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평가보다 스스로가 진짜 자신을 보여줄 때 승리”
오는 2월2일(하오 10시)부터 케이블 TV FX를 통해 방영되는 O.J. 심슨의 재판을 다룬 10부작 드라마 시리즈‘시민 대 O.J. 심슨: 미국의 범죄이야기’(The People v. O.J. Simpson: American Crime Story)에서 O.J.를 변호한 변호사 중 한 사람인 로버트 샤피로로 나오는 잔 트라볼타(60)와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O.J.로는 쿠바 구딩 주니어가 나온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트라볼타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가면서 농담을 섞어 질문에 달변으로 대답을 했다. 쾌활하고 명랑한 호인 스타일로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우리(할리웃 외신기자협회원)들을 마치 이웃처럼 친근하게 대해 인터뷰가 편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트라볼타는 샤피로 역을 마치 오페라를 하듯이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을 써 가면서 신나게 한다.
-역을 맡으면서 망설이기라도 했는가.
“우선 TV 작품의 역을 맡은 지가 40년이 넘어 망설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확실하고 튼튼한지에 대해서도 염려를 했다. 내용을 듣고 나서야 염려가 가셨다. 작품의 예술성이 높다는 것과 얘기가 다양한 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이것이야 말로 한 번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을 어떻게 준비했는가.
“난 변호사들을 잘 알고 있다. 재판에 관한 책 3권을 읽으면서 샤피로를 충실히 정확하게 해내려고 노력했다. 책 외에도 비디오를 보고 신문기사를 통독했다. 큰 도움이 됐다.”
-당신은 자가용 비행기를 조종하는데 몇 대나 가지고 있는가.
“두 대다.”
-당신은 O.J.가 무죄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유죄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각자의 의견에 달렸다. 사건현장에 있지 않는 한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다수의 느낌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작품을 만드는 데는 나의 개인적 의견은 아무 상관이 없다. 각본대로 따라 할 뿐이다. O.J.를 변호한 사람들은 사법체제를 존중하면서 그대로 따라했을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해서 아직도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가.
“난 꽤 깨끗한 삶을 살고 있다. 운동을 하고 잘 먹는다. 모든 것을 도가 넘치지 않게 한다. 우리 직업은 스트레스가 심한 것인데 난 그것을 내 종교(사이언톨로지)로 다스린다.”
-실제로 재판이 열리고 있을 때 TV로 시청을 했는가.
“나보다 풋볼선수였던 나의 아버지가 더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는 매일 TV 앞에 붙어살다시피 했다.”
샤피로(오른쪽)가 또 다른 변호사인 로버트 카다시안(데이빗 슈위머)과 논의하고 있다. |
-요즘의 할리웃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는가.
“우선 옛날에는 배우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요즘에 비해 훨씬 적었다. 역을 위한 오디션에 가도 경쟁자는 6~7명에 불과했다. 그 중 한 명은 리처드 기어였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진화해 세분화하면서 많은 다른 국면이 개입되고 아울러 수백명의 배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심하게 달라진 것은 유명세다. 지금은 1975년보다 유명해진다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 됐다.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샅샅이 기록되고 보도되고 또 멋대로 판단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스타들은 스트레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심하다. 그들은 집밖엘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다. 밖엘 나가면 보는 눈들 탓에 완벽한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난 40년간에 달라진 점이다.”
-당신은 역을 어떻게 고르는가.
“난 재미없거나 도전적이 아니면 역을 맡지 않는다. 요즘은 그런 면에서 내겐 더 활동하기가 좋다. 과거보다 더 좋은 각본이 많고 역도 다양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때론 나이를 먹을수록 더 다양한 역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난 행복하다.”
-이 역을 맡은 후로 사람들에게 좋은 법적 자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보다 오히려 과거에 더 좋은 법적 자문을 줄 수가 있었다. 내가 22세 때 내 변호사 중 한 명이 나보고 넌 법적인 면에 매우 똑똑하니 쉽게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내가 자기보다 낫다고 했다. 내가 그런 말을 들은 것은 내 개인적 필요와 생존본능이 작용한 탓으로 때론 그런 것이 변호사의 지식을 능가할 수가 있다고 본다.”
-이 역을 맡고 나서 앞으로 당신의 변호사를 상대로 보다 나은 협상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역을 하고 나서 내가 배운 것은 법적 또는 사법적 체계가 반드시 공정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의 공정성은 법적 테두리 안의 것이지 인간성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리즈 끝에 나오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변호사들이다’라는 말이 이 사실을 대변한다.”
-당신이 젊은 사람들에게 줄 조언은 어떤 것인가.
“남으로 하여금 너를 네가 아닌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이 당신에 대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가 진짜 자신을 보여줄 때에만 승리할 수가 있다. 당신에 대한 적대의식과 맞서야 할 때는 스스로를 안정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신에 대한 적대감과 진짜 당신과의 사이에 차이를 둘 수가 있다면 당신이 한 발 앞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 방법을 터득했는가.
“내 부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내게 자의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보다 더 큰 것을 찾고자 했을 때 사이언톨로지를 발견했다. 난 거기서 찾은 것을 사랑한다. 그것은 내 자의식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당신이 올리비아 뉴턴 존과 나온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1978)가 지금도 인기가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영화의 마법이다. 세월이 가도 매 세대가 각기 자기들의 관점대로 영화를 해석하고 또 그것에 기여하는 탓인 것 같다. 나도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난 영원보다 더 오래갈 영화에 나왔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38년 전에 어려서 본 사람들이나 요즘의 어린 아이들이나 똑같이 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로 멋있는 알이다.”
-당신은 어떤 피를 지녔는가.
“반은 이탈리아요 반은 아일랜드다. 우리 이탈리아 조상은 시실리와 나폴리 태생이다. 난 식욕도 이탈리아 사람 닮았다.”
-당신하면 디스코인데 요즘에도 춤을 추는가.
“내 몸이 분명히 따라갈 수 있다고 느끼는 리듬 있다면 난 춤을 춘다. 주로 라틴 리듬이다. 시대에 관계없이 나의 춤추고자 하는 영감을 움직이는 음악이 있으면 무대에 오른다. 랩도 다소 춘다.”
-당신의 연기 매너리즘이 매우 흥미 있는데 하기가 힘들었는가.
“감독인 라이언 머피가 내게 역을 자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난 진실하려고 샤피로의 특별한 행동과 제스처를 보고 연구했다. 흉내 내기가 재미있었다. 내 해석이 큰 몫을 했지만 결코 샤피로의 행동이나 제스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작품을 망쳤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당신은 비행기에 열중하게 됐는가.
“내가 뉴저지주에 살 때 라과디아 공항 근처에 살았는데 매 5분마다 비행기들이 우리 집 지붕 위로 날아가곤 했다. 그 때부터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연예인들이었던 내 누나들이 전국 순회공연을 떠나고 돌아올 때마다 난 아버지와 함께 공항에 나가 그들을 보내고 맞이했다. 여기서 나의 비행과 쇼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함께 영글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쇼비즈니스와 비행산업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내가 알던 옛날 배우들인 말론 브랜도와 로렌 바콜 그리고 진 켈리에게 ‘당신은 어떤 비행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즉각 비행기의 이름을 대곤 했다. 이런 것들이 내 비행기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준 것 같다.”
-그 동안 얼마나 비행을 했는가.
“9,000시간을 날았다. 대부분 제트비행기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