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킨스 부인이 카네기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재능 없지만 오페라 가수 꿈꾸는 젠킨스의 실화영화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 실화로 1940년대 음치에 가까운 맨해턴 사교계 여자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가 자신이 오페라 가수의 실력이 있다고 착각하고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뮤지컬 소극이다. 상냥하고 우습고 재미있고 기이한 내용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즐길 만한 영화이나 다소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심심하기까지 하다.
헬렌 미렌이 오스카 주연상을 탄 ‘여왕’을 만든 영국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작품으로 영국에서 찍었는데 영화가 양념이 덜 된 무공해 식품처럼 맵고 짜고 신 맛이 없어 자극성을 못 느끼겠다. 이 내용은 카트린 프로를 주연으로 지난 2015년 시간과 장소를 1920년대 파리로 옮겨 ‘마게리트’라는 이름의 프랑스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프랑스제가 영국제보다 감칠맛이 더 난다.
부잣집 상속녀로 오페라광인 젠킨스 부인(메릴 스트립)은 자신이 직접 ‘베르디클럽’이라는 음악 사교모임을 만들어 회원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데 문제는 박자와 음정이 맞지 않는데다가 노래 소리가 비명처럼 찢어지는 듯해 듣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라는 것. 제스처도 아주 어색하고 서투르다. 그러나 회원들은 박수를 친다. 일종의 희귀성에 대한 찬양이다.
모차르트, 베르디, 브람스 등의 노래를 마치 군인이 적을 공격하듯이 무찌르고 들어가는데 젠킨스를 철저히 보호하고 극진히 돌보는 사람이 그녀의 두 번째 남편으로 실패한 영국인 배우 세인트 클레어 베이필드(휴 그랜트). 그러나 둘은 동거를 하지 않는 형식상의 부부로 베이필드에겐 따로 애인 캐슬린(레베카 퍼거슨)이 있다.
천사의 깃털 날개와 함께 머리를 티아라로 장식하길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젠킨스는 소규모의 클럽회원들 앞에서만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의 원대한 꿈인 카네기홀 무대에 서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맹훈련에 들어가면서 피아노 반주자를 고른다. 많은 후보 중에 낙점된 사람이 본격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목적인 젊은 코스메 맥문(사이먼 헬버그).
맥문은 젠킨스의 노래를 듣고 아연실색하는데 보수가 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반주자 노릇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명성이 구겨질까봐 안절부절 못한다. 이래서 젠킨스와 베이필드와 맥문 등 셋의 젠킨스 카네기홀 무대진출 작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마침내 1944년 카네기홀 리사이틀이 결정됐다. 많은 표가 2차 대전에서 귀향한 군인들에게 제공됐지만 소프라노 릴리 폰스 등 프로 음악가들과 평론가들도 참석한다. 젠킨스의 비명소리에 많은 군인들은 야유를 보내나 일부는 격려의 박수를 친다. 그러나 이튿날 평론은 가혹하기 짝이 없고 그 때까지 자기 노래 실력을 제대로 몰랐던 젠킨스는 크게 낙망하고 좌절감에 빠진다. 젠킨스는 리사이틀 후 1달만에 사망했다.
그런데 젠킨스는 첫 남편으로부터 전염된 매독 때문에 평생을 고생했다. 이 병이 그녀의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념하는 순수한 사람의 꿈의 좌절을 그린 작품이기도 한데 스트립이야 무슨 역을 맡아도 잘 하고 오래간만에 보는 그랜트도 매력이 있다. 그러나 상감은 맥문의 연기. 그가 말 대신 얼굴로 표현하는 젠킨스의 노래에 대한 반응이 일품이다. 코미디치곤 농담이 신선치 못하다. PG-13. Paramount.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