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세 여자, 사랑과 갈등이 얽혀
사비에르의 세 여인 이자벨(왼쪽부터), 웬디 그리고 마르틴. |
경보하듯이 경쾌하고 유머가 있는 로맨스 영화를 전문으로 만드는 프랑스의 세드릭 클라피시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깨소금 맛 나는 사랑의 영화다. 클라피시는 늘 자기가 고용하는 배우들을 반복해 이용하는데 이번에도 로맹 뒤리와 오드리 토투 그리고 세실 드 프랑스와 켈리 라일리를 모아 아기자기하고 즐겁고 상쾌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뒤리의 장소를 이전해가면서 여러 사람들이 복잡다단하게 사랑의 이야기를 엮는 ‘로맨스 3부작’의 마지막 편. 제1편은 ‘스패니시 아파트먼트’ 제2편은 ‘러시안 인형’으로 이번에는 장소를 뉴욕의 차이나타운으로 옮겨 한 남자와 세 여자의 사랑의 얘기를 제목 그대로 퍼즐 풀어나가 듯이 교묘하게 직조하고 있다. 제1편과 2편을 보고 이 영화를 보면 인물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파리에 사는 작가 사비에르(뒤리)는 나이 40세로 아내 웬디(라일리)와 결혼생활 10년에 어린 두 남매를 두고 있다. 사비에르는 착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작가여서 역시 성격이 복잡한 편으로 쉬운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웬디가 뉴욕에서 만난 부자 남자에게 빠져 사비에르를 버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뉴욕으로 사랑의 줄행랑을 놓는다.
이에 사비에르도 아이들과 떨어질 수가 없어 짐을 싸들고 뉴욕으로 간다. 사비에르가 찾아가는 사람이 레즈비언 친구로 고혹적인 중국계 미국 여인 주(산드린 홀트)와 동거하는 이자벨(드 프랑스). 그리고 사비에르는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있는 주의 허름한 안 쓰는 아파트에 둥지를 튼다.
여기에 사비에르의 옛 애인으로 두 아이를 가진 마르틴(토투)이 역시 뉴욕으로 오면서 모두 결점이 있는 1남3녀의 일상과 사랑과 갈등 그리고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로맨틱하면서도 사실적인 드라마가 감나무에 연줄 엉키듯이 엉킨다. 그런데 클라피시는 기차게 재치 있게 이 연줄들을 풀어 질서정연하게 정리한다.
불체자 신분이 된 사비에르는 자전거 메신저로 일하면서 자기가 목격하고 경험한 뉴욕 스토리를 소설로 써나간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사비에르가 불체자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인과 가짜로 결혼하는 것. 이민국 직원의 불시단속을 피하려고 벌이는 해프닝이 배꼽을 빼게 우습다.
서로들 호흡이 잘 맞는 배우들이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쉽게 좋은 연기를 하고 복작대는 차이나타운과 뉴욕의 여러 곳을 그림엽서처럼 찍은 촬영도 훌륭하다. 아주 즐겁고 밝고 우습고 또 로맨틱한 마음과 가슴이 있는 영화다.
성인용. Cohen Media.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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