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고잉 인 스타일’애니 역의 앤-마그렛




“오랫만에 스크린 컴백… 아킨과의 콤비 최고”


자신들의 노후 은퇴자금을 말아먹은 은행을 터는 3인조 노인 강도(마이클 케인, 모간 프리맨, 앨란 아킨)의 코미디 범죄영화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에서 알버트 역의 아킨의 애인 애니로 나온 앤-마그렛(75)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위트비호텔에서 있었다.
한창 시절 ‘섹스 키튼’이라 불렸던 스웨덴 태생의 앤-마그렛은 1960년대 배우와 가수와 댄서로 전성기를 누렸었다. 그는 영화 ‘비바 라스 베가스’(1964)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공연하면서 둘은 연인 사이가 됐었다. 앤-마그렛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 했었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깜찍한 모습의 앤-마그렛은 예의 바르면서도 특유의 유혹하는 듯한  눈웃음을 치면서 유머를 섞어 명랑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어투와 표정과 제스처가 마치 연기하듯 했는데 “하 하 하”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오래간만의 스크린 컴백을 즐기는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나이 먹은 배우들이 나오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소감이 어떤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 내가 나온 ‘그럼피 올드 맨’에서 잭 레몬과 월터 매사우와 일하던 따뜻한 분위기를 다시 누리는 것 같았다. 케인과 프리맨과 아킨 등과의 콤비야 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르익은 것이었다.”

-세 배우를 다 잘 알고 있었나.
“마이클과는 1960년대 그가 런던에서 경영하던 식당에서 만나 구면이다. 모간은 초면이나 사람이 쾌활하고 솔직해 우린 즉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 아킨과는 과거 영화에서 공연해 잘 알고 있는데 그는 정말로 괴짜다. 난 이들을 ‘저 아이들’이라 부르며 함께 즐겁게 보냈다. 

-당신은 남편(배우출신으로 앤-마그렛의 매니저가 된 로저 스미스)과 반세기 간 금슬 좋게 살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오는 5월8일로 결혼증서에 서명한지 50년째가 되지만 실제로는 53년간을 함께 살았다. 둘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비결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함께 웃고 서로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가끔 그의 목을 조르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당신의 전성기와 지금을 비교할 때 할리웃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어떻게 변했는가.
“내 첫 역은 ‘주머니에 가득한 기적’(1961)에서의 베테 데이비스의 딸이었다. 프랭크 캐프라가 감독했다. 그 때 카메라 뒤에서 일한 여자는 미용사와 몸 분장사 등 달랑 3명이었다. 그리고 감독과 제작자의 여비서들이 잠깐 세트에 들르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 땐 카메라 뒤에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일했다.”

-섹스 심볼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그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다. 난 그것에 대해 아무 아이디어도 없다.”

-당신은 영화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차지하는 맹렬여성인데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난 전투에선 질지 몰라도 전쟁에선 이기는 정신으로 추구한다.” 
애니(왼쪽)와 앨란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과거를 돌아 보건대 달리 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난 네 살 때부터 연예인이 되려고 했다. 난 작은 시골마을 태생으로 몇 안 되는 식구들과 살면서 컸는데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하는 가족을 위로하기를 좋아했다. 그 때부터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만족하는가.
“난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바랬다. 1966년과 1968년에는 베트남에 가서 위문공연을 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었다.”

-고향인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가 있는가.
“없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먼저 2차 대전 때 시카고의 친척들을 찾아 이민했고 이어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와 다섯 살이었던 내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때 우리 마을 주민 수는 달랑 162명이었는데 2년 전에 다시 찾아가니 모두 98명이 살고 있었다.”

-스웨덴에 자주 가는가.
“영화 홍보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방문했다. 2년 전에 간 것은 나에 관한 기록영화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난 내가 살던 집에 묵었는데 참 감개가 무량했다. 고향에는 내 어릴 적 친구들이 아직도 몇 명 남아 있다. 그들과의 재회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아직 멋있고 몸매도 보기 좋은데 운동이라도 하는가.
“최연소자는 38세 그리고 최연장자는 86세의 사람들로 그룹을 이뤄 매주 세 차례 운동을 하고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산책을 즐긴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다닌다. 이 것은 내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주례 행사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이나 다 먹는가.
“아니다. 그런데 난 과자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과자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제공했는데 그 때부터 과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당신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했는데 그 사실 알고 있는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를 흥얼거리면서) “이 노래는 나도 좋아한다. 내가 지난 1968년 한국에 공연차 갔을 때 남편과 함께 무대에서 ‘리틀 그린 애플즈’를 듀엣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원스 어 디프’에서 알랭 들롱과 공연했는데 그때 기억이 나는가.
“오! 알랭 들롱. 그는 참으로 멋진 신사였다. 함께 일 하기도 아주 즐거웠다. 촬영이 끝나는 날 그로부터 선물을 잔뜩 받아 크게 놀랐었다.”

-당신은 또 루이 주르당과도 ‘메이드 인 파리’라는 영화에서 공연했는데 그 때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또 다른 멋쟁이 신사다. 난 축복 받은 사람이다. 난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남자들과 일할 수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루이 주르당은 자기가 할 일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 따라 각본을 수정하는 것도 봤다. 그는 모든 것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가 하는 제안이란 다 옳은 것이었다. 그들과 함께 일한 것이야말로 크나 큰 축복이었다.”

-요즘 여성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남자들과의 수입 격차 등 개선해야 할 점들이 아직 많다고 본다.”

-집안을 어떻게 가꾸는가.
“다채로운 색깔의 스웨덴 장식품들로 가꾸어 놓고 있다. 집 안 도처를 양탄자로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어머니가 1940년에 만든 재킷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늘 옷을 티 한 점 없게 곱게 간직하셨다. 그리고 난 또 여러 가지 스웨덴 격언들을 방에 붙여 놓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결혼 했더라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엔 대답 못하겠다. 그것은 너무 개인적인 일이다.”

-엘비스는 어떤 사람이었나.
“참으로 훌륭한 남자였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타고난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신 남편과 몇 번째 데이트에서 그가 당신의 천생배필이라고 알았는가.
“세 번째다. 그러나 53년을 함께 살 줄은 몰랐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는 기다려도 돼’(Paris Can Wait)


앤(왼쪽)과 자크가 고급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음식·로맨스… 중년 남녀 함께 여행중 꿈 같은 일탈


포장에 비해 내용물의 성분은 모자라지만 경치 하나 절경이요 포도주를 겸한 군침이 절로 도는 가지각색 프랑스 음식 때문에 시각과 미각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약간 코미디기가 있는 드라마다. 
중년의 두 남녀가 이틀간 파리 중부를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고 고급호텔(한 침대에 드는 것은 아님)에 묵으면서 고급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영화로 완전히 현실 탈피의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내 엘리노(81)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엘리노가 제작하고 각본도 썼다. 엘리노는 남편이 만든 ‘지옥의 묵시록’의 현장을 따라다니며 만든 뛰어난 기록영화 ‘암흑의 심장: 영화 제작자의 여정’으로 잘 알려졌다. ‘파리는 기다려도 돼’는 엘리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나 내용의 대부분은 허구다. 
 2015년 칸영화제. 이 영화제에 참석한 미국인 거물 제작자 마이클 락우드(알렉 볼드윈)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앤(다이앤 레인)은 칸에서의 일을 마치고 함께 개인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갈 예정이나 앤이 최근 귀에 염증이 생겨 자기는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일에 묻혀 사는 남자로 해외여행이 많지만 그와 앤의 관계는 별 탈은 없다. 
앤의 기차여행을 만류하는 남자는 마이클의 프랑스인 사업 파트너 자크(아노 비아르). 낡아빠진 푸조 컨버터블을 모는 재잘대는 자크가 자기가 차로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 주겠고 제의, 앤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그림책 속 여정 같은 드라이브가 이어진다. 
원래 7시간짜리 여정이 이틀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자크가 “파리는 기다려도 된다”라면서 앤을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안내하기 때문. 그런데 자크라는 친구는 별 해는 없지만 전형적인 프랑스 남자로 자기 자랑과 자만에 빠진데다가 여자라면 무조건 한번 로맨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둥이다.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앤이 남편과의 무덤덤한 생활에서 잠시 일탈해 자크와 잠깐의 로맨스를 꽃 피울지도 모른다는 스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앤도 여자이니만큼 자크의 자기에 대한 찬미를 안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가다가 먼저 들른 곳이 경치가 아름답기 짝이 없는 프로방스. 둘은 고급호텔에 묵은 뒤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지방 특산물을 포함한 산해진미(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보기 좋다)를 즐기는데 자크가 냅다 음식 자랑을 하면서 포도주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런데 자크는 돈이 없어 앤이 지불한다. 
다음 장소가 리용. 둘은 영화의 발생장소인 여기서 뤼미에르 인스튜티트를 방문하고 또 직물박물관과 노천시장을 둘러본다. 물론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음식도 즐긴다. 자크는 이 여행 중 집요하게 앤에게 은근짜를 놓지만 앤은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잠깐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긴 했지만). 앤이 파리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니 마이클이 “당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라고 보채는 전화가 걸려온다. 
촬영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레인도 아름답다. 다만 레인이 늘 쾌적해 보이는 여자로 행동하는 것을 다소 지양하고 좀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딴 세상 얘기처럼 비현실적이긴 하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PG.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납치당한’(Snatched)


어머니 린다와 딸 에밀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미디언 슈머와 골디 혼이 모녀로
정글 누비는 난장판 넌센스 코미디


상스럽기 짝이 없는 넌센스 난장판 코미디로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와 왕년의 빅스타 왕눈이 코미디언 골디 혼이 서로 성격이 다른 모녀로 나와 티격태격하면서 아마존 정글을 누비고 달리는데 한 마디로 말해 가관이다.
슈머가 P자 상소리를 거침없이 내 뱉으면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대신하고 있는데 내용은 물론이요 액션과 모험도 아이들 장난 같다. 두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나이 먹은 처녀 에밀리(슈머)가 꿈에 그리던 에콰도르(하와이서 촬영)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막 인기가 오르고 있는 가수인 애인 마이클(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에밀리는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 표를 가지고 있어 그 동안 사이가 뜸하던 어머니 린다(혼)를 찾아가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의한다.
컴퓨터에 매달려 두문불출하는 다 큰 아들 제프리(아이크 배린홀츠)와 단 둘이 사는 린다는 처음에는 이 제의에 반대하다가 마지못해 수락한다. 둘은 에콰도르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는데 즉흥적인 에밀리와 꼼꼼하기 짝이 없는 린다가 함께 여행을 하니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에밀리는 호텔 바에 갔다가 잘 생긴 제임스(탐 베이트맨)를 만나 기분이 좋은데 제임스가 정글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선심을 쓴다. 에밀리와 린다가 제임스의 차를 타고 정글로 들어갔다가 납치전문 범법자 모가도(오스카 하에나다)에 의해 납치된다. 남미를 납치천국으로 묘사, 이 영화가 남미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을지 궁금하다. 
상거지 꼴을 한 에밀리와 린다는 납치범으로부터 탈출해 계속해 달아나는데 중간에 공중전화로 미 국무부에 구조요청을 하나 담당자 모간(바시르 살라후딘)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받는다. 그래서 둘은 이번에는 집에 있는 아들과 에콰도르 호텔에서 사귄 두 여자 루스(완다 사익스)와 전직 특공대 요원으로 말을 안 하는 바브(조운 큐색)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두 여자는 필요가 없는 역이다. 
둘은 쫓아오는 납치범들을 피해 정글을 달리다가 이번에는 미국인 정글 안내자 로저(크리스토퍼 멜로니)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는데 가다가 로저가 비명횡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이가 멀어졌던 모녀가 관계를 개선한다는 판에 박은 얘기. 슈머와 혼의 콤비는 그런대로 괜찮다. 조나산 리바인 감독. R. Fox. 전지역.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여자는 강하다


누가 여자를 약하다고 했는가. 올 여름 할리웃은 주먹과 총과 칼을 마구 휘두르는 겁 없고 사나운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여러 편 내놓는다. 이 막강한 여자들은 남자와 외계인은 물론이요 남자 수퍼 스타인 탐 크루즈와도 결전을 벌이며 여성 파워를 과시한다.
남녀의 인구비율이 절반씩인데도 할리웃이 여자를 주인공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흥행 때문이다. 특히 액션과 모험영화의 경우는 더하다. 그러나 ‘헝거 게임’이나 올 해 빅히트한 ‘미녀와 야수’의 경우는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도 얼마든지 손님이 들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여름에 나올 여성 파워 영화들 중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 배우 갤 개도가 주연하는 ‘원더 우먼’(Wonder Woman-6월 2일 개봉^사진)이다. 미모에 늘씬한 키 커브 진 몸매를 가진 개도는 작년에 나온 ‘배트맨 대 수퍼맨:정의의 새벽’에서 이미 원더 우먼으로 나와 호평을 받았다. 만화가 원전인 ‘원더 우먼’은 지난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빅 히트했었다.
오스카상을 탄 샬리즈 테론이 제작하고 주연하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7월 28일 개봉)도 기대작. 테론은 영국 정보부 MI6의 스파이 로레인 브러턴으로 나와 옛 베를린을 무대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전형적인 남자 주연의 스파이 액션영화에서 테론은 모두 자기보다 크고 강한 남자들을 상대로 기술과 계략과 담력을 무기로 맞선다. 그리고 음모와 배신에 휘말려 들고 치열한 격투를 벌이면서 아울러 여자 파트너를 상대로 화끈한 섹스까지 치른다. 테론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나이 41세에 이런 영화에 나온 것은 하나의 업적”이라면서 “보다 많은 여배우들이 이런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왕년의 명우 보리스 칼로프가 주연해 그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머미’(Mummy)를 부활시킨 동명영화(6월 9일 개봉)에서 미라로 나오는 소피아 부텔라도 괴력을 발휘하면서 파괴와 살상을 자행한다. 부텔라의 상대역은 탐 크루즈. 크루즈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부텔라와 싸우면서 죽을 고생을 한다. 한편 부텔라는 ‘아토믹 블론드’에서 테론의 상대역으로도 나온다.
‘라 팜므 니키타’ ‘프로페셔널’ 및 ‘제5의 요소’ 등에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프랑스감독 뤽 베송의 ‘발레리안과 1천개 혹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Thousand Planets-7월 21일 개봉) 역시 여자가 남자와 나란히 서서 악의 세력과 대결하는 영화. 프랑스 공상과학 액션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이 원전인 영화에서 로렐라인(카라 델비녜)은 남자 주인공인 발레리안(데인 디한)과 함께 위기에 처한 혹성을 수호하는 정부요원으로 나온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영화제목에서 원제의 여자이름 로렐라인을 빼버린 것. 베송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만화에서 보다 로렐라인의 역을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으나 제목에 남자 이름만 쓴 것은 여성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영화 중에서 흥행 성공이 거의 분명한 것으로 ‘원더 우먼’과 ‘아토믹 블론드’를 들고 있다. 이들 여성 파워영화가 흥행서 성공하면 속편은 물론이요 이와 유사한 영화들이 당분간 쏟아져 나올 것이다.
주먹과 총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영화가 클래식 명화 ‘올 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1942)이다. 이 영화는 할리웃의 전설적 커플 ‘트레이시와 헵번’(여기서도 남자 이름이 먼저다)의 첫 공동 출연 영화로 ‘셰인’과 ‘자이언트’를 만든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한 흑백 명품이다.
신문사의 유명 정치 평론가 헵번과 이 신문의 라이벌 매체의 유명 스포츠 기자 트레이시가 서로 대결의식으로 맞서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보니 자신들의 경력이 원만한 부부생활에 장애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헵번과 트레이시가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다는 코미디성 드라마다. 헵번이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오스카 각본상을 탔다.
이 영화는 헵번의 영화라고 해도 되겠는데 헵번은 트레이시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그를 자기 상대역으로 요구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헵번과 유부남인 트레이시는 평생 연인으로 지냈다. 둘은 이 영화 후에 모두 8편의 영화에서 공연했다. 둘의 마지막 영화는 시드니 퐈티에가 공연하고 스탠리 크레이머가 감독한 흑백문제를 다룬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이 영화는 트레이시의 유작이다. ‘올 해의 여성’이 최근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블루-레이로 나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