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된다는 것 자신에게 진실하다는 뜻”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10종 경기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하며‘세계 최고의 육상선수’로 치하를 받았던 브루스 제너는 지난해 4월 ABC-TV의‘20/20’에 출연, 다이앤 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성으로 성전환한 케이틀린 제너라는 사실을 고백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그 후 케이트(66)는 케이블 TV E! 엔터테인먼트의‘나는 케이트’(I Am Cait)라는 프로를 제작하고 같은 성전환 여성들과 함께 출연, 성전환자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고치는데 노력하고 있다. 케이트와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긴 갈색머리에 흰 재킷 그리고 베이지색 스커트에 역시 베이지색 하이힐을 신은 케이트는 큰 귀고리에 빨간 립스틱을 비롯해 얼굴에 화장을 하고 손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여성 차림을 했지만 큰 키와 우람한 체격 그리고 굵고 큰 손이나 얼굴은 남성 같았는데 스커트 아래 드러난 맨살 다리는 매우 가늘었다. 케이트는 굵은 남자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면서 진지하고 솔직하게 질문에 대답했는데 매우 명랑하고 씩씩한 여자였다. 그의 솔직함과 함께 비로소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터뷰에는 케이트와 함께 다른 성전환 여성 3명이 동석했는데 다음은 케이트의 발언만 기록한 것이다.
-당신에게 여성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내게 있어 자신에게 진실하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지금 여성적인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그것들은 삶의 작은 것들이다. 성이란 모든 사람에게 있어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성과 함께 인간으로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배우고 있다. 난 평생을 이 여자를 내 안에 더불어 살아왔다. 이제야 말로 이 여자가 밖으로 나와 살 때이고 작은 브루스는 안으로 들어가 살 때이다. 나는 아주 많은 점에서 아직도 같은 사람이다.”
-여성으로 된 이후 세상의 편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
“내가 내 쇼를 만든 이유는 내 평생 함께 살아온 이 여자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난 이제 아이들도 다 크고(세 번 결혼에 10남매) 내 삶도 질서정연하며 그리고 내 정체에 대해 하나님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야 말로 내 삶을 솔직하게 살고 또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성전환자들과 동성애자들 그리고 양성애자들(LGBT)에 대한 심각한 문제는 너무나 많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자살하고 또 살해를 당한다. 이 문제는 운동경기를 비롯해 내가 지금까지 한 다른 일들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성전환 이후 참으로 많은 도전을 받았는데 그것에 대해 바른 대응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모든 성전환자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나와 함께 쇼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인데 난 사람들에게 그들이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도전임에는 분명하나 나는 앞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LGBT 사회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웠다.”
-브루스에 대해 그리운 점은 무엇인가.
“그는 아직도 내 안에 있다. 세상을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요 또 대인관계도 같다. 나는 아직도 그처럼 비행기를 조종하고 자동차 경주에도 나간다. 난 또 그처럼 모든 재미있는 일들도 즐길 줄 안다. 여자라고 그처럼 못하란 법 없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 이름과 성을 바꾸는 과정은 슬펐다. 그러나 이제 브루스는 갔다. 그가 참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 같은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이 훨씬 더 편안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정체성을 찾음으로써 세상에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의 성전환에 대한 미디어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미디어는 잔인할 수 있다. 나는 다이앤 소이어에게 고백하기 전까지 2년 이상을 낌새를 알아챈 태블로이드에 매주 시달려야 했다. 늘 대여섯 대의 파파라치 차들이 마켓을 비롯해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그래서 그들이 팔아먹지 못하도록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정말 끔찍했다. 나만이 아니라 내 자식들과 어머니와 온 가족에게까지 잔혹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미디어가 아니라 내 자신이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우리들은 정당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루스 제너(왼쪽)와 배니티 페어표지모델 케이틀린 제너. |
-사회는 아직도 여자를 2류 계급으로 취급하는 남성위주의 사회다. 여자가 된 이래 그런 취급을 받아 봤는가.
“내 얘기가 배니티 페어지에 나면서 나는 그 즉시 사람들로부터 케이틀린으로 취급됐다. 참으로 극적인 변화였다. 이제 난 더 이상 브루스로 세상에 나설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부정적인 면도 없는 것은 아니나 긍정적인 면이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저 행복할 뿐이다. 사람들은 왜 남성의 세력 있는 역을 바꾸려고 하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에 할 말은 그것은 내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여성적인 것이 갖고 있는 힘이다. 난 늘 강한 여자들과 함께 있어 왔는데 그들은 여성적인 게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모든 여성들은 이를 배워야 할 것이 다.”
-당신의 새 인생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난 이미 만족과 행복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다음은 우리 같은 다음 세대들을 보다 좋은 위치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 과정은 내 생애에서 채 다 이루지 못할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얘기는 더 이상 감춰진 것이 아니다. 그것만 해도 큰 시작이다. 이것은 인간적인 문제로 이것은 세계적인 문제다.”
-성전환에 대한 당신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모두 훌륭한 아이들이다. 내 아들은 내게 ‘아버지 난 늘 아버지의 아들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왔지만 지금보다 더 자랑스러운 때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린 딸들은 처음에 모두 대경실색을 했다. 그러나 내 얘기가 TV로 나가면서 레이디 가가와 엘튼 존 및 제니퍼 로페스 같은 유명 인사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빗발치듯 날아들자 딸들은 그 때야 비로소 내가 할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괜찮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 같다.”
-성전환 여성으로서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인식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통계에 의하면 성전환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8%에 지나지 않는다. 우린 이 수치를 높이고 싶은 것이다. 내 쇼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지적이요 멋있고 영리하며 우습고 근면하고 또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난 세상이 이들을 제대로 보게 하려고 쇼를 만든 것이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느낀 심정이 기억나는가.
“난 어려서부터 성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리고 난 학생 때 난독증자로 열등감에 빠졌었는데 스포츠에 능해 그것으로 열등감을 해소하고 나에 대한 가치관을 얻었었다. 올림픽 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 몬트리올에서 세계기록을 깨고 금메달을 탄 다음 날 나체로 금메달을 목에 건채 거울을 보면서 ‘자 이제 다음 할 일은 무엇이지’하고 생각했었다. 난 늘 일에 매달리면서 내 성적인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 성전환을 하려고 결심했으나 하지 못했다. 그 때부터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에 비로소 나이 65세에 그 문제에 심각하게 맞부딪치면서 내 정체를 찾기로 한 것이다.”
-데이트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난 이미 가족이 있고 또 아이들이 있어서 내 중요한 일은 아이들 돌보는 것이다. 그래서 데이트는 내게 별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데이트는 쉬운 일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요리 잘 하는가.
“어느 정도 하지만 잘 하진 못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