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부인(Denial)


홀로코스트 진위여뷰를 둘러싼 법정공방전의 세 인물 어빙, 립스탯 및 램턴(왼쪽부터).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데이빗 어빙


제목은 영국의 역사저술가로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데이빗 어빙의 주장을 말한다. 강렬하고 정열적이며 진지하고 또 엄숙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국의 정치드라마이자 법정드라마이다. 어빙을 거짓말쟁이라고 선언한 미국의 유대학 여류 교수 데보라 립스탯과 립스탯을 명예 훼손혐의로 고소한 어빙 간의 런던법정에서의 공방전을 그린 지적이요 스릴 있고 또 긴장감 감도는 훌륭한 드라마다.
진실 수호에 관한 말 많은 법정드라마치곤 아주 재미있고 집중된 관심을 이끄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얘기로 법정의 대사는 전부 실제 재판에서 사용된 것을 그대로 써 기록영화 같은 사실감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볼만한 것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다.
영화는 1994년 립스탯(레이철 바이스)이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에서 강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해 펭귄사는 어빙의 홀로코스트 부인을 비판하는 립스탯의 책을 출판했다. 이 때 강의실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일어나 자신을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팔)이라고 소개하면서 립스탯에게 홀로코스트의 진위여부를 놓고 토론하자고 도전한다. 그러나 립스탯은 이를 거부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영국으로부터 립스탯에게 어빙이 보낸 고소장이 날아든다. 어빙은 립스탯의 책 때문에 자신의 생애가 파괴됐다면서 립스탯과 함께 펭귄사를 고소한 것이다. 재판을 위해 립스탯은 런던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영국법에 의하면 명에훼손 재판에서는 피고소인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게 돼있어 립스탯이 홀로코스트가 실제로 자행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입장이다. 립스탯의 변호사는 다이아나의 이혼소송을 맡았던 앤소니 줄리어스(앤드루 스캇). 그러나 스캇은 재판을 위한 준비와 자료수집 그리고 전략을 마련할 뿐이요 실제 법정에서 변호하는 사람은 달변의 직선적이요 강력한 리처드 램턴(탐 윌킨슨).
그리고 립스탯과 변호팀은 재판 전에 아우슈비츠를 방문한다. 이 장면이 매우 숙연하다. 립스탯은 처음에 램턴과 의견 충돌을 보이면서 갈등을 일으키나 서서히 그의 본의를 깨닫고 그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마침내 재판이 시작되면서 법정공방전이 벌어지는데 어빙은 자신이 스스로를 변호한다. 재판과정이 상당히 길고 언어의 대결이 치열한데 자칫하면 지나치게 심각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이 부분에 각본가 데이빗 헤어는 어빙을 동원해 다소 짓궂은  유머를 삽입해 무거움을 덜어준다. 법정대결이 육박전만큼이나 격렬하고 흥분된다.
연기파들인 바이스와 스팔과 윌킨슨의 연기가 불꽃을 튄다. 바이스의 연기는 열정과 에너지로 넘치는데 외골수로 자신의 진실에 매어달리는 여자 투사의 역을 단호하게 표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흡인력을 발산한다. 스팔의 연기는 기분이 나쁠 정도로 음산하면서도 우습고 또 인간적이며 윌킨슨의 분노에 찼으나 결코 이성을 잃지 않는 엄격한 연기도 보기 좋다. 착 가라 앉은 음악(하워드 쇼)과 촬영도 좋다. 믹 잭슨 감독. PG-13. Bleecker Stree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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