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왼쪽)가 바니의 안내로 베벌리힐스의 스타들의 집을 구경하고 있다. |
우디 알렌의 향수감 짙은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 영화
우디는 언제까지나 그리고 또 어디까지나 우디다. 우디 알렌의 특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향수감 짙은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 얘기로 약간 가볍긴 하나 그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사랑타령이 사뿐하고 감칠맛나게 그려진 코미디 드라마다.
우디가 내레이션을 하면서 영화가 서술되는데 1930년대 할리웃 황금기의 LA와 뉴욕의 얘기여서 나이가 듬직한 사람들에게 어필할 영화다.
철저한 뉴요커로 LA가 문화적으로 깨인 점은 빨간 신호등에 우회전할 수 있는 것 하나 라고 주장하는 우디가 40년 전에 ‘애니 홀’을 찍은 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LA서 찍은 작품이기도 한데 명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이 황금빛과 꿀빛으로 화면을 흥건히 적신다.
우디 영화의 재미는 냉소적이요 위트 있고 또 우습고 신랄하면서도 철학이 담긴 대사. 이 영화에도 젊은 주인공 바비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우디가 쓴 대사를 끊임 없이 재잘대는데 약간 말장난하는 것 같이 들린다.
8순에도 매년 한 편씩 영화(사랑 얘기가 많다)를 찍는 우디의 정력에 혀를 차게 되는데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우디가 관객들보다 자기를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저 덤으로 보고 즐기면 된다는 식으로.
브루클린에 사는 청년 바비 도프만(제시 아이젠버그)은 할리웃의 막강한 탤런트 에이전트인 외삼촌 필(스티브 카렐)을 찾아와 일자리를 부탁한다. 필은 입만 열면 자기가 관리하는 할리웃의 수퍼스타들의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 에이전트 중의 에이전트로 우선 바비에게 잔심부름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젊고 예쁜 여비서 바니(크리스튼 스튜어트)에게 바비를 데리고 나가 할리웃과 베벌리힐스를 구경시켜 주라고 시킨다. 그런데 바니는 결혼한 필의 애인. 필은 바니를 지극히 사랑해 바니에게 아내와 헤어지겠다고 몇 번씩 다짐했으나 아직 실행에 못 옮긴 상태. 바니도 필을 사랑해 갈팡질팡하는 상태. 이런 바니에게 바비가 사랑을 고백하면서 삼촌과 조카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촌극이 일어난다.
그러나 바비는 할리웃의 ‘개가 개 잡아 먹는’(우디의 할리웃 경멸의 표현) 풍토에 질려 뉴욕으로 돌아와 갱스터인 형 벤(코리 스톨)이 경영하는 고급 나이트클럽 ‘카페 소사이어티’의 매니저가 된다. 여기서부터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 하면서 애기가 진행되는데 바비는 늘씬한 미녀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왕년의 스타 베로니카 레이크 모양을 냈다)를 보고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비가 아직도 바니를 못 잊고 있으며 바니도 마찬가지라는 점. 라스트신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우디의 젊은 판이라고 해도 좋을 아이젠버그가 어깨를 안으로 숙이고 신경과민한 좌불안석 스타일로 재잘대는 연기를 아주 잘하고 스튜어트도 예쁘고 사랑에 시달리는 연기를 잘 한다. 이와 함께 카렐도 호연한다. 1930년대의 로맨틱한 음악들로 장식된 사운드트랙도 향수감에 잠기게 하는데 오프닝 크레닷의 클라리넷연주는 재즈음악가로 클라리넷을 부는 우디의 것이다.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도 일품이다. PG-13.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