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1월 30일 월요일

‘아푸’3부작


소년 아푸가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깡촌 소년이 아버지가 되기까지의 윤회적 삶


인도의 벵갈 깡촌에서 태어난 소년 아푸의 삶의 서클을 그린 인도의 명장 사티아짓 레이의 ‘아푸’ 3부작은 인도 영화를 세계적인 예술영화의 무대에 올려놓은 인생과 인간성에 관한 풍요한 찬미다. 인도 영화계의 마하트마 간디라 불린 레이의 이 3부작은 세계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비부티부산 배너지의 2권으로 된 베스트셀러가 원작. 영화는 1955년 제1편이 만들어진 뒤 5년간에 걸쳐 3편이 완성됐다. 각 영화는 개별적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서 즐길 수 있다.  
마치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을 연상케 하는 자연광과 현장을 이용한 영화들은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낙천성과 함께 강한 생명력을 구사하는 아푸의 삶을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될 때까지 윤회하듯이 아름답고 정직하고 또 민감하게 그렸다.
가슴 다한 연민의 정과 자비롭게 통찰하는 눈길 그리고 시적인 붓질로 인생을 관조한 심오한 영화인데 절제되고 정적인 카메라가 포착한 인간성의 적나라한 내면의 조감도라고 하겠다. 흑백화면이 광채를 발휘, 보는 사람을 아름다운 이미지 속으로 침잠케 만든다.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배우들이 마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사람들 같아 작품의 사실성을 더욱 북돋우는데 대화가 별로 많지 않은데도 찌들고 여윈 삶을 헤쳐 나아가는 아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삶의 궤적이 웅변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고요와 함께 소용돌이치는 역동성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로 가깝고 상냥하며 비탄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긍정으로 술렁거리는데 이런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인도의 세계적 시타 음악가인 라비 샨카르의 음악이 뒤에서 효과적으로 반주해 주고 있다.     
1955년에 만든 3부작의 제1편 ‘파터 판찰리’(Pather Panchali)는 ‘작은 길의 노래’(Song of the Little Road)라는 뜻으로 레이의 영화 데뷔작이다. 
벵갈의 깡촌에서 평 승려인 아버지와 잔소리가 많지만 굳건하고 실질적이며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아푸가 검고 큰 눈으로 세상의 경이를 보고 경험하면서 자라는 얘기다. 카메라가 아푸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시골 정경을 조용하고 곱게 화폭에 담는다.
아푸의 또 다른 가족은 아푸의 독립심 강한 어린 누나와 죽음의 변두리에서 서성대지만 장난기를 잃지 않은 깡마른 꼬부랑 할머니(이 할머니를 통해 우리는 닥쳐올 죽음을 관조할 수 있다). 아버지는 출장이 잦아 아푸는 여자들 틈에서 자라는 셈이다. 인간적이요 솔직하며 아름다운 영화다. 
제2편은 ‘아파라지토’(Aparajito)로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The Unvanquished). 원래 레이는 속편을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파터 판찰리’가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속편을 만들었다. 아푸의 누나가 병으로 죽으면서 슬픔에 빠진 가족이 시골을 떠나 시끌벅적한 도시 베나레스로 이사 온다. 카메라가 도시의 혼란의 소리와 풍경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많은 10대 소년 아푸가 콜카타에서 공부하며 성장하는 모습과 그와 어머니와의 관계(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성장과정과 비슷한 어머니를 둔 아푸가 나처럼 느껴졌다)를 표현력 풍부하게 묘사했는데 1957년 베니스 영화제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탔다.
제3부는 ‘아푸 산사르’(Apu Sansar)로 ‘아푸의 세계’(The World of Apu). 이 영화는 레이가 그의 또 다른 걸작 ‘음악실’(The Music Room)로 세계 영화계의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었다.
20대가 된 아푸는 작가로 평생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박봉에 콜카타의 달동네에 살면서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낙천성과 생명력에 감염이 된다. 어느 날 아푸는 친구와 함께 시골에 있는 친구의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남의 부인이 될 젊고 아름답고 총명한 여자와 벼락치기로 결혼을 하게 된다.
아푸와 아내는 콜카타의 쪽방에서 행복한 신혼살림을 하는데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출산 차 친정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아내가 아들을 낳으면서 사망한다. 깊은 슬픔에 빠진 아푸는 아들을 보기조차 마다하고 집을 떠나 방랑의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동안 써놓은 귀중한 소설 원고도 바람에 날려 보낸다. 
전 3부작을 통해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제3편의 마지막 장면. 아푸가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나기 전 아내의 집에 와 어린 아들과 대면하는데 아들은 아푸에게 돌팔매질로 자기를 버린 아버지를 탓한다. 부자 간의 짧지만 긴장감 감도는 갈등이 끝나고 아들을 목마 태우고 미래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 아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이로써 아푸의 삶이 한 바퀴 돌아온 셈이다. 디지털로 복원된 ‘아푸’ 3부작이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출시됐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크리드(Creed)


록키가 과거 자기 라이벌이었던 아폴로의 아들 아도니스(왼쪽)를 코치하고 있다.

록키의 권투열정, 코치로 링에 돌아오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시리즈 제7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록키’에서 파생된 ‘검은 록키’로 주인공 이름만 달랐지 내용은 ‘록키’ 제1편을 그대로 답습한 기시감이 있는 영화다. 권투선수처럼 튼튼하고 흥분과 재미를 모두 갖춘 영화로 연기와 촬영과 연출 등 여러 면으로 잘 만들었으나 내용이 특별히 새롭다기보다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점이 흠이다. 스탤론은 시리즈 6편의 각본을 다 자기가 썼는데 이번에는 조연으로 출연만 하고 있다.
감독(공동 각본)을 한 라이언 쿠글러와 주연배우 마이클 B. 조단은 비평가들의 칭찬을 받은 인디영화 ‘프르투베일 스테이션’으로 주목을 받고 이번에 이 WB 영화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에 선을 보이게 된다. 
언더독 권투영화이자 멜로드라마인 영화는 처음에 부모 없이 거칠게 자란 소년 아도니스 잔슨(B. 조단)이 소년 교도소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체구가 작은 아도니스가 자기보다 큰 아이를 주먹으로 때려누이는 모습에서 이 아이가 타고난 싸움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이어 아도니스에게 시리즈 제1편에서 록키와 싸운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의 미망인이 찾아와 아도니스가 크리드의 사생아임을 알리고 집에 데려다 키운다. 아도니스는 커서 회사원이 되는데 일종의 부업으로 멕시코 티와나에 내려가 도박권투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러니까 아도니스에겐 아버지의 권투인자가 유전된 것이다.
권투가 하고파 주먹이 근질거리는 아도니스는 직장을 그만두고 필라델피아로 록키를 찾아간다. 그는 죽은 아내의 이름인 ‘에이드리안스’라는 식당을 경영하는 록키를 찾아가 권투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나 록키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록키가 아도니스를 지도할 것은 뻔한 일로 영화의 각본은 이런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록키가 자기의 과거 훈련장인 프론트 스트릿 체육관에서 아도니스를 훈련시키면서(그러니까 록키는 시리즈 제1편에서 자기를 가르쳐주던 코치 믹키 역을 맡았던 고 버제스 머레데스 노릇을 하고 있는 셈) 얘기가 힘을 갖추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아도니스와 아래층 아파트에 사는 아름다운 가수 비안카(테사 탐슨이 반짝반짝 빛난다)와의 로맨스를 양념으로 섞어 넣었다. 이 것까지 ‘록키’ 제1편을 닮았다.  
그리고 영화의 절반쯤 가서 아도니스가 링에 올라 상대방과 격렬한 경기를 벌이면서 본격적인 프로 권투선수의 맛을 본다. 그리고 아도니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영국의 불패 기록을 가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릭키 콘란(그래암 맥타비시)으로부터 도전장이 날아든다. 리버풀에서 열린 빅매치의 피가 튀는 경기를 찍은 촬영이 사나운데 다소 과장돼 현실감이 떨어진다. 영화는 ‘록키’ 제1편과 똑같이 끝이 나는데 그러니까 이 영화가 성공하면 속편이 나온다는 말이다.
B. 조단이 다부진 연기를 잘하는데 보기 좋은 것은 스탤론의 민감한 연기다. 그가 세상풍파를 다 경험한 사람으로 더 이상 권투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안에서 끓고 있는 권투에 대한 열정에 시달리다 코치로 링에 복귀하는 모습을 연민의 마음이 일도록 아름답게 보여준다. 오스카 조연상 후보감이라는 말이 나돈다. 
유명한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의 록키계단이 영화 맨 끝에 나오고 빌 콘티가 작곡한 사람을 흥분시키는 ‘록키’의 주제음악의 일부가 필라델피아의 하늘에 메아리를 남긴다. PG-13.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야생마(Mustang)


5명의 자매들은 집안의 억압과 통제에 집단으로 저항한다.

터키 시골 5자매의 ‘전통과 관습 탈출기’


제목은 갈퀴를 휘날리며 광야를 달리는 짐승이 아니라 야생마와 같은 독립심과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자유혼을 지닌 5명의 터키 시골의 자매를 말한다. 아름답고 심오하며 감수성과 민감함이 가득한 눈부신 작품으로 빈틈없는 연출과 흥미진진한 서술방식 그리고 음악과 촬영과 연기 등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한 작품이다.
장소와 배우들과 대사 그리고 감독(여류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은 터키계 프랑스인으로 이 영화가 데뷔작) 등이 전부 터키어요 터키인인데도 이 영화는 프랑스의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돈과 제작진이 프랑스산이어서 그렇다.
시대는 현재. 터키 북부 흑해안의 작은 마을. 부모를 일찍 잃고 할머니(니할 콜다스)와 삼촌(아이베르크 펙칸) 밑에서 자라는 5명의 10대 소녀들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다가 신나게 바다에서 또래 소년들의 목마를 타고 장난을 한데 이어 사과밭에서 사과를 훔쳐 따다 주인에게 걸려 혼이 난다.
주변에서 이들의 행동을 고발하는 바람에 소녀들은 할머니와 삼촌으로부터 컴퓨터와 셀폰을 빼앗긴 채 가택연금을 당한다. 어쩌다 할머니 감시 하에 마을에 나갈 때도 부대자루 같은 옷을 입고 나간다.
이들의 삼촌은 조카들의 처녀성 상실과 그로 인해 시집을 못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 처녀성 검사까지 시킨다. 그리고 소녀들의 할머니와 삼촌은 장녀 소나이(일라이다 아크도간) 부터 벼락치기로 시집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애로 똘똘 뭉친 아이들은 자신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체제에 저항하나 전통과 규칙을 고수하는 기성 체제의 조직적 길들이기를 뒤집어 엎기에는 역부족이다.        
둘째도 시집을 가고 5명의 형제가 하나씩 각개 격파가 되면서도 이들은 형제애로 결연히 뭉치나 결국 최후의 수단은 탈출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종의 감옥 탈출기라고도 하겠는데 그에 따른 긴장감과 스릴이 있다.
굉장히 강렬한 작품으로 아이들에 대한 관찰이 연미에 가득차고 또 주도면밀한데 귀여운 막내 랄레(구네스 센소이)를 비롯해 대부분이 비배우들인 소녀들의 연기가 진짜 야생마들처럼 자유롭고 활력이 넘친다. 바닷가의 마을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데 안팎으로 나무랄 데 없이 힘 있고 고운 영화다.
마치 물건을 치우듯이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시집을 보내 처리하는 영화의 내용은 요즘에도 보수적인 국가에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일이어서 현실감과 함께 거의 공포감마저 느끼게 된다. PG-13. 로열(310-478-3836).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허영의 산물




지난 13일에 개봉된 할리웃의 수퍼스타 앤젤리나 졸리 핏(40)이 제작과 감독을 하고 또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한 ‘바닷가에서’(By the Sea)가 비평가들의 혹평과 함께 흥행에서 참패하면서 지금 할리웃에서는 ‘스타와의 관계유지용 영화’에 대한 회의론이 나돌고 있다.
‘스타와의 관계유지용 영화’라는 것은 스튜디오가 수퍼스타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흥행성이 희박한 아트하우스 스타일 영화인데도 스타들이 원해 만드는 영화를 말한다. 이를 ‘개인의 열정의 작품’이요 ‘특혜 영화’라고도 부르는데 비평가들은 ‘허영의 산물’이라고 일컫는다.
졸리 핏의 남편 브래드 핏이 공연하는 ‘바닷가에서’는 부부문제를 다른 유럽풍의 영화로 보잘 것 없는 평과 관객의 외면으로 영화를 배급한 워너 브라더스는 4,000만달러의 손해를 보게 됐다.
이 영화와 비슷한 때에 개봉된 샌드라 불락이 주연하고 조지 클루니가 제작한 정치 풍자영화 ‘우리의 상표는 위기’도 ‘스타와의 관계유지용 영화’로 이 역시 비평가들과 관객 모두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했다. 이로 인해 배급사인 소니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그래서 지금 할리웃에선 이들 영화에 대한 자금투자의 타당성을 놓고 검소란 모르는 스튜디오들이 절약을 생각하고 있다고 연예 전문지들이 보도했다.
‘바닷가에서’는 졸리 핏의 세 번째 감독 작품으로 졸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부부에게 살면서 큰 시련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견디어 내면서 끝까지 함께 있으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얘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나는 관객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큰 키에 긴 갈색머리 그리고 큰 눈과 탐스럽게 두툼한 입술을 한 졸리는 해골처럼 마르긴 했지만 아름답고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다(사진).
인터뷰에서도 “나는 완전한 나 자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도도하고 위풍당당해 접근하기가 다소 망설여지기까지 하나 진지하고 솔직한 사람이어서 나는 그녀를 배우라기보다 인간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녀가 인본주의자로서 유엔 특별대사로 전 세계를 돌며 난민보호와 환경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것도 찬양할 만한 일이다.
졸리 핏은 절제수술하고 인공유방으로 대체한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히 얘기했다. 영화의 욕조 속 유방노출 장면에 대해 그녀는 “처음에는 잠시 망설였으나 수술을 받고도 유방을 지닐 수 있으며 그것이 약간 다르게 느껴지긴 하나 여전히 여자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허점과 상처야말로 인간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덧붙였다.
졸리 핏은 또 나이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그녀는 “난 이제 40이 되었는데 50과 60이 되는 것은 행복하다”면서 “나는 늙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졸리 핏은 남편 브래드를 아주 매력적인 남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도 남편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낄 줄 아나 난 내 아이들의 아버지요 나의 절친한 친구인 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는 이어 “나는 그를 무척 사랑한다”면서 “우리도 영화 속의 부부처럼 문제도 있고 싸우기도 하나 문제가 있으면 미루지 않고 신속히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또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다”고 말했다.
졸리 핏은 브래드와의 10년간의 삶을 통해 배운 원만한 관계유지의 비결은 “타협과 함께 강하게 나 자신을 지키면서 상대방이 최고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둘이 공동목표를 가지고 아울러 상대의 뜻을 바꾸도록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도 관계유지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졸리 핏에게 있어 브래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6명의 자녀들이다. 그녀는 “무조건 아이들이 먼저”라면서 “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빼앗기거나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면 결코 일을 안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큰 아이들 셋은 졸리 핏이 촬영할 때면 세트에서 함께 일한다고.
‘바닷가에서’는 실패했지만 졸리 핏은 감독을 계속할 것이다. 그녀는 “나는 감독하는 일을 사랑한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역사와 전쟁영화로 나는 지금 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주의 양민 대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녀의 감독 데뷔작은 보스니아전쟁을 그린 ‘피와 꿀의 땅에서’(2011)이고 두 번째 것은 태평양전쟁을 다룬 ‘언브로큰’(2014)이다.
그녀는 감독이라는 일에 대해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배우인 나 자신을 내가 감독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남편을 감독하는 것은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브래드와 정식 결혼 후 사흘 만에 말타에서 영화를 찍어 최고의 신혼여행을 한 기분이었다고.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핏은 10년 전 스파이 스릴러 ‘미스터 앤 미시즈 스미스’에 공연하면서 사랑이 싹텄었다. 졸리 핏의 다음 영화의 성공을 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