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토스와 새들러 그리고 스톤(왼쪽부터)이 파리행 고속열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열차 속 테러범 맨손으로 잡은 세 청년의 영웅담
보통 사람들이 절대 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처했을 때 보여준 영웅적 행동에 관한 실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87)가 감독했다. 영화를 잘 만드는 이스트우드의 영화로선 타작인데 도무지 양념이 빠진 음식처럼 심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15년 달리는 암스테르담 발 파리 행 고속열차에서 테러를 자행하려던 테러리스트를 맨 손으로 때려잡은 3명의 미국 청년들의 얘기인데 실제로 2분 만에 끝난 액션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자니 소재가 부족해 친구들인 청년들의 유년과 소년시절 그리고 이들이 유럽여행을 하면서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춤추는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도대체 누가 그들의 성장기를 보고파 할지 궁금하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들로 배우를 안 쓰고 본인들이 실제로 연기한 것. 연기 경력이 전무한 세 청년들의 연기는 그만하면 무던하다.
영화에서 배우 대신 실제 인물을 쓴 또 다른 대표적 영화는 2차대전의 영웅 오디 머피가 주연한 ‘지옥의 전선’(1955)이 있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머피는 그 후로 배우가 돼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2015년 8월 21일 오후 3시17분 암스테르담 발 파리 행 고속열차에 탄 백 팩을 진 유럽 여행자들인 스펜서 스톤과 알렉 스칼라토스 그리고 앤소니 새들러는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자란 어릴 적부터의 친구들. 현재 이들은 모두 25세 동갑이다.
기차가 한창 달리고 있는데 AK 라이플과 권총으로 무장한 모로코 태생의 테러리스트 아유브 엘 카자니가 승객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하려는 순간 스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엘 카자니를 향해 달려가 그를 덮친다. 이어 둘 사이에 격투가 일어나는데 스펜서를 도와 엘 카자니를 제압한 것이 스칼라토스와 새들러. 여기에 다른 승객 몇 명이 합세한다.
여기서 스톤은 테러리스트가 휘두른 박스 커터에 의해 스톤은 목과 손에 자상을 입는다. 만약 이 때 세 청년이 엘 카자니를 막지 않았더라면 승객 500여명을 태운 열차 안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스톤은 공군 의료원이었고 스칼라토스는 육군 주 방위군으로 그들이 군에서 배운 무술과 총에 대한 지식 때문에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새들러는 칼스테이트 새크라멘토 대학생이었다. 이스트우드는 실제 인물들을 썼을 뿐 아니라(옷도 사건 당시 입었던 것을 입게 했다) 현지 촬영을 했고 또 열차도 당시 달린 열차와 같은 열차를 구해 촬영을 했다.
영화는 본격적인 액션이 있기 전에 세 친구들의 과거로 돌아간다. 둘 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톤과 스칼라토스는 이웃에 사는 어릴 적부터의 친구이고 새들러와는 중학생 때 만나 친구가 됐는데 셋 다 자주 교장실에 불려가는 말썽꾸러기들이었다. 이들의 학교생활과 방과 후의 전쟁놀이 등이 묘사되는데 지루하다.
셋은 커서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데 여름을 맞아 유럽여행을 가기로 한다. 먼저 베를린으로부터 시작해 로마와 베니스와 암스테르담에서의 이들의 관광유람을 보여주는데 전연 관심이 없다. 영화는 세 청년이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프랑솨 올랑드로부터 명예훈장을 받는 장면으로 끝난다. 긴장감이나 흥분 그리고 스릴이 전연 안 느껴지는 영웅담으로 세 청년은 앞으로 전문 배우가 되겠다고 한다. 글쎄요. PG-13. ★★½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