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눈과 얼음 황야에 추락한 조종사 오버가드는 혹독한 자연과 대결하면서 생존 투쟁을 벌인다. 뒤에 추락한 비행기가 보인다. |
북극 얼음벌판에 추락한 조종사
처절한 생존투쟁 담은 대서사시
혹독한 환경의 눈과 얼음 벌판에 버려진 남자의 처절한 생존 투쟁기이자 자연대 인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군살 없는 검소한 작품으로 침통하고 절망적이며 몸과 마음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올 이즈 로스트’와 제임스 프랭코가 주연한 ‘127시간’ 그리고 이드리스 엘바와 케이트 윈슬렛이 공연한 ‘당신과 나 사이의 산’ 등을 연상케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생존을 위한 인내와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북극 얼음벌판 황야에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인 구형 비행기 조종사 오버가드로 나온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의 원맨쇼로 상영시간 97분 내내 거의 대사 없이 진행된다. 그의 실존적 연기와 함께 아이슬랜드에서 찍은 광활하고 황량한 눈과 얼음벌판을 찍은 촬영 그리고 자연의 위압감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절묘하게 대변하는 음악이 아주 좋다.
결점이라면 이야기가 부족해 극적 흥미가 감소된 것과 함께 긴장감의 불연속성이라고 하겠는데 브라질 감독 조 펜나(그의 데뷔작이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불상사와 장애를 던져 놓지만 단편적이다.
처음에 적색의 방한 재킷을 입은 오버가드가 백색의 눈벌판에서 꽁꽁 얼어붙은 눈을 삽질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카메라가 공중 높이 오르면서 오버가드가 눈 위에 대형 SOS를 파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멀리에 추락해 파괴된 비행기가 보이고 오버가드가 싸놓은 돌들이 그의 부조종시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버가드는 생존기술에 능한 사람으로 얼음구덩이를 판 물고기를 낚아 연명하고 이어 고지에 올라 수동 조난신호 송신기를 돌려 구조를 요청하는데 매일 같이 이런 일과를 정확하게 반복한다. 마침내 구조 헬기가 도착하나 강풍을 동반한 폭설에 휘말려 추락한다. 남자 조종사는 사망하고 그의 여자 부조종사(마리아 텔마 스마라도티르)가 살아남지만 복부에 심항 부상을 입고 혼절한 상태다.
영화는 이 때부터 두 사람이 나오지만 여자 조종사가 거의 영화 내내 기절한 상태인데다가 둘이 언어도 달라 1인 주인공의 무성영화 식으로 진행된다. 무성의 단조로움을 오버가드의 걸음과 숨소리 그리고 바람과 폭설의 소리가 달래준다. 오버가드는 헬기에서 지도와 라이터 그리고 라면과 간이 취사용 개스난로를 챙긴 뒤 여자를 눈썰매에 싣고 자기 비행기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여자를 극진히 돌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혼자서도 살아남게 될지가 의문인 오버가드가 이 여자를 정성을 다 해 돌본다는 것이 다소 믿어지질 않는다.
이어 오버가드는 눈썰매에 여자를 싣고 자기가 앞에서 끌면서 지도를 이용해 마을을 찾아 떠난다. 도중에 거대한 백곰과 폭설과 얼음비를 만나고 얼음구덩이에 빠져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온갖 시련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를 악물고 썰매를 끌고 밀면서 목적지를 향해 간다. 절망적인 눈동자를 하고 피폐한 모습으로 생존하려고 기를 쓰는 미켈슨의 바짝 마른 연기가 다소 단조로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PG-13. Bleecker Stree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