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맨 왼쪽)의 일당이 범행을 논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한국계 어머니에서 태어난 소매치기 콘스탄스 역의 어콰피나. |
고가 보석털이 펼치는‘여성판 오션스 11’
대규모 예산을 들여 만든 외화내빈의 전형적인 할리웃 메이저의 영화로 기라성 같은 여배우들과 명품 패션과 보석들이 즐비하게 나와 보기엔 호화찬란하나 가볍기 짝이 없는 털이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이 영화는 2001년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하고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핏이 나온 ‘오션스 11’의 여성판 스핀오프로 소더버그가 제작자로도 참여하고 있다. ‘오션스 11’도 프랭크 시내트라와 딘 마틴 그리고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랫 팩’ 나온 1960년 작 동명영화의 신판이다.
여자라고 못 할 줄 아느냐며 여성 8인조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연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갈라에서 1억5,000만 달러짜리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쳐내는 얘기인데 보기 즐길만은 하나 신선감과 긴장감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너무 작위적이요 기계적이다. 모험정신이 결여된 대신 겉치장에 치중한 화려한 패션쇼와 같은 영화다.
범죄 파트너로 고급 미술상인 애인 클로드(리처드 아미티지)로부터 배신을 당해 5년간 옥살이를 하고 출옥한 대니 오션스(조지 클루니)의 여동생 데비 오션스(샌드라 불락)는 여성 범죄 파트너 루(케이트 블랜쳇)를 만나 메트 갈라 털이를 음모한다. 데비가 이런 범행을 시도하는 이유는 보석털이 외에도 범죄의 누명을 클로드에게 뒤집어 씌워 그에게 복수를 하자는데 있다. 범행의 목표물은 허영에 들뜬 빅스타 대프니 클루거(앤 해사웨이)가 목에 찰 1억5,000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데비는 범행의 파트너들을 모집한다. 컴퓨터 전문가인 나인 볼(리안나)과 퀸스의 소매치기 콘스탄스(어콰피나) 그리고 파산 직전에 있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로즈 웰(헬레나 본햄 카터)과 보석 전문가 아미타(민디 케일링) 및 암시장 장물아비 태미(새라 폴슨). 나머지 한 명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건 대프니.
마침내 갈라가 열리는 날 8인조는 데비가 짠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에 들어간다. 8명 중 일부는 갈라 참석자와 파티 종사자로 위장하고 뮤지엄 밖에 있는 범행 파트너들과 서로 교신하며 일사천리로 털이를 진행하는데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진짜 보석 같지가 않고 가짜 보석 같은 영화로 8명의 배우들의 연기가 들쭉날쭉이다. 범행의 두목인 불락은 목석같고 케일링과 본햄 카터와 폴슨도 낭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어콰피나. 어콰피나는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배우요 래퍼이며 코미디언인 노라 럼의 예명으로 진짜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연기를 해 그나마 진부한 작품 분위기에 신선미를 주고 있다. 그리고 보석 보험회사 감정사로 나온 제임스 콘론도 재치 있는 연기를 한다. 무던한 솜씨의 게리 로스가 감독했는데 영화가 히트를 하면 속편을 만들겠다는 여운을 남긴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