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왼쪽)과 마일스는 서로 성격이 판이하지만 막역지간인데 두 배우는 실제로도 친구사이다. |
흑인과 백인 친구가 겪는 인종문제 사실적 묘사… 딕스와 카잘 ‘눈부신 연기’
북가주 오클랜드에 사는 피부 색깔이 다른 두 친구의 관계를 통해 인종문제와 계급차이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고찰한 솔직하고 대담하며 사실적인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 내내 흐름이 어디로 갈지 전연 짐작하지 못하도록 예측 불허하고 공식을 파격적으로 탈피한 작품으로 유머와 황당무계함 그리고 아슬아슬한 긴장과 서스펜스마저 느끼게 하는 매우 지적인 영화다.
특히 흑인들의 백인경찰에 대한 공포감과 좌절감 그리고 분노를 주인공인 흑인을 통해 절실히 묘사하고 있는데 영화 끝에 가서 이 주인공과 백인경찰이 대면하는 장면이 가슴을 친다. 이와 함께 서로 성격이 판이한 두 친구의 우정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두 주인공 친구로 나오는 흑인 데이빗 딕스(뮤지컬 ‘해밀턴’)와 백인 라파엘 카잘은 실제로도 친구 사이로 각본을 둘이 공동으로 썼다.
영화는 처음에 오클랜드의 여러 장소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 나오는 음악이 오페라 ‘춘희’의 드링킹 송이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여느 영화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짐작케 만든다. 흑인으로 교도소에서 집행유예로 막 출소한 칼린(딕스)과 백인이지만 오클랜드의 흑인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일스(카잘)는 이삿짐 운반회사 종업원으로 막역지간. 영화는 칼린의 집행유예가 끝나기 전 사흘간 진행된다.
칼린은 사고와 분별력이 온건한 사람인 반면 흑인 아내 애슐리(재스민 세파스 존스)와 어린 아들을 둔 마일스는 불같은 성질에 폭력성을 가진데다가 분별력이 약하다. 마일스는 자기를 흑인보다 더 흑인으로 생각하는데 그의 성격이 종잡을 수가 없어 보기에 불안하다. 이런 사람이 자기 신변의 안전을 위한다며 총까지 샀으니 그가 언제 이를 사용할지 몰라 초조해진다.
영화 초반에 심야에 트럭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칼린이 인적이 끊긴 도로에서 정지신호에 차를 세우는 장면이 있다. 칼린이 신호를 무시하고 차를 몰 것인지 빨리 바뀌지 않는 신호로 인해 집행유예자인 그가 해프하우스에 돌아가야 할 시간을 위반하게 되지나 않을지 몰라 염려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때 백인 경찰이 도주하는 비무장한 흑인을 쫓다가 그를 사살한다. 그러나 칼린은 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야 물을 것도 없다. 그리고 칼린은 이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진다.
딕스와 카잘의 연기가 눈부신데 특히 카잘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연기를 한다. 이밖에 세파스 존스와 칼린의 전 애인으로 이삿짐 회사 리셉셔니스트 밸로 나오는 자미나 가반카라스 그리고 잠깐 나오지만 흑인을 사살한 백인 경찰 역의 이산 엠브리 등이 모두 훌륭한 연기를 한다. 칼로스 로페스 에스트라다 감독. R. Lionsgate.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