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데오 선수인 브레이디는 사고로 더 이상 경기에 참가하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다. |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서부영화 진수
참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또 거칠도록 사실적인 미 카우보이와 서부에 관한 아메리칸 목가다. 놓치기 쉬운 작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솔직하고 민감하며 애수가 깃든 비가이기도 한데 지금은 사라진 옛 서부를 그리워하고 있다.
전연 꾸밈이 없는 엄격한 서부영화이자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말을 못 타는 주인공의 내적 고뇌와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 성격탐구 영화이기도 하다. 대사가 별로 많지 않은 매우 조용한 영화로 황무지나 다름없는 서부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정확하게 고찰한 준수한 소품이다.
영화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은 비 배우들로 내용이 그들의 실제 경험과 삶을 다뤄서 마치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보듯이 사실감이 절실하다. 연기가 아니라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찍은 것 같다.
각본을 쓰고 감독한 사람은 덴버에 사는 중국계 여류 클리오 자오로 이 영화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물과 인물의 내면을 통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작중 인물들에 대해 깊은 연민의 감을 가지고 있다. 대성할 감독이다.
사우스 다코다 주 파인 리지의 황야에서 집안 살림을 돕거나 염려하기보다 마초맨의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아버지 웨인(팀 잰드로)과 정신박약자인 여동생 릴리(릴리 잰드로)와 함께 낡아빠진 트레일러에서 사는 브레이디 블랙번(브레이디 잰드로)은 로데오 챔피언으로 로데오와 말 훈련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청년. 그의 어머니는 사망했다.
그런데 브레이디는 로데오에 참가했다가 낙마,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뒤로 의사로부터 더 이상 말을 타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말과 로데오가 자기의 전 삶이나 다름없는 브레이디는 이로 인해 깊은 고뇌와 좌절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의사의 충고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부상이 나으면 다시 말을 탈 것인가를 놓고 고심한다.
브레이디는 뇌 부상으로 오른 손에 힘을 주면 손이 마비되는데 그래서 훈련시키는 말을 타다가도 고삐를 쥔 오른손이 마비가 되곤 한다. 브레이디는 이웃의 말을 돌보거나 훈련시키면서 무료를 달래지만 언젠가 다시 말을 타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 한다.
이와 함께 브레이디와 그의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실제 로데오 선수로 교통사고를 입어 지체 및 정신박약자가 돼 병원에 있는 친구 레인(레인 스캇)과의 관계가 심도 있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가난에 쪼들리는 브레이디 가족의 삶과 생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 미래가 전연 내다보이지 않는 환경 하에서 생존하려고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황이 숨이 막힐 정도로 절망적인데 감독은 이런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일절 감상성을 배제한 채 가혹할 정도로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마침내 브레이디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데오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카우보이 모자와 셔츠와 벨트 그리고 부츠를 신고 경기장에 도착한다.
영화는 실제로 로데오 선수인 브레이디의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브레이디의 해저의 깊이와도 같은 고요하면서도 막중한 연기가 빼어나다. 브레이디와 릴리 그리고 팀은 한 가족이이다. 황량한 서부를 찍은 촬영도 훌륭하고 간간이 사용되는 음악도 좋다. R등급. Sony Pictures Classics.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