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3월 2일 일요일

`모뉴먼트 멘’ 조지 클루니

“특수부대원, 인류문화를 구하려 뛰어든것”



2차 대전 종전 직전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나치가 약탈한 귀중한 미술품들을 회수하기 위해 독일에 투입된 미술관 관장과 미술사학자 등 7명(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많다)으로 구성된 특수부대의 실화를 그린 액션영화‘모뉴먼트 멘’(The Monuments Men-현재 상영 중)을 감독하고 부대장으로 주연도 한 조지 클루니(52)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로버트 M. 에셀이 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는 맷 데이먼, 빌 머리, 존 굿맨 및 케이트 블랜쳇 등 빅 스타들이 나온다. 미국인들이 중심이 된 특수부대에는 1명의 영국인과 1명의 프랑스인 미술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언제나 봐도 호인인 클루니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빗은 모습으로 검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질문에 위트와 농담을 섞어가면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격의 없이 대답했다. 매 2~3년마다 애인을 갈아대는 그는 극히 개인적인 질문에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대답을 하면서 그런 건 왜 묻느냐는 식으로 희죽이 웃었다. 정치의식이 강한 인본주의자인 클루니는 이 날 전면에 현재 정치범으로 수감된 전 우크라이나 여수상 율리아 티모솅코의 얼굴이 인쇄된 셔츠를 입고 있었다. 
클루니는 인터뷰 후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 기자의 등을 어루만지면서“별 일 없지”라고 다정하게 묻기도 했다. 이에 기자가“별 일 없는데 당신은 어떤가”라고 물었더니“난 좀 쉬어야겠어”라고 대답했다.  

―세트장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재미있게 즐긴다. 나는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즐겁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서로들 도와가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영화를 찍었다.”

―당신의 목숨을 버리고라도 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물건을 위해서 내 목숨을 버릴 수는 없다. 가족이나 개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불 난 집 안으로 물건을 건지러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특수부대원들은 단순히 미술품을 구하기 위해 적진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이라는 점이다.”

―독일군들은 당시 약탈한 미술품들을 잃게 될 경우 그것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그러려니 차라리 그들이 미술품들을 갖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독일군들이 미술품들을 전부 소장하려고 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그들은 철수하면서 많은 미술품들을 파괴했다. 따라서 특수부대의 목적은 미술품들을 회수해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문화적 유산을 약탈하는 행위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라크전 때도 그랬고 현재 시리아의 내전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술품 약탈은 역사와 문화의 약탈로 이것은 해당 국가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술품의 회수는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일이라고도 하겠다.”

―50대 초반에 들어선 이제 여자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당신이 젊었을 때와 달라진 것이라도 있는가.
“말썽 날 질문이네. 무슨 대답을 해도 다 엉뚱하게 해석할 소지가 있겠네. 난 여자를 무척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사람이다. 그러나 여자를 전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귀하게 여기진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는데 현명해진 것이겠지.”

―영화가 얼마나 사실과 같은가.
“인물들의 이름을 바꾼 것 외에는 90% 정도가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일 배우들이다. 그들은 지난 75년간 나치로만 나왔는데 촬영 현장에서 어떤 배우는 나보고 이 나치를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바꿔줄 수는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난 ‘안 된다. 그는 나쁜 나치다’라고 거절하면서 동시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만약 당신이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야 할 경우 그것은 무엇이며 당신이 좋아하는 미술가는 누구인가.
“미술의 정의란 무엇인가. 내게 있어 그것은 무언가 개인적인 것이다. 난 폴 뉴만, 월터 크롱카이트 그리고 그레고리 펙 등과 교환한 서신을 보관하고 있는데 내겐 그것이 미술품으로 그 어느 것들보다도 이 편지들을 구하겠다. 편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못된 아이폰 때문에 편지 쓰는 일이 점점 줄어져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술가들을 나도 좋아한다.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봤는데 그는 모든 각도에서 날 바라보더라.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와 고흐를 좋아한다.”

―현재 우리의 문화 중 어느 것이 보관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예술에 대한 미국의 공헌인 로큰롤과 재즈다.”

―왜 율리아 티모셴코의 얼굴이 인쇄된 셔츠를 입었는가.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 수상으로 현 수상의 정적이어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수감 중이다.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다.”(티모셴코는 최근의 시민정변으로 출옥했다.)    

―영화에 당신이 라디오를 수리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신은 고장 난 라디오나 모터사이클을 수리할 줄 아는가.
“난 얼마 전에도 내 친구의 고장 난 차를 고쳐주었다. 그리고 내 모터사이클이 고장 날 때도 내가 고친다. 난 그런 일에 아주 능하다. 난 켄터키주에서 자랐는데 거기선 뭔가 고장 나면 자기가 고쳐야 한다. 난 집에서도 이것저것 손을 본다. 난 이것저것 잘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무 것도 뛰어나게 잘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당신의 결점은 무엇이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나.
모뉴멘트 멘들이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조지 클루니.
“난 결점이 많은 사람이다. 실패란 늘 일어난다. 무언가를 완벽히 해냈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생애 이 시점에서 돌아볼 때 나는 성공과 실패를 모두 고르게 경험했다고 본다. 그래서 난 이제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의 실패와 결점은 모두 스크린에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신이 감독한 대사위주의 전 영화들과 달리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더티 더즌’ 형태의 전쟁 액션영화인데 만드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
“첫째 영화의 색조를 어떻게 조화롭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심각한 영화이면서 아울러 우스운 면도 있는데 이들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난 참고하기 위해 전에 나온 이런 종류의 전쟁영화들인 ‘위대한 탈주’ ‘벌지 전투’ ‘본 라이언스 특급’ 및 ‘켈리의 영웅들’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봤다. 빅 스타들이 나온 이 영화들이 잘 만들어진 이유를 알고자 했다. 심지어 ‘오션의 11인’을 감독한 스티븐 소더버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두 영화가 다 도둑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인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그들 각자에게 무언가 서로 다른 특별한 점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은 진행속도였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궤도에 올려놓으면 영화는 굴러가게 마련인데 그 과정이 문제다. 앞에 말한 전쟁영화들은 다 끝 부분에 가서 굉음을 내면서 힘차게 전진한다. 내 영화도 마찬가지다. 사실 선배들 영화들의 좋은 부분만 빌려다 쓴 셈이다.”

―최근에 독일 뮨헨에서 나치에게 약탈당한 600여점의 미술품들이 발견됐다. 당신은 이것들을 정당한 주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과거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본보기로 미술관에 보관하고 전시해야 한다고 보는가.
“주인이 확인된다면 그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약탈당했거나 또는 죽음의 수용소로 가던 사람들이 헐값에 팔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미술관에 가 봐도 이렇게 주인들의 손을 떠난 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명화들을 미술관에서 구경하고 싶지만 약탈된 것들은 주인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본다.”

―당신 집에는 어떤 그림들이 있는가.
“나는 대단한 미술품 수집가는 아니다. 33년 전 파리에 처음 갔을 때 거리에서 산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데 매번 그것을 볼 때마다 첫 파리여행이 생각나곤 한다. 난 내가 갔던 곳과 내가 경험했던 것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들이 좋다. 그것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집에는 그런 그림들 외에도 가족과 친구들 사진이 잔뜩 걸려 있다.”   

―이 영화는 나치의 얘기이면서도 그들이 자행한 끔찍한 일들에 대해선 묘사하질 않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처음부터 피와 끔찍한 것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관객들이 보다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면서 미술을 사랑하도록 만들자는 것이 제작 의도였다. 그리고 특수부대원들이 유럽에 상륙했을 때는 이미 큰 전투는 다 끝이 났기 때문에 액션 장면도 많지가 않은 것이다.”

―당신은 이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각본가와 주연 배우인데 영화를 만들면서 개인생활은 어땠는가,
“어느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 보면 삶의 다른 한 부분이 희생되게 마련이다. 나는 너무 일에 몰두하는 편으로 이 영화 외에도 다른 영화들을 만드느라 지난 1년반 동안 LA의 내 집에는 달랑 2주밖에 묵질 못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2월 중순에 끝나면 좀 쉬면서 친구와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스탈린그라드 (Stalingrad)

참혹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 입체영화


독일군들이 탱크의 호위를 받으며 소련군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치열했던 전투인 1942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그린 러시아 입체영화로 규모만 크고 요란하기만 했지 내용이나 인물 개발 그리고 감정적으로 전연 어필하는 데가 없는 액션 멜로물이다.
전쟁영화의 상투적인 것은 몽땅 빌려다 쓴 부실한 내용의 작품인데 시끄러운 전투 신 하나는 장관이나 매우 단조로운 영화로 전화 속에 피어나는 적과의 동침이 전연 어울리지가 않는다. 그리고 특히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괄호처럼 묶는 일본의 쓰나미로 지하에 묻힌 독일 소년을 구해 주는 러시아 구조대원의 내레이션은 쓸데없는 설정이다.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하는 독일군을 한 아파트에서 저지하는 5명의 러시아군과 양념으로 집어넣은 2명의 여자가 주인공들이다. 공격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독일군 대위 칸(토머스 크레취만)은 귀족 출신의 인간적인 군인. 칸의 상관인 새디스틱한 나치 대령(하이너 라우테박)은 틀에 박힌 못된 군인으로 거의 코믹할 지경.  
그는 러시아 여인 마샤(야나 스투딜리나)라는 포로 애인이 있는데 사실 칸은 처음에 마샤를 겁탈하듯 하나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칸은 독일군이 퇴각할 때 마샤를 위험한 지경에서 구해 주기 위해 가진 애를 다 쓴다.
진격하는 독일군을 목숨을 내걸고 저지하는 5명의 러시아 군인들은 18세난 카티아(마리아 스몰리니코바)의 아파트를 진지로 카티아를 마스코트로 삼고 독일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다.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러시아 구조대원 그로모프(표트르 피오도르프)의 내레이션으로 진행 되는데 이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는 독일 소년에게 하는 말이 내가 어떻게 해서 다섯 명의 아버지를 갖게 되었는지를 얘기해 주겠다는 것. 누가 이 사람의 어머니인 줄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무기가 동원된 전투장면을 찍은 시각효과는 볼만하고 세트도 훌륭하나 그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영화가 못되는 허우대만 멀쩡한 작품이다. 색깔도 너무 칙칙하고 어두워 눈이 피로하다. 표도르 본다르축 감독. 성인용. 일부 지역. ★★★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점심 도시락 (The Lunchbox)

잘못 배달된 도시락 먹고 가까워진 남녀


사잔(이르환 칸)이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 냄새를 맡고 있다.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두 남녀의 서신교환을 통한 감정의 접근을 상냥하고 우아하며 또 간절하고 정감 가득히 그린 인도영화다. 복작대는 뭄바이의 서민층의 일상을 과장 없이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보는 사람이 현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갖게 한다.
매력적인 영화로 인간성이 물씬 풍기는데 무리 없이 또 동정이나 연민하지도 않으면서 도시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과 후회 그리고 고독과 두려움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다루고 있다. 마음에 곱게 와 닿는 영화로 주인공들이 참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하고 바라게 된다.     
영화의 골격은 매일 같이 배달부들에 의해 뭄바이의 각 직장으로 배달되는 점심 도시락이다. 집에서 주부들이 아침에 마련한 점심이 남편들의 책상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재미있는데 똑 같이 생긴 도시락 용기들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배달되는 것이야 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저녁이면 도시락 용기들은 주인집으로 반환되는데 아뿔싸 그만 이 점심 배달에서 한 사람의 도시락 용기가 바뀌면서 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아름답고 현명하고 유머가 있고 음식 솜씨가 좋은 젊은 가정주부 일라(님라트 카우르)는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편(나쿠르 바이드)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아파트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의 코치(음성만 들린다)를 받아 남편의 점심을 정성껏 마련해 자전거 배달부에게 준다.
그런데 일라의 도시락이 어느 날 은퇴를 얼마 안 남긴 관공서의 회계사인 사잔(인도의 베테런 배우 이르환 칸-‘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파이의 인생’)의 책상에 배달된다. 그리고 사잔은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사잔은 상처를 한 뒤 주위와 담을 쌓고 고독하게 살고 있다.
저녁에 도시락이 엉뚱한 사람에게 배달됐다는 것을 깨달은 일라는 다음 날 전연 타인인 사잔에게 자신의 속상하는 상황을 글로 적어 도시락에 끼워 보낸다. 이를 읽은(주위사람이 볼까봐 조심해 일라의 글을 읽는 사잔의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다) 사잔이 일라의 글에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 간의 서신교환이 이어진다. 그리고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둘은 이 서신교환을 통해 감정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룬다.   
일라와 사잔 외에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사잔의 자리를 이어 받을 젊은 샤이크(나와주딘 시디퀴). 샤이크는 고아로 가난한 촌사람이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생명력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때로 성가실 정도로 곰살맞게 구는 샤이크에 의해 굳게 닫혔던 사잔의 마음 문이 서서히 열린다. 
은밀하고 섬세하며 유머가 있는 영화로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과묵하고 조용한 칸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의 연기에 맞서는 쾌활한 시디퀴의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인파와 자전거와 인력거 그리고 구식 택시들로 바글거리는 뭄바이 거리를 찍은 촬영도 좋다.
 PG. 로열(310-478-3836)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오스카 고즈 투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2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거행된다. 코미디언 엘렌 드제네레스가 사회를 보는 시상식은 ABC-TV가 생중계 하는데 ABC 측은 전미서 4,00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스카상의 백미인 작품상 부문에는 총 9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는데 이 중 6편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작품상을 놓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허슬’과 ‘그래비티’ 및 ‘12년 노예’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시상식이 가까워 오면서 코미디인 ‘아메리칸 허슬’이 기를 잃고 지금 나머지 2편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내가 아카데미 회원이라면 ‘그래비티’에게 표를 던지겠으나 아카데미 사상 공상과학 영화가 작품상을 탄 적이 없다. 이보다는 미국의 치욕적인 역사인 노예제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12년 노예’가 간발의 차이로 영광을 누릴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품상 대신 감독상은 미 감독노조상을 비롯해 각 단체가 주는 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그래비티’의 멕시칸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받을 것이다. ‘그래비티’는 촬영상과 음향상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카우보이즈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로 멕시코에서 사제 약을 텍사스로 밀반입해 환자들에게 판 실제인물 론 우드러프로 나온 매튜 매코너헤이가 탄다. 매코너헤이는 역을 위해 체중을 47파운드나 뺐다. 아카데미는 질병을 앓거나 정신상태가 이상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기를 좋아하는데 ‘필라델피아’에서 역시 에이즈 환자로 나온 탐 행스가 주연상을 탄 것이 그 좋은 예다.
여우주연상은 우디 알렌의 ‘푸른 재스민’에서 월가의 유한부인에서 알거지가 된 뒤 정신상태가 혼란해진 미망인으로 나온 케이트 블랜쳇이 탄다. 알렌이 최근 양녀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려 그의 영화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었으나 설은 설로 끝날 것이다.
남자조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에서 매코너헤이의 에이즈 약 밀매 파트너로 여성으로 성전환한 에이즈 환자로 나온 재렛 레토가 탄다. 그러니까 이번 오스카 남자주조연상은 모두 에이즈 환자가 타는 셈이다.
여자조연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허슬’에서 날사기꾼의 불같은 성질을 한 젊은 아내로 나온 제니퍼 로렌스가 탈 것이 유력했었다. 그런데 최근 ‘12년의 노예’에서 잔혹한 농장주인의 노예이자 섹스놀이개로 스크린에 데뷔한 루피타 니옹고가 미배우조노가 주는 상을 타면서 로렌스가 다소 밀리고 있다. 
더구나 로렌스는 지난해에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으로 주연상을 타 아카데미가 이제 나이 23세 밖에 안 된 로렌스에게 2년 연속으로 상을 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이 부문도 작품상부문처럼 예측이 뒤바뀔 수도 있다.
각본상은 1970년대 말 뉴저지주를 무대로 한 FBI의 부패 정치인 함정수사인 앱스캠 작전에서 FBI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기꾼들의 실화를 그린 ‘아메리칸 허슬’이 탈 확률이 높다. 이 영화와 함께 각본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이 스파이크 존즈가 쓰고 감독한 ‘허’다. 
‘허’는 가까운 미래 LA의 젊은 연애편지 대필 작가(와킨 피닉스)와 컴퓨터의 인공지능 여인(스칼렛 조핸슨 음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나 같으면 이 영화에 표를 던지겠다.
만화영화상은 디즈니의 ‘프로즌’이 탄다. 흥행서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는 이밖에도 주제가인 ‘렛 잇 고’가 상을 탈 것이다.
외국어 영화상은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가 감독한 ‘그레이트 뷰티’가 상을 탈 것이 거의 분명하다. 65세난 작가의 눈을 통해 본 로마의 호화 방탕한 밤의 삶을 조명한 영화로 내용보다 영상미가 화사하다.
단편기록 영화상을 탈 가능성이 높은 영국의 ‘6호 아파트의 숙녀-내 삶을 구원한 음악’의 주인공인 체코 태생의 유대인 여류 피아니스트 알리스 헤르츠-좀머(사진)가 23일 110세로 별세했다. 
젊었을 때 나치에 의해 수용소에 수감됐으나 음악 때문에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헤르츠-좀머의 삶을 아름답게 담은 감동적인 영화다. 헤르츠-좀머는 영화에서 “음악이 내 삶을 지탱해 준 양식”이라면서 “증오는 증오를 나을 뿐이어서 나는 결코 독일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헬츠-좀머가 자신의 삶을 그린 작품이 상을 타는 것을 채 못 보고 영면했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