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2월 15일 금요일

‘북극’(Arctic)


북극의 눈과 얼음 황야에 추락한 조종사 오버가드는 혹독한 자연과 대결하면서 생존 투쟁을 벌인다. 뒤에 추락한 비행기가 보인다.


북극 얼음벌판에 추락한 조종사
처절한 생존투쟁 담은 대서사시



혹독한 환경의 눈과 얼음 벌판에 버려진 남자의 처절한 생존 투쟁기이자 자연대 인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군살 없는 검소한 작품으로 침통하고 절망적이며 몸과 마음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올 이즈 로스트’와 제임스 프랭코가 주연한 ‘127시간’ 그리고 이드리스 엘바와 케이트 윈슬렛이 공연한 ‘당신과 나 사이의 산’ 등을 연상케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생존을 위한 인내와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북극 얼음벌판 황야에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인 구형 비행기 조종사 오버가드로 나온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의 원맨쇼로 상영시간 97분 내내 거의 대사 없이 진행된다. 그의 실존적 연기와 함께 아이슬랜드에서 찍은 광활하고 황량한 눈과 얼음벌판을 찍은 촬영 그리고 자연의 위압감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절묘하게 대변하는 음악이 아주 좋다.
결점이라면 이야기가 부족해 극적 흥미가 감소된 것과 함께 긴장감의 불연속성이라고 하겠는데 브라질 감독 조 펜나(그의 데뷔작이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불상사와 장애를 던져 놓지만 단편적이다. 
처음에 적색의 방한 재킷을 입은 오버가드가 백색의 눈벌판에서 꽁꽁 얼어붙은 눈을 삽질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카메라가 공중 높이 오르면서 오버가드가 눈 위에 대형 SOS를 파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멀리에 추락해 파괴된 비행기가 보이고 오버가드가 싸놓은 돌들이 그의 부조종시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버가드는 생존기술에 능한 사람으로 얼음구덩이를 판 물고기를 낚아 연명하고 이어 고지에 올라 수동 조난신호 송신기를 돌려 구조를 요청하는데 매일 같이 이런 일과를 정확하게 반복한다. 마침내 구조 헬기가 도착하나 강풍을 동반한 폭설에 휘말려 추락한다. 남자 조종사는 사망하고 그의 여자 부조종사(마리아 텔마 스마라도티르)가 살아남지만 복부에 심항 부상을 입고 혼절한 상태다. 
영화는 이 때부터 두 사람이 나오지만 여자 조종사가 거의 영화 내내 기절한 상태인데다가 둘이 언어도 달라 1인 주인공의 무성영화 식으로 진행된다. 무성의 단조로움을 오버가드의 걸음과 숨소리 그리고 바람과 폭설의 소리가 달래준다. 오버가드는 헬기에서 지도와 라이터 그리고 라면과 간이 취사용 개스난로를 챙긴 뒤 여자를 눈썰매에 싣고 자기 비행기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여자를 극진히 돌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혼자서도 살아남게 될지가 의문인 오버가드가 이 여자를 정성을 다 해 돌본다는 것이 다소 믿어지질 않는다. 
이어 오버가드는 눈썰매에 여자를 싣고 자기가 앞에서 끌면서 지도를 이용해 마을을 찾아 떠난다. 도중에 거대한 백곰과 폭설과 얼음비를 만나고 얼음구덩이에 빠져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온갖 시련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를 악물고 썰매를 끌고 밀면서 목적지를 향해 간다. 절망적인 눈동자를 하고 피폐한 모습으로 생존하려고 기를 쓰는 미켈슨의 바짝 마른 연기가 다소 단조로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PG-13. Bleecker Stree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달로부터 돌아오지 말아요’(Don‘t Come Back from the Moon)


둘 다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 믹키와 소니아가 자전거를 함께 타고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황폐한 시골마을, 가출한 아버지… 방황하는 아이들


은유가 많은 검소하고 군더더기 없는 기억에 관한 영상시로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의 황폐한 사막 변두리 마을 살턴 시를 무대로 한 아름답고 무드 짙은 드라마다. 한때 휴양지였으나 지금은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버려진 이 마을의 성인 남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찾거나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을 피해 가출한 뒤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아이들은 자기들의 아버지가 “달에 갔다”고 말한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이 달은 어쩌면 하나의 이상향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턴 시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황폐하면서도 아름다운 살턴 시는 인물들만큼이나 영화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남편과 아버지들은 하나 둘씩 가출해 돌아오지 않고 남은 여자들은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다가 서서히 재기하고 아이들은 분노와 불안에 휩싸여 방황하지만 이를 통해 성장한다. 영화는 주인공인 16세난 소년 믹키(제프리 왈버그)의 성장기이도 하다. 
영화는 전반부는 다소 이야기가 빈약하고 반복적이나 후반에 들면서 감정적으로 강렬한 파고를 일으킨다. 이 감정적 격랑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촬영과 짙은 물감의 감촉을 느끼게 하는 칼라가 한껏 북돋아주고 있다.
믹키는 아버지(제임스 프랭코가 잠깐 나온다)가 가출한 뒤로 미용사인 어머니 에바(라쉬다 존스)가 완전히 생기를 잃어버리면서 어린 동생 콜리아(재카리 아서)를 돌본다.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말 한마디 없이 가출했다. 남자들의 가출은 이 마을의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아버지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믹키와 다른 아이들은 버려진 트레일러에서 고철을 모아 중고품 생필품과 교환한다. 믹키와 가장 가까운 친구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분노를 야생 앵무새 훈련으로 승화시키는 사촌 닉(헤일 라이틀). 
믹키가 좋아하는 소녀 소니아(알리사 엘 스타이낵커) 역시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고 속으로 끙끙 앓는데 믹키는 이런 소니아에게 분노를 참지 말고 밖으로 분출하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소니아는 가출한 아버지를 용서할 마음이어서 믹키와 갈등을 빚게 된다. 
한편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시름을 줄담배를 태우면서 달래던 에바는 서서히 무기력 상태에서 재기해 집에서 다시 손님들의 머리 손질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인 과묵한 식품점 점원(헨리 하퍼)이 에바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둘 사이에 아름다운 감정의 다리가 놓여진다.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절망적인 상황을 넘어선 희망과 밝음의 빛이 느껴진다.
촬영감독 출신인 감독 브루스 티에리 청은 작중 인물들에 대해 지극한 연민의 감정을 표시하면서 죽은 마을과도 같은 세상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을 따스하고 정감이 넘치도록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강한 극적 추진력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촬영뿐 아니라 아이들을 비롯해 어른들의 연기도 모두 보기 좋다.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버닝’


1월 22일 발표된 제91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서 이창동감독의 ‘버닝’(Burning)이 탈락된 것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크게 실망한 사람은 LA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저스틴 챙이다. 저스틴과 나는 함께 LA영화비평가협회(LAFCA)의 회원으로 그는 중국인이고 나는 한국인이어서 남달리 친한 사이다.
저스틴을 지난 해 한 시사회에서 만났을 때 그에게 “‘버닝’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봤는데 너무 좋아 다시 보려고한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저스틴을 1월 13일 센추리시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LAFCA의 2018년도 베스트를 기리는 만찬에서 만났을 때 그는 내게 닥아 오더니 “‘버닝’을 세 번이나 봤다”면서 다시 극구 칭찬을 했다.
‘버닝’은 LAFCA에 의해 일본의 코레-에다 히로카주 감독의 ‘어느 가족’(Shoplifters)과 함께 최우수 외국어영화로 뽑혔다. 그리고 ‘버닝’에 나온 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 연은 최우수 조연남우로 뽑혔다. 그런데 지난 해 칸영화제 대상수상작인 ‘어느 가족’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버닝’은 탈락됐다.
이에 저스틴은 1월 23일자 LA타임스의 아카데미상 후보 선정 분석기사에서 ‘버닝’의 탈락은 심히 유감이라면서 “이창동감독의 걸작은 내가 2018년에 본 영화 중 최고의 것으로 아카데미 회원들의 이 영화에 대한 애정결핍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도 ‘버닝’이 9편의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포함됐을 때만해도 이 영화가 최종 후보 5편 중 하나로 오르리라고 확신했었다. 한국영화가 예비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닝’이 최종후보에 오를 것을 믿은 까닭은 이 영화가 LAFCA와 전미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서 최우수 외국어영화로 뽑힌 것 외에도 저명한 영화잡지 사이트 & 사운드와 필름 코멘트가 비평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베스트로 뽑혔기 때문이다.
‘버닝’은 일본의 하루키 무라카미의 단편소설이 원작. 막일을 하는 청년 작가 지망생 유아인과 그의 애인으로 상품선전원인 전종서 그리고 정체불명의 부자 청년 스티븐 연을 주인공으로 한 신분과 빈부의 차이 그리고 이룰 수 없는 꿈과 좌절감 및 3각 로맨스와 복수를 다룬 의문투성이의 로맨틱 드라마이자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관객들보다 비평가들이 더 좋아할 예술성 짙은 영화로 ‘버닝’에 대한 칭찬을 입에 달고 다니다 시피 하던 저스틴은 “아카데미회원들이 2시간 반 동안 느리고 마음을 어지럽히며 쉽게 극적으로나 주제의 뜻을 수용하기가 힘든 이 영화 대신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어느 가족’과 ‘카퍼나움’을 선정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카퍼나움’(Capernaum)은 독일의 ‘네버 룩 어웨이’(Never Look Away), 폴랜드의 ‘콜드 워’(Cold War) 및 멕시코의 ‘로마’(Roma)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레바논영화다.     
13일 LAFCA의 시상만찬이 시작되기 전 호텔 로비에서 이창동감독과 스티븐 연을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면서 축하의 뜻을 전했다(사진). 긴 머리에 목에 머플러를 걸친 모습이 타고난 예술인 스타일인 이감독에게 “아카데미상 예비후보에 올랐는데 최종 후보에도 오르겠지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런데 이감독은 뜻 밖에도 이에 대해 “자신이 없네요”라고 대답했다. 이감독은 “다른 예비후보 영화들은 배급사가 막강해 자기 작품들을 맹렬히 후원하고 있는 반면 내 영화의 배급사는 힘이 약한 것이 낙관을 할 수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감독은 처음에 일본의 NHK측에서 자기에게 작품의 연출을 제의했을 때만해도 본인에게 맞는 작품이 아닌 것 같아 제작에만 참여하기로 했다가 감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연출을 맡기로 하면서 작품이 미스터리가 많은 훌륭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
이감독과 함께 있던 스티븐과도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그가 손에 칵테일잔을 들고 있기에 “스카치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보드카를 주어 마시지만 난 술을 잘 못한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가느다란 콧수염에 깨끗한 용모를 한 스티븐은 매우 겸손했는데 좀 서투르긴 하지만 한국말을 꽤 잘했다.
그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한 뒤 한국에서 욱일기 문제로 겪은 경험에 대해 물었더니 “그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어 그에게 영화의 알쏭달쏭한 미스터리들에 관해 물었더니 스티븐은 “그런 미스터리에 대한 답은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라며 빙긋이 웃으며 한국어로 말했다.
스티븐의 역은 F. 스캇 핏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그에게 “당신은 이 영화로 코리언 개츠비가 되었다”고 농을 했더니 스티븐은 “난 절대로 코리언 개츠비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감독과 스티븐은 모두 만나 대화하기가 편하고 서민적이어서 잠시 만났지만 금방 가까워질 수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저스틴의 소개로 상패를 받기 위해 연단에 오른 이감독은 영어로 “스티븐 연과 일본작품과 함께 아시안영화가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미스터리가 많은 이상한 영화에게 영예의 상을 줘 고맙다”고 말했다. 스티븐은 수상소감에서 먼저 이감독에게 찬사를 보낸 뒤 “내가 상을 타다니 믿을 수 없는 기적이다. 유아인과 전종서에게 감사 한다”면서 “이 영화로 나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히로카주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존경하는 이감독과 함께 상을 받아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샌드라 오의 밤


6일 베벌리힐즈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6회 골든 글로브시상식은 샌드라 오(사진)의 밤이었다고 해도 되겠다. 샌드라는 이날 앤디 샘버그와 함께 시상식의 공동 사회자로 무대에 섰을 뿐 아니라 연기자로서도 TV부문에서 드라마 ‘킬링 이브’(Killing Eve)로 주연상을 탔다.
필자를 포함해 세계 50여 개 나라의 LA상주 기자로 외국에 송고하는 90명 정도로 구성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골든 글로브상은 영화 외에도 TV부문에 대해서도 시상한다.  샌드라는 이로써 아시안으로서는 처음으로 시상식 사회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1981년 TV시리즈 ‘쇼군’으로 일본 여배우 요코 시마다가 주연상을 탄 이후 최초로 같은 상을 받은 아시안 배우가 됐다. 샌드라는 이미 TV시리즈 ‘그레이즈 아나토미’로 조연상을 타 아시안 배우로서는 최초로 골든 글로브상을 두 번이나 타는 기록도 세웠다.
샌드라는 수상소감을 말할 때 식에 함께 참석한 부모님에게 허리를 굽혀 절하면서 한국말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해 부모님과 한국에 대한 사랑을 함께 표시했다. 샌드라의 사회와 수상은 식장에 앉아 있던 나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었다.     
이날 시상식은 다양성을 찬양하듯 많은 흑인과 아시안 영화인들이 눈에 띠었다. 샌드라도 개막사에서 이들을 가리키며 “나는 처음에 이 무대에 서기가 겁이 났지만 당신들을 보고 아울러 이 변화의 얼굴들을 목격하기 위해 사회를 수락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샌드라와 앤디의 개막사는 너무 무사안일 해 진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체 정치적인 발언을 회피하고 그냥 쇼나 즐기자는 식으로 톡톡 쏘는 맛이 없어 심심했다.         
이날 이변이라 할 정도로 크게 물을 먹은 영화는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가수로 주연도 한 ‘스타 탄생’이었다. 이 영화는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과 남^녀주연상을 탈 것으로 유력시 됐었으나 쿠퍼의 가수 애인으로 공연한 레이디 가가 작곡하고 노래한 주제가 ‘쉘로’ 하나만 상을 탔다.
이 부문 작품과 남자주연상은 영국의 록그룹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와 프레디로 나온 라미 말렉이 각기 탔다. 드라마 부문 여자주연상은 레이디 가가 대신 ‘아내’에서 평생 독선적인 작가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뒤 늦게 독립선언을 하는 아내로 나온 글렌 클로스가 받았다. 모두 예상을 뒤엎는 선정이었다. 골든 글로브상은 작품과 남녀주연상에 한해 드라마와 코미디/뮤지컬 두 부문으로 구분해 시상한다.
이 날 가장 감동적인 발언은 클로스(71)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는 “아내들은 남편과 자식들을 돌보는 사람들로만 여겨져 왔다”면서 “그러나 아내들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수 있어야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보헤미안 랩소디’ 외에 이 날 큰 승리 작들은 ‘그린 북’과 ‘로마’였다. 1962년 인종차별이 심하던 때 미 남부를 순회공연하는 흑인 피아니스트와 그의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운전사가 8주간의 여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으로 맺어지는 실화다. 작품상(코미디/뮤지컬)과 각본상 그리고 흑인 피아니스트 역의 마허샬라 알리가 남자조연상을 각기 탔다. 대중의 입맛에 맞춘 이 영화가 같은 부문의 수상 후보작으로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페이보릿’(The Favourite)을 제치고 수상한 것은 이변이라 하겠다.
멕시코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하고 흑백으로 촬영도 한 ‘로마’는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탔다. 이 영화는 쿠아론의 소년시절 멕시코시티의 중류층 거주지인 로마에서의 성장기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외국어영화는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없는 골든 글로브상의 규칙 때문이다. ‘로마’는 오는 22일에 있을 아카데미상 각 부문 후보발표에서 작품상과 동시에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코미디/뮤지컬 부문의 남자주연상은 ‘바이스’(Vice)에서 체중을 40여 파운드나 늘이고 아들 부시대통령 밑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딕 체이니 부통령으로 나온 크리스천 베일이 탔다. 이 부문 여자주연상은 ‘페이보릿’에서 18세기 초 영국을 통치하던 변덕스러운 동성애자 여왕 앤으로 나온 영국배우 올리비아 콜먼이 탔다. 여자조연상은 ‘이프 빌 스트릿 쿠드 톡’(If Beale Street Could Talk)에서 1970년대 초 할렘의 시련을 겪는 젊은 흑인 아내의 강인한 어머니로 나온 레지나 킹이 탔다.   
영화 부문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 상은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탔다. HFPA는 올해 새로  TV의 전설적 여류 코미디언 캐롤 버넷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캐롤 버넷 생애업적상을 마련했다. 첫 수상자는 당연히 캐롤 버넷이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