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거장 크르지스토프 키슬로우스키 감독. |
성경 10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10부작... 폴란드 거장 키슬로우스키 감독
프랑스 국기의 색깔인 ‘블루’(Blue-자유)와 ‘화이트’(White-평등) 그리고 ‘레드’(Red-우애)를 바탕으로 현대 유럽의 삶을 탐구한 ‘3색 3부작’을 만든 폴란드의 거장 크르지스토프 키슬로우스키(사진)가 폴란드 TV 작품으로 만든 불후의 걸작인 10부작 ‘데칼로그’(Dekalog·1988)가 감독의 사망 20주년을 맞아 디지털로 새로 복원돼 9~13일 그리고 17~18일 두 차례로 나뉘어 시네패밀리 극장(611 N. Fairfax: 323-655-2510)에서 상영된다.
키슬로우스키가 크리스토프 피시비츠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이 10부작은 성경의 10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압도적으로 심리와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심오한 서사적 작품이다. 매 편의 길이는 1시간.
감독은 제목을 단순히 ‘데칼로그: 원’에서 시작해 ‘데칼로그: 텐’으로 끝내고 있는데 ‘데칼로그 원’이 십계명의 제1계명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지난 1989년 칸에서 상영됐을 때 혼란을 겪은 비평가들이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주최 측은 매 영화마다 그것이 십계명 어느 조항을 나타낸 것인지를 알려주는 제목을 새로 붙여 상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감독의 의도는 아니다.
1980년대 중반 공산주의가 허물어져가는 바르샤바의 서민층 아파트의 주민들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삶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이들이 당면한 개인적이자 또 보편적으로 인간적인 제반문제와 감정적 딜레마들이 다뤄진다.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그리고 진실과 시간의 흐름 등에 관한 도덕적 실존적 문제들을 상징적이요 은유적으로 탐구했다. 우리 삶을 형성하는 불가사의한 힘에 관한 고찰이기도 한데 키슬로우스키는 “나는 이 영화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와 함께 우리는 왜 아침에 일어나는가와 같은 삶의 기본적이요 필수적이며 인간적이자 또 인간의 물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9명의 촬영감독이 촬영을 했고 내면을 뒤흔들어 놓는 음악은 ‘3색 3부작’의 음악을 작곡한 즈비그뉴 프라이스너가 작곡했다. 잘 알려진 기성배우와 무명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정신을 몽땅 화면 안으로 부어 넣으며 봐야 할 명작이다.
*‘데칼로그: 원’-언어 의미론학자요 컴퓨터가 취미인 크리스토프는 어린 아들 파벨에게 모든 의문의 답을 과학에서 찾으라고 가르친다. 이와 반면으로 파벨의 고모는 신심이 돈독한 여자. 이 두 사람은 어느 날 파벨이 아파트 앞 못으로 스케이트를 타러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각자가 믿고 있는 체제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과학의 우상화를 경고하고 있다.
*‘데칼로그: 투’-중병에 걸린 남편과 동료 음악인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하고 있는 음악인 도로타는 애인의 아기를 임신했다. 그리고 도로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의사에게 남편의 병의 상태에 대해 알려 달라고 조른다. 남편이 죽으면 아기를 낳고 병에서 회복되면 임신중절을 할 예정이다. 도덕적 선택과 인간의 삶에서 한 마디의 말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데칼로그: 스리’-크리스마스 전야. 에바는 결혼해 가정을 이룬 전 애인 야누스에게 자기 남편이 실종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와 함께 밤을 보내려고 계획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밤새 자신들의 불륜이 발견되었을 때 한 결정과 다시 한 번 맞서면서 현재의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생각한다. 시간의 신성함을 다루었다.
*‘데칼로그: 포’-대학에 갈 나이인 딸 앙카와 그녀의 아버지 미칼은 거의 애인과 같이 오해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이에 대해 점점 불편을 느끼던 앙카가 어느 날 자신의 죽은 어머니가 남긴 뜯지 않은 편지를 읽고 미칼이 자기 친 아버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 신원을 규정하는 역할을 맡은 가족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내용으로 권위의 중요성을 말한다.
*‘데칼로그: 파이브’-시골에서 비운의 사고를 목격한 뒤 바르샤바로 이주한 분노에 가득 찬 젊은이 야첵이 묻지 마 살인 식으로 택시운전사를 살해하고 체포돼 재판에 회부된다. 야첵의 변호사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이상적인 젊은 피오트르. 야첵과 피오트르가 관계를 맺으면서 솔직한 감정들이 노출되고 피오트르는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살인에 대해 반대하는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한다. 살인과 처벌에 관한 이야기로 야첵의 살인장면은 영화 사상 가장 긴 살인장면으로 알려졌다.
*‘데칼로그: 식스’-10대의 우체국 직원인 토멕은 자기 아파트 건너편에 살고 있는 성적으로 개방된 연상의 여자 화가를 훔쳐보는 것이 취미. 두 사람의 사생활이 뒤엉키면서 매력은 집념으로 변하고 사랑과 호기심의 경계선이 가차 없이 무너진다. 사랑과 정욕의 본질과 관계를 다뤘다.
*‘데칼로그: 세븐’-고교생 때 딸 아니아를 낳은 마이카는 그동안 자기 어머니 에바가 키워온 딸을 뒤늦게 찾으려고 하자 에바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 이에 마이카가 아니아를 납치하면서 뜻하지 않은 감정적 결과를 맞게 된다. 소유욕과 유혹에 관한 이야기.
*‘데칼로그: 에잇’-윤리학 교수인 조피아가 2차 대전 때 살아남은 유대인들의 삶을 연구하는 미국인 엘즈비에타의 방문을 받는다. 둘 간의 대화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조피아는 엘즈비에타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자신이 수십년 전에 내린 결정에 대해 대답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가피한 사악함 속에서의 진실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데칼로그: 나인’-로만과 한카는 서로 사랑해 결혼한 사이. 그러나 남편의 성적 무능력 때문에 한카는 혼외정사를 한다. 이로 인해 로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아내와의 사랑과 자신의 삶의 의지가 시련을 당한다. 섹스와 질투와 성숙에 관한 내용.
*‘데칼로그: 텐’-예르지와 아르투르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형제는 아버지가 우표수집상들이 탐을 내는 귀한 우표들을 유산으로 남긴 것을 알게 된다. 형제가 뒤가 깨끗하지 못한 우표수집상들과 거래를 하면서 둘은 긴박하면서도 코믹한 상황에 빠진다. 탐욕과 관계에 과한 이야기.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