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 필립(앞)이 흑인들과 백인 여자 2 명을 심문하고 있다. |
1967년 디트로이트서 무슨 일이?‘미국 흑역사’고발
지난 1967년 여름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흑인 폭동을 가차 없이 사실적으로 다룬 기록영화 스타일의 강렬한 역작이다. ‘허트 락커’와 ‘제로 다크 서티’에서 미국의 소름끼치는 역사를 다룬 여류 캐스린 비글로가 감독하고 이 두 영화의 각본을 쓴 마크 보알이 다시 각본을 썼다.
흑인 폭동의 테두리 안에서 디트로이트 시내 흑인 동네의 허술한 모텔 알지에스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의 흑인 3명 살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고질인 인종 차별과 통제가 없는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남용과 횡포 그리고 흑인에 대한 사회적 법적 불평등 등을 고발한 담대하고 절실한 작품이다.
거의 공포와 테러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장감이 팽팽하고 영육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뉴스필름과 허구를 섞은데다가 시네마 베리테 식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어 현장감과 사실감에 전율하게 된다. 그리고 배우들도 두 명을 제외하곤 낯선 배우나 신인을 써 이런 사실감을 더 부추기고 있다.
디트로이트 경찰이 무허가 흑인클럽을 덮쳐 고객들을 밖으로 몰아내 연행하면서 흑인들의 폭동이 시작되고 이어 방화와 약탈이 자행되자 경찰을 돕기 위해 탱크를 몰고 주 방위군이 투입된다. LA의 4.29 폭동을 연상시킨다.
영화의 주 인물은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경찰 필립 크라우스(윌 풀터가 가공할 연기를 한다)와 젊은 모타운 가수 래리 리드(신인 앨지 스미스가 경탄할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동네 식품점 시큐리티 가드 멜빈 디스뮤크스(존 보이에가) 및 도시로 구직 차 온 베트남전 베테런 로버트 그린(앤소니 맥키).
폭동으로 공연이 취소돼 극장 밖으로 나온 래리와 그의 친구 프레드 템플(제이콥 래티모어)은 알지에스 모텔로 피신한다. 모텔에는 칼 쿠퍼(제이슨 미첼) 등 젊은 흑인 몇 명이 두 명의 젊은 백인 여자들(해나 머리와 케이틀린 디버)과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면서 즐기고 있다.
그런데 칼이 창문을 통해 장난감 딱총을 경찰에 쏘면서 필립과 함께 2명의 경찰이 모텔 안으로 들어와 안에 있는 사람들을 붙잡아 복도에 몰아 놓고 두 손을 벽에 대고 서 있게 한 뒤 심문을 시작한다. 필립이 주도하는 이 심문 과정이 40분 간 진행되는데 협박과 폭언과 폭력이 자행되는 긴 심문 동안 모텔은 완전히 공포의 도가니가 된다. 이를 지켜보는 멜빈은 역사의 목격자요 참관인 구실을 한다.
필립은 로버트 등 흑인들과 두 명의 백인 여자 등 잡아놓은 사람들에 누가 총을 쐈으며 권총이 어디에 있는지를 집요하게 심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죽음의 게임’ 방법을 동원한다. 흑인을 방으로 데려가 허공에 총을 쏜 뒤 다시 밖으로 나와 그를 죽였다면서 겁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흑인 3명이 이들의 손에 죽는다. 다소 길긴 하나 이 40분 간 영화를 보는 사람도 래리 일행과 또 같은 공포와 치욕감과 분노에 몸을 떨게 된다.
폭동이 끝난 뒤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필립 등 3명의 경찰에 대한 재판이 열리나 전원 백인인 배심원들은 무죄를 평결한다. 디트로이트 폭동 후 반세기가 지났건만 과연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하게 된다. R.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