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4월 25일 수요일

나 예뻐졌네(I Feel Pretty)


르네가 거울 속의 뱃살이 빠진 자기 몸을 보면서 놀라고 있다.

"뚱보가 미녀로" 에이미 슈머의 코미디


요즘 인기가 한창 오르고 있는 토실토실 살이 찐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트레인렉’)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통통한 맨살을 드러낸 채 전력투구하는 코미디로 어리석다. 여자의 미에 대한 강박관념을 나무라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얘기인데 다분히 설교조다.
그렇게 미인도 아니고 또 살이 찐 슈머의 자기선전이자 자화자찬 같은 영화인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거두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조해 우습다기보다 짜증이 난다. 
자기 몸에 자신이 없는 여자들을 격려하려는 사명감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별 재미가 없고 엉성한 영화다. 볼만한 것이라면 종횡무진으로 스크린을 주름잡는 슈머와 왕년의 수퍼 모델이자 배우인 로렌 허튼(많이 늙었다)과 나오미 캠벨 등 고참 모델들과 화장품 회사의 늘씬한 미녀들. 남자들에겐 어필하지 못할 여자들 영화다.
6년간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의 지하 골방에서 동료직원 메이슨(에이드리안 마티네즈)과 둘이 굴지의 화장품회사 릴리 르클레어를 위해 컴퓨터작업을 하는 르네 베넷(슈머)의 꿈은 5번가에 있는 고층건물 회사본부에서 일하는 것. 
르네는 직장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또 친한 두 친구 비비안(에이디 브라이언트)과 제인(비지 필립스)도 있지만 다소 비대한 몸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 남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비비안은 뚱뚱하고 제인도 외모가 대단치 못해 셋이 다 남자 사귈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마침내 르네는 큰 결심을 하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소울서클이라는 신체단련 짐에 등록한다. 그리고 자전거 페달을 냅다 밟는데 비둔한 몸으로 페달을 너무 강하게 밟는 바람에 페달이 떨어져 나가면서 르네는 바닥에 나 뒹군다. 그리고 머리를 다치면서 졸도한다. 
휴게실에서 깨어난 르네가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르네는 거울 속에서 날씬한 팔등신 미녀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르네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이지 실제로 그의 몸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이제 자신이 생긴 르네는 두 친구에게 자기 몸 자랑을 하면서 으스대는데 자기가 팔등신 미녀인 만큼 남자에게도 자신이 생겨 빵집에서 빵을 사러온 남자(로리 스카벨)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그를 결국 자기 애인으로 만든다. 물론 이 남자는 살이 찐 르네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르네는 애인이 대경실색하는 가운데 술집 비키니대회에 까지 나가 맨살을 드러낸 채 노래까지 부른다. 자신감이 부풀어 터질 지경이다. 
이어 르네는 늘씬한 미녀들이 일하는 본사의 리셉셔니스트 모집에 지원해 여차여차한 이유로 취직이 된다. 물론 르네는 자기가 팔등신 미녀여서 취직이 된 줄 안다. 릴리 르클레어의 사장은 쇳소리를 내는 음성을 지닌  에이버리 르클레어(연기파 미셸 윌리엄스가 웃긴다)로 회사는 에이버리의 할머니 릴리(허튼)가 창립했다. 
이 회사는 지금 막 모든 평범한 여성들이 사용할 화장품을 개발, 이에 대한 판촉방안을 구상하는 중. 매사에 자신이 만만한 르네는 어쩌다 판촉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들렀다가 미녀가 되기 이전의 평범한 여자로서의 화장품에 대한 의견을 발표, 릴리의 마음을 산다. 
이렇게 잘 나가던 르네가 자기를 탐내는 릴리의 오빠로 플레이보이인 그랜트(탐 후퍼)와 함꼐 타 도시로 출장을 갔다가 자기 방 욕실 유리문과 충돌해 기절을 했다가 깨어나는데 이를 어쩌나 자기가 옛날 자기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PG-13. 애비 콘과 마크 실버스틴 감독(각본 겸).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경시청(Quai des Orfevres·1947)


수사관 앙트완이 심문차 제니(왼쪽)를 방문했다.

“내가 죽였어요” 진범은? ‘프랑스 히치콕’ 클루조 감독 흥미만점의 수사 느와르


이브 몽탕이 주연한 서스펜스 가득한 실존적 생존의 드라마 ‘공포의 보수’(The Wages of Fear·1953)와 시몬 시뇨레가 나온 냉기가 감도는 살인 스릴러 ‘디아볼리크’(Diabolique·1955)를 만든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린 명장 앙리-조르주 클루조의 스타일 멋있고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필름 느와르다. 클루조는 이 영화로 1947년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클루조 특유의 사회적 사실주의와 심리적 가혹성을 결합한 흥미 만점의 영화로 특히 파리 경시청 수사관으로 나오는 베테런 루이 주베의 연기와 흑백촬영이 빼어난다.
1946년 크리스마스 직전의 파리. 육감적으로 아름다운 뮤지컬 가수 제니(수지 들레르)는 빅 스타가 되기 위해 자신의 피아노 반주자인 남편 모리스(베르나르 블리에)에게 감추고 자기를 탐하는 돈 많고 추한 늙은 제작자 브리뇽(샤를르 뒬랑)의 자택 초청에 응한다.
머리가 벗겨진 소심하고 착한 모리스는 제니를 몹시 사랑해 질투가 심한데 제니에게 수작을 거는 브리뇽에게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바 있다. 제니는 비록 애교가 많긴 하나 남편을 극진히 사랑한다.
그런데 뒤늦게 제니가 자기를 속이고 브리뇽의 집에 갔다는 것을 안 모리스는 차를 타고 브리뇽의 집엘 찾아간다. 그리고 브리뇽이 피살체로 거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모리스는 당연히 제니가 브리뇽을 죽였다고 믿고 급히 브리뇽의 집을 빠져나오는 순간 누군가가 모리스의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난다. 
한편 제니는 자기 옆집의 사진사로 남편의 오랜 친구인 레즈비언 사진사 도라(시몬 르낭)에게 자기가 브리뇽을 죽였다고 고백한다. 이에 평소 브리뇽을 혐오하던 도라는 브리뇽의 집으로 가 모든 물적 증거를 제거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은 외인부대 출신의 베테런 앙트완(주베). 세상이 피곤하다고 투덜대는 인정이 많은 휴머니스트 앙트완은 겉으로 보기엔 어수룩한 이웃집 아저씨 같지만 뛰어난 수사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다소 냉소적이다.
앙트완은 모리스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집요하게 심문하는데 이에 견디다 못한 모리스가 허위 자백을 한 뒤 유치장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이에 제니와 도라가 앙트완에게 서로 자기가 범인이라고 고백한다. 과연 누가 진범일까. 재미 가득한 추리영화로 이번에 새로 복원된 필름으로 로열극장(11523 산타모니카)에서 상영된다. (310)478-3836.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