였던 아넷(실비 테스튀드)과 지아코메타의 현 뮤즈이자 애인으로 창녀인 캐롤라인(클레망스 포지).
지아코메티는 두 여자를 공유하고 있는데 아넷은 이런 남편의 모욕적인 태도와 철부지 아이 같은 행동에 지치고 좌절감에 빠져 있으면서도 남편을 곁에서 끝까지 지키면서 사랑한다. 테스튀드가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한다. 이와 반대로 젊고 활기찬 캐롤라인 역의 포지도 협소감이 있는 작품 분위기에 햇살 구실을 한다. 연기와 함께 또 다른 훌륭한 것이 조각과 그림 그리고 페인트와 진흙과 석고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스튜디오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