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라이더(The Rider)


로데오 선수인 브레이디는 사고로  더 이상 경기에 참가하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서부영화 진수


참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또 거칠도록 사실적인 미 카우보이와 서부에 관한 아메리칸 목가다. 놓치기 쉬운 작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솔직하고 민감하며 애수가 깃든 비가이기도 한데 지금은 사라진 옛 서부를 그리워하고 있다.
전연 꾸밈이 없는 엄격한 서부영화이자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말을 못 타는 주인공의 내적 고뇌와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 성격탐구 영화이기도 하다. 대사가 별로 많지 않은 매우 조용한 영화로 황무지나 다름없는 서부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정확하게 고찰한 준수한 소품이다.
영화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은 비 배우들로 내용이 그들의 실제 경험과 삶을 다뤄서 마치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보듯이 사실감이 절실하다. 연기가 아니라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찍은 것 같다.
각본을 쓰고 감독한 사람은 덴버에 사는 중국계 여류 클리오 자오로 이 영화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물과 인물의 내면을 통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작중 인물들에 대해 깊은 연민의 감을 가지고 있다. 대성할 감독이다.
사우스 다코다 주 파인 리지의 황야에서 집안 살림을 돕거나 염려하기보다 마초맨의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아버지 웨인(팀 잰드로)과 정신박약자인 여동생 릴리(릴리 잰드로)와 함께 낡아빠진 트레일러에서 사는 브레이디 블랙번(브레이디 잰드로)은 로데오 챔피언으로 로데오와 말 훈련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청년. 그의 어머니는 사망했다.
그런데 브레이디는 로데오에 참가했다가 낙마,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뒤로 의사로부터 더 이상 말을 타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말과 로데오가 자기의 전 삶이나 다름없는 브레이디는 이로 인해 깊은 고뇌와 좌절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의사의 충고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부상이 나으면 다시 말을  탈 것인가를 놓고 고심한다.
브레이디는 뇌 부상으로 오른 손에 힘을 주면 손이 마비되는데 그래서 훈련시키는 말을 타다가도 고삐를 쥔 오른손이 마비가 되곤 한다. 브레이디는 이웃의 말을 돌보거나 훈련시키면서 무료를 달래지만 언젠가 다시 말을 타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 한다.
이와 함께 브레이디와 그의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실제 로데오 선수로 교통사고를 입어 지체 및 정신박약자가 돼 병원에 있는 친구 레인(레인 스캇)과의 관계가 심도 있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가난에 쪼들리는 브레이디 가족의 삶과 생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 미래가 전연 내다보이지 않는 환경 하에서 생존하려고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황이 숨이 막힐 정도로 절망적인데 감독은 이런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일절 감상성을 배제한 채 가혹할 정도로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마침내 브레이디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데오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카우보이 모자와 셔츠와 벨트 그리고 부츠를 신고 경기장에 도착한다.
영화는 실제로 로데오 선수인 브레이디의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브레이디의 해저의 깊이와도 같은 고요하면서도 막중한 연기가 빼어나다. 브레이디와 릴리 그리고 팀은 한 가족이이다. 황량한 서부를 찍은 촬영도 훌륭하고 간간이 사용되는 음악도 좋다.  R등급. Sony Pictures Classics.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베이루트(Beirut)


전직 외교관 메이슨(가운데)은 납치된 옛 친구를 구하려고 베이루트에 도착한다. 왼쪽은 CIA요원 샌디.

 “납치된 동료를 구하라” 인질석방 위해 고군분투 전 외교관 그린 정치물


1980년대 초 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납치사건을 해결하려고 현장에 뛰어든 전직 미 외교관의 정치 스릴러로 시종일관 긴장감이 깃든 요즘 시의에도 맞는 볼만한 영화다. 
중동의 어지러운 정치와 군사적 상황과 대결을 둘러싼 난마와도 같은 이해 당사국 간의 서로 다른 목적을 헤집고 다니면서 인질 석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의 필사적 노력을 흥미 있게 다뤘는데 주인공역의 존 햄(TV시리즈 ‘매드 멘)이 중후하게 보기 좋은 연기를 한다. 
1972년 베이루트 주재 미 외교관 메이슨 스카일즈(햄)의 집에서 다국적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파티가 테러로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이 테러로 자신의 귀중한 가족을 잃은 메이슨은 관직을 떠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알콜중독자로 폐인이 되다시피 한 채 노사분규 중재로 밥벌이를 하는 메이슨이 CIA의 부름을 받는다. 베이루트에서 메이슨의 옛 친구이자 동료였던 캘(마크 펠레그리노)이 아랍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는데 그의 석방을 납치범들과 협상하라는 것이다.            
CIA가 메이슨을 부른 이유는 납치범들이 메이슨을 협상 중재자로 선택했기 때문. 그래서 메이슨은 내란이 한창인 베이루트에 도착하는데 메이슨과 함께 일하는 CIA직원이 샌디 크라우더(로자먼드 파이크).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것은 캘과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인 뮌헨 올림픽 테러리스트를 맞바꾸자는 것. 메이슨은 자신의 중재능력을 믿고 이 기회를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계기로 삼아보려고 시도하나 국가 간에 얽히고 뒤엉킨 이해관계 때문에 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메이슨은 미 정부가 캘의 석방을 원치도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면서 단독으로 캘의 석방을 위해 적지로 뛰어든다.
납치범들과 미 정부 그리고 CIA 요원들이 모두 제각기 서로 상반된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어  플롯이 다소 복잡한데 영화를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중동의 문제는 여전하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햄의 무게 있는 연기에 비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역인 샌디로 나온 파이크는 충분히 사용되지 못했다. R등급.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대통령과 바람기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바야흐로 정치 스릴러의 경지로 들어서고 있다. 9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관들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집과 사무실을 급습, 압수수색을 했다. 코언은 대선 직전인 2016년 트럼프와 섹스를 했다는 전직 포르노스타 스토미 대니얼즈(39^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를 전달한 장본인이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각료회의에서 “FBI의 행위는 마녀사냥이요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며 국가 위기론을 들먹였다.
대니얼즈는 지난 달 CBS-TV의 ‘60분’에 나와 2006년에 있은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실토했다. 그 내용 중 가히 희화적인 것은 자기가 트럼프의 얼굴이 실린 포브스잡지를 둘둘 말아 바지를 내린 속 팬티바람의 트럼프의 엉덩이를 두 번 내리쳤다는 것. 전희 행위였던가 보다. 물론 트럼프는 대니얼즈와의 섹스와 13만달러에 대해서도 “아니요”와 “아는 바 없다”로 대응했다.
대니얼즈의 인터뷰에 며칠 앞서 전직 플레이보이지 모델인 캐런 맥두갈(46)도 CNN-TV에 나와 2006년 트럼프와 10개월 간 통정했다면서 둘은 서로 사랑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트럼프는 동시에 맥두갈과 대니얼즈와의 섹스를 즐긴 것이다.
일종의 권력형 비리라고도 할수 있는 왕과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성서시대부터 있어왔고 또 미국의 역사와도 시간을 같이한다. 다윗이 자기 권력을 남용, 자기 부하의 아내 바스세바를 취한 것이 국가수반의 혼외정사의 고대판.
미국에서는 미 건국의 국부중 하나인 토마스 제퍼슨이 노예와 관계해 아이까지 보았고 제29대 대통령 워렌 G. 하딩은 낸 브리튼이라는 여인과 백악관 옷장 속에서 혼외정사를 즐겨 딸까지 보았다. 하딩은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백악관 옷장 속에서 섹스를 즐기고도 오리발을 내밀어 탄핵을 당할 뻔한 클린턴의 대 선배인 셈이다. 
생전 바람피울 것 같지 않은 프랭클린 D. 로즈벨트도 자기 사촌 데이지를 비롯해 여러 명의 여자들과 혼외정사를 가졌다. 그와 데이지와의 관계는 빌 머리가 로즈벨트로 나오고 로라 린니가 데이지로 나온 ‘허드슨의 하이드 팍’에서 상세히 재연 됐다. 아이젠하워도 마찬 가지. 그는 2차대전 시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유럽에 주둔했을 때 자기 차량 운전사로 모델 출신의 영국 여인 케이 서머스비 대위와 사랑을 불태웠다. 최근에 들어서는 198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게리 하트가 다나 라이스와의 스캔들로 중도하차 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여성편력이 가장 화려했던 사람은 단연코 존 F. 케네디다. 파티 애니멀이었던 케네디는 특히 여러 명의 할리웃 스타들과 섹스를 즐겼는데 그 중 대표적인 여자가 마릴린 먼로다. 그런데 케네디는 자기 동생으로 법무장관이던 로버트와 먼로를 공유했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도 케네디의 할리웃 여인들로는 오드리 헵번, 앤지 디킨슨 및 리 레믹등이 있다. 그는 이들 외에도 시카고 갱 두목의 정부인 주디스 캠벨을 비롯해 백악관 여직원과 기자 및 자기 참모들이 구해온 전연 생면부지의 여자들까지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했다.
‘펜타곤 페이퍼’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워싱턴 포스트의 벤 브래들리 편집장의 자서전 ‘어 굿 타임’을 보면 케네디는 브래들리의 처형과도 오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브래들리는 책에서 “그 때만해도 혼외정사는 권력 있는 남자들의 권리처럼 여겨졌다”면서 “남자기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신문사도 그런 일에 대해선 ‘나 모르쇠’의 태도를 견지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남자 위주의 세상 풍경은 1950년대와 60년대 맨해튼의 광고회사 내막을 파헤친 시리즈 ‘매드 멘’에서 잘 나타나 있다.
불운의 가문인 케네디가의 4형제 중 막내인 에드워드의 대통령의 꿈도 여자 때문에 무산됐다. 에드워드는 상원의원 시절인 1969년 7월 어느 날 밤 매서추세츠 주의 휴양지인 차파퀴딕 섬에서 자기 형 로버트의 선거 운동원이었던 20대의 여인 조 코페크니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가 차가 다리 위에서 아래 호수로 추락한 뒤 혼자 현장을 빠져 나왔고 코페크니는 익사했다. 이를 다룬 영화 ‘차파퀴딕’(Chappaquiddick^사진)이 현재 상영 중인데 영화에서 에드워드(제이슨 클락)가 사고 후 자기 참모들에게 “나 대통령 되기는 이제 다 틀렸어”라고 자탄한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한창일 때 정치 기고가 알렉산더 칵번은 “미국 사람들은 클린턴을 좋은 남편이 되라고 뽑은 것이 아니다. 섹스스캔들을 둘러싼 중구난방은 종교재판이 벌이는 코믹 오페라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말이다.
정치와 도덕은 물과 기름이요 권력과 부와 명성이 있는 곳에는 섹스가 술에 안주처럼 따르게마련이다. 도덕과 거리가 먼 장사꾼으로 권력과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트럼프가 과연 이번섹스 스캔들을 어떻게 넘길지  두고 봄직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