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앤 프랭크 |
TV 미니시리즈 제작 계획에
“학살된 가족에 대한 불경”
앤 프랭크 재단서 철회 요구
극영화 두 편은 정상 제작
영화‘앤 프랭크의 일기’에서 앤 역을 맡은 밀리 퍼킨스. |
2015년은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은 앤 프랭크의 사망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계기로 앤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되면서 앤의 유명한 일기를 바탕으로 한 앤의 삶을 다룰 3편의 영화와 TV 시리즈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2편은 극영화(라이브-액션 1편과 만화영화 1편)이고 나머지는 TV 미니 시리즈인데 제일 먼저 올 여름부터 제작에 들어갈 작품은 독일의 두 영화사 콘스탄틴 필름과 무비 그리고 공영TV 방송인 ZDF가 합작으로 만들 독일어 TV 미니 시리즈다.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이 최근에 발표되자 앤의 일기와 앤의 가족의 문헌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스위스의 앤 프랭크 펀드는 시리즈
계획을 당장에 철회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유는 시리즈 제작이 앤 프랭크 펀드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펀드의 참여 없이 제작되는 시리즈는 홀로코스트에서 대량 학살된 프랭크 가족에 대한 불경”이라면서 “제작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펀드는 이어 “앤의 유업이 갈수록 지나치게 상업화 하고 있으며 앤의 이름이 상표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ZDF 측은 “우리는 모든 것을 앤 프랭크의 문헌에 충실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시리즈를 앤 프랭크를 잘 모르는 젊은층에 어필하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앤 프랭크의 라이벌로 앤과 그의 가족이 나치를 피해 숨어 살던 암스테르담의 집을 맡아 돌보는 앤 프랭크 파운데이션과 독일의 유대인 중앙위원회는 이 시리즈를 지원하고 있어 시리즈를 놓고 앤 프랭크의 두 비영리단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앤 프랭크 펀드는 시리즈와는 달리 두 편의 극영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만화영화는 ‘바시르와 월츠’를 감독한 아리 폴만이 감독하고 독일어 라이브-액션영화는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독일영화 ‘소피 숄: 마지막 날들’의 각본을 쓴 프레드 브라이너스도르퍼가 각본을 쓰고 한스 슈타인비클러가 감독한다.
나치를 피해 암스테르담의 한 공장 다락방에 숨어 살다 종전 얼마 전 나치에게 체포돼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이송된 뒤 거기서 사망한 앤이 다락방에서의 삶을 쓴 ‘디어 키티’로 시작하는 일기는 1947년 앤의 아버지 오토에 의해 처음 출판된 이래 전 세계 70개 국어로 번역돼 3,000만여권이 팔렸다.
일기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이 연극과 일기를 바탕으로 조지 스티븐스 감독(‘셰인’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이 1959년에 만든 흑백영화가 ‘앤 프랭크의 일기’(The Diary of Anne Frank)다.
앤으로는 밀리 퍼킨스가 나왔고 앤과 같이 다락방에서 숨어 살면서 앤의 애인이 된 피터로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나탈리 우드의 애인으로 나온 리처드 베이머가 나왔다. 영화의 내부 장면은 스튜디오 세트에서 찍었으나 앤이 숨어 살던 집의 외부촬영은 암스테르담 현지에서 찍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앤의 가족과 함께 다락방에 숨어 살면서 나치에게 체포될까 봐 늘 공포에 떠는 반 단 부인 역을 맡은 쉘리 윈터스가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으며 이밖에도 촬영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앤의 얘기는 이밖에도 1980년에는 멜리사 길버트가 주연한 TV 영화로 만들어져 3개 부문에서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1년에는 ABC-TV의 미니 시리즈 ‘앤 프랭크: 모든 이야기’로 만들어져 에미상을 2개 받았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