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의 황금커플로 ‘브랜젤리나’(사진)로 불리던 브래드 핏(52)과 앤젤리나 졸리(41)가 헤어졌다. 할리웃에서 부부와 애인이 헤어지는 것은 우리가 하루에 밥 세끼 먹듯이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핏과 졸리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영원불멸의 사랑과 인도적 소명감에 가득 찬 부부라는 이미지로 인해 둘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적 뉴스가 되곤 해 이번 헤어짐 또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둘의 분리를 보고 내가 느낀 바는 할리웃 커플들이 레드카펫을 비롯해 외부에 노출시키는 그들의 광채 나는 이미지가 가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할리웃이라는 동네가 허영과 환상, 미혹과 허위의 보금자리로 미소와 화려한 언사가 스타들의 직업조건이니 만큼 그동안 많은 스타들을 만나고 또 인터뷰를 해온 나는 어느덧 그들의 웃음과 말을 선뜻 믿으려하지 않는 회의론자가 되고 말았다.
남이 안 되는 것을 보고 고소하다고 느끼는 것을 ‘샤덴프로이데’라고 하는데 핏과 졸리의 결별을 보고 제일 먼저 그 것을 느낀 사람은 아마도 핏의 전처 제니퍼 애니스턴일 것이다. 애니스턴은 지난 2004년 핏이 ‘미스터 앤 미시즈 스미스’를 찍을 때 공연하던 졸리와 사랑에 빠져(물론 둘은 이를 부인했었다) 핏으로 부터 버림을 받았다. 애니스턴은 그 후에도 핏을 못 잊어 “브래드가 저렇게 수척한 것은 졸리가 제대로 못해 먹인 탓”이라고 투덜댔었다.
그런데 핏과 졸리의 만남과 결별은 다 둘이 공연한 영화 내용과 연관이 있다. 만남은 둘이 섹시한 킬러로 나온 ‘미스터 앤 미시즈 스미스’에 의해 이뤄졌는데 묘하게도 작년에 나온 졸리가 감독하고 핏과 공연한 ‘바닷가에서’는 핏과 졸리가 결혼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부부로 나왔다.
난 그 동안 몇 차례 핏과 졸리를 인터뷰 했는데 둘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여러 모로 졸리가 핏보다 낫다는 것이다. 졸리는 카리스마와 우아미를 겸비한 반면 핏은 뻣뻣하고 촌티가 난다.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도 졸리가 핏보다 더 깊이가 있고 지적이다. 핏이 어떻게 수퍼스타가 됐는지 이해난감이다.
졸리는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큰 눈과 두툼한 입술을 지녀 육감적인 흡인력을 발산한다. 여왕적인 당당함을 지녀 거리감마저 느끼게 되는데 진지하고 자신만만하나 오만하지 않다. 깡마른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런데 졸리는 자신의 마른 것에 대해 “여자들은 말랐다고 하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그 것은 칭찬이 아니라 비판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졸리는 핏과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있어 사랑이란 둘이 함께 도덕적 가치와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 같이 웃음을 웃는 것이다. 브래드와 나는 가족의 중요성과 아이들의 양육법 그리고 세계관이 모두 같다.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이며 또 무엇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비슷하다”면서 “핏은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친구요 내 남자이며 또 훌륭한 아버지”라고 극구 칭찬했다.
졸리는 유엔특별대사로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며 난민들을 돕고 있는 인도주의자다. 그녀는 배우와 감독과 인본주의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서슴없이 인본주의자를 선택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졸리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졸리는 이에 대해 “북한의 핵무장을 내 유엔활동의 일환으로 삼아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난 한국에 갔을 때 그 것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고 또 북한문제에 관해 일하는 유엔관리들과도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자신을 배우로서보다 세계시민으로 여기는 졸리이니 만큼 그녀의 할리웃에 대한 견해는 색 다르다. 졸리는 할리웃은 자신의 총체가 아닌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하고 또 그 일을 즐기기는 하나 그 것은 세상사에 비해 매우 작은 것이며 할리웃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을 중요한 것으로 채우지 않고 있다고 반 할리웃적 발언을 한바 있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인 졸리의 강한 인도주의 정신은 자선가였던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인도주의적 활동을 통해 약자의 슬픔과 고통을 깨달은 뒤부터 이기적이기를 거부하고 매사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사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졸리는 핏과의 결혼설에 대해 결혼 불과 두 달 전에도 오리발을 내민바 있다. 지난 2014년 6월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결혼 계획 전연 없다”고 딱 잡아뗀 뒤 그 해 8월 프랑스에서 결혼했다. 이러니 어떻게 스타들의 말을 믿겠는가.
핏은 인터뷰에서 졸리와의 결혼에 대해 “이제 진짜 결혼한 남자로 느껴진다. 결혼 후 그 것이 단지 하나의 축하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언약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이제 다 빈말이 되고 말았다. 졸리와 핏은 불원 서로 새로운 다른 상대를 만나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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