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카드(제이슨 스테이담·왼쪽)와 담(빈 디즐)이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격투를 벌이고 있다. |
스턴트·특수효과 뒤범벅된‘액션의 광란’
정신 나간 막가파식의 ‘광란의 질주’로 액션 스펙태클이 초고속에 아찔하게 박력이 있긴 하지만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식으로 과장이 심해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시리즈를 자꾸 만들기 위해선 새 것이 전편의 액션을 훨씬 능가해야 하기 때문에 편수가 늘면 늘수록 그 횡포가 더욱 자심해지게 마련이긴 하나 모든 물리의 법칙을 깨면서 이치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도록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건 액션영화라기보다 초현실적 공상과학 영화라고 해야 옳겠다.
이 시리즈를 중간쯤 찍던 중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폴 워커가 아이로니컬하게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화제가 됐었는데 그의 모습은 워커의 시용하지 않은 다른 영화의 필름과 두 동생을 대신 찍은 다음 거기에 얼굴을 디지털로 덮어 마치 살아 있는 워커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플롯이란 순전히 액션을 사용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고 대사도 아주 유치하다. 스턴트와 특수효과와 막강한 액션과 길길이 날뛰는 에너지는 가상하나 마치 약물에 취한 도깨비들의 장장 137분짜리 살풀이를 구경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온다. 제8편이 나오겠다.
전편에서 담(빈 디즐)의 패거리에 의해 얻어터져 런던 병원에 빈사상태로 누워 있는 동생 오웬을 황천으로 보낸 덱카드(제이슨 스테이담)는 담 일당에게 복수의 선전포고를 한다. 담 일당 중 한 명이던 한국계 한(성 강)은 전편 끝에서 죽는다. 만만한 게 아시안이다.
이에 담과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로 돌아가 가정생활을 하던 브라이언(폴 워커) 그리고 아직도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담의 애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스) 등 담의 일당은 덱카드를 맞을 준비를 한다. 이 때 이들 앞에 정체불명의 정부기관 소속 ‘무명씨’(커트 러셀)가 나타나 코카서스에 있는 테러리스트 모세(자이몬 훈수)가 납치한 예쁜 처녀 컴퓨터 해커 램지(나탈리 에마누엘)를 구출해 오면 덱카드를 처치해 주마고 제의한다.
램지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셀폰과 감시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신의 눈’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나쁜 놈의 손에 들어가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 뻔한 일.
그래서 담 일행은 아제르바이잔으로 갔다가 이어 아부다비로 간다. 여기서 ‘신의 눈’ 칩이 든 아부다비의 거부가 소유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빨간 스포츠카를 담이 마천루 꼭대기로부터 몰고 건물의 유리창을 뚫고 날아가 옆의 건물의 유리창을 뚫고 착륙했다가 다시 한 번 옆의 건물로 비상한다. 믿든지 말든지라는 식이다.
영화는 이들이 LA로 돌아와 또 한 번 뛰고 달리고 치고 박고하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나서야 끝이 난다. 여하튼 영화 내내 자동차가 하늘에서 땅에 떨어지고 사람이 죽도록 치고받으면서 싸우지만 어디 하나 누구 하나 상처가 안 난다. 수퍼카요 수퍼맨이다.
전편에서 담 일행과 일종의 친구가 된 수사관 루크(드웨인 잔슨)도 덱카드에게 찍힌 원수여서 당연히 담 일행과 행동을 같이 해야겠지만 그는 영화 일찍 영웅적인 행동을 하다가 영화 내내 병상에 누워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 “아빠는 할 일이 있다”고 어린 딸에게 통보하면서 팔의 캐스트를 으스러뜨린 뒤 싸우러 나간다. 마지막에 워커를 추모하는 장면을 삽입했는데 전체적으로 액션에 멜로드라마를 섞어 넣으려고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제임스 완 감독. PG-13.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