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 중절모를 쓴 터커(로버트 레드포드)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은행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쇄 은행강도 벌이는 7순 노인 역
로버트 레드포드‘마지막 작품’관심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아니라 노인이 총을 차고 은행을 계속해 터는 이 영화는 어쩌면 로버트 레드포드(81)의 배우로서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담담하고 차분한 드라마다.
마치 레드포드의 머리와 모습처럼 황금빛 기운이 감도는데 조락의 분위기와 체념의 쓸쓸함이 가득해 마음이 고적해진다. 허구를 많이 섞었지만 믿어지지 않는 실화다.
총은 있지만 총 소리는 안 들리는 아름다운 강도영화로 강도라는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강도를 하는 노인의 성격과 그가 뒤늦게 만난 여인과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레드포드의 연기 생활을 마감하는 ‘스완 송’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으나 막상 최근 토론토에서 만난 그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고 60년이 넘는 배우 생활을 한 내게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으로서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드포드의 말대로 그의 은퇴작품으로서 잘 어울리는 영화다.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게 서술되는 매력적인 영화로 레드포드의 여유와 카리스마를 갖춘 연기가 일품이다. 7순 나이의 포레스트 터커(레드포드)는 타고난 범죄자. 양심의 가책이라곤 전연 느끼지 않고 작은 동네 은행을 터는 것이 직업(?)이다. 혼자 범행을 저지르거나 때론 두 명의 동료(대니 글로버와 탐 웨이츠)와 함께 은행을 터는데 터커는 늘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강도를 한다.
옷 속에 총을 감추고 위협용으로 쓰지만 총 한 번 안 쏘고 일을 끝내는데 은행 매니저나 텔러에게 자기가 강도라는 것을 알릴 때에도 미소를 지으면서 공손하고 상냥하게 현찰을 요구한다. 그래서 텔러들은 경찰에 신고할 때에도 터커에게 반했다는 듯이 나쁜 말을 안 한다. 그런데 터커는 턴 돈을 다락에 숨겨 놓고 쓰지도 않는다. 강도질 중독자다.
터커를 수사하는 사람이 젊은 형사 존 헌트(케이시 애플렉). 그런데 그도 터커를 쫓으면서도 터커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끼고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갖는다. 헌트는 몇 차례 간발의 차이로 터커를 놓치는데 이 부분은 좀 억지다.
어느 날 강도 후 도주하던 터커가 길에서 차가 고장 난 주얼(시시 스페이섹이 빼어나게 잘한다)을 도와주다가 둘이 마음이 맞는다. 터커는 주얼에게 자기 직업을 알려주나 주얼은 이를 믿지 못한다. 두 사람은 짙은 로맨스로 맺어진다. 한 동안 직업을 쉬던 터커가 주얼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 한 뒤 집을 나선다.
실제로 터커는 76세 때인 1981년 텍사스와 미주리주의 작은 은행들을 털다가 체포됐다. 레드포드의 영화로 유유자적하면서 역을 즐기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은데 그와 스페이섹의 콤비도 완벽하다. 마음이 가는 미풍과도 같은 영화로 마치 악동의 미소와도 같은 레드포드의 미소를 맞는 기분이다. 데이빗 라우어리 감독. PG-13. Fox Searchligh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