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쌍칼 쓰고(사진) 총까지 쏘는 코리언 건맨 빌리 락스로 나오는 웨스턴 ‘매그니피슨트 세븐’(The Magnificent Seven-★★★½^5개 만점)은 액션과 폭력이 난무하는 오락물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60년 웨스턴의 명장 존 스터지스가 감독하고 율 브린너,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및 로트 번 등이 나온 동명영화(한국제목 ‘황야의 7인’)의 리메이크다. 그리고 ‘황야의 7인’ 역시 아키라 구로사와가 감독하고 도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웨스턴으로 만든 것이다.
안트완 후콰가 감독하고 과거 그와 함께 2편의 영화를 만든 덴젤 워싱턴이 주연하는 ‘매그니피슨트 세븐’과 1960년 작이 서로 크게 다른 점은 옛 영화의 건맨들은 다 백인이었으나 이번에는 흑인, 동양인, 멕시칸 및 아메리칸 인디언 등 온갖 국적과 피부색깔을 지녔다는 점.
‘무지개 연합 건맨’들의 웨스턴인데 어쩌다가 한국인 건맨이 미 서부에까지 도착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병헌이 조연으로 나와 악인들을 종횡무진으로 처치하는 모습을 보자니 동포로서 마음 뿌듯하다. 이병헌은 과거 ‘G.I. 조’등 몇 편의 할리웃영화에 조연이나 단역으로 나왔으나 이번 역은 그 것들과 달리 상당히 비중이 크다.
이병헌이 맡은 역은 옛 영화에서 제임스 코번이 했던 과묵한 칼잡이 브릿 역으로 이병헌의 칼 대 그에게 시비를 거는 카우보이의 총 대결은 옛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 리메이크는 철저한 액션팬 용으로 깊이와 독창성 및 신선함은 부족하다. 솜씨 있게 만든 보고 즐길만한 영화이나 옛 영화의 멋과 스타일과 스타들의 카리스마를 따를 수는 없다.
1879년 미 서부의 금광마을 로즈 크릭. 이 금광을 독식하려고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자본가 바톨로뮤 보그(피터 사스가드의 역이 1차원적이다)가 졸개들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땅을 헐값에 팔라고 위협한다. 옛 영화의 무대는 미 접경지대 멕시코 깡촌이었고 마을 주민을 위협하는 것은 산적 두목(금이빨 한 일라이 월랙)이었다.
주민들이 마을을 구하려고 고용한 건맨이 검은 옷을 입은 샘 치솜(워싱턴-이 역은 옛 영화의 율 브린너 역). 이어 치솜은 사회의 부적응자들인 건맨들을 모은다. 폭탄전문가인 도박사로 쾌활한 조쉬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남부군 출신의 저격수로 ‘죽음의 사자’로 불리는 굿나잇 로비쇼(이산 호크), 로비쇼의 단짝인 동양인 칼잡이 빌리 락스, 산악인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직업 무법자 멕시칸 바스케스(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및 활 잘 쏘는 아메리칸 인디언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마이어) 등이 나머지 6명.
다양한 건맨들을 소개하면서 이들 개개인의 면모나 성격묘사가 부족한데 액션과 폭력을 절제하고 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클라이맥스는 개틀린 연발기관총을 동원한 보그일당 대 7인의 대결로 액션은 요란하나 과장된 만화 같다. 영화 끝에 엘머 번스틴이 작곡한 옛 영화의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서 원전에 대해 치하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약간 찜찜한 것은 로비쇼가 락스를 자기 하인이었다고 농담조로 소개하는 장면. 이에 락스가 로비쇼를 고깝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데 미 서부시대 동양인들이란 하인이나 쿡 또는 세탁부나 철도건설 노동자들이긴 했지만 한국인이 듣기엔 거부감이 인다.
이 영화는 최근 폐막된 토론토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 그래서 토론토에서 영화 출연진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다음은 내 질문에 답한 그들의 이병헌에 대한 평가이다.
*덴젤 워싱턴
난 한국영화 ‘달콤한 인생’을 좋아했는데 거기에 이병헌이 나온지 몰랐다. 그가 해외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훌륭하고 진지하고 조용하^ 또 철저하고 정확한 배우다. 그야말로 스타다.
*이산 호크
이병헌이 나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최고의 현대판 웨스턴 중 하나로 내가 아주 좋아한다. 뛰어나고 얄궂은 영화로 그 영화에 나온 이병헌과 함께 일하고 또 관계를 맺은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크리스 프랫
사람들은 이병헌이 얼마나 유명한 스타인줄을 모른다. 그는 한국의 엘비스다. 그는 정말로 훌륭하고 멋지고 또 친절하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역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진짜 프로다. 이 영화가 이병헌을 몰랐던 사람들이 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는 그와 함께 다시 일하고 싶다.
프랫은 인터뷰 후 나와 사진을 찍을 때도 다시 한 번 “나 정말 그와 같이 다시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브라보 이병헌!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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