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메리 스코틀랜드 여왕(Mary Queen of Scots)


영국 왕가의 혈통을 지닌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는 라이벌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처형된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여왕간 권력쟁탈 궁정 암투극


16세기 사촌지간인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의 명에 의해 목이 달아난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와 엘리자베스간의 권력쟁탈을 위한 경쟁의식과 갈등을 그린 궁정 음모극인데 과거 여러 번 영화화된 흥미진진한 내용을 재미있게 처리했다기 보다 마치 학위논문 쓰듯이 엄격하게 다뤄 보기가 편하지가 않다. 
대사가 많은 영화로 주인공들의 인물과 성격묘사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며 두 사촌 여왕간의 라이벌 의식에서 발생해야 될 극적 긴장감이나 충격도 강렬하지 못하다(하나는 런던에 살고 다른 하나는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거리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화면도 상당히 어둡다. 그러나 두 여왕 역의 시어사 로난과 마고 로비의 출중한 연기와 권력쟁탈이 낳은 비극적 역사라는 점에서 볼만은 하다. 
감독은 영국의 무대예술 감독인 여류 조지 로크인데 여성이어서 그런지 작품에 여성파워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두 여왕을 둘러싼 측근들로 남자들도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 자기 권력을 유지하거나 보다 강력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여왕을 비난하고 음모를 꾸미는 자들로 나온다.
영화는 10대인 프랑스 왕비 메리(로난)가 남편이 죽자 프랑스로부터 스코틀랜드로 귀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메리는 어릴 때 프랑스에 보내져 가톨릭 신도가 되어 귀국 후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되었고 그의 사촌인 엘리자베스(로비)는 신교도 신자로 영국을 통치하고 있다. 
메리는 엘리자베스와 서로 각기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통치하며 두 국가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의 극보수적인 가톨릭신자들인 측근들은 메리의 이런 낙천적인 생각에 반대, 여왕에 대한 음모들을 꾸민다. 메리를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권력을 쥐려는 의도가 다분한 남자들이 남편감으로 등장하는데 메리의 두 번째 남편은 핸섬하나 경박한 단리 경(잭 로우든). 
한편 엘리자베스는 메리의 궁정 안에 자기 측근 더들리 경(조 알윈)을 심어 놓고 메리를 감시한다. 그러면서도 엘리자베스는 자기와 혈연으로 맺어진 메리에게 강한 감정을 느끼는데 이런 감정은 결국 절대 통치권 장악을 위해 희생된다. 
두 여왕이 서로 라이벌 의식으로 대결하는 것과 함께 이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권력을 쟁취하려고 배신하고 음모를 꾸미는 궁정 내 남자 측근들과의 갈등이 중요한 플롯을 구성한다. 그리고 영화 내내 따로 놀던 엘리자베스와 메리는 극적 클라이맥스를 위해 후반에 들어 만나나 이는 허구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왕이 될 혈통을 지닌 메리를 처형한다. 
메리는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5세의 딸이고 엘리자베스는 헨리 8세와 그가 처형한 아내 앤 볼린의 딸. 메리는 참수를 당했지만 그 후 영국과 스코틀랜드는 메리의 아들 제임스 6세가 통치한다. 평생 독신이었던(처녀 여왕이라고 불린다) 엘리자베스는 29세 때 천연두를 앓아 얼굴에 난 상처를 감추려고 독성이 있는 표백제를 발라 피부가 몹시 상했고 머리도 빠졌다. 영화에서도 그의 이런 얼굴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로난과 로비의 연기다. 로난은 독립심이 강하고 자유혼을 지닌 여왕의 연기를 불꽃 튀듯이 보여주고 짙은 화장을 한 로비도 여왕의 위풍당당하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적인 모습을 다양하게 연기한다. 음악과 세트 그리고 의상도 좋다. R등급. Focus.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돌아온 벤(Ben Is Back)


할리(왼쪽)는 약물 중독자인 아들 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약물중독 10대 아들 둔 가정의 해프닝… 줄리아 로버츠의 필사적 모성애 돋보여


10대의 약물중독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파고든 드라마로 약물중독과 함께 중독자를 둘러싼 가족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다룬 가족 드라마다. 
특히 헤로인 중독자인 아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보호하고 구원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어머니의 강한 모성애가 중요한 플롯을 이룬다. 
이 영화는 전반부에서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와 약물중독 문제를 집착하듯이 파고들다가 후반에 가서 느닷없이 범죄 스릴러 형식으로 톤을 바꾸는데 이런 급격한 형식의 변경이 작품의 일관성을 해치고 있다. 
어느 가족에게나 닥칠 수 있는 매우 현실적 내용으로 볼 만한데 특히 어머니로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와 아들로 나오는 루카스 헤지스(요즘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는데 그는 이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도 쓴 피터 헤지스의 아들이다)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전날 하루의 얘기다. 약물중독자 치료소에 있던 19세난 벤(헤지스)이 크리스마스 전날 치료소를 빠져 나와 작은 교외 마을의 집에 온다. 그는 아직 완치된 상태가 아니다. 
세 아이들과 외출했다 돌아온 벤의 어머니 할리(로버츠)는 아들을 보면서 크게 반가워 하지만 한편으로는 느닷없이 돌아온 벤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에 빠진다. 그리고 벤의 귀가로 인해 벤의 바로 아래 여동생 아이비(캐스린 뉴턴)와 할리의 두 번째 남편 닐(코트니 B. 밴스)을 비롯해 가족 간에 작은 소동이 인다.
이에 벤을 무조건적인 모성애로 사랑하는 할리는 벤을 절대로 자기기 보는 앞에서 떠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치료소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그런데 온 기족이 교회에 갔다 오면서 집에 도둑이 들어 난장판이 된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벤의 생명을 구해준 애견이 실종된다.
여기서부터 벤과 할리는 밤새 동네를 헤집고 다니면서 개를 찾는데 벤이 헤로인을 팔기도 했던 딜러여서 동네에는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할리는 아들의 알고 싶지 않은 과거 행적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벤과 할리가 헤어지면서 할리는 이번에는 필사적으로 아들을 찾는다.
약물중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해 배우들이 숨 쉴 공간이 부족한 것이 흠이나 로버츠의 맹렬한 연기와 헤지스의 차분한 연기가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불태우지 못한 ‘버닝’


이번에는 분명히 수상후보에 오를 줄 알았는데 또 탈락됐다. 6일 발표된 제76회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 발표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이 제외됐다. 이 영화는 올 칸영화제서 국제영화비평가상을 탔고 미국의 비평가들로부터도 격찬을 받아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무난히 오르리라 생각했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골든 글로브상은 내가 속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것으로 ‘버닝’에 대한 우리 회원들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좋아 수상후보에서 제외된 것이 거의 이상할 정도다. 한국 사람인 나는 당연히 ‘버닝’을 후보로 올렸다.
한국영화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질 못했다. 이제 ‘버닝’에 대해 기대할 것은 2019년 1월에 발표될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 한국영화 문전박대의 징크스를 깨느냐 하는 것. ‘버닝’의 탈락과 함께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폴랜드의 ‘콜드 워’(Cold War)가 탈락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버닝’의 탈락에 대한 실망을 다소 위로해주는 것은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TV 드라마부문(HFPA는 TV부문에 대해서도 시상한다)에서 ‘킬링 이브’(Killing Eve)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이 부문 다른 후보로는 줄리아 로버츠와 엘리자베스 모스 및 케리 러셀 등 강력한 라이벌들이 있지만 샌드라의 연기는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아 수상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샌드라는 이 역으로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이와 함께 샌드라는 오는 1월 6일 베벌리힐즈의 베벌리힐튼에서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사회를 코미디언 애담 샘버그(사진)와 공동으로 맡아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샌드라와 애담은 지난 에미상 시상식 때 코미디부문 감독상 공동 시상자로 좋은 콤비를 이룬바 있다.
한편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들은 ‘로마’(Roma^멕시코), ‘카퍼니엄’(Capernaum^레바논), ‘걸‘(Girl^벨기에), ’네버 룩 어웨이‘(Never Look Away^독일) 및 ’어느 가족’(Shoplifters^일본) 등이다.
골든 글로브상은 작품과 남녀주연상 부문에 한해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수상후보로 오른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개봉될 ‘바이스’(Vice^뮤지컬/코미디). 전 부통령 딕 체이니의 생애를 풍자 식으로 다룬 것으로 작품상 외에도 감독(애담 맥케이), 남우주연(크리스천 베일), 여우조연(에이미 애담스), 각본 및 며칠 전 장례식을 치른 조지 H.W. 부시로 나온 샘 로크웰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총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다음으로 ‘페이보릿’(The Favourite)과 ‘그린 북’(Green Book) 및 ‘스타 탄생‘’(A Star Is Born) 등이 각기 작품상 등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블랙 팬서’(Black Panther). 수퍼히로들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블랙 팬서’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와 함께 두 부문 10편의 작품상 후보 중 4편의 감독이 비 백인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쿠글러와 함께 스파이크 리(블랙클랜스맨)와 배리 젠킨스(이프 빌 스트릿 쿠드 토크) 등은 흑인이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를 연출한 존 추는 아시안이다. 그런데 올해는 여성감독의 활동이 활발했는데도 여성감독이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해 구설수 에 오르게 됐다.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뉴욕영화비평가서클에 의해 올 해 최우수작품으로 뽑힌 흑백 드라마 ‘로마’가 감독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고도 정작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 영화의 대사가 스페인어이기 때문. HFPA는 외국어영화에는 작품상 후보자격을 주지 않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만 제한하고 있다.
HFPA는 외부로부터 자주 스타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데 이번 수상후보들도 스타들로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니콜 키드만, 샬리즈 테론, 줄리아 로버츠, 엠마 스톤, 레이철 바이스, 에밀리 블런트, 크리스천 베일, 로버트 레드포드, 에이미 애담스, 캔디스 버겐, 사샤 배론 코엔, 짐 캐리, 마이클 더글러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넬로피 크루즈, 휴 그랜트 그리고 글렌 클로스.
로버트 레드포드가 ‘노인과 총’(The Old Man & the Gun)으로 주연상후보(뮤지컬/코미디)로 오른 것은 어쩌면 이 영화가 그의 배우로서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어 그의 오랜 연기생활을 기리는 뜻이 크다. 
해마다 수상후보 발표에는 이변이 있기 마련.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이변은 노래와 춤으로 요란하게 채색된 뮤지컬 ‘돌아온 메리 파핀스’(Mary Poppins Returns)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 등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으나 막상 주제가상 부문에서는 제외 된 것. 그리고 ‘마마 미아’의 속편 ‘마마 미아:히어 위 고 어겐’도 완전히 물을 먹었다.
1월 6일 하오 5시부터 NBC-TV가 생중계하는 이번 시상식에서는 HFPA가 새로 만든 트로피가 주어지고 영화부문에서 생애업적상(세실 B. 드밀상)을 주듯이 TV부문에서도 생애업적상이 시상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