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딘이 농장을 떠나는 오크(왼쪽)의 뒤를 쫓아와 만류하고 있다. |
남자 필요 없다는 여자를 사랑한 세 남자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독립심 강한 젊은 여자와 이 여자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로맨틱 멜로드라마로 토머스 하디의 소설이 원작이다. 연기와 촬영과 내용이 모두 준수한 영화로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흡인력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67년 존 슐레신저 감독(‘미드나잇 카우보이’)에 의해서도 영화화 했는데 주인공 여자로는 줄리 크리스티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로는 각기 알란 베이츠와 테렌스 스탬프 그리고 피터 핀치가 나왔다.
슐레신저의 영화(DVD로 나왔다)는 3시간짜리로 내용의 깊이와 배우들의 연기가 새 영화보다 한 수 위다. 그리고 촬영(후에 감독이 된 니콜라스 로그)과 음악도 매우 뛰어나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흥미 있을 것이다.
시골에서 아주머니와 둘이 사는 독립적이요 자기주장이 뚜렷한 바스쉐바 에버딘(캐리 멀리간)은 땅을 사랑하는 여자. 이런 면에서 위기와 난관에 잘 대처할 줄 아는 에버딘은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케 한다. 둘 다 남성위주의 세상에서 여권을 주장하는 신여성들이다.
에버딘의 옆 동네에서 양을 키우는 젊고 근면하며 늠름한 게이브리엘 오크(벨기에 배우 마티아스 쇠네어츠-‘러스트 앤 본’)가 에버딘을 찾아와 느닷없이 구혼을 한다. 에버딘은 자기는 남편이 필요 없다며 오크를 퇴짜 놓는다. 그리고 오크는 자기가 키우는 개가 양떼를 절벽으로 몰아 모두 추락사하자 보따리를 싸들고 마을을 떠난다.
이어 에버딘은 아저씨가 유산으로 물려준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웨스트 컨트리로 이주한다. 그리고 많은 농부들을 고용한 농장의 주인으로서 본격적으로 농장 재건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다. 일꾼 들 중의 하나가 공교롭게도 오크로 그는 여주인 에버딘을 깍듯이 섬긴다.
에버딘에게 청혼하는 두 번째 남자가 에버딘의 옆 동네에 사는 거부 농장주로 나이 먹고 고지식한 윌리엄 볼드우드(마이클 쉰). 물론 에버딘은 이 남자도 퇴짜를 놓는데 볼드우드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에버딘의 세 번째 남자가 검은 바지에 빨간 군복 상의를 입고 콧수염을 한 멋쟁이 사전트 트로이(탐 스터리지). 트로이는 에버딘을 칼부림 솜씨(슐레신저의 영화에서 테렌스 스탬프가 줄리 크리스티에게 과시하는 칼부림 장면이 황홀하다)로 녹여 둘은 초고속으로 결혼한다. 그러나 방랑기가 있는 트로이는 술타령과 에버딘의 돈을 낭비하면서 소일한다. 그런데 트로이가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는 자기 아기를 임신한 패니(주노 템플)로 이것이 비극의 씨가 된다.
멀리간은 연기를 잘 하나 줄리 크리스티에 비하면 성숙미가 결여됐다. 그리고 그녀의 의상이 너무 신식이다. 세 남자 중에 제일 약한 것이 쉰으로 어색하다. 가장 믿음직한 것이 쇠네어츠로 과묵하고 무게가 있다. 시골생활과 모습 그리고 자연풍광을 잘 찍은 촬영이 훌륭한데 끝 부분이 서둘러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 흠이다. 감독은 덴마크인 토머스 빈터버그(‘생일 파티’ ‘사냥'). PG-13. Fox Searchlight.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