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 벤-허(앞)와 메살라가 전차경기를 하고 있다. |
도대체 왜 무슨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도대체 이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대량으로 축소된 내용과 연출 그리고 연기 및 액션과 감정 등 모든 면에서 볼품 없는 영화다. 명화에 개칠을 한 것 같은 오명을 뒤집어쓸 작품으로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전차경주 장면도 컴퓨터로 처리했는데 지나치게 빠르게 편집을 한데다가 전체적인 장관을 보여주기 보다는 클로스-업에 치중, 흥분이 안 된다.
루 월래스가 남북전쟁 후 쓴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벤-허’는 1925년 라몬 나바로가 주연한 무성영화로 만들어졌고 1959년에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하고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스펙태클한 대하 서사극으로 다시 만들어져 오스카상을 11개나 탔다. 이 두 영화에 비하면 카자크스탄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앤젤리나 졸리가 나온 2008년작 ‘원티드’)가 만든 이 영화는 외양과 내용 모든 면에서 왜소하고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는 마치 기독교 TV 방송사에서 만든 영화 같다. 전편에서는 예수가 얼굴이나 음성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예수(브라질 배우 로드리고 산토로)의 역할 비중이 막강하다. 그가 재판 끝에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를 향해 걷고 이어 처형 당하면서 고통하는 모습과 음성이 뚜렷이 부각되는데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행동과 은밀한 뉘앙스 등 여러 가지로 와일러의 작품에 접근하지 못할 영화다. 도대체 왜 그리고 무슨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영화를 보면서 내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용은 모두가 다 아는 것이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여러 면에서 수정했는데 만든 사람들에 의하면 와일러의 것이 배신과 증오와 복수의 영화라면 이것은 화해와 용서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터무니가 없는 내용 변경이어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기원 후 25년. 유대인 귀족인 주다 벤-허(잭 휴스턴-거장 존 휴스턴의 손자)와 로마인인 메살라(토비 케벨)는 친형제와 같은 사이. 메살라가 벤-허 가문의 양자로 컸다. 그리고 메살라는 벤-허의 여동생 네이오미(에이엘레 주로)를 사랑한다. 후에 로마로 가서 장군이 돼 정복자로서 유대 땅으로 돌아온 메살라가 벤-허와 원수가 된 까닭은 네이오미와의 결합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
메살라에 의해 노예가 된 벤-허는 로마 군함의 노를 젓는 신세가 되는데 거기서 살아 남아 경주마의 주인인 아프리카-아랍계 일데림(모간 프리만)을 만나 그의 4필의 백마를 몰게 된다. 그리고 메살라와 전차경주에서 맞서는데. 와일러의 영화나 이 영화나 모두 전차경주 장면은 10분 정도 계속되는데 전자에 비해 이것은 긴강감이나 박력 그리고 스릴이 훨씬 미약하다.
와일러의 것은 상영시간이 212분이었고 이것은 124분이어서 많은 얘기가 생략됐는데 배우들이 연기도 표현에 높낮이가 없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음악. 와일러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미클로스 로자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실로 클래식인데 이 영화는 마지막 크레딧 부분에서 팝뮤직을 썼다. PG-13. Paramoun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