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5월 8일 화요일

‘미드나잇 선’ 찰리 역 패트릭 슈워제네거




틴에이저들 특히 10대 소녀들을 위한 감상적인 멜로드라마 ‘미드나잇 선’(Midnight Sun)에서 햇볕을 쬐면 치명적인 병에 걸리는 17세 난 케이티(벨라 손)를 사랑하는 신체 건장하고 잘 생긴 찰리로 나온 패트릭 슈워제네거(24)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즈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패트릭은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액션 스타이자 캘리포니아 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그의 전처로 케네디 가문인 마리아 슈라이버가 부모. 소년티가 나는 패트릭은 아버지보다 훨씬 미남으로 단정한 자세로 차분하고 자상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수줍음을 탔는데 오스트리아 태생의 아버지를 뒀다고 중간에 독일어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터미네이터 연기 보며 배우 꿈 키워”


-매우 감정적이요 슬픈 얘기인데 영화를 찍을 때 느낌이 어땠는가. 
“첫 주연 영화여서 중압감을 느꼈다. 감정을 살리는 데는 나보다 베테런인 케이티 역의 벨라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감독 스캇 스피어에게도 내가 감정 연기를 제대로 못하면 솔직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감독과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함으로써 감정연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

-찰리는 매우 로맨틱하고 부드러워 케이티가 그와 데이트 할 때 매우 행복해 보이는데 그런 장면을 찍을 때 상대역인 벨라와의 교감이 어땠는가.
“케이티는 찰리와의 데이트를 비롯해 모든 것이 첫 경험이어서 찰리는 모든 것을 자기보다 케이티를 위해서 했다. 그래서 케이티는 지극한 기쁨과 환희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맞다. 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받을 수가 있다. 우린 데이트 장면을 찍으면서 아주 즐겼다.”

-아버지처럼 공화당원인가.
“아버지가 공화당원이지만 그는 공화국의 이념을 지니고 있는 사람으로 당보다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이 아버지가 공화당원이 되고 또 정치에 투신한 이유다. 아버지는 미국이 자기에게 준 것에 대해 보답하려고 대중을 위한 봉사인 정치에 들어섰다. 아버지는 정치 외에도 다른 많은 기관을 위해 일한다. 나도 아버지의 정치적 궤적을 따르고 있다. 난 그저 사람들을 돕고 내가 받은 것을 되돌려주고 싶을 뿐이다. 배우는 그런 면에서 알맞은 직업이라고 본다. 그리고 요즘에 10대를 비롯해 젊은 세대가 국가의 일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여긴다. 그들이 언젠가 국가의 일을 담당할 사람들이지 않은가. 나도 그 나이의 무리에 속했다는 것이 기쁘다.”

-어머니로부터는 어떤 충고와 영향을 받았는가.
“우린 아주 가깝다. 1주일에도 몇 번씩 함께 외출한다. 그래서 내 여동생은 앞으로 누가 나와 데이트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트 할 때도 항상 어머니가 옆에 따라 붙을 테니 조심해야 될 것이라고 농을 할 정도다. 어머니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다. 부모님은 다 내게 현명한 충고를 해주신다. 나를 정성껏 돌보고 키워주신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은 우리 가족처럼 부족한 것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는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의 영화 세트에 가면서 영화를 사랑하게 됐다. 세트에서 아버지가 터미네이터가 돼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마치 꿈나라와도 같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연극을 했다. 아버지에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니까 아버지는 먼저 연기수업부터 받으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지금도 연기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부모는 내가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부전공은 영화예술이다.”
 
찰리(왼쪽)와 벨라가 해변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사랑에 젖어있다.

-정치할 생각은 없는가.
“지금으로선 나는 영화에 온 신경을 집중할 생각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정치가 나의 과제로 등장한다면 그 때 그 문제를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무언가를 되돌려주는 길이 열리는 상황 하에서만 정치를 생각해볼 것이다.”

-아버지처럼 독일어를 잘 할 줄 아는가.
“자라면서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대학에서도 1년간 공부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난 자주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방문한다. 2주 전에도 이 영화 홍보를 위해 갔다 왔다.” 

-학교 공부와 연기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는가.
“한 때는 연기를 위해 대학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학업과 연기를 함께 할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난 학업을 계속한 것을 매우 다행이라고 여긴다. 연기란 아버지도 말했듯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석 달을 계속해 일을 하다가 석 달을 내리 놀기가 보통이다. 연기 외에 내가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학업을 계속했다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내 친구들을 다 학교에서 만난 것도 그 혜택 중의 하나다.”

-배우인 아들로서 배우인 아버지에게 어떤 조언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 
“내가 아버지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버지가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월이 가면서 세상사와 인생 그리고 인생의 스타일은 다 변하게 마련이지 않은가.”

-유명인사의 아들로서 사람들로부터 행동지침에 대해 훈계라도 받았는지.
“그런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내가 터득한 것은 자신에게 진실 하라는 것이다. 또 잘못이나 실패로부터 배우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학습이라는 것이다. 잘못과 실패로부터 배워 보다 나아진다는 것이야말로 실패로부터 자신을 피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패션 감각은 어떤가.
“난 패션을 사랑하며 그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옷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것은 사진이나 영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주 전에도 뉴욕의 패션쇼에 참가했고 톰 포드와 함께 일했다. 포드는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영화감독이자 사업가요 작가이기도 하다. 영화란 패션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고 본다.”

-케네디가문의 일원으로서 어떤 이미지를 늘 지녀야 한다고 느꼈는가.
“난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 난 케네디 측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외조부모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살면서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어떻게 씹고 삼키고 간직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네디가문으로부터 얻은 것을 내가 인간으로서 보다 나아지는데 쓸 것이며 또 나의 조상들이 한 것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려고 한다. 그것이 내겐 어떤 이미지를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액센트를 놀리기라도 하는지.
“아니다. 난 아버지의 액센트를 매일 들어 자연스럽고 정상적으로 여긴다.”

-아버지처럼 시가를 태워 본 적이 있는가.
“우린 같이 피웠다. 난 끽연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버지와라면 언제라도 시가를 태울 것이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함께 태우곤 한다.”

-어느 감독과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가.“
학교 다닐 때 1년에 걸쳐 알프렛 히치콕에 대해 철저히 배웠다. 그의 영화는 전부 다 봤다. 그 뒤 그의 영화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배웠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러나 이들 밖에도 나의 아버지의 생애를 꽃피게 해준 제임스 캐메론과 타란티노 등도 좋아한다.”

-상표처럼 여겨지는 슈워제네거라는 성을 바꿔볼 생각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
“그런 물음을 많이 받곤 한다.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지 않느냐하는. 그러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독특한 사람으로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다. 난 아버지가 이룬 것의 십분의 일만 이뤄도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으로 여긴다. 아버지는 늘 내게 자신에게 충실하며 내가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라고 일러주었다. 물론 그 성을 지닌 것이 다소 중압갑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난 그 성을 지닌 내 가족을 사랑한다. 그 성은 언제까지나 나의 성이 될 것이다. 난 배우들이 성을 고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내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털리(Tully)


만삭의 말로가 두 아이에게 밥상을 차려 준 뒤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육아와 집안 일에 찌든 주부
사실적이며 초현실적으로 그려


어린 두 남매가 있는데다가 세 번째 아기를 가진 주부 말로는 무거운 몸으로 일벌레 남편과 아이들 돌보랴 밥 짓고 집안 청소하랴 곤죽이 되도록 피곤해 축 늘어져 산다. 그런 말로에게 어느 날 뜻밖에도 구원의 천사와도 같은 보모가 찾아오면서 밤에 우는 아기 젖 먹이는(말로의 젖이다) 일을 비롯해 말로가 하던 일들을 말끔히 대신 해주니 말로는 이제야 살 것 같다. 
삶에 지친 말로가 밝고 명랑한 보모를 통해 일상의 재충전을 하게 되는 사실적이면서도 거의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코미디기마저 지녔다. 보통 어머니이자 아내인 여인들의 다사다난한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린 드라마로 약간 기이한 작품이다.
영화는 ‘주노’(Juno)와 ‘젊은 어른’(Young Adult)의 각본을 쓴 여류 디아블로 코디와 이 두 영화를 감독한 제이슨 라이트만이 다시 손잡고 만든 것으로 보통 사람들의 일종의 환상적 인물을 통한 삶의 질곡에서의 탈출기라고 하겠다. 
젊었을 때 브루클린의 자유혼을 지닌 여자였다가 이제 남편 드루(론 리빙스톤)와 결혼해 교외로 이주한 말로(샬리즈 테론)는 어린 두 남매를 가진데 이어 세 번째를 곧 낳기 직전이어서 몸이 무거워 거동이 불편할 지경이다. 
드루는 착한 사람이지만 일벌레로 아이들 돌보는 것을 비롯해 집안 만사는 말로에게 맡겨놓고 사는 모든 보통 남편이자 아버지들의 대명사와도 같은 사람이다. 말로는 무거운 몸으로 밥하고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안 치우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어린 아들이 정서적으로 다소 불안해 학교 교장으로부터 따로 개인교사를 두라는 말까지 들어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여기에 말로는 셋째를 낳으면서 밤잠을 설쳐 삶이 삼중으로 고달파졌는데 이를 보다 못한 말로의 즉흥적인 남동생 크레이그(마크 뒤플라스)가 혼자 고생하지 말고 자기가 돈을 대겠다며 밤에 일하는 보모를 두라고 조언한다. 처음엔 이를 거절하던 말로가 마지못해 승낙한다. 
이어 어느 날 저녁 보모가 말로의 집을 찾아온다. 20대의 보모의 이름은 털리(매켄지 데이비스)로 날씬하고 예쁘고 원기왕성하며 매사에 적극적이요 긍정적이다. 털리로 인해 말로는 오래간만에 밤잠을 제대로 자는데 자고 깨어나니 집안도 말끔히 정리됐다. 
이어 둘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술까지 들면서 친구처럼 급속히 가까워지는데 생기를 되찾은 말로는 그 동안 뜸했던 드루와의 섹스마저 재시도하게 된다. 그 동안 드루는 침대에 들기만 하면 귀에 헤드폰을 쓰고 비디오게임 하느라 섹스 같은 것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화는 테론이 혼자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테론은 거대한 몸으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아내요 어머니의 역을 깊이 있고 진중하게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사람마저 피곤에 절게 만든다. 이에 대조적으로 데이비스도 경쾌하고 사뿐한 연기를 잘 한다. 데이비스는 앞으로 연기파 스타가 될 소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R등급. Focus.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서와 죄수(The Racer and the Jailbird)


레이서 비비(왼쪽)와 강도 지지는 서로 첫 눈에 반한다.

사랑에 빠진 레이서·은행털이범... 커플 연기 강렬


백주털이 범죄 액션 스릴러요 순애보 멜로드라마 벨기에 영화로 볼만은 한데 구조가 산만하고 플롯이 중구난방이어서 도대체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프랑스 범죄영화의 분위가 느껴지는데 삼빡하니 끝나는 프랑스 영화와 달리 장황하게 뱀 꼬리를 달아 2시간이 넘는 영화가 다소 지루하다. 마치 끝날 줄을 모르는 한국 범죄 스릴러를 보는 느낌으로 기대감을 채워주진 못한다.
감독 미하엘 로스캄과 각본을 쓴 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리면서 강도질과 사랑의 얘기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처리한데다가 제3막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대폭 잘라도 되는데도 알다가도 모를 얘기를 늘어놓아 혼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두 주연남녀의 뛰어난 연기와 콤비네이션 그리고 힘차고 강력한 강도질 액션 등은 볼만하다.
어릴 적부터의 친구들 사이에 지지라 불리는 지노(마티아스 쇠너츠-‘덴마크 여인’)는 자동차 경주를 구경 갔다가 건강하고 탐스러운 여자 레이서 비비(아델 엑사르쇼풀로스-‘푸른 색은 가장 따뜻한 색’)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비비도 마찬가지로 둘은 대뜸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는데 지지는 자기 직업을 묻는 비비에게 자동차 수출입을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둘이 사귄지 얼마 안 돼 비비는 지지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지지는 어릴 때부터 불량청소년으로 자란 범죄자로 어릴 적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정기적으로 대규모 강도질을 하는데 이들은 충성심으로 똘똘 뭉쳤다. 지지가 비비에게 출장을 갔다 온다면서 백주 은행 강도질이 벌어지는데 이 장면이 멋있다. 비비는 지지가 어두운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데 지지도 비비를 극진히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지지는 마지막 한탕으로 친구들과 백주에 고속도로에서 현금 수송차를 터는데 잽싸게 연출되는 이 장면이 박력 있다. 그러나 곧 이어 경찰의 추적을 받으면서 일당은 체포되고 지지는 수감된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변치 않는 지지와 비비의 사랑.
여기쯤에서 끝나야 할 영화가 비비가 암에 걸리면서 완전히 신파극으로 돌변한다. 그 때까지 보던 영화가 완전히 순애보 넋두리 조로 돌변, 보는 사람을 혼란시키면서 당황케 만들 정도다. 그리고 쓸데없이 얘기를 질질 끌어간다. 볼만한 것은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 멋있는 쇠너츠의 쿨한 모습과 연기도 좋지만 이보다 뛰어난 것은 엑사르쇼풀로스의 연기. 강인하고 차분하면서도 허점이 있는 연기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