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거미줄에 걸린 여인(The Girl in the Spider’s Web)


살라만더가 아내를 학대하는 남자를 공중에 매단 채 징벌하고 있다.

스릴러서 액션물로 … ‘밀레니엄’시리즈의 변종


‘용의 문신을 한 여자’를 시작으로 한 스웨덴의 스릴러 작가 스틱 라슨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후속편인 셈이지만 이 영화는 라슨의 사망 후 데이빗 라거크란츠가 ‘밀레니엄’ 시리즈의 여주인공 리스베스 살란더를 기용해 쓴 소설이 원작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변종이라고 하겠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누미 라파스가 주연한 3부작 스웨덴 영화와 루니 마라가 주연한 미국영화 ‘용의 문신’ 등이 히트를 했는데 이번에는 BBC-TV시리즈 ‘크라운’에서 젊은 엘리자베스여왕으로 나온 클레어 포이가 살라만더로 나와 치고 박고 쏘고 맹속력으로 도주하면서 액션연기를 한다. 
속도감 있고 액션이 많아 눈요깃거리 오락영화로선 큰 손색이 없지만 살란더의 내면 묘사와 성격 개발이 아주 미흡해 포이의 맹렬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스릴러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영화들에서 표현되었던 살라만더의 분노와 복수심과 고통당하는 내면이 거의 보이지 않고 세계를 핵의 위협으로부터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액션에 치중하고 있다. 어둡고 심각했던 다른 영화들에 비해 격이 한층 떨어졌다. 
처음에 살라만더의 어린 시절이 서막식으로 나온다. 살라만더의 아버지는 살라만더와 그의 언니를 성적으로 유린하는데 이런 아버지를 피해 살라만더는 도주하나 언니 카밀라는 아버지 곁에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헤어진 살라만더와 카밀라(실비아 혹스)는 성인이 되어 치명적인 적으로서 만난다. 
이어 천재적인 해커가 된 짧은 머리의 살라만더가 아내를 폭력으로 학대하는 남편을 응징하는 장면이 또 다른 서막식으로 나오면서 살라만더가 소개된다. 미국의 국가안보위(NSA) 전직 요원 프랜스 발더(스티븐 머천트)가 전 세계의 핵폭탄이 저장된 장소를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화이어폴’을 고안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악인이 고용한 ‘스파이더스’라는 범죄 조직에 의해 탈취되면서 NSA가 ‘화이어폴’의 회수 임무를 살라만더에게 맡긴다.
살라만더가 이를 회수하자마자 그의 아파트가 폭파되고 이어 살라만더는 영화 내내 악인들을 쫓고 또 그들에게 쫓기면서 액션이 삼빡하게 벌어진다. 맹렬히 달리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추격과 개스 마스크를 쓴 살라만더가 가축용 충격봉으로 적과 싸우는 등 박력 있는 액션 장면이 많다. 
과연 ‘스파이더스’의 관계자는 누구인가. 대충 알만하다. 영화의 또 다른 결점 중 하나는 살라만더를 돕는 저널리스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스베리르 구드나슨)가 완전히 장식품으로 소모된 것. 마지못해 쓰여진 것 같다. 이와 함께 플롯도 허술한 데가 있고 작품의 톤이 무질서하지만 포이의 단단한 연기가 볼만한 효과적이요 말끔한 스릴러다. 페데 알바레스 감독. R등급, Sony.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선두주자(The Front Runner)


게리 하트(휴 잭맨)가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대답 없이 피해 가고 있다.

섹스스캔들로 대선 중도하차 게리 하트 상원의원 실화… 휴 잭맨, 정치인 변신


1988년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콜로라도주 상원의원 게리 하트가 섹스스캔들로 도중하차 한 사실을 다룬 드라마로 너무 고지식하게 실화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 극적 흥분감이나 긴장감이 모자란다. 하트는 당시 공화당 후보로 나온 조지 H. W. 부시를 앞지르고 선두를 달렸으나 모델인 다나 라이스와의 섹스 스캔들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몰락의 길로 급전직하 하고 말았다.
영화는 과연 정치인은 사생활에서 반드시 투명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데 이와 함께 하트를 도중하차 하게 만든 태블로이드의 전횡과 스캔들에 흥분하는 대중의 천박한 호기심까지 비판하고 있다. 포르노 여배우와의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보면 콧방귀를 뀔 영화다.
옛날에만 해도 언론은 대통령의 혼외정사에 관해 관대했었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와 아이젠하워를 비롯해 존 F. 케네디 등이 다 혼외정사를 즐긴 대통령들이다. 하트 이후의 대통령인 빌 클린턴도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를 비롯한 몇 명의 여자와의 관계로 인해 크게 혼이 났지만 8년을 백악관에서 살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언론과 대중은 대통령의 정직성을 따지게 됐는데 전문가들은 특히 1980년대 들어 태블로이드가 워터게이트 같은 빅 스캔들 보도 특종에 혈안이 되면서 정치가들이 이들의 좋은 표적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게리 하트(휴 잭맨)와 모델인 다나 라이스(새라 팩스턴)와의 관계는 처음에 이에 대한 팁을 받은 마이애미 헤럴드지에 의해 보도됐다. 신문의 기자들이 증거를 잡으려고 하트의 집 밖에서 잠복했다가 그를 덮치는데 처음에 하트는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면서 기자들에게 오만하게 “따라 붙으려면 따라 와봐”라면서 대응한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면서 후폭풍이 몰아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이 문제를 가십정도로 생각하던 워싱턴포스트가 스캔들을 보도하면서 하트는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된다. 하트가 플로리다 요트에서 만난 라이스와 관계를 가졌을 때 그와 그의 부인(베라 화미가)과의 관계는 원만치가 못했을 때다.
하트는 선거유세에서는 개인의 정직과 올바른 정체성을 얘기하면서도 자신은 부정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해 선거참모들과 대중에 의해 위선자로 여겨지면서 참신하던 그의 정책과 에너지와 젊음과 함께 매장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화는 하트를 단죄하지는 않는다. 잭맨이 가발을 쓰고 열연을 하는데 어딘가 어색하다.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 R 등급. Columbia.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가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서  역동적인 무대 매너를 구사하면서 노래 부르고 있다.

격정적인 음악‘록뮤직 화신’
영화로 환생한 프레디 머큐리


화끈하고 뜨겁고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록뮤직의 흥분과 노래 부르는 가수의 정열에 화상을 입겠다. 영국의 록밴드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영화로 프레디 역을 맡은 라미 말렉의 영육을 불사르는 맹렬하면서도 미묘한 감정 표현의 연기가 눈부시다.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말렉이 혼자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해 다른 배역들의 묘사가 약한 것이 흠이다. 
퀸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위 아 더 챔피언스’ 및 운동경기 때 관중들이 잘 부르는 ‘위 윌 록 유’ 등의 히트곡을 낸 밴드로 이 영화는 전기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거려지는 콘서트 장면들은 그야말로 불덩이인데 이에 반해 인간탐구와 성격묘사를 비롯한 무대 뒤의 드라마적 요소가 다소 미약하게 다뤄졌다. 그러나 흥미진진하고 가슴을 뛰게 만들며고 눈시울마저 붉게 만드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퀸이 조직된 1970년부터 퀸이 영국의 웸블리 스태디엄에서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서 공연한 1985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의 수하물을 취급하는 프레디 불사라(이란계인 그의 본명은 화로크 불사라)는 어느 날 바에 들렀다가 여기서 연주하고 나온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그윌림 리)와 치과공부를 하는 드러머 로저 테일러(벤 하디)에게 다가가 “너희들은 나 같은 리드 싱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프레디가 한 곡조 뽑는데 네 옥타브를 구사하는 그의 성량에 둘은 놀란다. 이어 베이시스트 존 디콘(조셉 마젤로)이 합류, 퀸이 구성된다.
프레디 불사라는 이름을 프레디 머큐리로 고치고 본격적으로 가수생활을 시작하는데 물론 그의 부모의 실망이 적지 않다. 프레디가 작곡한 노래들이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는데 이런 인기는 프레디의 가창력과 변화무쌍한 무대 매너 탓이다. 이어 이들은 음반회사 EMI와 계약을 맺는다. 프레디와 음반회사 사장(마이크마이어스)간에 노래의 길이와 통상 장르를 무시한 독특한 스타일로 충돌이 빚어진다.
프레디는 자기 팬 중의 하나인 아름다운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과 사랑 끝에 결혼하나 순회공연을 하면서 자신의 동성애 기호를 깨닫게 된다. 결국 그는 에이즈로 사망한다. 
퀸의 잘 나가던 활동은 프레디의 매니저 폴 프렌터가 프레디에게 솔로로 전향하라고 유도하면서 깨어지게 된다. 그러나 프레디는 솔로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프레디는 뒤늦게 밴드의 나머지 멤버들에게 사과하고 팀을 재구성, 1985년 런던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출연하면서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받는다. 
이 공연이 작품의 절정으로 프레디가 땀을 흘리면서 피가 솟구치도록 노래하는 연기가 아찔하도록 눈부시다. 눈물이 나오는 격정적인 감동을 느끼게 된다. 말렉이 프레디처럼 뻐덩이를 하고 러닝셔츠 바람으로 무대에서 길길이 뛰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 하나만으로 볼만한 작품이다.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로 그는 성질을 부려 제작 종료를 얼마 앞두고 해고당했다. PG-13. Fox.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버닝(Burning)


가난한 종수(왼쪽)와 부자 벤은 해미를 사이에 놓고 삼각관계를 이룬다.

극심한 빈부차 속 삼각관계
청춘의 좌절과 분노, 응징
이창동 감독 치밀하게 고찰


수줍고 소심한 작가 지망생인 배달부 청년과 삶의 욕구로 가득 찬 적극적인 젊은 여자 그리고 돈이 많아 일하는 것이나 노는 것이 마찬가지인 플레이보이 청년 간의 인간관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고찰한 이창동 감독의 3인극 성격 드라마다. 이와 함께 계급과 빈부 차 그리고 성적 질투와 질시와 함께 꿈의 좌절과 분노와 응징 및 가족의 유래와 정의 등 다양한 소재를 주도면밀하게 다뤘는데 굉장히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다. 불길이 서서히 타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가공할 화염으로 작가 지망생의 분노를 태워버리는데 영화가 너무 예술적이어서 관객보다 비평가들이 더 좋아할 작품이다. 올 칸영화제서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을 탔다. 2017년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 출품작.
작가 지망생으로 막일을 하면서 사는 내성적인 종수(유아인)가 어느 날 길에서 자기와 어렸을 때 같은 반이었다는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해미는 비록 길거리 상품 선전원이나 생명력 넘치고 상상력 풍부한 여자. 둘은 대뜸 연인 사이가 돼 해미의 손바닥만한 아파트에서 섹스를 즐긴다.
해미는 종수에게 자기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 다음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정말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미의 상상의 산물인가. 착실한 종수는 해미가 여행을 간 뒤 가끔 해미의 아파트에 찾아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청소도 한다. 그리고 해미의 침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서 성적 욕망도 푼다. 여전히 고양이는 안 보인다.
귀국한 해미는 종수에게 여행 중에 만났다는 미끈하게 잘 생긴 부자 벤(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 연)을 소개한다. 종수는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벤 앞에서 완전히 주눅이 드는데 이 때부터 3각관계가 발생하면서 종수는 벤의 심부름꾼 비슷한 처지가 된다. 벤은 종수를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그 태도에서 은근히 종수를 아랫사람으로 깔보는 기색이 느껴진다. 이를 못 느낄 종수가 아니다. 영화는 벤을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에 비유하고 있다.
한편 종수는 판문점 부근의 자기 집에 돌아와 글을 쓰는데 확성기로 북한의 선전방송이 들린다. 영화는 한국의 분단상황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종수의 농부 아버지는 공무원을 폭행, 수감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해미와 함께 종수를 찾아온 벤은 자기는 빈 비닐하우스를 불태우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느닷없이 해미가 사라지고 종수와 벤이 함께 갈등과 충돌을 향한 2인무를 추다가 충격적인 클라이맥스에 이르는데 이 같은 결말은 예측이 가능하다. 성격 드라마이자 긴장감을 갖춘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이기도 한데 원작은 하루키 무라카미의 단편 ‘헛간 태우기’. 세 배우가 다 뛰어난 연기를 한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블랙 페이스


NBC-TV의 모닝쇼 ‘투데이’의 진행자 중 한 사람인 메긴 켈리가 최근 할로윈 얘기를 하면서 “내가 학교에 다니던 과거엔 백인들이 얼굴을 검은 칠로 분장을 해도 괜찮았다”는 망언을 해 쇼에서 퇴출당했다.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의식은 그들의 DNA에 들어있다시피 한데 1983년에는 ABC-TV의 ‘먼데이 나잇 풋볼’을 오랫동안 중계해온 베테런 방송인 하워드 코셀이 풋볼중계를 하면서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흑인선수를 “작은 원숭이”라고 불러 그 여파로 프로그램에서 자진 사퇴했다.
백인들이 영화나 쇼에서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19세기 중반부터 근 1세기 동안이나 유행한 버라이어티쇼인 ‘민스트렐 쇼’는 얼굴에 검은 칠을 한 백인들이 무대에 나와 노래하고 춤추고 코미디를 연출하면서 흑인들을 어릿광대요 게으른 멍청이들로 묘사, 인기를 끌었었다.
‘민스트렐 쇼’의 흑인에 대한 이런 묘사는 흑인들과 직접 접촉이 없는 백인들로 하여금 흑인을 열등한 사람으로 인식케 하는데 일조를 했다 켈리가 이런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그런 몰지각한 발언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켈리는 ‘트럼프 방송’인 폭스뉴스 출신으로 과거에도 예수와 산타 클로스를 백인이라고 우겨 물의를 빚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은 지금 진보와 보수가 격렬한 대립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증오와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있다. 켈리의 발언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백인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흑인 노릇을 한 것은 할리웃에서도 무성영화 시대부터 있어 왔다. 그 대표적 영화가 D. W. 그리피스가 감독한 대하 서사극 ‘국가의 탄생’이다. 남북전쟁과 전쟁 직후의 드라마로 백인 배우들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백인 여자들을 겁탈하고 그들의 재물을 약탈하는 바람에 이에 대항해 백인우월주의 집단인 KKK가 조직됐다는 내용이다. 흑인들은 무법자들로 KKK는 백마의 기수들로 묘사된 이 영화를 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번개로 쓴 역사”라고 찬양한 작품이다.
얼마 전 ‘블랙클랜스맨’을 감독한 스파이크 리를 만났을 때도 이 영화가 거론됐는데 그는 “‘국가의 탄생’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묘사된 흑인들을 보면 욕지기가 난다”고 열을 올렸다. 그가 오스카상을 받은 걸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맹렬히 비판 한 것은 영화에 나오는 스칼렛의 충실한 하녀 매미와 또 다른 하녀 프리시를 비롯한 흑인들이 다 노예근성에 사로 잡혔거나 맹한 인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리는 트럼프를 “디스 가이”라고 부르면서 “탄핵 받아야 마땅할 그가 절대로 재선되지 못하게 유권자 등록을 하라면서 인종차별이 없어지기를 희망하고 싶지만 결코 낙관할 수가 없다”고 비관했다.
백인 배우가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흑인 흉내를 낸 또 다른 유명한 영화가 할리웃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사진)다. 여기서 가수로 나온 알 졸슨은 입술은 새하얗게 그리고 얼굴은 새카맣게 칠하고 무대와 나와 ‘마이 매미’를 노래한다.
특히 백인들의 흑인 노릇은 뮤지컬에서 많은데 뛰어난 뮤지컬 배우들인 프레드 애스테어, 주디 갈랜드, 빙 크로스비, 미키 루니 및 셜리 템플 등이 다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춤추고 노래 불렀다. 불과 6년 전인 2012년 오스카 시상식 때는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와 유명 흑인가수이자 배우인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흉내를 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기도 했다.
할리웃은 예나 지금이나 백인들의 세상이다. 과거 할리웃은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동양인 역을 다 백인 배우들에게 줬다. 특히 웨스턴에 자주 나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로 백인배우들을 썼다.
록 허드슨, 버트 랭카스터, 찰스 브론슨, 잭 팰랜스, 척 코너스, 제프 챈들러, 앤소니 퀸 및 로버트 테일러를 비롯해 심지어 오드리 헵번도 아메리칸 인디언 노릇을 했다.
그 중에서도 실로 가관인 것은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걸작 웨스턴 ‘윈체스터 ‘73’에서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으로 나온 록 허드슨이다. 그는 영양상태가 좋은 살이 토실토실 찐 상반신을 벗어 제친 채 서툰 영어를 구사해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아연실색 했던 기억이 난다.
과거 할리웃의 백인배우들은 동양인역도 전매특허 냈듯이 자기들이 했다. 그 중에서도 최고 걸작(?)이 ‘정복자’에서 존 웨인이 옆으로 찢어진 눈에 가느다란 콧수염을 한 징기스칸으로 나온 것. 이 밖에도 말론 브랜도, 알렉 기네스, 캐서린 헵번, 미키 루니, 폴 뮤니, 루이즈 레이너 및 피터 로레 등도 모두 동양인들로 인종 변경을 한 배우들이다. 미국에 사는 동양인으로서 나도 인종차별을 당해 봤는데 나도 이 문제에 관해선 스파이크 리처럼 비관적이다.   .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