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월 12일 금요일

패딩턴 2(Paddington 2)


패딩턴이 교도소 주방장 맥긴티 앞에서 떨고 있다.


입양된 곰 적응과정 벌이는 해프닝
재미와 감동의 가족용 애니메이션


런던의 단란한 브라운 가족에 입양된 페루산 곰 패딩턴의 새 세상 적응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그리고 인간 가족과의 관계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그린 ‘패딩턴’(2014)의 속편으로 전편 못지않게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고 우습고 신나는 온 가족용이다. 
전편에 나온 배우들이 다시 다 나오고 여기에 휴 그랜트와 브렌단 글리슨 같은 유명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와 톡톡 튀는 대사와 노련한 연기로 웃음을 배가시키는 앙상블 캐스트의 영화다. 주·조연 외에 짐 브로드벤트, 이멜다 스턴튼, 마이클 갬본 및 탐 콘티 같은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나온다. 
액션이 많고 속도감 있으며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대사 그리고 좋은 연기가 있는 상냥하고 부드럽고 사뿐한 영화로 곰이 주인공이니만큼 플롯에 좀 어리석은 부분이 있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로 교훈적인 부분도 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수용과 함께 친절과 예의범절 및 우리들 속에 있는 선한 마음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호소가 담겨 있다.
패딩턴(벤 위셔 음성)이 입양된 브라운 가족이 사는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허영 덩어리인 한물 간 배우 피닉스 뷰캐넌(그랜트). 그는 지금 개밥 광고로 연기생활을 하고 있다. 브라운 가족의 가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의 아들과 딸 및 나이 먹은 가정부로는 각기 전편에 나온 휴 본느빌, 샐리 호킨스, 새뮤엘 조슬린, 매들렌 해리스 및 줄리 월터스 등이 다시 등장한다. 이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 가정부 월터스로 그가 “배우란 다 사악한 것들”이라고 한 마디 한다. 
입양된 집에서 가족의 일원이 되어 잘 살고 있는 패딩턴의 이 닦고 세수하는 등의 일상묘사가 아주 우습고 재치 있다(애니메이션이 매우 좋다). 패딩턴은 동네 골동품가게(가게 주인이 브로드벤트)에서 19세기에 만든 희귀한 팝-업 책을 보고 이를 사서 자기가 오매불망 못 잊는 고향의 아주머니에게 보내려고 유리청소 등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노리는 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뷰캐넌. 이 책에는 엄청난 액수의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주는 단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패딩턴은 괴한이 골동품 가게에 침입해 팝-업 책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고 그를 뒤쫓다 오히려 절도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들어간다.
영화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교도소 내 패딩턴의 생활이 아주 우습고 재미있다. 죄수들의 우두머리는 속은 착하나 험악한 인상에 거구인 주방장 너클스 맥긴티(글리슨). 살벌한 감방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물론 패딩턴. 그는 맥긴티에게 마마레이드를 사용한 조리법을 지도, 그 때까지 맥긴티가 무서워 그가 해주는 맛없는 음식을 참고 먹던 감방 동료들의 입맛을 바꿔 놓으면서 감방에 화해와 평화 무드가 가득하게 된다. 
한편 브라운 가족은 패딩턴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나 쉽지가 않다. 그래서 패딩턴과 맥긴티가 교도소를 탈출하면서 추격과 도주와 액션과 모험이 일어난다. 세트 디자인과 의상과 칼러도 알록달록하니 다채롭다. PG.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커뮤터(The Commuter)


마이클이 협박전화를 받으면서 정체불명의 프린을 찾고 있다.

60세 넘은 리암 니슨  “미지의 인물 찾아라”  통근열차 속의 액션극


나이 60 넘어 ‘테이큰’ 시리즈와 ‘논-스탑’등 액션영화 배우로 맹활약하는 리암 니슨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쏘고 찌르고 치고 박는 B무비 스타일의 액션영화로 보자 마자 잊어버릴 영화다. 얘기도 신빙성이 모자라고 심리적 깊이도 부족하고 긴장감도 약하지만 액션팬들은 보고 즐길 만하다. 연출은 스페인 감독 하우메 코옛-세라가 했는데 그와 니슨은 ‘논-스탑’을 비롯해 이 영화로 네 번째 함께 일한다.
내용의 대부분이 협소한 공간인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데 히치콕의 기차가 나오는 ‘숙녀 사라지다’와 ‘기차 안의 낯선 사람들’ 그리고 ‘의혹의 그림자’의 이 부분 저 부분을 오려내 짜깁기한 것 같다. 도대체 누가 나쁜 자이며 또 시간에 쫓기는 설정까지 히치콕을 모방했는데 감독은 히치콕의 열렬한 팬이다.
전직 형사로 뉴욕에서 보험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마이클 맥컬리(니슨)는 은퇴를 몇 달 앞두고 해고된다. 그렇지 않아도 자녀 대학등록금 때문에 아내(엘리자베스 맥거번은 완전히 소모품)와 함께 걱정이 많은데 이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그는 회사 인근 술집에서 시름을 달래는데 그를 위로하는 사람이 뉴욕경찰서 형사 친구 알렉스(패트릭 윌슨). 둘은 술집에서 형사반장 호손(샘 닐)을 만나는데 알렉스와 호손의 설정은 완전히 관객을 혼란시키기 위한 얕은 수법이다.
이어 마이클은 집으로 가는 통근 기차를 타는데 그의 앞자리에 고혹적인 여자 조앤나(베라 화미가)가 앉더니 제의를 한다. 기차에 자기가 찾는 중요한 물건을 소지한 프린이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이 탔는데 그를 찾아주면 거액의 현찰을 주겠다는 것. 제의를 거절하면 마이클의 가족은 죽는다.
이 때부터 마이클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차 안을 샅샅이 뒤지며 전직 형사의 감각을 이용해 프린을 찾는데 도대체 프린이 누구인가. 그리고 누군가 마이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이어 온갖 무기와 흉기가 동원된 도가 넘치는 액션이 일어난다.
마지막은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가 탈선해 아우성 난장판이 되는데 끝에 가서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잘 알 영화여서 흥분감이나 서스펜스를 느끼게 되지 않는다. 사족 같은 라스트신은 터무니가 없는데 속편을 만들자는 말인가. 니슨은 이런 역은 여러 번 해 누어서 떡 먹기 식으로 해낸다.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블랙 선데이


모두가 하비 와인스틴 탓이다. 지난 7일 베벌리 힐즈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온통 흑색으로 물결쳤다. 여성 스타들이 모두 흑색 드레스를 입어 그들이 밟는 레드 카펫과 치열한 대조를 보였다.(사진)
흑색 드레스는 미 독립영화계의 거물 와인스틴의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폭로된 이후 미 사회전반에 걸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와 불균형에 저항하는 의도로 스타들을 비롯한 할리웃 여성들이 조직한 ‘타임즈 업’을 지지하는 차림이다.
물론 예년 같았으면 식장의 VIP 테이블을 차지했을 와인스틴은 보이지 않았고 먹을거리와 마실 것이 푸짐했던 와인스틴 애프터 파티도 종적을 감췄다. 푸어 소울.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식 중에도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즐기는 할리웃 최고의 파티로 알려져 있다. 식 중에 탐 행스가 식장 옆의 오픈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해 쟁반에 올려놓고 손수 들고 조심스럽게 걸어 자기 자리로 간다.   
그러나 이 날은 ‘타임즈 업’의 분위기가 축제 분위기를 압도해 마치 사회적 문제에 관한 소견 발표회장에나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성 수상자들이 한 결 같이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와 불균형에 대해 한 마디씩 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기에는 물론 옷깃에 ‘타임즈 업’ 핀을 꽂은 남성들도 동참했는데 살펴보니 마지못해 박수치는 남자도 더러 보인다. TV 드라마 ‘레이 도노반’으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리에브 슈라이버는 박수와 기립이 모두 엉거주춤하는 모양이었다.
여성 파워가 식장을 뜨겁게 달궜는데 묘하게도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대거 상을 탔다. 딸이 살해된 어머니가 쓴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광고를 둘러싼 도덕극 ‘미주리 주 에빙 밖의 3개의 광고’가 드라마 부문 작품^각본(감독인 마틴 맥도나)^여우주연(프랜시스 맥도만드) 및 남우조연상(샘 락웰)을 타 최다 수상작이 되었다.
또 가족과 삶의 터전을 떠나고파 안달이 난 여고 3년생의 얘기로 여배우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레이디 버드’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서샤 로난)을 탔다. 그리고 TV 부문에서도 여자가 주연하는 여성들의 얘기인 ‘하녀의 이야기’와 ‘빅 리틀 라이즈’가 작품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했다.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 수상자 오프라 윈프리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면서 시상식은 절정에 달했다. 윈프리는 “새날이 지평선에 떠오르고 있다”면서 “그 누구도 결코 다시는 ‘미 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오기를 희망 한다”고 강력한 발언을 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윈프리도 성적 학대의 희생자이다.
윈프리의 소감 내용이나 발언하는 모습이 마치 정견 발표를 하는 것 같았는데 이 장면이 NBC-TV로 방영되면서 윈프리를 다음 선거에 대통령후보로 내보내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트럼프는 9일 “내가 오프라에게 이길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작년 세실 B. 드밀 상 수상자는 메릴 스트립으로 스트립은 수상 소감에서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해 큰 화제가 됐었다. 2년 연속 여성 수상자가 홈런 성 소감 발표를 한 셈이다.     
이 날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 역을 한 게리 올드만이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할리웃 사상 최악의 영화인 ‘룸’을 자비로 만든 타미 와이조의 영화 제작과정을 다룬 실화 ‘디재스터 아티스트’에서 와이조로 나온 제임스 프랭코가 탔다. 감독상은 벙어리 여자청소부와 수중괴물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물의 모양’의 기예르모 델 토로가 탔다. ‘물의 모양’은 음악상(알렉상드르 데스플라)도 탔다.
여우조연상은 피겨 스케이터 타냐 하딩의 실화를 그린 ‘아이, 타냐’에서 타냐의 악모로 나온 앨리슨 재니에게 돌아갔다. 외국어영화상은 독일작품 ‘인 더 페이드’ 그리고 만화영화상은 ‘코코’에게 각기 돌아갔다.   
이 날 각본상을 주기 위해 배우 며느리 캐서린 제이타-존스가 미는 윌체어에 앉아 나온 커크 더글러스(101)를 본 것은 안 보는 것만 못 했다. 다부지고 강인했던 체구의 스파르타커스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더듬대며 말하는 것을 보다가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시상식은 대의명분이 축제 분위기를 앞지른 쇼였다. 그래서인지 심야 토크쇼 사회자인 세스 마이어스가 사회를 본 쇼의 시청률이 작년보다 5%나 떨어졌다.
그러나 골든 글로브쇼는 2017년 오스카 시상식에 이어 시청률이 가장 높은 비스포츠 TV프로다.
*지난  칼럼 ‘나의 베스트 텐’에서 2차대전시 영국군의 던커크 철수를 다룬 ‘던커크’가 누락됐습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