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신 시티: 데임 투 킬 포' 제시카 알바


섹시함의 비결은‘자아 사랑’… 엄마가 된 뒤 몰입연기


22일 개봉되는 범죄 액션 스릴러이자 느와르 드라마인 흑백 입체영화‘신 시티: 데임 투 킬 포’(Sin City: A Dame to Kill For)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싸구려 술집의 스트립댄서 낸시로 나오는 섹시스타 제시카 알바(33)와의 인터뷰가 2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 2005년에 나온‘신 시티’의 속편이다. 브루스 윌리스, 조쉬 브롤린, 미키 로크, 에바 그린 및 데니스 헤이스버트 등 호화 캐스트의 폭력과 유혈이 난무하는 작품인데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긴 칼을 휘두르면서 나쁜 놈 여러 명의 목을 잘라 버린다. 감독은 전편을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프랭크 밀러. 아버지가 멕시코계이어서 가무잡잡해 더 섹시한 알바는 갈색 긴 머리의 소녀처럼 동안이었는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매우 명랑하고 솔직했는데 33세에 두 아이를 가진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 몸매를 지닐 수 있는 것인지 불가사의라 하겠다.                                
-당신은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런 성격인가.
“앙심을 품을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그것을 풀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나는 나의 잘못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댄스를 기막히게 잘 추던데 어떻게 배웠는가.
“춤이 몸에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두 달이 걸렸다. 그 다음으로는 춤으로써 낸시와 감정적으로 연결이 되도록 노력했다.”

-돈과 남자 중 어느 것이 더 유혹적인가.
“그것들보다 가장 유혹적인 것은 힘이다. 힘은 모든 약한 것을 분쇄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다.”       

-당신뿐 아니라 액션마저 섹시한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로버트와 프랭크가 영화를 상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섬세하며 예술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치 음악처럼 물 흐르듯 하고 있다. 피마저 하얀 색이니 멋있지 않은가.”

-섹시하다고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자아 사랑이다.”

-아이를 둘이나 둔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가.
“난 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가급적 가공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난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그것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 자신의 회사 운영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요가를 한다.”

-당신이 설립한 회사 어네스트 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유해물질 없는 가정 및 아동용품을 만든다. 내 첫 딸 아이를 가졌을 때 아기용 세탁제로부터 앨러지 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연구를 했더니 세탁제는 물론이요 아기용 샴푸와 기저귀에도 유해물질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해물질이 없는 세척제와 기저귀와 샴푸와 비타민 등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곧 세계적으로 회사를 넓혀갈 예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갈 데까지 갈 것이다. 난 어미 곰으로 내 가족에게 해로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그게 내가 지금 매일 하고 있는 일이다.”  

-당신은 21세에 영화계에 들어온 뒤로 섹스 심벌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딱지는 그냥 남들이 내게 붙여준 것이다. 그 때 난 어려서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으며 여자로서의 내 몸과   성적인 것과 나 자신의 주인이 되었다. 따라서 이렇게 새로 찾은 확신을 가지고 연기와 창의성에 접근하는 것은 날 자유롭게 한다. 이제 내게 있어 연기란 내가 완전히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또 공개적이 되기 위한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신 시티에 산다면 잘 살 수가 있겠는가.
“잘 지낼 것이다. 난 사기꾼적 기질이 있어 매사를 이리저리 빠져 다니면서 처리하는 기술이 있다.”         

-어머니라는 것이 연기에 어떤 변화라도 일으켰는가.
“물론이다.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자의식에 사로 잡혔던 과거와 달리 어머니가 된 뒤로 나는 역에 완전히 나를 몰입시키고 있다. 내가 맡은 역에 충실치 못하면 아이들에게도 충실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당신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낸시가 무대에서 요염한 자세로 춤을 추고 있다.
“아이들은 배우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신은 영화를 찍을 때 나체로 계약에 나오지 않는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는다는 것이 사실인가.
“많은 배우들이 서슴지 않고 옷을 벗는데 그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하기 나름이다. 난 나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디자이너를 좋아하며 어떤 배우가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베르사체, 켄조, 이브 생 로랑 등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난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 예외적인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이 영화를 만든 로버트와 프랭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 다음으론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난 연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평생 그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 연기 외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둘 다 할 수 있으니 난 감사하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언젠가 다시 TV에 출연할 뜻이 있는가.
“내 회사 경영 일이 너무 바빠서 당분간 TV에 나올 일은 없을 것 같다.”

-파파라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에 대해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그냥 내 할 일만 하기로 했다.”

-타블로이드가 당신에 관해 쓴 터무니없는 글을 읽을 때 느낌은 어떤가.
“난 그것들을 안 읽는다. 종종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내 얘기를 듣곤 하는데 하도 터무니가 없어 아예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영화들에 나올 작정인가.
“내 회사가 날로 발전해 나는 이제 경제적 기반이 단단해졌다. 따라서 내가 마음에 끌리는 작품을 만들고 또 출연하기가 과거보다 쉬워졌다. 어떤 것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오락위주이며 그리고 저예산의 독립영화에도 나올 것이다.”

-당신 회사의 직원들이 당신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스타로 보는가, 사장으로 보는가.
“난 한 사람이다.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제시카로 본다. 우린 같이 점심을 먹고 남들처럼 서로 가족과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글래머러스한 사람은 누구인가.
“장소로는 파리이고 사람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다. 그는 정말로 우아하고 아르답고 글래머러스한 여자다.”

-당신의 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아이들이다.”

-미란 때로 그것을 지닌 사람에게 저주로서 작용할 수도 있는데 당신의 미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그것 하나만이 당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미는 저주가 될 수 있다. 당신이 그것과 완전히 연결되지 않을 때야 비로소 그것은 저주가 되지 못한다.”

-어떤 팬레터를 받는가.
“내가 20대 초반 때 너무나 괴상망측한 팬레터들을 받아서 그 뒤로 나의 경호원들이 팬레터를 내게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트위터니 페이스북 등이 있어 이런 매체를 통해 팬들과 서로 소통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니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기가 좋은가.
“별로 안 좋다. 얼굴 여기저기에 주름이 생겨 화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때가 지나갈 무렵에야 내 얼굴이 내가 바라는 얼굴이 되곤 한다. 때론 예쁘기도 하고 또 때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계절에 달렸다. 여름에는 신선한 샐러드요 겨울에는 구운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난 조리법만 준다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왓 이프(What If)

청춘남녀의 새콤달콤 감정흐름 코믹터치


월래스(래드클리프·왼쪽)와 샨트리(조이 카잔)가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과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20대 두 청춘남녀를 주인공으로 이 문제를 던진 로맨틱 코미디로 다소 얘기를 끌어가고 또 억지를 쓴 점이 있긴 하지만 두 주인공들처럼 귀염성 있고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청춘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 하겠는데 해리 포터로 성장한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본격적인 첫 성인 역 영화이다. 성공한 편인데 래드클리프는 로맨틱 배우로선 썩 잘 어울리지가 않는데도 역을 무난히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다소 지나치게 달짝지근한 기분이 나면서도 청춘남녀의 마음과 감정을 상당히 진지하게 다뤄 호감이 간다. 위트와 약간의 변덕이 있는 말이 좀 많은 영화로 데이트용으로 아주 좋다.
토론토의 의대 중퇴생인 월래스(래드클리프)는 같은 의대생인 애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지 1년이 넘도록 가슴앓이를 한다. 월래스는 아주 순진한 구식 스타일의 청년이다.
그가 어느 날 단짝친구로 말이 많고 요란한 앨란(애담 드라이버가 영화를 훔칠 정도로 탁월한 연기를 한다)과 함께 파티에 갔다가 앨란의 사촌으로 영리하고 귀엽게 생긴 애니메이션 미술가 샨트리(조이 카잔-명장 엘리아 카잔의 손녀)를 만나 첫 눈에 쏙 빠져든다. 샨트리도 이 약간 어수룩한 데가 있는 월래스가 마음에 든다. 한편 앨란은 파티에서 만난 니콜(맥켄지 데이비스)과 서로 첫 눈에 화끈하게 반해 육박전을 치르듯이 끌어안고 애무하고 키스를 한다. 
파티 후 집에 돌아가는 샨트리를 동반한 월래스는 자기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주는 샨트리로 부터 “우리 친구로 지내요”라는 말과 함께 “나 보이 프렌드가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샨트리의 애인 벤(레이프 스팔)은 유엔 직원으로 둘은 동거생활한지 5년이 된다.    
좌우간 월래스와 샨트리는 그 뒤로 계속해 만나면서 영화 보고 밥 먹고 대화를 나누는데 동거 애인 있는 여자가 어쩌자고 외간 남자를 그렇게 자주 만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둘 사이에 애정의 감정이 솟아난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지.
슬픈 표정의 강아지 같은 모습을 한 월래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샨트리를 사랑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하느라 죽을 맛이다. 그런데 둘을 더 가깝게 하려고 영화는 갑자기 벤을 6개월간 더블린에서 일하게 만든다. 
샨트리와 월래스는 이 사이에 더 자주 만나면서 월래스는 이제 완전히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리고 친구를 고집하는 샨트리도 월래스에게 빠져든다. 사실 샨트리도 처음부터 월래스가 좋았는데도 벤 때문에 그 감정을 감춘 것인 줄 다 안다.
샨트리가 월래스의 마음을 떠 보고 또 한편으로는 월래스를 떼어 버리려고 자기 여동생 달리아(메이간 파크)와 만나게 하는 것을 비롯해 군더더기 같은 부분이 더러 있어 조금 길게 느껴진다.
 촬영과 음악 등이 다 로맨틱한 영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영화의 큰 매력은 래드클리프와 카잔의 기차게 어울리는 화학작용. 
특히 카잔이 연기를 잘하는데 다소 공격적인 그와 수동적인 래드클리프의 밀고 끄는 감정의 줄다리기가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마이클 다우스 감독. 
PG-13. CBS Film. 아크라이트(선셋+바인),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센추리15.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이름 없는 사나이’




1960년대 초 서부변경 마을을 무대로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카우보이와 보안관과 무법자 간의(와이트 해트 대 블랙 해트) 권선징악의 구태의연한 얘기로 일관하던 미 웨스턴에 혁명을 일으킨 영화가 1964년에 나온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다.
이탈리안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당시 스크린의 조연급으로 TV 웨스턴 시리즈 ‘로하이드’에 나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사진ㆍ당시 34세)를 기용해 만든 이 돌연변이와도 같은 웨스턴은 잔인한 폭력과 인물들의 비도덕성 그리고 땀과 냄새와 먼지가 뒤범벅이 된 영화로 이로써 ‘스파게티 웨스턴’(한국에선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했다)이 탄생했다.
나는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명보극장에서 봤는데 엔니오 모리코네의 휘파람과 채찍질 소리가 섞인 획기적인 음악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오프닝 크레딧 장면부터 화면에 확 빨려 들어갔었다. 그래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 두 번이나 봤다.
이스트우드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주고 레오네와 모리코네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해준 영화의 주인공은 정의한이 아니라 선과 악을 구별하기가 힘든 자로 반 영웅의 모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레오네는 이런 주인공과 함께 사악하고 탐욕스런 인물들을 동원해 거의 괴이할 정도로 야단스런 웨스턴을 창조했다.
가히 오페라적이라 할 영화로 특히 레오네가 즐겨 쓰는 과장된 롱 샷과 클로스업은 서부의 무한한 경지와 인간들의 내면을 극적으로 묘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황야의 무법자’는 라이벌 양 도당이 말아먹는 미 멕시코 접경마을(스페인에서 찍었다)에 나타난 총잡이가 양쪽을 오가며 서로 싸움을 시킨 뒤 자신의 이득을 취하면서 벌어지는 액션영화다. 과묵하고 냉소적인 이스트우드가 여송연을 입 한쪽 끝에 물고 가늘게 뜬 눈을 깜박이면서 악인들을 가차 없이 쏴 죽이는데 어깨에 멕시칸 담요를 걸친 모습이 상거지나 다름없다.
이 영화는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토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사무라이 영화 ‘요짐보’의 서양판. 그래서 쿠로사와는 판권침해로 소를 제기, 미국에서는 1967년에야 개봉됐다. 그런데 사실 ‘요짐보’도 미국 탐정소설 작가 대쉬엘 해멧의 소설 ‘붉은 수확’과 앨란 래드가 나온 웨스턴 ‘셰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다 쓴 것이다.    
이탈리안 원제가 ‘당당한 이방인’이었던 영화가 전 세계서 빅히트하면서 곧 이어 ‘황야의 무법자 속편’(For a Few Dollars Moreㆍ1965)과 ‘착한 사람, 나쁜 놈 그리고 추악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ㆍ1966)이 만들어져 둘 다 빅히트 했다.
시리즈를 배급한 미국의 UA사는 이들을 ‘이름 없는 사나이’(Man with No Name) 시리즈로 선전했지만 이스트우드는 3편에서 모두 이름이 있다. 조와 만코와 블론디가 그것이다.
‘황야의 무법자 속편’은 둘 다 바운티헌터인 만코(이스트우드)와 모티머(리 밴 클리프)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잔인하고 간악한 무법자를 쫓는다. 제1편과 2편의 악인으로는 모두 이탈리아의 명우 지안 마리아 볼론테가 나온다. 또 제2편에서는 나스타샤 킨스키(‘테스’)의 아버지로 독일의 명우인 클라우스 킨스키가 곱사등이 악인으로 나와 모티머의 총에 맞아 죽는다.
레오네의 거의 자아도취적인 작품인 제3편은 미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숨겨진 금괴의 장소에 관해 서로 정보의 일부만 소유한 자들이 목적지에서 만나 대결을 벌이는 3시간짜리 대하 서사극. 물론 이스트우드가 착한(?) 사람이고 나쁜 놈과 추악한 놈으로 각기 밴 클리프와 일라이 월랙(6월24일 98세로 사망)이 나온다.
시리즈 3편 모두 대부분의 웨스턴처럼 건맨들의 대결로 마지막이 장식되는데 특히 제3편의 라스트신은 정말 멋있다. 3명의 주인공이 원을 그리고 맞서 서로를 째려보는데 이 모습을 롱 샷과 클로스업을 번갈아 써 잡은 촬영과 함께 모리코네의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무법자’시리즈와 함께 그의 다른 영화음악이 담긴 CD가 있다)  아슬아슬한 쾌감을 자아낸다. ‘황야의 무법자’ 개봉 50주년을 맞아 ‘이름 없는 사나이’ 시리즈가 블루-레이로 나왔다.
레오네는 이 시리즈 후속 편으로 서부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옛날 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ㆍ1968)를 만들었다. 조운 크로포드가 주연한 이색적인 웨스턴 ‘자니 기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서부 개척시대 철도가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여 지주(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를 둘러싸고 선한 자와 악인의 대결을 큰 화폭에 그린 먼지가 일고 흙냄새가 나는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풍경화다
이색적으로 찰스 브론슨이 복수심에 불타는 정의한으로 나오고 헨리 폰다가 검은 모자에 검은 조끼 그리고 검은 옷에 검은 부츠를 신은 악인으로 나와 차갑도록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광야에 달랑 혼자 자리 잡은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맨들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포착한 오프닝 신의 클로스업과 브론슨과 폰다의 대결을 둘러싼 회전촬영 등 카메라 작업이 탁월한 께느른한 분위기의 오페라 웨스턴으로 모리코네의 쓸쓸한 음악이 아름답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