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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가 덩지가 큰 개의 발톱을 다듬어주고 있다. |
평범한 시민 폭력적으로 변하는 과정 사실적 묘사
나폴리 인근 후진 동네의 갱의 범죄와 폭력을 사실적으로 다룬 ‘고모라’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또 다른 범죄영화로 긴장감 팽팽하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지녔는데 이런 범죄적 분위기를 가끔가다 블랙 코미디로 얼려주고 있다.
주인공은 착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이런 사람이라도 주변의 악에 의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에게 대어들듯이 가차 없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난과 폭력 그리고 범죄와 무지 및 탐욕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실존적으로 그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품이다.
큰 눈에 다소 우스꽝스런 얼굴을 한 마르첼로(마르첼로 폰테)는 나폴리 인근 후진 해변마을에서 개미용사로 일하는 소시민이다. 아내와는 헤어졌고 성질 사나운 어머니(눈치아 스키아노)가 있다.
마르첼로는 사랑하는 어린 딸 소피아(알리다 발다리 칼라브리아)와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동네 사람들과 축구하면서 소일한다. 언젠가 돈을 벌어 딸과 함께 외국의 휴양지를 찾아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이 꿈. 그래서 돈을 모아놓으려고 부업으로 서푼짜리 코케인 밀매를 한다. 그가 사는 동네는 마치 유령촌과도 같다. 아무렇게나 지은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칙칙한 색깔로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드는데 폐가나 같은 건물들이 보잘 것 없는 동네사람들의 정신적 상태를 잘 대변하고 있다.
동네사람들이 사갈시 하고 있는 사람이 거구의 폭력적인 시모네(에도아르도 페스체). 시모네는 미친 개 같은 사람으로 험악하고 사납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람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가 마르첼로로 마르첼로는 자기에게도 가끔가다 폭력적으로 나오는 시모네를 참는데 그가 왜 시모네를 좋아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마르첼로는 시모네를 갱의 습격으로부터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범죄 친구를 동반한 시모네가 마르첼로를 윽박질러 아파트 털이에 운전사로 동원한다. 범죄 후 동네로 돌아오면서 시모네가 마르첼로에게 턴 집의 치와와가 짖어대 개를 냉장고 안에 처넣었다고 고백한다. 이에 마르첼로는 시모네를 내려놓은 뒤 아파트로 돌아가 냉장고 안의 개를 구해낸다. 마르첼로는 어찌 보면 사람보디 개를 더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마르첼로에게 시모네가 찾아와 시모네 옆 가게의 금은방을 털자고 제의한다. 이에 마르첼로는 금은방의 주인 프랑코(아다모 디오니시)가 자기 친구라며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시모네는 마르첼로가 저녁에 축구를 하러 나간 사이 마르첼로의 가게 안에 들어가 금은방과 붙은 벽을 뚫는다. 이로 인해 잔인하고 폭력적인 복수극이 벌어진다.
폰테와 페스체의 연기가 뛰어나고 다색을 절제하고 화면을 퍼렇게 멍들게 채색한 컬러와 죽어가는 마을의 을씨년스런 모습을 잘 찍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침울하게 만드는 촬영도 아주 좋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