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아카데미상 후보작들


극영화, 만화, 기록영화 부문 단편 영화들


‘고요한 밤’ 불체자 크와메(왼쪽)와 잉거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오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극영화와 만화영화 및 기록영화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오른 각 5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모두 ★★★★★(5개 만점)


▦극영화
●내부의 적들(Ennemis Interieurs) 1990년대 알제리의 내전이 한창일 때 프랑스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무슬림 신도가 프랑스 시민권 인터뷰에 출석한다. 그를 심사하는 젊은 사람 역시 알제리계. 심사관이 시민권 신청자에게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다며 신청자의 모스크 참배자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른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미국의 요즘 상황에 딱 알맞은 영화다. 프랑스.
●여인과 TGV(La Femme et le TGV) 스위스의 시골 철로 변에 사는 엘리즈는 지난 30년간 매일 같이 지나가는 열차를 향해 국기를 흔들어 왔다. 어느 날 기관사로부터 편지가 날아들면서 둘 사이에 편지 교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열차가 노선을 바꿔 더 이상 자기 집 앞을 지나가지 않게 되자 엘리즈는 남자를 찾아 간다. 스위스.
●고요한 밤(Silent Nights) 코펜하겐에 사는 젊은 여자 잉거가 지원 봉사하는 홈리스 쉘터에서 만난 가나에서 온 불체자 크와메를 사랑하게 되면서 둘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크와메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둘의 관계가 위기를 맞는다. 덴마크. 
싱(Sing) 새로 전학한 학교의 합창반에 들어간 소녀 소피는 지휘자 여선생이 노래를 부르지 말고 입만 뻥긋거리라는 지시를 받고 실망한다. 그리고 합창대회에 나가기 전에 단원들과 합창을 보이콧할 계획을 마련한다. 헝가리. 
타임코드(Timecode) 파킹랏의 주간 근무자인 루나가 고객의 불만을 조사하기 위해 모니터로 야간 근무자 디에고의 근무상황을 관찰하다가 디에고가 지루함을 푸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그대로 따라하면서 둘 사이에 관계가 이뤄진다. 스페인.

▦만화영화
눈 먼 바이샤(Blind Vaysha) 왼쪽 눈은 과거만 그리고 오른 쪽 눈은 미래만 볼 수 있는 어린 바이샤가 이 두 가지의 현실사이에서 갈등한다. 캐나다. 
빌린 시간(Borrowed Time) 옛 서부의 나이 먹은 셰리프가 과거에 일어난 비극적 사고의 현장을 찾아와 그 일을 회상한다. 캐나다. 
배 사이다와 담배(Pear Cider and Cigarettes) 자기 몸을 해쳐가며 멋대로 사는 테크노와 로버트는 죽마고우. 테크노가 중국에서 중병으로 입원하자 로버트는 간 이식수술이 필요한 테크노를 밴쿠버로 옮기기 위해 중국에 온다. 영국과 캐나다.
펄(Pearl) 전국을 떠돌며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펄이 음악과 모험을 사랑하는 처녀가 되어 아버지의 사랑을 갚는다. 미국. 
도요새(Piper) 바닷가의 어린 도요새가 피도가 무서워 먹이를 찾아가지 못하다가 뜻밖의 동지를 만나 용기를 낸다. 미국.

▦기록영화
●엑스트레미스(Extremis)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여의사와 그의 팀 그리고 이들과 불치의 환자들과의 관계. 미국 
●4.1 마일(4.1 Miles) 터키로부터 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섬 레보스로 오는 중동 난민들을 구출하는 그리스 해안경비대 대장과 섬 주민들. 제목은 터키와 레보스 간의 거리. 미국. 
●조의 바이올린(Joe‘s Violin) 과거 70년 간 애용하던 바이올린을 뉴욕 브롱스의 여학교에 기증한 91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조셉 화인 골드의 이야기. 미국. 
●와타니: 내 조국(Watani:My Homeland)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시리아해방군 지휘관인 아버지와 살던 4자녀가 아버지가 아이시스에게 납치되자 어머니와 함께 독일로 피신한다. 영국. 
●하얀 헬멧(The White Helmets) 내란 중인 시리아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폭격을 받은 건물 잔해에서 인명을 구출하는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영국. 
극영화와 만화영화는 23일까지 뉴아트(11272 산타모니카. 310-473-8530). 기록영화는 로열(11523 산타모니카. 310-478-3836)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Paradise, 1945)


밥티스트는 가랑스(왼쪽)를 깊이 연모한다.

프랑스 명장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걸작


프랑스의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유명한 시인이자 각본가인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영화사에 길이 남는 기념비적 걸작이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195분짜리 대하 로맨틱 서사극으로 연극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관한 드라마다.
많은 배우들이 나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극 중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성격 묘사가 뛰어나다. 프랑스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파리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영화로 극 중 인물들은 19세기 초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했으나 내용은 허구다.
영화는 제 1부 ‘범죄의 거리’(The Boulevard of Crime) 와 제 2부 ‘백의의 남자’(The Man in White)로 구성됐으며 커튼이 오르면서 시작되고 커튼이 내려지면서 끝난다. 신비하고 사로잡는 듯이 아름다운 화류계의 여인 가랑스(아를레티)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의 네 남자의 사랑과 함께 무언극과 연극에 바치는 애정의 헌사로 이 것들에 대해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가랑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백의의 무언극 피에로로 민감한 몽상가인 밥티스트(장-루이 바로)와 야심 찬 셰익스피어극 배우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쇠르) 그리고 허무주의자로 지적이면서도 기혹한 지하세계 인물 라스네르(마르셀 에랑)와 위선적인 귀족 에두아르(루이 살루).
이 네 명의 남자와 가랑스를 둘러싸고 애증과 음모와 욕망의 얘기가 얼기설기 엮어지는데 작품의 중심 플롯인 못 이룰 사랑의 두 주인공은 가랑스와 밥티스트. 밥티스트는 가랑스를 간절히 사모하나 가랑스는 잡힐 듯 하면서도 항상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래서 밥티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나탈리(마리아 카자레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나 끝내 가랑스를 못 잊는다. 그런데 가랑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밥티스트다. 
마침내 두 사람은 달빛 밝은 밤 서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정열을 불태우나 이튿날 가랑스는 다시 밥티스트를 떠난다. 수많은 군중들이 가면을 쓰고 광란하는 카니발 사이로 마차를 타고 떠나가는 가랑스를 뒤 쫓아 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밥티스트. 마치 꿈을 꾸는듯한 황홀한 작품이다. 24일과 25일 하오 7시30분.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 323-939-4038)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도널드 덕


내가 미국에 살면서 기부를 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지난 1980년대 초에 기부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의 복구기금이다. 이민자로서 자유의 상징이요 이민사의 현장을 복원하는데 일조, 나와 내 가족을 받아준 이 나라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복구위원회측이 자유의 여신상 재단장에 참여한 내게 기부자 증서를 보내 왔다. ‘흥진 박의 개인적 헌납에 의해 자유의 여신상은 구원 받고, 복원 되고 또 보존돼 전 세계의 장래 세대가 자유의 상징의 불이 밝게 타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니.’ 나는 이 증서를 액자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자유의 여신상을 찾아 갔을 때 그 받침대에 적힌 ‘자유를 숨 쉬고자 갈구하는 너의 피곤하며 가난하며 복작대는 무리를 내게 다오. 집을 잃고 폭풍우에 시달린 이들을 내게 다오. 내가 황금의 문 옆에 나의 등불을 치켜 들 테니’라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 땅의 자유를 심호흡했었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기부한 난민구호기금이다. 이민자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한(슈피겔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7개 국가에 대한 미 입국 금지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ACLU(미 민권자유연맹)에 체크를 보냈다.
트럼프의 조상도 독일계이듯이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이 땅의 원주민은 미 기병대와 개척자들이 총과 위스키로 살육하고 무기력하게 만든 소위 ‘아메리칸 인디언들’인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다. 그들을 빼곤 트럼프도 당신도 나도 다 이민자들이다.
미국의 건국이념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트럼프이 반 이민 행정명령 탓에 난 얼마 전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독일계 동료로부터 농담 성 경고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는 남한과 북한의 차이도 모를 터인즉 너도 불원 북한 사람으로 찍혀 미국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지”라며 겁을 주었다.
지금 한창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트럼프의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추파를 보면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트럼프와 푸틴은 다 불리(bully)들이다. 체신 머리 없이 트위터로 언론과 사법부를 적으로 취급하면서 비난하는 트럼프야 말로 미국시민들이 잘 못 뽑은 대통령이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트럼프에 표를 던진 사람들 중에서도 지금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영화에 살고 영화에 죽는 내가 요즘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보는 것이 뉴스다. 아침에 눈만 뜨면 트럼프가 밤 새 또 무슨 망령된 짓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 CNN부터 튼다. 이런 트럼프의 연일 이어지는 해프닝 때문에 그는 코미디언들의 좋은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NBC-TV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쇼에서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로 나와 온갖 우스꽝스런 표정과 행동을 하면서 트럼프를 조롱, 나도 보면서 박장대소 한다. 또 멜리사 매카시는 기자회견 시 공격 일변도로 나오는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으로 나와 그를 가차 없이 희롱한다.
이로 인해 이 스케치 코미디는 방영 22년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트위터로 “NBC 뉴스는 나쁘지만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는 최악의 프로다. 우습지도 않고 출연진도 형편 없다. 진짜로 나쁜 TV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유머감각도 부족한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 속에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의심 그리고 시리아 내전과 난민에 관한 4편의 단편 오스카 후보작들이 지금 상영 중이다. 극영화 ‘내부의 적’(Enemies Within)은 프랑스 시민권 신청을 하는 프랑스 태생의 무슬림 알제리 계 남자와 그를 테러동조자로 취급하면서 인터뷰하는 심사관의 긴장된 대면을 그렸다. 나머지 ‘4.1마일’(4.1 Miles)과 ‘와타니:내 조국’(Watani:My Homeland) 그리고 ‘하얀 헬멧’(The White Helmets)은 중동난민과 시리아 내전에 관한 기록영화들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도널드 트럼프는 디즈니 만화영화의 도널드 덕을 여러 모로 닮았다. 둘이 생긴 것도 비슷하고 심술첨지인데다 허세와 허풍을 떨면서 남에게 군림하기를 즐기는 것이 닮았다. 또 도널드 덕은 성질이 급해 불끈하고 화를 잘 내는데다가(사진) 공격적인데 그 동안 TV로 목격한 트럼프의 성질이나 행동이 이 오리를 꽤 닮았다.
그리고 도널드 덕은 혀 짧은 소리를 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트럼프는 혀 짧은 소리는 아니지만 툭하면 황당무계한 소리를 해 이해난감인 것도 닮았다. 그런데 도널드 덕은 귀엽기나 하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