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TV 스릴러 ‘킬링 이브’ 영국 첩보원 역 샌드라 오




4월 8일부터 BBC 아메리카 TV를 통해 방영될 스파이 액션 스릴러 ‘킬링 이브’(Killing Eve)에서 사이코 여자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을 쫓는 영국 정보부 MI5의 첩보원 이브로 나오는 샌드라 오(46·한국명 오미주)를 지난 1월 11일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필자와는 구면인 샌드라는 기자회견 전 필자를 보자 포옹을 하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매우 밝고 생명력이 넘쳐 신선한 느낌을 주었는데 질문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캐나다 태생의 샌드라는 TV 시리즈 ‘그레이즈 아나토미’로 골든 글로브상을 탔고 ‘사이드웨이즈’(Sideways) 등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가 하면 연극배우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킬링 이브’는 런던과 파리 및 베를린에서 촬영했는데 모두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전과 다른 스파이역 맘에 들어 흔쾌히 출연”


-이브 역을 어떻게 맡게 되었는가.
“어느 날 브루클린 길을 걷고 있는데 내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가 하는 말이 내게 좋은 역이 있는데 각본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읽었더니 의사나 선생 역이 아니어서 어리둥절해 도대체 내 역이 무엇이냐고 에이전트에게 물었다. 대답이 이브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난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난 이 시리즈의 총제작자인 피비 월러-브리지의 작품들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각본 내용이 좋아 역을 맡기로 했다.”

-시리즈에서 이브는 아침에 식당 웨이터에게 진 앤 토닉을 주문했는데 실제로도 아침에 그 것을 즐기는가.
“스트레스 때문에 시킨 것 같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진 앤 토닉을 진짜로 좋아한다. 난 보드카를 즐기는데 오후 5시 이후에야 즐긴다.”

-이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이브는 처음에 책상 일에 충실하나 매우 무료해 한다. 그리고 다소 자신감도 없다. 그러나 그는 안에 정열을 안고 있는데 문제는 그가 이를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난 그 점이 맘에 들었다. 또 하나는 이브가 살인자 빌라넬과 살인이 상징하는 어두움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역을 맡은 나의 안에 있는 어두움의 정체에 대해서도 자문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가 있었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육체적 액션이 맹렬해 지는가.
“물론이다.”

-이브가 빌라넬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이브는 빌라넬이 품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브와 빌라넬은 서로를 상대방에게 잡아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브는 그것의 정체를 모른다. 다만 이브가 깨닫게 되는 것은 어두움의 그림자는 결코 희롱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자도 유능한 스파이가 될 수 있으며 또 킬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이 시리즈는 제이슨 본 같은 통상적인 스파이 드라마의 스타일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책상에 앉아 숫자나 세던 40대의 여자가 스파이가 된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이브는 타고난 호기심과 추진력을 지닌 여자여서 좋은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빌라넬도 단순히 여느 스파이 드라마의 섹시한 팜므 파탈이 아니다. 그는 이들과는 다른 참신함과 새로운 면을 가진 킬러다.”
내근을  하다가  현장에 뛰어든 영국 정보부원 이브는 사이코 여자 시리얼 킬러 빌라넬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브가 강한 여자여서 역을 택했는가.
“아니다. 내가 이브를 선택한 것은 반드시 그가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발견한 강한 여자여서라기보다 먼저 그 역이 내 안의 창조적 불꽃을 점화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이름을 할리웃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이드웨이즈’는 당신의 배우로서의 생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
“그 영화가 내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사이드웨이즈’ 출연은 지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영화 성공의 여파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느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시리즈로 내가 배우로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레이즈 아나토미’에 다시 잠깐이라도 출연할 생각이 없는가.
 “매년 내가 되돌아온다는 말이 나돌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그 시리즈가 내 인생의 큰 한 부분이요 또 나는 그 경험을 아끼고 있지만 내가 성장하기 위해선 시리즈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할리웃에는 아직도 아시안 배우들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이를 바꿀 무슨 운동이라도 하는가.
“그것은 매우 중요하고 까다롭고 또 어려운 문제다. 유감스럽게도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는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성장하지도 못 했고 우리의 현실을 만족스럽게 반영하도록 크지도 못 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BBC 아메리카의 이 시리즈에 아시안인 내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은 뜻 있는 일이라고 본다. 내가 아시안 커뮤니티가 모자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여기 있으며 내 일에 대해 정열을 느끼고 있다.”

-즐기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난 막중한 책임과 촬영장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찍으면서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그런 것이 내겐 즐거운 일이다.”

-당신은 훌륭한 스파이가 될 자질이 있는가.
“없다. 난 거짓말에 아주 서투르다. 난 포커 페이스도 잘 짓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느끼면 신경질을 내곤 한다. 그리고 난 분석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난 내 직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각본을 읽으면서는 내가 맡은 역이 무엇이 필요하며 육체적으로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것 등을 따지면서 분석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는 전연 분석적이지 못하다.”

-2명의 강한 여자가 스파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리즈의 장르는 오랜 스파이 스릴러이지만 이 시리즈는 과거 스파이들의 전형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빌라넬은 과거의 킬러인 팜므 파탈과 1/8만 닮았고 이브도 역시 그렇다. 그러니까 옛 장르 안에 전연 새로운 2명의 여자 주인공이 나선 것이다. 난 그 점이 좋다. 난 스파이 장르의 추격과 스릴을 좋아한다. 또 하나 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이 유럽 곳곳을 돌며 추격과 도주의 액션을 펼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찍는 것은 세트에서 찍는 것과 냄새나 느낌이 아주 다르다. 그야 말로 국제적 감각이다.”

-다녀본 중에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다. 정말 좋았다.”

-소셜 미디아에 적극적인가.
“난 그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따라서 매우 서툰데 어쩌다 내 의견을 올릴 때면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 왜냐하면 예술인인 배우는 사적인 것과 신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올릴 때면 심사숙고한다.”

-어떻게 창조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는가.
“작품 제작자와 협동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와 연결이 되었다고 느끼며 또 그를 사랑 하는가 하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창조적 접근의 큰 부분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조용한 곳(A Quiet Place)


괴물의 공격을 받는 이블린이 욕조에서 고통을 참으며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

“쉿, 소리 내면 죽어”괴물 맞선 가족의 공포 스릴러


거의 시종일관 지속되는 침묵 속에서 보는 사람의 간을 졸아들게 만드는 긴장과 서스펜스 가득한 이색적인 공포 스릴러로 배우인 존 크래신스키가 감독하고 주연도 했는데 크래신스키의 상대역으로는 그의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가 나온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을 잡아먹는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황폐화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부부가 두 남매를 키우면서 생존 방식을 교육시키는 드라마에 괴물의 피비린 내나는 공격과 이에 맞서는 겁에 질려 초죽음이 된 가족의 액션을 혼성한 공포물이다. 
괴물들은 생긴 것이 에일리언과 바퀴벌레와 거미 그리고 영화 ‘공포의 작은 가게’에 나오는 인간을 잡아먹는 식물을 조합해 만든 것 같은 갑각류인데 보지는 못 하나 작은 소리마저 잡아낼 수 있는 뛰어난 청각을 지녀 영화의 가족들은 소리를 내 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의 많은 부분이 무성으로 진행되면서 공포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데 이런 공포감을 마르코 벨트라미의 으스스한 음악이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괴물들의 끔찍한 모습과 그들의 가차 없는 공격과 함께 공포감 조성이 때로 자주 반복되고 과장돼 웃음마저 나오는데 사람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음향효과와 장면들이 과용되면서 작품의 질을 떨어트린다. 
‘89일 째’라는 문자로 시작되는 첫 부분에서 작품의 공포 분위기가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든 부분이다. 뉴욕 주 북부의 폐허가 된 한 작은 마을의 약국을 겸한 가게에서 부부 리(크래신스키)와 이블린(블런트) 그리고 이들의 세 남매로 10대인 외동딸 리간(밀리센트 시몬즈)과 어린 장남 마커스(노아 주프) 그리고 둘째 아들 보 등이 약품과 생필품 등을 수거한다. 
이들은 모두 소리를 죽이기 위해 맨발인데 리간이 청각장애자여서 모두들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시몬즈는 실제로 청각장애자이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보가 가게에서 들고 온 장난감 우주선이 소리를 내면서 괴물의 습격을 받고 보가 죽는다. 이 아이의 죽음이 그 후 가족을 슬픔과 회한으로 짓 내리 누른다. 
가족은 농가의 지하에서 사는데 리와 이블린은 두 남매에게 끊임없이 생존의 기술을 가르친다. 그리고 리는 모스부호로 다른 나라들에게 구호를 요청한다. 이와 함께 이들 가족의 일상사와 불상사들이 묘사되면서 가끔 이들이 실수로 저지른 소리를 따라 괴물들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이들을 위협한다.
1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임신한 이블린이 출산하게 되는데 괴물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를 피해 욕조 안에서 아기를 낳는다. 리가 방음 장치가 잘된 지하 방을 따로 마련하긴 했지만 괴물들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기를 임신한다는 것이야 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 그리고 이 아기가 신통하게도 괴물이 나타날 땐 잘 안 운다. 
기족이 뿔뿔이 헤어져 있을 때 괴물들이 이들을 공격하면서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결말이 속편을 예고하듯이 끝난다. 공포영화의 틀 안에 가족애와 가족의 끈질긴 연결을 강조한 작품으로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시몬즈가 인상적이다. PG-13. Paramount.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블록커즈(Blockers)


리시(왼쪽부터)와 헌터와 미첼이 딸들의 프롬 파티장을 찾아왔다.

"프롬파티서 섹스할래" "절대 한돼" 

여고생 셋과 부모들이 펼치는 포복절도 코미디


프롬 날 저녁에 처녀성을 잃기로 작정한 3명의 여고생과 이를 막으려고 딸들의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부모들의 섹스 코미디로 포복절도하게끔 우습다. 무지무지하게 상스럽고 야하고 저속하며 음탕한 제스처와 언어들이 가득한데도 귀염성마저 있는 상냥한 영화다.
남자가 동정을 잃는 것에 대해선 별로 크게 신경을 안 쓰면서도 여자가 처녀성을 잃는 것에 대해선 과도하게 신경을 쓴다면서 남녀평등을 외치는데 여고 3년생 정도가 됐으면 자기 앞길 자기가 잘 챙길 줄 아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부모들에게 한 마디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는 또 부모의 자식 키우기에 대해서도 큰 배려를 하고 있다. 
3명의 부모와 3명의 딸들에게 각기 비중을 고르게 두어 서로 다른 스타일의 6명의 인물들이 뚜렷이 부각된 것도 훌륭한데 전부 다 연기들을 잘 한다. 그 중에서도 베테런 코미디언 레즐리 맨과 드웨인 잔슨처럼 프로 레슬러 출신인 덩지 존 세나와 그의 딸로 나오는 제랄딘 비스와나탄의 연기가 돋보인다. 
줄리(캐스린 뉴턴)와 안경을 쓴 샘(기디온 애들론)과 케일라(비스와나탄)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날부터 단짝이 된다. 이들을 학교에 데려온 부모들도 아이들로 인해 서로의 삶이 오래도록 연결된다. 
줄리는 셋 중에 가장 조숙하고 적극적으로 홀 어머니 리사(맨)가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샘은 다소 너드 스타일로 자기가 레즈비언임을 확인하지 못해 갈팡질팡 하는데 아버지 헌터(아이크 배린홀츠)는 바람을 피우다 들통이 나 집에서 쫓겨났지만 딸 사랑은 여전하다. 운동선수인 케일라도 똑똑하고 독립적인데 아버지 미첼(세나)은 덩지는 크지만 매우 감상적이어서 툭하면 눈물을 흘린다. 
세 딸들이 프롬파티에 가기 전 줄리가 “나 오늘 밤에 내 애인 오스틴(그램 필립스)과 섹스를 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샘과 케일라도 줄리의 선언에 동참한다. 그런데 줄리가 아이폰으로 샘과 케일라와 나눈 에모지 기호로 된 섹스 메시지를 줄리의 컴퓨터로 리사와 미첼과 헌터가 읽으면서 불난리가 난다. 
그래서 세 부모가 세 딸들의 파티 장소를 찾아 가면서 온갖 해프닝과 실수가 연발되는데 언제나 딸들이 자기들의 뒤를 쫓는 부모들보다 한발 앞서가면서 부모들의 당황과 좌절감이 배가한다. 
영화에서 배꼽 빠지게끔 우스운 것은 줄리와 오스틴이 들어간 호텔 방에 미리 들어가 숨어 있던 리사가 온 몸을 이용해 방을 빠져 나가는 장면. 물론 해피 엔딩인데 샘은 마침내 동양인 동급생(라모나 영)을 만나 동성애를 확인한다. 여류 케이 캐논의 감독 데뷔작.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