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4월 13일 월요일

‘롱게스트 라이드’ 스캇 이스트우드




“황소 탔다 2초만에 내동댕이… 얼굴 밟힐뻔”

"관계맺기의 어려움 다룬 영화로 모두가 봐주길 기대
아버지는 나의 영웅… 늘 열심히 하라, 겸손하라 조언"


10일 개봉되는 젊은 로데오 불 라이더와 미술을 전공하는 여대생과의 사랑을 그린‘롱게스트 라이드’(The Longest Ride)의 주인공 스캇 이스트우드(29)와의 인터뷰가 3월29일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턱과 볼에 잔 수염을 한 스캇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로 키만 아버지보다 작았지 아버지를 쏙 빼다 닮았다. 손 제스처와 미소와 겸연쩍어할 때 얼굴에 홍조를 띠는 것까지 닮았는데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기자들이 여러 차례 아버지와 관련해 질문을 하자 지겹다는 표정을 감추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스캇은 직업적으로 그런 질문에 겸손하고 유연하게 대했는데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면서 비교적 짧게 대답했다. 이 영화는 그의 빅 스크린 데뷔 작품. 스캇은 씩씩하고 쾌활한 사람으로 언젠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빅 스타가 되리라고 장담해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는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베스트 소설들로 역시 영화로 만들어진‘노트북’‘병 속의 편지’ 및‘디어 존’ 등을 쓴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현대판 웨스턴인데 당신과 웨스턴의 관계는 어떤지.
“나는 북가주에 있는 아버지의 큰 목장에서 자랐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분위기에 익숙하다. 그래서 말 타기를 일찍부터 배웠다. 그러나 황소는 타보지 못했다. 이번에 타보니 아주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황소를 탄 뒤 배운 것은 무엇인가.         
“난 이번에 불 라이더들을 정말로 존경하게 됐다. 그들은 아주 강인한 사람들이나 막상 그들의 전성기에도 황소를 타고 오래 견디는 사람들은 전체의 절반 정도다.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현대미술을 보고 말똥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나의 현대미술에 관한 식견은 영화와 같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그것에 대해 좀 배우려고 한다.”

-이 영화를 웨스턴이라고 보는가.
“아니다. 러브스토리라고 본다.”

-아버지의 웨스턴 중 좋아하는 것은.
“‘언포기븐’으로 그 영화 이후 훌륭한 웨스턴이 나오질 않았다고 본다.”

-당신의 아버지는 웨스턴으로 유명한데 그 같은 평가를 어떻게 보는가.
“아버지는 35세 때 ‘황야의 무법자’에 나왔고 65세 때 ‘언포기븐’에 나왔다. 그 같은 진행이야 말로 남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범적인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의 웨스턴을 생각했는가.
“아니다. 아버지의 웨스턴은 이 영화와 달리 다 옛날을 재현한 것이다. 난 아버지가 한 것을 결코 모방할 생각이 없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기는 그 밖에 해낼 사람이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자란 경험은 어땠는가.
“아버지는 구식 사람이어서 내가 혼자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대학도 내 힘으로 갔다. 난 바텐더도 했고 공사장에서도 일했고 또 파킹장 밸릿도 했다. 아버지는 내게 아무 것도 결코 공짜로 준 것이 없다. 아버지도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왜 LA를 떠나 살았는가.
루크와 소피아가 승마의 랑데뷔를 하고 있다.
“모두 날 ‘응, 저 아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이야’라며 날 본격적인 배우로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로맨틱한가.
“그런 때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 배우가 됐는가.
“난 늘 영화를 정열적으로 사랑했다. 반드시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나 영화를 늘 사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내 가장 친한 두 친구가 해군 특공대에 들어간다고 해 나도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두 군데서 오디션이 있어 거기에 나온 뒤로 영화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당신의 몸은 섹스심벌 감인데 언제부터 신체단련을 했는가.
“아버지가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면서 내가 15세 때부터 신체단련을 하도록 시켰다. 건강하고 활동적일수록 부정적인 생각을 우리 안으로부터 씻어낼 수가 있다. 난 섹스심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그것이 되려고 신체단련을 한 것도 아니다.”

-왜 과거엔 잠잠히 있다가 이 영화로 처음 홍보활동을 시작하는가.
“이 영화에 대해 진실로 자랑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배우활동을 했지만 나설 필요를 못 느꼈었다. 이 영화는 좋은 영화여서 사람들이 다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보활동이 편안한가.
“물론이다. 연기나 마찬가지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연기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것을 언제 알았는가.
“TNT 채널에서 방영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밤을 보면서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여자문제에 대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 주었는가.
“강인한 남자가 진짜 남자라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있어 진짜 남자는 상냥하고 또 여자에게 문을 열어줄 줄 아는 품위가 있는 남자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당신의 데이트에 관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주는가.
“독신인 아버지한테서 그런 조언 원치도 않는다.”                            

-어디 대학을 나왔는가.
“샌타바바라와 샌타모니카 시티칼리지를 나와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를 졸업했다.”

-아버지가 명성에 관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 주었는가.
“우린 둘이 마주 앉아 그런 얘기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너 자신을 지키면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겸손 하라는 것이었다. 결코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이 무엇인가.
“골프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나도 파일럿이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에 나오게 됐는가. 
“할리웃은 이상한 곳이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이 그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운도 따라야겠다. 난 다만 이 영화가 성공해 내가 다른 훌륭한 영화에도 나오게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굳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니콜라스 스팍스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이 얘기는 보다 사실적이고 관계를 맺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솔직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전설로 나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가.
“신소리 안 하는 즉흥적이요 즐거운 여자다.”

-성을 바꿀 생각이라도 해 봤는가.
“아니다. 난 그저 머리를 숙인 채 지난 12년간 오디션에 나가고 영화에 안 나올 땐 남들처럼 일을 하면서 살았다. 내가 아버지의 성을 가진 내가 마음대로 어쩔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오디션 경험에 대해서 말해 달라.
“내 이름만 듣고 날 아예 보려고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땐 면접실에 밀고 들어가야 할 때도 있었다.”

-당신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연어와 브라컬리다. 고기와 감자를 좋아한다면 아버지가 노발대발할 것이다.”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는가.
“아버지처럼 각본과 감독에 따라서다.”

-황소 탔다가 다치기라도 했는가.
“탔다가 2초반 만에 내동댕이쳐졌다. 소가 내 얼굴을 밟아 뭉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나가 떨어졌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여자를 놀라게 해줄 선물로 무엇을 고르겠는가.
“꽃이다. 여자들은 늘 꽃을 좋아하니까.”

-당신에게 주어진 영화에 대해 아버지와 논의하는가.
“물론이다. 아버지는 조언을 해 준다. 때문에 영화에 출연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에게 좋은 역을 고르라고 말해준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나도 아버지처럼 구식이어서 블루스를 좋아한다. 텍스팅 별로 안 한다. 전화를 옆으로 치워 놓고 밥을 먹으면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세상에 적응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니 텍스팅도 어느 정도는 한다. 그리고 난 야외활동을 즐긴다. 서핑과 잠수와 낚시를 즐기고 무술인 지우지추도 한다. 내 친구들도 다 그런 것을 좋아한다.”

-당신의 어머니에 대해 말해 보라.
“참으로 멋있는 여자다. 세상에서 가장 동정심이 많은 사람으로 전 생애를 남을 위해 기여하며 살고 있다. 명성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최고의 엄마로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난 목이 막힌다. 어머니는 내게 결코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엑스 마시나 (Ex Machina)


케일렙과 AI 여인 에이바 및 에이바의 창조자 네이산(왼쪽부터)은 두뇌싸움을 벌인다.

미모의 여성로봇과 두 남자의 두뇌싸움


냉정하고 지적이며 긴장감 감도는 스타일 멋있는 인공지능(AI)에 관한 공상과학 영화로 달랑 세 명의 인물(그 중 하나는 로봇)이 단 하나의 세트인 집에서 일종의 두뇌싸움을 벌이는 드라마로 음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공상과학 실내악곡이라고 하겠다.
영국의 각본가 알렉스 갈랜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연출 솜씨가 주도면밀하고 자신만만한데 글 솜씨가 고도로 사고적이며 영특하다. 서서히 보는 사람을 극중으로 유인하고 있는데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얘기가 누가 누구를 가지고 노는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워 노심초사케 만든다.
군더더기란 하나도 없는 이 영화는 일종의 프랑켄스타인의 얘기이기도 한데 인간이 신의 노릇을 하려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AI는 고도로 발달돼 호텔 종업원 노릇도 하고 의사의 수술도 돕는 세상이 됐는데 AI가 자기를 창조한 인간을 역습하는 것은 이미 ‘2001: 우주 오디세이’에서 ‘핼'(HAL)이 한 바 있다. 결코 꿈만 같은 일이 아니다.
구글 스타일의 컴퓨터회사의 너드형 프로그래머 케일렙(아일랜드 배우 돔날 글리슨)은 회사의 로토에 당첨돼 1주일간 산수경관이 아찔하게 아름다운 첩첩산중에 있는 회사 회장 네이산(오스카 아이작)의 별장에서의 휴가를 부상으로 받는다.
회장의 집은 지하에 있는데 유리창 없는 방과 복도를 비롯해 집안의 모든 것이 지극히 차갑도록 검소하고 초현대적이다. 네이산은 권투연습을 하다가 케일렙을 반갑게 맞는다. 다부진 체구의 네이산과 약골형인 케일렙이 대조적이다.
그런데 케일렙은 복권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네이산에 의해 선택된 것. 이유는 네이산이 만든 인공지능을 지닌 여자 로봇 에이바(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더가 곱다)가 감정적으로 또 지적으로 인간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를 시험하는데 케일렙을 보조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들 세 사람(?) 외에 이 집에 있는 사람(?)은 일본인 하녀 교코.
케일렙은 이에 따라 매일 같이 얼굴과 손과 발만 인체를 지녔고 나머지는 금속인 에이바를 인터뷰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지능을 지닌 에이바는 은근히 케일렙을 유혹하고 또 네이산을 절대로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케일렙은 아름다운 에이바를 사랑하게 된다. 둘의 인터뷰는 네이산에 의해 녹화된다.
케일렙은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몰라 당황하면서 네이산의 편에 서야 할지 아니면 에이바의 편에 서야 할지를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사랑하는 여인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영화 3막에 들어가면서 내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허무할 정도로 가공스럽게 맺음을 한다.
활화산 같은 아이작의 연기와 가녀린 버들가지 같은 비칸더의 모습과 조용하고 섬세한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글리슨은 역에 잘 어울리질 않는다. 촬영과 음악과 세트가 모두 훌륭한 영화로 ‘스테포드의 부인들’을 연상케 한다. R. A24.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롱게스트 라이드 (The Longest Ride)


루크(스캇 이스트우드)와 소피아(브릿 로번슨)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희생과 난관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성격과 배경이 판이하게 다른 두 젊은 남녀의 우여곡절이 많은 사랑과 관계의 로맨스 스토리로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의 소설 ‘노트북’과 ‘디어 존’ 및 ‘로단테의 밤’ 등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했는데 손수건 없이는 못 볼 영화들로 이 영화도 소위 ‘칙 플릭’(여성용)이다. 데이트 무비인데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덜 감상적이요 사카린 맛도 덜 난다.
‘사랑은 희생을 요구한다’라는 케케묵은 말이 중심 플롯으로 내용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현실이라기보다 동화라고 해야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과 찰리 채플린의 손녀 그리고 존 휴스턴의 손자 등 세 명의 할리웃 전설의 자손들이 나온다. 
노스캐롤라이나주(스팍스의 소설은 다 이 곳이 무대다)의 윈스턴-세일렘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미술전공 4년생 소피아(브릿 로벗슨)는 뉴욕의 유명 갤러리에 인턴 취업이 돼 새 생활 시작에 들떠 있다. 소피아는 동창이 조르는데 못 견뎌 불 라이딩 대회를 구경 갔다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될 늠름한 미남 청년 루크(스캇 이스트우드)를 만나게 된다.
1년 전 황소를 타다가 큰 부상을 입고 재기를 노리는 루크가 황소에서 떨어져 날아간 모자가 소피아의 무릎 위에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로 모든 것이 다른 두 남녀가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런데 구식인 루크는 죽어도 불 라이딩을 포기 못한다고 우기고 소피아는 뉴욕엘 가야 하니 과연 이 둘의 사랑은 얼마나 파고가 심한 파도를 타게 될 것인가.
둘이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 오는 날 밤 둘은 자동차 사고로 실신한 91세난 아이라(앨란 앨다)를 구해 준다. 그리고 불타는 차 안에서 아이라의 편지가 가득 든 박스를 꺼낸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라를 찾아간 소피아에게 아이라가 박스 안의 자기가 옛날에 아내 루스에게 쓴 편지들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영화는 아이라의 과거로 돌아간다.
편지들은 1940년 나치를 피해 비엔나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한 루스(우나 채플린)와 수줍음 많은 아이라(잭 휴스턴)의 사랑과 우여곡 절이 많은 관계를 들려주는데 이런 둘의 사랑의 관계가 소피아와 루크의 그것과 병행돼 묘사된다.
소피아가 뉴욕으로 떠날 날이 가까워 오면서 두 청춘 남녀는 다투고 울고불고 하는데 과연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승리할 것인지. 소피아와 루크의 사랑에 걸림돌을 놓으려고 얘기가 다소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 그것은 스팍스 영화의 상투적인 수단이다. 카메라가 부단히 스캇의 떡 벌어진 드러난 상반신과 얼굴을 포착하느라고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와 브릿과의 콤비가 잘 맞고 연기도 괜찮다. 조지 틸맨, 주니어 감독. PG-13. Fox. 전지역.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