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7월 15일 화요일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 쉐일린 우들리



“첫 데이트는 12세 때… 키스 안할것 서약했죠”


암에 걸린 두 10대 남녀의 아름답고 청순한 사랑을 곱게 그린 슬프고 아담한 소품‘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에서 헤이즐 역을 맡은 떠오르는 연기파 청춘스타 쉐일린 우들리(22)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단발에 갈비씨인 우들리는 명랑하고 다정했는데 약간 굵은 음성으로“흐흐, 헤헤”하고 웃으면서 질문에 속사포식으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생긴 것처럼 매우 총명했는데 명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대답을 들으면서 나이보다 성숙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계속해 울면서 본‘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는 지금까지 1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빅히트작으로 영화의 기둥이다시피 한 우들리가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우들리가 처음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역은 알렉잰더 페인이 감독한‘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의 딸 역으로 우들리는 올해 영 어덜트 소설이 원작으로 역시 히트한‘다이버전트’에도 주연했다. 대성할 배우다.                     
―당신은 운명과 고통을 얼마나 잘 감수할 수 있는가.
“내가 ‘디센던트’에 나왔을 때 페인 감독이 내게 ‘운명을 믿어라’고 말했다. 당시 18세였던 내게 그 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고 그로 인해 이 세상에서 살려면 운명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은 행복과 슬픔과 흥분과도 같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난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은 하나 그것을 진짜로 증명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특혜로 비록 아프긴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첫 애인을 집에 데리고 갔을 때 당신의 부모의 반응은 어땠는가.
“나의 부모는 모두 심리학자인데 매우 개방적이요 진보적이다. 늘 나를 후원하고 또 염려한다. 내 첫 데이트는 12세 때로 그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갔더니 아버지가 우리 둘에게 서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시켰다. 내용은 키스를 하지 말 것과 둘이만 방에 있을 때 문을 닫지 말 것 그리고 손을 잡으려면 반드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잡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지금도 이 서약대로 남이 없는 데서는 남자의 손을 잡지 못한다.”

―당신은 영화에서 당신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엘 가는데 실제로 당신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는 누구인가.
“작고한 아나이스 닌이다. 그는 정말로 총명한 작가로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일이라도 다할 것이다.”

―당신은 애인 거스(안셀 엔골트)와 함께 앤 프랭크가 숨었던 다락에 올라갔을 때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애인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데 기분이 어땠는가.
“다락방까지 오르려면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이 계단은 내가 겪는 질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계단을 올라 다락방에 도착함으로써 내 장애를 극복한 것이다. 키스신은 정말로 사실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엄청난 고난을 견디어낸 앤이라는 소녀가 헤이즐에게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위한 조사는 어떤 것이 될 것인가.
거스(왼쪽)와 헤이즐이 암스테르담에서 사랑의 기운에 젖어 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니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에 나오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삶에서 보장된 것이나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걱정과 죄의식 또는 스트레스에 소모한다는 것은 공정치가 못하다는 것이다. 삶은 순간적이라는 것을 진실로 배웠다. 우리는 앞으로 몇 분을 더 살고 호흡을 몇 번이나 더 할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그 날을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세상의 목소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강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십을 남발하는 매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난 신경을 안 쓴다. 불안이나 불확실성 그리고 취약함은 자기를 외적 환경에 비유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좌우지간 가십들은 다 가짜다.”

―당신은 ‘디센던트’에선 버릇없는 못된 10대로 그리고 이 영화에선 성숙하고 지적인 10대로 나왔는데 요즘 10대는 이 중에 어디에 속한다고 보는가.
“우린 다 천성적으로 복잡한 개체여서 난 무언가에 어느 특정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설사 그들이 겉으로 못돼 보이더라도 우린 그들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를 모르는 것 아닌가. 배우가 된 것의 대단한 혜택은 각기 다른 인물들과 이야기들의 내적 복잡한 성질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서로 다르듯이 10대들도 모두 각기 다르다. 10대들은 책이나 미디어 및 영화가 종종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적이요 똑똑하다. 영화의 원작인 소설의 작가 존 그린은 10대들에게 그들의 진정한 음성을 주고 있다. 그는 10대의 음성을 있는 그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암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라도 했는가.
“그것은 세상에 만유하는 것이다. 난 영화를 위해 내 또래의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후 나는 내 삶을 감사하게 되었고 산소마저도 감사하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과 삶을 찬양하게 되었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암과 죽음을 제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 삶의 금언은 무엇인가.
“먼저 ‘유 두 유’ 즉 너 자신이기를 충분히 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모든 것은 늘 다 잘 될 것이고 그리고 너는 죽는다’이다. 마지막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연민 없는 정직은 잔인이다’이다.”

―헤이즐은 늘 산소통을 끌고 다니면서 숨을 쉬는데 연기하기가 힘들었는가.
“두 달 내내 산소통을 끌고 다니느라 한 손으로 생활하다시피 했다. 영화 후 산소의 고마움과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숨 쉬는 것에 대해 진실로 감사하게 되었다.”

―당신에게 우정은 얼마나 중요하며 일하지 않을 땐 어떻게 지내는가.
“다행히도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내 분장사여서 우린 늘 함께 여행한다. 일하지 않을 때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다. 집에 가 설거지하고 세탁하는 매우 정상적인 삶이다. 난 50%는 혼자 있는 것이 필요하고 나머지 50%는 친구와 사교활동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비극적이면서 아울러 로맨틱한데 당신에게 있어 로맨스는 무엇인가.
“난 불치의 로맨틱이요 백일몽가다. 난 그 어느 것도 내가 창조한 기대치를 넘어설 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로맨틱한 것을 결코 찾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로맨틱한 것 중의 하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당신의 얘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적은 쪽지 같은 전연 기대치 않은 것을 받는 것도 로맨틱한 일이다.”

―로맨틱하려면 무드가 중요한가.
“순수하고 진짜이고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단 한 가지 로맨틱한 무드를 위해 아주 중요한 것은 조명이다.”

―최근에 남자를 보고 숨이 막힌 적이 있는가.
“얼마 전에 파리에 갔을 때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내 옆에 누군가 걷고 있어 올려다 봤더니 숨이 막힐 정도로 멋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운명이 가혹하기도 해라.”

―질과 양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가.
“두 말 할 것 없이 질이다.” 

―당신이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그것과 싸우겠는가 아니면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아 대답할 수가 없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눈물 짜는 로맨스 영화는 무엇인가.
“‘더티 댄싱’과 ‘프리티 우먼’이다. 난 이런 영화에 사족을 못 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혹성 탈출: 봉기의 새벽(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원숭이들의 습격


인간 언어를 스는 시저(댄디 서키스)가 원숭이들을 이끌고 사냥에 나서고 있다.
투 머치 몽키 비즈니스다. 이건 완전히 원숭이판이다.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원숭이들이 말하고 글 쓰고 사냥하고 사랑하고 증오하고 배신하고 음모를 하는데 결국 인간과 원숭이가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인간을 증오하는 원숭이 코바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양손에 든 총으로 인간을 공격하는데 그 모습이 꼭 존 웨인이 오스카상을 탄 웨스턴 ‘트루 그릿’의 장면을 닮았다. 그는 또 램보처럼 한 손으로 기관총을 들고 가차 없이 사격, 사람을 잡기도 한다.   
입체영화로 기술적인 면 특히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을 포착해 원숭이들의 그것으로 사용한 컴퓨터 특수효과가 뛰어난데 너무나 원숭이들이 판을 쳐서 다소 부담감이 가고 황당무계한 감은 있지만 지적인 면과 막강한 액션 스릴을 잘 겸비한 좋은 오락작품이다.
2011년에 나온 ‘혹성 탈출: 원숭이들의 봉기’의 속편으로 주인공들이 원숭이기 때문에 인간 배우들은 B급을 썼다. 전편은 실험실에서 탈출한 원숭이들이 샌프란시스코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끝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바이러스로 인간들이 대량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외부와 분리된 채 원숭이들의 공격이 무서워 무기를 대량으로 비축해 두었다. 인간들의 리더는 전직 경찰 드라이퍼스(게리 올드맨). 
한편 원숭이들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뮈어 숲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2,000마리의 원숭이들의 리더는 평화주의자요 온건파인 시저(앤디 서키스). 시저는 전편에서 어릴 때부터 인간에 의해 키워진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지닌 지혜로운 리더다. 
시저 외에 중요한 역을 맡은 원숭이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서커스 오랑우탕 모리스(카린 코노발)와 상냥한 코넬리아(주디 그리어) 그리고 투사 로켓(테리 노타리)과 실험실에서 살아남아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는 코바(토비 케벨) 등.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수화로 소통하고 시저 등 몇 마리의 뛰어난 지능을 가진 원숭이들은 인간 언어를 쓴다. 
시저의 통치 하에 원숭이들은 사냥하고 새끼들 교육시키고 험악한 육식동물과 싸우고 집을 지으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인간들이 숲속에 나타나면서 원숭이 대 인간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된다. 전력이 끊긴 인간들이 숲속에 있는 수력발전소를 재가동시키기 위해 나타난 것. 
발전소 설계자 말콤(제이슨 클라크)과 그의 간호사 애인 엘리(케리 러셀) 그리고 말콤의 10대난 아들 알렉잰더(코디 스밋-맥피)와 몇 명의 전기공들이 숲속에 들어오면서 코바를 비롯한 원숭이들은 이들을 제거하려고 하나 시저가 이를 말린다. 그리고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는 코바가 쿠데타를 일으켜 리더 자리를 차지한 뒤 원숭이들을 이끌고 인간을 공격하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온건파인 시저와 극보수파인 코바 간의 불화와 충돌 그리고 인간 대 원숭이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요즘 시의에도 맞는 내용으로 원숭이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얘기라고 하겠다. 수려한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근육질의 음악 등이 다 좋은데 무엇보다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전편에서도 시저 역을 맡은 서키스의 눈 연기. 희로애락의 감정이 미묘하게 흐르는 영혼 충만한 연기다. 그는 2011년 이 눈 연기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야 한다는 평을 들었다. 
카메라가 시저의 응시하는 강렬한 눈동자를 서서히 클로스업 하면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데 제3편을 예고하면서 막이 내린다. 맷 리브스 감독. PG-13. Fox.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양키즈의 자랑’


미 전국민들의 오락인 야구의 시즌이 어느 듯 중반에 접어들었다. 비록 류현진은 10승 도전에 세 번째 실패했지만 LA 다저스는 10일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조 2위에 올라 있다. 
7월4일은 미 독립기념일이기도 하지만 야구팬들에게는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뉴욕 양키즈의 강타자로 나이스 가이였던 루 게릭이 병으로 조기 은퇴하면서 남긴 감동적인 작별사로 기억되는 날이다.
‘철마’라 불렸던 퍼스트 베이스맨 게릭(1903~1941)은 선수생활 17년간 연속 2,130경기에 출전하면서 493개의 홈런과 3.40의 타율 그리고 1,995개의 타점을 낸 공포의 강타자였다. 이 같은 성적은 모두 당시 최고의 기록이었다.
그런데 게릭은 1939년 갑자기 슬럼프에 빠진다. 그 해 6월 병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치명적인 희귀병인 신경조직 붕괴병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이 병은 후에 게릭의 이름을 따 통상 루 게릭병이라고 불리고 있다. 
게릭은 곧 은퇴를 선언했고 그의 은퇴기념식이 7월4일 양키스테디엄에서 6만1,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워싱턴 세네터즈와의 더블헤더 중간에 열렸다. 평소 수줍음이 심했던 게릭은 선물을 받고 팬들에게 손인사만 하고 퇴장하려고 했으나 팬들이 “우린 루를 원해”라고 합창을 하는 바람에 마이크 앞에 섰다고 한다. 
게릭은 목이 멘 음성으로 “지난 2주간 여러분들은 불운에 대해 읽으셨을 것입니다. 오늘 나는 나 자신을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고별사를 했다(사진). 이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미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고별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게릭은 이 고별사를 남긴지 2년 후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지난 4일 다저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유니폼에 ‘75’라는 숫자를 새긴 마크를 달고 경기를 한 것은 게릭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게릭의 삶은 그가 죽은 바로 다음 해 명 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우리 생애의 최고의 해)이 제작하고 샘 우드(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감독한 흑백명화 ‘양키즈의 자랑’(The Pride of the Yankees)에서 약간 감상적이지만 고상하고 품위 있게 다루어졌다.
게릭 역은 자기를 닮은 게리 쿠퍼가 맡아 성실하게 표현했는데 게릭이 ‘인생의 반려자’로 지극히 사랑한 아내 엘리노어 역은 백합의 청순미를 지닌 테레사 라이트가 맡았다. 둘의 화학작용이 절묘하다.
전기영화요 스포츠영화이자 로맨스영화인 ‘양키즈의 자랑’은 게릭이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 1920~30년대의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거쳐 그의 은퇴식으로 클라이맥스를 맺는다. 담담하고 진지한 영화로 물론 영화이니만큼 사실에 허구를 접목했다.
뉴욕 이스트할렘의 가난한 이민자 집에서 태어난 게릭은 컬럼비아대학에 다니면서 부모의 뜻대로 엔지니어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방망이질에 괴력을 보인 게릭은 틈만 나면 야구장을 찾는데 그의 실력을 목격한 스포츠 기자 샘(월터 브렌난)이 게릭을 양키즈에 소개하면서 그의 야구인생이 시작된다. 
영화에는 게릭과 쌍벽을 이루던 강타자 베이브 루스와 명캐처 빌 딕키 및 마크 코닉 등 양키즈의 실제 선수들이 나와 사실감을 살리고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유별나게 뛰어나거나 눈부신 것이 없다는 점이다. 게릭이라는 인물처럼 매우 평범하고 솔직한 영화로 유머가 있고 달콤 쌉싸래하며 로맨틱하고 자연스러운 데다가 아주 인간적이어서 친근감이 간다. 그리고 얘기가 진실해 믿음성이 있을 뿐 아니라 장면 하나 하나마다 정성이 깃들어져 있어 감동을 준다. 
쿠퍼는 게릭 역을 맡게 되자 야구코치와 함께 몇 주간 피나는 연습을 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오른손잡이인 쿠퍼가 왼손잡이인 게릭이 공을 때리거나 던지는 흉내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쿠퍼로 하여금 오른손으로 배팅을 하게한 뒤 그 장면을 찍은 필름을 역회전해 왼손잡이처럼 보이게 했다. 또 쿠퍼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장면은 대역을 썼다.
영화에 추억의 감미로운 기분을 주는 것은 어빙 벌린의 노래 ‘얼웨이즈’. 이 노래는 게릭과 엘리노어가 좋아하던 사랑의 노래다. 그런데 골드윈은 처음에 영화의 아이디어를 듣고는 “흥행에 망할 아이디어”라면서 “사람들이 야구를 원하면 야구장에 간다”라고 콧방귀를 뀌었다고. ‘양키즈의 자랑’은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작품과 남녀 주연 등 총 10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편집상 하나로 그치고 말았다. 
둘 다 미 프로권투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록키 그라지아노와 제이크 라모타가 각기 그들의 삶을 그린 영화 ‘상처뿐인 영광’과 ‘성난 황소’로 인해 우리의 인식에 뚜렷이 남게 됐듯이  게릭도 ‘양키즈의 자랑’ 때문에 팬들의 기억에 더욱 깊이 머무르게 됐다고 하겠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