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5월 12일 화요일

‘뜨거운 추격’ 소피아 베르가라




“친구들과 점심·샤핑 즐기는 난 보통 여자”


라티나가 주연 맡아 행운… 소수계도 열심히 하면 기회
외모관리 안할 순 없지만 나이에 너무 신경 쓰면 꼴불견


8일 개봉한 코미디 여자 버디 무비‘뜨거운 추격’(영화평 참조)에서 부패 형사들과 킬러들의 추격 속에 여형사(리스 위더스푼)의 경호를 받으며 도주하는 마약 밀매단 두목의 섹시하고 성격이 괄괄한 미망인으로 나오는 콜롬비아 태생의 소피아 베르가라(42)와의 인터뷰가 4월25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ABC-TV의 인기 코미디 시리즈‘모던 패밀리’로 일약 스타가 된 날씬하고 키가 큰 육체파인 베르가라는 히스패닉답게 정열적이었는데 짙은 화장을 한 큰 입으로 크고 요란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애교 만점으로 귀엽기까지 했는데 혀를 쑥 내밀어 가면서“흐흐흐흐”하고 웃으며 가끔 스패니시를 섞어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여자로 유머와 위트가 풍부해 인터뷰가 아주 즐거웠다.     

-할리웃에는 라틴계 배우가 주연을 하는 작품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난 내가 필요로 한 역을 모두 맡아 해봐 불평해선 안 되는 줄 안다. 그러나 라틴계 배우들을 위한 역이 모자란다는 것은 사실이다. 라티노 각본가들도 있긴 하나 그들이 쓴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결국 할리웃이어서 열매를 맺는다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리스 위더스푼과 같은 영화인이 더 많이 있다면 라티노들에겐 큰 복이 될 것이다.”   

-영화의 당신 옷장에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구두 등 없는 것이 없던데 실제로는 어떤가.
“구두가 많다. 가방도 많다. 돈 벌어 대부분 그런 것들 사는데 쓴다. 그러나 옷은 한 벌에 29달러짜리 진이나 12달러짜리 T셔츠를 입는다. 옷보다는 멋들어진 구두와 백이 더 좋다.”

-영화에서 달아나는 당신의 나이에 대해 TV 뉴스인들이 실제보다 많이 올려 얘기할 때마다 당신은 화를 냈는데 실제로도 나이에 예민한가.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여자건 간에 나이에 대해 신경 안 쓴다고 말하는 여자는 거짓말쟁이다. 영원히 젊고 싶지만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이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꼴불견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선 느긋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얼굴 마사지나 외모 가꾸기에 무관심하단 말인가.
“아니다. 우린 배우로서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별로 달갑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요즘엔 사방에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고 있어 얼굴 단장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당신의 애인(배우인 조 맹가넬로)은 할리웃에서 가장 뜨거운 총각으로 알려졌는데 처음에 당신은 그를 만나기 꺼려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그 때 난 막 다른 애인과의 관계를 끝냈을 때로 평화와 고요를 원했다. 따라서 나보다 4세 아래인 할리웃의 화끈한 배우와 교제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난 그보다 나이도 먹고 또 보통 남자를 만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가 딱 한 번만 데이트하자고 날 설득시켰다. 나도 딱 한 번만 즐기겠다고 생각하고 데이트에 응했는데 만나고 보니…”

-당신은 사람들을 웃기면서도 매우 복잡한 성격을 지닌 여자로 알려졌는데.
“모든 여자는 다 복잡한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떤 한 가지에 능하다고 해서 그 것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의 위대한 점은 우리는 어머니와 자매와 친구가 다 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단히 많은 일을 해낼 수가 있다.”

-무엇이 당신을 침울하게 하는가.
“배고픈 것이다. 배고픈 모두가 밉고 아프기까지 한다. 난 침울하지 않기 위해서 즐겁고 근면한 사람들과 지낸다. 그리고 가족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 날 가장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 때문에 침울해지지는 않다. 언제나 또 좋은 일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당신과 나는 이 나라에서 소위 소수계인데 실제로 인종차별을 당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나보다 더 소수계지. 플로리다에 가 봐라. 우리가 완전히 접수하고 있다. 인종차별에 대해 난 별로 불평할 일이 없다. 난 운이 좋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가 있었다. 진실로 고맙다. 물론 우린 이민자로서 우리 나라에 있지 않다는 것과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일종의 어떤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팔을 벌려 우리를 맞아 주었으니 우린 그것을 존경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소수계임에는 분명한 만큼 그 같은 사실을 아니 느낄 수는 없다. 우린 그런 현실에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노력만 한다면 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가 있다고 믿는다.”

-당신은 영화에서 성경을 다 읽어 그 끝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그 끝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
“내가 그런 말을 했는가.”
다니엘라(왼쪽)와 쿠퍼가 관광버스를 신나게 몰고 있다.

-아니 당신이 말한 대사도 모른단 말인가. 
“영화를 1년 전에 찍은 데다 영어대사를 외운 것이어서 기억 안 난다. 그러나 성경은 당신이 읽어야 할 책으로 그 끝은 다소 을씨년스럽다고 본다.”

-당신은 키가 큰 편인데 남자들은 키 큰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한다.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나.
“난 거꾸리와 장다리 그리고 갈비씨와 뚱보 등 여러 남자와 데이트를 해봤다. 키 같은 것은 문제도 안 된다.”

-당신은 치과공부를 했는데 당신과 당신 아들의 이가 다 양호한가.
“내 아들은 지금 23세로 단 하나의 충치도 없다. 그것이 나의 큰 업적 중 하나다.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아들이 10개월 되자 이가 나면서부터 아들을 치과에 데려 갔다. 그래서 아들은 늘 단 한 번도 충치가 없었다는 점을 자랑한다.” 

-다음 선거에서 이민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할 텐데 당신은 이민자를 위해 일할 용의가 있는가.
“물론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무엇이든지 할 용의가 있다.”

-유명세에 대해 얘기 해보라.
“유명해져서 나쁜 것보다는 좋은 일이 더 많다. 난 25년간 배우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최근에 유명해졌다고 해서 삶이 바뀐 점은 없다. 그러나 소위 명사가 된 뒤로 힘든 것은 모두들 손에 전화를 들고 있어서 아무 때나 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식당에서도 밥을 먹을 수가 없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변소에까지 따라 온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다. 또 요즘은 언론매체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아무 것이나 막 쓴다는 점도 참기 힘든 일이다. 잡지를 열어 보면 내가 하지도 않은 소리들이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지낸다.”

-아기를 더 가질 생각인가.
“모르겠다. 나이가 자꾸 먹어 가니 힘들겠지. 그러나 조가 나보다 젊고 아이도 없으니 가져 보려고 할지도 모른다. 아기가 생기면 생기는 거지. 우린 올해 결혼하기를 바란다.”

-드러매틱한 역을 할 생각은 없는가.
“기꺼이 하겠다. 난 연기를 할지 모르지만 감독이 내가 드러매틱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맡긴다면 기꺼이 하겠다.”             

-액센트를 없애려고 시도했는가.
“돈 많이 들여 시도했지만 별무효과였다. 고치기엔 나이가 너무 들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달라.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일을 하기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점심 먹으로 가기와 샤핑을 즐긴다. 난 특별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주 중요한 것은 아침 커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커피를 안 마시면 점심 때 머리가 아파지고 조금 있다가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당신과 콜롬비아와의 관계는 어떤가.
“매우 가깝다. 그리고 콜롬비아는 이제 훨씬 많이 안전해졌다. 최근엔 외국 영화사들이 여럿 진출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부도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LA에서 떠나는 직항로가 폐쇄된 뒤론 자주 가진 않는다. 그래서 결혼이나 장례식 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마이애미를 경유해 간다. 가족과 친구들은 1년에 한 번씩 마이애미에서 만난다.”        

-일 안 할 땐 어떻게 소일하는가.
“조와 나는 둘 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식성도 비슷하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연극도 보면서 남들과 같이 소일한다.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 

-취미는.
“최근 들어 자기 그릇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늙었나 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엘리에 관하여 (About Elly)


엘리(오른쪽)는 친구 세피데의 강청에 못이겨 해변으로 놀러온다.

실종 친구는 어디에… 거짓말의 참담한 끝은


2012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혼'(A Seperation)을 감독한 이란의 아스가 파라디가 쓰고 연출한 심리극이다.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대사위주의 영화로 연극 같은 분위기가 나는데 현대 이란 중상층의 위선과 거짓을 통해 이란사회의 병폐와 함께 계급과 남녀간의 차이를 그린 지적이요 세련된 영화다.
전반부가 너무 장황하고 또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나 후반부에 들어 긴장감 감도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변모하면서 보는 사람의 심리를 바짝 쥐어튼다. 복잡한 얘기를 솜씨 있게 이끌어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면서 무고한 삶이 파괴되는 결과가 참담하다. 
주말을 맞아 세피데(골쉬프테 파라하니)와 그의 남편 아미르(마니 하기기) 그리고 둘의 친구들인 두 쌍의 부부와 3명의 어린 아이들 및 독일서 갓 이혼한 아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세피데의 대학 친구로 유치원 선생인 엘리(타라네 알리두스티)가 카스피해 연안 마을로 놀러온다. 세피데는 오기 싫다는 엘리를 억지로 끌고 오다시피 했는데 그 이유는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엘리를 아마드에게 소개시켜 주기 위해서다.
이어 영화는 1시간가량 이들의 놀이와 대화와 잡동사니 같은 일상사를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골격을 구성해 가는데 그러기까지 너무 길다. 세피데를 비롯한 사람들은 아마드와 엘리를 가깝게 만들어주려고 선의적인 뚜쟁이 노릇들을 하는데 엘리는 이를 매우 거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엘리는 하루가 지나자 만류하는 세피데에게 테헤란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물결이 센 바다에서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감시하던 엘리가 행방불명이 된다. 엘리는 테헤란으로 돌아갔는가 아니면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아이를 구하려다가 익사했는가. 여기서부터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엘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피데는 엘리가 사실은 악혼자가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엘리는 이 남자와 파혼하려고 하나 남자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세피데조차 엘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그의 실종이 더욱 미스터리 기운을 조성한다. 
세피데의 선의적인 거짓말은 자꾸 새끼를 치면서 불어나고 이 거짓은 세피데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돼 온통 이들이 하는 말이 어느 게 진실이요 허위인지를 모르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서로들 악다구니를 쓰며 다툰다. 이 과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것이 엘리의 명예다. 엘리의 실종을 놓고 벌이는 주변 인물들의 드라마가 안토니오니의 ‘라벤투라’를 생각나게 만든다.
마침내 이들은 엘리의 약혼자(사베르 아바)에게 엘리의 실종을 통보한다. 약혼자가 이들을 찾아오면서 드라마는 비극적 색채를 띤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친구의 실종에 간을 태우는 세피데 역의 파라하니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런데 파라하니는 리들리 스캇의 ‘바디 오브 라이즈’에 나와 이란 당국으로부터 영화 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은 촬영이 현실감 강하다. 성인용. 14일까지 뉴아트(310-473-8530)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뜨거운 추격 (Hot Pursuit)


다니엘라(왼쪽)가 쿠퍼를 끌어안고 애인처럼 쓰다듬고 있다.

마약밀매단 두목의 아내 호송작전


‘워크 더 라인’에서 컨트리가수 자니 캐시의 아내이자 역시 가수인 준 카터로 나와 오스카 주연상을 타고 지난해에는 진지한 자아탐구의 영화 ‘와일드’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리스 위더스푼의 망신살이 뻗친 쓰레기 같은 영화로 눈 뜨고 보기에 민망하다.
닮은 데라곤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이 억지춘향 격으로 한 팀이 되어 티격태격하면서 나쁜 놈들을 피해 길 따라 내빼면서 겪는 온갖 해프닝과 모험을 통해 친구가 된다는 전형적인 버디 무비의 탈을 쓴 구태의연하고 식상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영화다.
위더스푼 뿐만 아니라 그의 상대역인 뜨거운 라티나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ABC-TV 시리즈‘모던 패밀리’)의 재주도 함께 낭비된 영화로 상투적이요 냄새 나는 성적 농담과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일관한 멍청한 영화다. 두 배우의 이력서에 오점을 남길 한심한 영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경찰의 고지식하고 교과서적인 여경찰 쿠퍼(위더스푼)는 증거물 보관실 담당자. 어느 날 쿠퍼를 서장이 호출, 마약 밀매단 두목의 섹시하고 요란한 콜롬비아 태생의 아내 다니엘라(베르가라)가 달라스 법정에서 마약 밀매단에 관한 정보를 까발리기 위해 가니 호송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래서 쿠퍼는 연방 경찰 남자 형사와 함께 다니엘라의 집에 가는데 여기서 다니엘라를 저지하려는 킬러들을 만나 요란한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쿠퍼와 다니엘라는 다니엘라의 캐딜락을 타고 달라스로 달리는데 이들 뒤를 킬러들과 부패한 형사 둘이 쫓으면서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시끄럽기 짝이 없는 다니엘라와 재잘대는 겁먹은 벅스 버니 같은 쿠퍼가 영화 내내 말싸움을 하고 끌어안고 붙들고 뒹굴면서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데 가관이다. 그런데 죽으면 죽었지 하이힐 구두들이 가득 찬 트렁크를 놓고는 꼼짝도 않겠다는 다니엘라는 알고 보니 그냥 만만한 마약 밀매단 두목의 아내가 아니다. 
감독은 ‘길트 트립’과 ‘청혼’ 및 ‘27벌의 드레스’ 등 65점 정도의 코미디 위주의 영화를 만드는 여류 앤 플레처로 이 영화도 그의 이력에 큰 플러스가 되지 못할 것이다. 할리웃의 스튜디오들이 양산해 내는 돈벌이 위주의 관객 수준을 얕보는 영화로 보고 있자니 짜증난다. 
PG-13.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프랭크 시내트라



2015년은 생전 ‘올 블루 아이즈’라 불린 프랭크 시내트라(12/15/1915~5/14/1998)의 출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목소리’요 ‘이사장’이라고도 불린 시내트라(사진)는 극적인 창법으로 팝송에 품위와 스타일을 부여한 가수로 팝송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또 우리가 그것을 듣고 감지하는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은 사람이다.
특히 그의 악구를 걸고넘어지는 듯한 창법은 그 어떤 가수도 따를 사람이 없는데 그가 아름다운 바리톤 음성으로 이런 창법을 구사해 부르는 ‘토치송’을 듣노라면 삭신이 다 노곤해진다.  시내트라의 노래는 까칠까칠한 재즈성 음색을 지녔는데 그가 이런 음색으로 넋두리나 하듯 다소 되는대로 부르는 노래들은 로맨틱하다 못해 섹시하기까지 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노래들인 ‘나이스 앤 이지’ ‘레이디 이즈 어 트램프’ ‘컴 플라이 위드 미’ ‘비위치트’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 ‘영 앳 하트’ ‘나잇 앤 데이’ ‘아일 네버 스마일 어겐’ 및 ‘오텀 인 뉴욕’ 등을 듣고 있으면 매캐한 연기가 자옥한 어두컴컴한 살룬의 체온이 느껴진다.
시내트라도 자신을 ‘살룬가수’라고 불렀는데 이는 그가 가수 초기시절 살룬에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내트라는 갱스터들과도 알게 됐고 후에 마피아와 한 패라는 말을 들었다.  
영화 ‘워터프론트’의 무대인 뉴저지주 항구도시 호보켄의 이탈리안 부모 밑에서 태어난 시내트라는 가수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어릴 때부터 야심이 대단했다. 살룬에서 노래 부르다가 1939년 뉴욕 빅밴드의 거물 해리 제임스밴드에 의해 발탁됐고 이어 타미 도시의 빅밴드로 옮겼다. 여기서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히면서 1941년께 솔로로 전향했다. 이로부터 시내트라는 스타 가수로서 최초의 전성기를 누렸는데 특히 10대 소녀들이 주축인 바비 삭서들이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대며 그를 따랐다.
1940년대 들어 할리웃에도 진출, 영화에 나오면서 시내트라는 가수와 배우 노릇을 모두 즐기며 첫 아내 낸시와 이혼, 할리웃의 최고의 글래머스타 에이바 가드너와 결혼했다. 가드너는 시내트라 인생의 가장 큰 사랑이었다. 그의 세 번째 아내도 배우인 미아 패로다. 시내트라가 첫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낸시와 프랭크 주니어도 가수로 낸시의 빅히트 송으로는 ‘디즈 부츠 아 메이드 포 워킨’이 있다.
그러나 시내트라가 나이 30대에 들면서 바비 삭서들도 떠나고 1940년대 말부터 그의 가수와 배우로서의 삶이 깊은 슬럼프에 빠진다. 이런 슬럼프에서 그를 구해준 것이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다. 일본의 진주만 습격 직전 후의 하와이 주둔 미육군 병영 내 군인들의 삶을 그린 영화에서 시내트라는 ‘케 세라 세라’ 스타일의 졸병으로 나와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이와 함께 1953년 그가 음반 전속사를 컬럼비아에서 캐피톨 레코드로 옮기면서 시내트라는 가수와 배우로서 재생한다. 팝송의 클래식이 된 그의 많은 히트곡들은 캐피톨과의 9년 전속기간에 부른 것들이다. 여기서 시내트라는 비로소 가수로서 성장하고 완성됐다.
시내트라는 1960년대 밀어닥친 락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는 프레슬리와 비틀즈의 노래를 “가짜요 더럽고 어리석은 음악”이라며 경멸했다.
시내트라는 1960년대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피터 로포드 및 조 E. 비숍 등과 함께 ‘랫 팩’이라 불리며 샌즈호텔을 중심으로 베가스를 주름잡았다. 이들이 나온 영화 ‘오션의 11인’을 보면 장난 심한 아이들 같은 이 무리들의 생활스타일을 잘 알 수 있다.
여자는 모두 그와 자기를 원했고 남자는 모두 그처럼 되기를 원했다는 시내트라는 인종차별을 증오했고 자선에도 인색치 않았으나 인간적으로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화를 잘 냈고 주먹질과 욕을 서슴지 않던 매우 오만한 사람으로 여자를 신발 흙털개처럼 취급했다.
나는 시내트라가 죽던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날 나는 LA 윌셔의 구 앰배서더 호텔 건너편에 있는 바 겸 식당 H.M.S 바운티(지금도 있다)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는데 나를 서브하던 나이 먹은 미국인 웨이트리스가 내게 “오늘 시내트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울었다”면서 슬퍼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푹 패인 양 볼과 허기진 눈동자에 작고 야윈 몸을 가진 시내트라의 러브송이 듣는 사람의 가슴에 간절히 어필해 오는 까닭은 ‘고독의 계관시인’이라 불린 그가 노래를 통해 발가벗은 감정의 속살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노래들은 솔직하고 가깝고 숨 쉬고 정열적이며 또 낭만적이며 센티멘탈하다. 그는 우리를 격하게 만드는 팝송의 감정적 힘을 잘 파악했던 가수였다.
시내트라의 출생 100주년을 맞아 워너 브라더스 홈 엔터테인먼트(WBHE)는 그의 영화 5편을 묶은 블루-레이 ‘프랭크 시내트라: 5편 컬렉션’(Frank Sinatra: 5 Film Collection)을 출시했다. ‘앵커즈 어웨이’ ‘온 더 타운’ ‘로빈과 7인의 건달들’ ‘오션의 11인’ ‘가이즈 앤 달즈’가 수록됐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