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만더가 아내를 학대하는 남자를 공중에 매단 채 징벌하고 있다. |
스릴러서 액션물로 … ‘밀레니엄’시리즈의 변종
‘용의 문신을 한 여자’를 시작으로 한 스웨덴의 스릴러 작가 스틱 라슨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후속편인 셈이지만 이 영화는 라슨의 사망 후 데이빗 라거크란츠가 ‘밀레니엄’ 시리즈의 여주인공 리스베스 살란더를 기용해 쓴 소설이 원작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변종이라고 하겠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누미 라파스가 주연한 3부작 스웨덴 영화와 루니 마라가 주연한 미국영화 ‘용의 문신’ 등이 히트를 했는데 이번에는 BBC-TV시리즈 ‘크라운’에서 젊은 엘리자베스여왕으로 나온 클레어 포이가 살라만더로 나와 치고 박고 쏘고 맹속력으로 도주하면서 액션연기를 한다.
속도감 있고 액션이 많아 눈요깃거리 오락영화로선 큰 손색이 없지만 살란더의 내면 묘사와 성격 개발이 아주 미흡해 포이의 맹렬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스릴러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영화들에서 표현되었던 살라만더의 분노와 복수심과 고통당하는 내면이 거의 보이지 않고 세계를 핵의 위협으로부터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액션에 치중하고 있다. 어둡고 심각했던 다른 영화들에 비해 격이 한층 떨어졌다.
처음에 살라만더의 어린 시절이 서막식으로 나온다. 살라만더의 아버지는 살라만더와 그의 언니를 성적으로 유린하는데 이런 아버지를 피해 살라만더는 도주하나 언니 카밀라는 아버지 곁에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헤어진 살라만더와 카밀라(실비아 혹스)는 성인이 되어 치명적인 적으로서 만난다.
이어 천재적인 해커가 된 짧은 머리의 살라만더가 아내를 폭력으로 학대하는 남편을 응징하는 장면이 또 다른 서막식으로 나오면서 살라만더가 소개된다. 미국의 국가안보위(NSA) 전직 요원 프랜스 발더(스티븐 머천트)가 전 세계의 핵폭탄이 저장된 장소를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화이어폴’을 고안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악인이 고용한 ‘스파이더스’라는 범죄 조직에 의해 탈취되면서 NSA가 ‘화이어폴’의 회수 임무를 살라만더에게 맡긴다.
살라만더가 이를 회수하자마자 그의 아파트가 폭파되고 이어 살라만더는 영화 내내 악인들을 쫓고 또 그들에게 쫓기면서 액션이 삼빡하게 벌어진다. 맹렬히 달리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추격과 개스 마스크를 쓴 살라만더가 가축용 충격봉으로 적과 싸우는 등 박력 있는 액션 장면이 많다.
과연 ‘스파이더스’의 관계자는 누구인가. 대충 알만하다. 영화의 또 다른 결점 중 하나는 살라만더를 돕는 저널리스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스베리르 구드나슨)가 완전히 장식품으로 소모된 것. 마지못해 쓰여진 것 같다. 이와 함께 플롯도 허술한 데가 있고 작품의 톤이 무질서하지만 포이의 단단한 연기가 볼만한 효과적이요 말끔한 스릴러다. 페데 알바레스 감독. R등급, Sony.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