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박사가 외계인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외계인 정체와 언어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언어학자
스필버그의 ‘제3 세계와의 조우’를 연상케 하는 엄숙하고 아름다운 외계인 지구 도착에 관한 공상과학 영화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얘기가 서술되고 내용이 무척 심각해 정신을 집중하고 봐야 한다. 쉬운 팝콘용 오락영화는 아니지만 마음을 비운 채 얘기에 함몰할 용의가 있다면 끝에 가서 정신적으로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외계인의 정체와 언어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언어학자를 통해 결국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문제를 묻고 있는 방대하고 심미적이자 숙연하고 철학적이며 또 거룩한 우화다. 캐나다 감독 드니 비앙뇌브(‘사카리오’)의 절제되고 대담 하면서도 정밀한 연출력이 뛰어난데 연기와 음향디자인과 음악 그리고 시각적 특수효과도 매우 훌륭하다.
지구에 12개의 검은 회색의 거대한 콘택렌즈 모양의 우주선이 각기 다른 장소에 도착한다. 공중에 떠 있는 우주선이 잘 다듬은 자갈처럼 매끈하다. 이에 미군이 외계인들의 언어를 파악하기 위해 언어학자 루이즈 뱅스 박사(에이미 애담스)를 초청한다. 영화는 처음에 루이즈가 겪은 심각한 개인적 고통을 보여주면서 마치 수수께끼 풀듯이 이어진다.
영리하고 사실적이며 주도면밀한 루이즈는 이 때부터 거대한 머리와 7개의 다리를 가진 주름투성이의 외계인들이 내뱉는 신음소리와도 같은 언어를 이해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루이즈를 돕는 사람이 이론물리학자 이안 다넬리(제레미 레너).
외계인들의 글은 마치 먹물을 뿌려 쓴 것 같은 글자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루이즈가 이들의 뜻을 알아내려고 애를 쓰는 동안 우주선이 도착한 나라들에서는 나름대로 이에 대처할 방안을 강구하느라 난리법석들을 떤다. 중국은 우주선들을 공격할 태세를 취하고 미국도 그럴 생각이다.
시간이 촉박한 중에 루이즈와 이안은 오렌지색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입구로 다가가 우주인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이안은 루이즈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이 인간과 외계인의 조우 장면이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고 신성하다. 영화는 마치 윤회설처럼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맴을 도는데 감독이 너무 지고한 아이디어를 지녀 얘기가 때로 하늘에 닿아 있는 것 같은 것이 흠이라면 흠.
야무지고 똘똘하게 생긴 애담스가 탄탄한 연기로 초현실적인 것같은 얘기를 땅에 매어 잡아놓고 있다. 애담스는 무슨 역을 맡아도 다 잘 해내는 믿음직한 배우다. 보고 영적 의문과 흥분을 함께 경험토록 권한다. PG-13. Paramount.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