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4월 17일 수요일

‘독맨’ (Do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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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가 덩지가 큰 개의 발톱을 다듬어주고 있다.

평범한 시민 폭력적으로 변하는 과정 사실적 묘사


나폴리 인근 후진 동네의 갱의 범죄와 폭력을 사실적으로 다룬 ‘고모라’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또 다른 범죄영화로 긴장감 팽팽하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지녔는데 이런 범죄적 분위기를 가끔가다 블랙 코미디로 얼려주고 있다.
주인공은 착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이런 사람이라도 주변의 악에 의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에게 대어들듯이 가차 없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난과 폭력 그리고 범죄와 무지 및 탐욕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실존적으로 그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품이다.
큰 눈에 다소 우스꽝스런 얼굴을 한 마르첼로(마르첼로 폰테)는 나폴리 인근 후진 해변마을에서 개미용사로 일하는 소시민이다. 아내와는 헤어졌고 성질 사나운 어머니(눈치아 스키아노)가 있다. 
마르첼로는 사랑하는 어린 딸 소피아(알리다 발다리 칼라브리아)와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동네 사람들과 축구하면서 소일한다. 언젠가 돈을 벌어 딸과 함께 외국의 휴양지를 찾아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이 꿈. 그래서 돈을 모아놓으려고 부업으로 서푼짜리 코케인 밀매를 한다. 그가 사는 동네는 마치 유령촌과도 같다. 아무렇게나 지은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칙칙한 색깔로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드는데 폐가나 같은 건물들이 보잘 것 없는 동네사람들의 정신적 상태를 잘 대변하고 있다.
동네사람들이 사갈시 하고 있는 사람이 거구의 폭력적인 시모네(에도아르도 페스체). 시모네는 미친 개 같은 사람으로 험악하고 사납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람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가 마르첼로로 마르첼로는 자기에게도 가끔가다 폭력적으로 나오는 시모네를 참는데 그가 왜 시모네를 좋아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마르첼로는 시모네를 갱의 습격으로부터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범죄 친구를 동반한 시모네가 마르첼로를 윽박질러 아파트 털이에 운전사로 동원한다. 범죄 후 동네로 돌아오면서 시모네가 마르첼로에게 턴 집의 치와와가 짖어대 개를 냉장고 안에 처넣었다고 고백한다. 이에 마르첼로는 시모네를 내려놓은 뒤 아파트로 돌아가 냉장고 안의 개를 구해낸다. 마르첼로는 어찌 보면 사람보디 개를 더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마르첼로에게 시모네가 찾아와 시모네 옆 가게의 금은방을 털자고 제의한다. 이에 마르첼로는 금은방의 주인 프랑코(아다모 디오니시)가 자기 친구라며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시모네는 마르첼로가 저녁에 축구를 하러 나간 사이 마르첼로의 가게 안에 들어가 금은방과 붙은 벽을 뚫는다. 이로 인해 잔인하고 폭력적인 복수극이 벌어진다.  
폰테와 페스체의 연기가 뛰어나고 다색을 절제하고 화면을 퍼렇게 멍들게 채색한 컬러와 죽어가는 마을의 을씨년스런 모습을 잘 찍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침울하게 만드는 촬영도 아주 좋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나는 쿠바다’


영화 ‘대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티스타 독재정권 하의 쿠바의 하바나는 미 자본주의자들의 카리브해 판 베이가스였다. 방탕과 타락이 판을 치는 가운데 국민들은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바티스타정권은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에 의해 붕괴됐고 그 후 미국과 쿠바는 서로 적이 되었다. 이런 두 나라가 반세기 전 단절했던 외교관계를 복원한 것이 4년 전.
바티스타정권의 타락상과 카스트로의 혁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유려하고 역동적인 카메라로 흑백화면에 기록영화 식으로 묘사한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나는 쿠바다’(I Am Cuba·사진 ★★★★★)이다. 이 영화는 1962년 소련핵무기의 쿠바배치로 미·소간 핵전쟁의 전운이 감돈지 2년 후인 1964년 소련과 쿠바가 합작한 쿠바혁명을 찬미한 불후의 명화다. 
비배우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써 대사를 가급적 줄인 채 미 자본주의의 방탕과 부패를 비판하고 아울러 미 정부의 지원을 받던 바티스타정권의 붕괴를 찬양한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로 매 이미지가 마치 시 구절과 같이 절실하고 아름답다.
카메라의 리듬이 춤을 추듯 하고 그 동작이 물 찬 제비의 비상처럼 사뿐히 날렵한데 이제는 사라진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있지만 매우 엄숙하고 감각적인 작품이다. 특히 소련의 세르게이 우루세프스키가 찍은 촬영은 새 영화언어를 창조해 냈다는 찬사를 받았는데 클로스업과 와이드 앵글을 잽싸게 교체해 가면서 찍은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카스트로의 쿠바를 환호하는 군중 속에 동참한 현실감을 갖게 된다.
역시 영상미가 수려한 ‘두루미들의 비상’(The Cranes Are Flying·1957)을 만든 소련의 미하일 칼라토조프가 감독했고 각본은 각기 소련과 쿠바의 시인들인 예프게니 예프투셴코와 엔리케 바넷이 썼다.
영화는 데카당한 바티스타의 쿠바와 칵테일을 마시면서 노리개 여자를 거래하는 미국남자들과 해군 그리고 비키니 차림의 여자들의 모습과 굶주리고 일상의 고역에 시달리는 농촌과 도시 슬럼의 쿠바인들의 모습을 병행해 보여 준다. 손에 들고 찍은 카메라가 마치 리듬체조를 하듯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사물과 인물들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또 변형시키고 있다. 이런 카메라 테크닉 때문에 우리는 영화 속 고통 받는 쿠바인들을 내 이웃처럼 연민하게 된다.
제작기간 2년 그리고 상영시간 141분짜리 영화는 *식민주의와 그 것이 하바나에 미친 영향 *농부들의 비극 *노동자와 학생들의 투쟁 준비 및 *산 속에서의 투쟁과 승리로 구성됐다.
팜트리와 사탕수수가 검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흰 깃털처럼 출렁이는 꿈을 꾸는 듯한 첫 장면 부터 단숨에 우리의 감관을 사로잡는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는 아름답고 육감적인 마리아. 마리아는 밤에는 베티라는 이름으로 야한 나이트클럽에서 일 하다가 새벽이 되면 하바나 교외의 썩어 문드러져 가는 달동네로 퇴근한다. 6.25후 G.I.가 주둔한 한국이 생각난다. 마리아를 사랑하는 르네는 과일 수레행상을 하면서 혁명세력에게 암호메시지를 전달한다.
근면한 농부 페드로는 자기 사탕수수밭을 외국의 대기업에 잃게 되자 밭을 불 태워 버린다. 페드로의 10대난 자식들은 마을에 나가 코카 콜라를 마시면서 주크박스에서 나오는 양키 팝송을 듣는다. 
대학생 엔리케는 혁명가로 부르주아들의 단골 드라이브-인 극장에 몰로토프 칵테일을 투척하면서 공산혁명 동조자들에게 경찰의 물 폭탄과 총격에 맞서라고 촉구한다. 이 장면은 4.19혁명을 연상케 한다. 산꼭대기에 사는 농부 알베르토는 처음에는 부상당한 혁명군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나 정부군 폭격기에 의해 집이 파괴되면서 저항의 무기를 든다. 
카메라가 이들의 얘기를 장면에서 장면으로 뛰어 넘어 포착하면서 우리는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는 이 섬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자이크를 뚜렷이 목격하게 된다.
콜럼버스가 “인간의 눈으로 본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고 부른 쿠바의 명물은 시가와 럼과 맘보와 룸바. 내 미국인 친구로 시가를 태우는 마이크는 “쿠바시가는 일종의 지위의 상징으로 맛이 굉장히 강하다”고 알려 줬다. 해적들의 술 럼은 코카 콜라와 라임과 칵테일한 ‘쿠바 리브레’가 달짝지근하니 맛있다. 미국에서는 ‘럼 앤 코크’라 부르는데 옛날 옛적에 세 자매 보컬그룹 앤드루스 시스터스가 ‘럼 앤 코카 콜라’라는 노래를 불러 빅 히트를 했었다.   
‘나는 쿠바다’가 새 프린트로 복원돼 상영된다. *13일(하오 4시와 7시30분)-화인아츠(8556 윌셔) *13일과 14일(상오 10시와 하오 7시30분)-플레이하우스7(673 이스트 콜로라도, 패사디나) *15일(하오 7시30분)-렘리 글렌데일(207 노스 메릴랜드) *16일(하오 7시30분)-모니카 필름센터(1332 2nd St. 샌타모니카) *17일(하오 7시30분)-노호7(5240 랭커심 Blvd.-노스 할리웃)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