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데칼로그’


폴란드의 거장 크르지스토프 키슬로우스키 감독.

성경 10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10부작... 폴란드 거장 키슬로우스키 감독


프랑스 국기의 색깔인 ‘블루’(Blue-자유)와 ‘화이트’(White-평등) 그리고 ‘레드’(Red-우애)를 바탕으로 현대 유럽의 삶을 탐구한 ‘3색 3부작’을 만든 폴란드의 거장 크르지스토프 키슬로우스키(사진)가 폴란드 TV 작품으로 만든 불후의 걸작인 10부작 ‘데칼로그’(Dekalog·1988)가 감독의 사망 20주년을 맞아 디지털로 새로 복원돼 9~13일 그리고 17~18일 두 차례로 나뉘어 시네패밀리 극장(611 N. Fairfax: 323-655-2510)에서 상영된다.   
키슬로우스키가 크리스토프 피시비츠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이 10부작은 성경의 10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압도적으로 심리와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심오한 서사적 작품이다. 매 편의 길이는 1시간.  
감독은 제목을 단순히 ‘데칼로그: 원’에서 시작해 ‘데칼로그: 텐’으로 끝내고 있는데 ‘데칼로그 원’이 십계명의 제1계명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지난 1989년 칸에서 상영됐을 때 혼란을 겪은 비평가들이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주최 측은 매 영화마다 그것이 십계명 어느 조항을 나타낸 것인지를 알려주는 제목을 새로 붙여 상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감독의 의도는 아니다.  
1980년대 중반 공산주의가 허물어져가는 바르샤바의 서민층 아파트의 주민들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삶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이들이 당면한 개인적이자 또 보편적으로 인간적인 제반문제와 감정적 딜레마들이 다뤄진다.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그리고 진실과 시간의 흐름 등에 관한 도덕적 실존적 문제들을 상징적이요 은유적으로 탐구했다. 우리 삶을 형성하는 불가사의한 힘에 관한 고찰이기도 한데 키슬로우스키는 “나는 이 영화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와 함께 우리는 왜 아침에 일어나는가와 같은 삶의 기본적이요 필수적이며 인간적이자 또 인간의 물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9명의 촬영감독이 촬영을 했고 내면을 뒤흔들어 놓는 음악은 ‘3색 3부작’의 음악을 작곡한 즈비그뉴 프라이스너가 작곡했다. 잘 알려진 기성배우와 무명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정신을 몽땅 화면 안으로 부어 넣으며 봐야 할 명작이다.

*‘데칼로그: 원’-언어 의미론학자요 컴퓨터가 취미인 크리스토프는 어린 아들 파벨에게 모든 의문의 답을 과학에서 찾으라고 가르친다. 이와 반면으로 파벨의 고모는 신심이 돈독한 여자. 이 두 사람은 어느 날 파벨이 아파트 앞 못으로 스케이트를 타러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각자가 믿고 있는 체제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과학의 우상화를 경고하고 있다.
*‘데칼로그: 투’-중병에 걸린 남편과 동료 음악인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하고 있는 음악인 도로타는 애인의 아기를 임신했다. 그리고 도로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의사에게 남편의 병의 상태에 대해 알려 달라고 조른다. 남편이 죽으면 아기를 낳고 병에서 회복되면 임신중절을 할 예정이다. 도덕적 선택과 인간의 삶에서 한 마디의 말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데칼로그: 스리’-크리스마스 전야. 에바는 결혼해 가정을 이룬 전 애인 야누스에게 자기 남편이 실종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와 함께 밤을 보내려고 계획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밤새 자신들의 불륜이 발견되었을 때 한 결정과 다시 한 번 맞서면서 현재의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생각한다. 시간의 신성함을 다루었다.            
*‘데칼로그: 포’-대학에 갈 나이인 딸 앙카와 그녀의 아버지 미칼은 거의 애인과 같이 오해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이에 대해 점점 불편을 느끼던 앙카가 어느 날 자신의 죽은 어머니가 남긴 뜯지 않은 편지를 읽고 미칼이 자기 친 아버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 신원을 규정하는 역할을 맡은 가족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내용으로 권위의 중요성을 말한다.   
*‘데칼로그: 파이브’-시골에서 비운의 사고를 목격한 뒤 바르샤바로 이주한 분노에 가득 찬 젊은이 야첵이 묻지 마 살인 식으로 택시운전사를 살해하고 체포돼 재판에 회부된다. 야첵의 변호사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이상적인 젊은 피오트르. 야첵과 피오트르가 관계를 맺으면서 솔직한 감정들이 노출되고 피오트르는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살인에 대해 반대하는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한다. 살인과 처벌에 관한 이야기로 야첵의 살인장면은 영화 사상 가장 긴 살인장면으로 알려졌다. 
*‘데칼로그: 식스’-10대의 우체국 직원인 토멕은 자기 아파트 건너편에 살고 있는 성적으로 개방된 연상의 여자 화가를 훔쳐보는 것이 취미. 두 사람의 사생활이 뒤엉키면서 매력은 집념으로 변하고 사랑과 호기심의 경계선이 가차 없이 무너진다. 사랑과 정욕의 본질과 관계를 다뤘다.
*‘데칼로그: 세븐’-고교생 때 딸 아니아를 낳은 마이카는 그동안 자기 어머니 에바가 키워온 딸을 뒤늦게 찾으려고 하자 에바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 이에 마이카가 아니아를 납치하면서 뜻하지 않은 감정적 결과를 맞게 된다. 소유욕과 유혹에 관한 이야기.
*‘데칼로그: 에잇’-윤리학 교수인 조피아가 2차 대전 때 살아남은 유대인들의 삶을 연구하는 미국인 엘즈비에타의 방문을 받는다. 둘 간의 대화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조피아는 엘즈비에타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자신이 수십년 전에 내린 결정에 대해 대답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가피한 사악함 속에서의 진실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데칼로그: 나인’-로만과 한카는 서로 사랑해 결혼한 사이. 그러나 남편의 성적 무능력 때문에 한카는 혼외정사를 한다. 이로 인해 로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아내와의 사랑과 자신의 삶의 의지가 시련을 당한다. 섹스와 질투와 성숙에 관한 내용. 
*‘데칼로그: 텐’-예르지와 아르투르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형제는 아버지가 우표수집상들이 탐을 내는 귀한 우표들을 유산으로 남긴 것을 알게 된다. 형제가 뒤가 깨끗하지 못한 우표수집상들과 거래를 하면서 둘은 긴박하면서도 코믹한 상황에 빠진다. 탐욕과 관계에 과한 이야기.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이타카(Ithaca)


호머는 전보 배달부가 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닫는다.

2차 대전 당시 한 마을 전보 배달부 소년


2차 대전 초기 미국의 한 작은 마을의 자전거 전보 배달부인 14세난 소년 호머의 눈을 통해본 전쟁에 마을 사람들에게 남긴 후유증과 마을의 삶을 소묘하듯이 그린 담담한 영화로 멕 라이언의 감독 데뷔작으로 출연도 했다.
영화가 감상적이요 말이 많고 전체적으로 생기가 부족하나 오랫동안 활동이 뜸했던 라이언의 모습과 함께 그녀의 왕년의 콤비인 탐 행스가 잠깐 나오는데다가 전체적으로 향수감에 젖어 있어 옛날 미국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 작가 윌리엄 사로얀의 소설 ‘인간 희극’(The Human Comedy)이 원작으로 이 소설은 지난 1943년 동명영화로 만들어졌다. 믹키 루니, 도나 리드, 프랭크 모간, 마샤 헌트, 밴 존슨 등 왕년의 명배우들이 나오고 로버트 미첨이 휴가 받은 군인으로 단역으로 나오는 흑백명화다.
사로얀이 자기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에서 주인공 소년의 이름과 소년의 어린 동생의 이름을 각기 호머와 율리시즈로 지은 것은 그리스의 작가 호머와 그의 작품 ‘오디세이’의 주인공 율리시즈를 딴 것으로 율리시즈가 트로이전쟁 후 고향 이타카(호머의 고향이라는 설도 있다)를 향해 돌아가듯이 사로얀은 자기 소설에서 전쟁에 나간 호머의 형 마커스를 비롯해 종군한 젊은이들의 망향을 암시하고 있다. 제목의 이타카는 사로얀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를 대신한 것이다.
이타카에서 홀머니(라이언)와 어린 동생 율리시즈(스펜서 하워드가 귀엽다)와 함께 사는 호머(알렉스 노이스태터)는 형 마커스(잭 퀘이드)가 종군하자 마을 우체국의 자전거 전보 배달부로 일한다. 호머가 미처 몰랐던 것은 자기가 배달하는 전보들이 대부분 마을에서 전쟁에 나간 젊은이들의 전사 통보라는 것. 어린 호머는 이렇게 죽음의 메신저가 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배우고 성장한다.  
내레이션과 내적 독백이 많은 영화는 호머와 어머니(죽은 아버지로 나오는 행스는 어머니의 환상에 의해 잠깐 나온다)와 율리시즈 그리고 학교생활과 첫 사랑 등 소년의 일상으로 스케치되는데 특히 호머와 우체국의 전보 치는 나이 먹은 술꾼 윌리(샘 쉐파드가 꺼칠꺼칠한 연기를 잘 한다)와의 관계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PG-13.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설리


설리 기장이 침착하게 승객들을 기내에서 대피시키고 있다.

여객기의 긴급 수상착륙 실화‘허드슨강의 기적’


솜씨 좋은 목공이 만든 보기 좋은 가구 같은 영화로 모양은 그럴싸 하나 깊이와 감정이 결여된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일종의 재난영화인데 이스트우드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이것도 보고 즐길 만은 하나 허전한 구석이 많다.
2009년 1월15일 뉴욕의 라과르디아 공항을 이륙한 US 에어웨이즈 여객기가 공중에 오른지 얼마 안 돼 새떼들과 충돌하면서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 난다. 이에 기장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탐 행스)는 40년의 비행경력에서 얻은 지혜를 동원, 기수를 돌려 라과르디아 공항에 착륙하는 대신 허드슨강 위에 불시착, 155명의 승객이 모두 생명을 건졌다.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린 이 사건을 이스트우드는 영웅찬가 식으로 묘사했는데 영화는 우리가 잘 모르는 미운송안전위(NTSB)의 설리와 부기장 제프리 스카일즈(아론 에카르트)에 대한 청문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법정드라마 형식을 취한 재난 드라마요 스릴러로 그저 무난한 중간급 영화다.
영화는 호텔방의 설리가 자기가 모는 비행기가 맨해턴 도심에 추락하는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악몽을 비롯해 실제 여객기의 사고와 불시착 장면 그리고 설리의 젊은 시절 회상 등이 플래시백으로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영화의 리듬과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또 말이 많은데 특히 설리와 그의 아내(로라 린니가 완전히 소모품이 됐다)와의 전화통화가 너무 잦다.
엔진이 고장 나면서 설리는 육지에 착륙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허드슨강 위의 불시착을 시도한다. 이 과정이 제법 스릴 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긴박감은 없다. 
비행기가 무사히 강 위에 내려앉고 설리는 영웅이 된다. 차분한 성격의 설리는 자기는 할 일을 했다며 영웅이 아니라고 겸손해 하지만 그는 매스컴에 의해 일약 미국인들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보통 사람이 비상상황에 빨려들어 영웅이 되는 영웅 찬가다. 
그러나 설리와 스카일즈는 곧 이어 NTSB의 조사를 받기 시작한다. 조사의 초점은 왜 라과르디아에 착륙하지 않고 허드슨강 위에 내렸는가 하는 점. 이를 위해 여러 차례 불시착 모의실험까지 해가면서 청문회가 계속되는데 청문회 과정이 쓸데없이 길다. 그리고 청문회 부분은 본격적인 법정드라마의 스릴이나 긴장감도 결여됐는데 이스트우드는 NTSB를 멍청한 기관으로 묘사하면서 조롱하고 있다. 
질서정연한 드라마라가 되지 못하고 초점을 잃은 중구난방식의 얘기가 되면서 극적 긴장감이 결여되긴 했지만 행스의 연기 하나는 정말 좋다. 도무지 티를 안 내고 침착하고 절제된 연기로 거의 혼자서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그의 원맨 쇼라고 해도 되겠다. 
PG-13. WB.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크린 로맨스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스타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그들이 참 잘 생겼다는 것이다. 화장을 잘 해서 그런지 몰라도 스타들의 몸에서 광채가 나는데 이를 두고 스타 파워라 일컫는다. 이렇게 잘 생긴 남녀 스타들이 영화에서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다가 격정에 못 견뎌 침대로 들다보면 ‘인생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둘이 진짜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최근의 예가 현재 상영 중인 로맨스 멜로드라마 ‘대양 사이의 불빛’(사진)에서 공연한 마이클 화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더(올해 ‘덴마크 여인’으로 오스카 조연상 수상)이다. 호주의 절해고도에서 단 둘이 사는 등대지기와 그의 아내가 표류해온 보트에서 발견한 갓난 여아를 자기 자식으로 키우다 일어나는 비극으로 영화에서 둘은 매우 깊고 강렬한 러브신을 보여준다.
감독 데렉 시안프란스는 풍광이 수려한 섬에서 제작진과 함께 두 배우를 캠핑하듯이 합숙시키고 짧은 러브신 하나를 찍는데도 하루 종일 걸리는 정성을 들였는데 둘이 이런 분위기에서 스크린 사랑을 나누다보니 그것이 진짜로 두 사람의 가슴에 전염된 것 같다.
그런데 비칸더는 영화를 찍기 이전에 벌써 화스벤더를 사랑할 증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이 영화를 위한 인터뷰에서 “나는 마이클을 최고의 연기자 중 하나로 생각하며 그와 공연하고 싶어 출연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을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만든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엔 혈색이 파리한 작품이다. 흥행에서도 실패해 지난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는 2일에 개봉돼 연휴 나흘간 달랑 590만달러를 벌었다.
스크린 로맨스가 진짜 로맨스가 된 경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모든 사랑이 다 그렇듯이 이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서 뜨거움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로맨스 중 가장 요란하게 세간의 화제가 됐던 것이 ‘클레오파트라’(1963)에 나온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랑이다. 모두 제 짝이 따로 있던(당시 테일러의 남편은 가수 에디 피셔) 둘은 폭스사를 들어먹을 뻔했던 이 영화에서 열애에 빠지면서 교황청의 야단까지 맞았었다.
또 다른 유명한 스크린 로맨스 커플이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다. 둘은 액션드라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44)에서 공연하다 사랑에 빠졌는데 이 영화로 데뷔한 바콜은 방년 19세였고 보기는 45세의 유부남이었다. 둘은 보기가 이혼한 이듬해 결혼, 1957년 골초였던 보기가 후두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잉꼬부부였다.
천하의 바람둥이 워렌 베이티도 갱영화 ‘벅시’(1991)에서 만난 아넷 베닝을 만나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베이티의 여성편력 때문에 둘이 얼마나 갈까하고 궁금해들 했었는데 다행이다. 브래드 핏과 앤젤리나 졸리가 액션스릴러 ‘미스터 앤드 미시즈 스미스’(2005)에서 공연하다 눈이 맞아 애인 사이가 됐을 때 울고불고한 것이 당시 핏의 애인이었던 제니퍼 애니스턴이다. 핏과 졸리는 지금 겉으로 보기엔 잘 살고 있는데도 툭하면 태블로이드에 의해 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남편을 버리고 스크린에서 만난 남자에게 갔다가 팬들의 뭇매를 맞은 여자가 ‘아메리칸 스윗하트’로 불리던 멕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액션드라마 ‘생존의 증거’(2000)에서 공연한 러셀 크로우와 열애에 빠져 역시 배우인 남편 데니스 퀘이드와 헤어졌으나 크로우와의 사랑도 오래 가진 못했다. 스티브 맥퀸과 알리 맥그로도 스크린 스캔들 커플이다. 둘은 액션영화 ‘겟어웨이’(1972)에 나오면서 사랑에 불이 붙었는데 당시 맥그로는 ‘대부’의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의 아내였다.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도 유명한 스크린 커플. 둘은 자동차경주 영화 ‘천둥의 날들’(1990)에서 만나 한 쌍이 됐는데 당시 무명씨에 불과했던 키드만은 그녀를 스릴러 ‘데드 캄’에서 보고 반한 탐의 선택으로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러나 둘은 결혼 10년 만에 이혼했는데 키드만은 한 인터뷰에서 “그 동안 키가 나보다 작은 탐 때문에 하이힐을 못 신었는데 이젠 신어서 좋다”며 웃었었다. 키드만은 지금 컨트리싱어 키스 어반과 결혼해 내슈빌에서 잘 살고 있다.
결혼은 안 했지만 동거인으로서 오랫동안 잘 살고 있는 스크린 커플이 눈이 큰 골디 혼과 커트 러셀. 둘은 드라마 ‘스윙 시프트’(1984)에서 만난 금실 좋기로 유명한 할리웃 커플이다. 역시 눈이 큰 수전 서랜든은 코믹한 야구영화 ‘불 더램’(1988)에서 만난 팀 로빈스와 맺어졌으나 얼마 전에 헤어졌다.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스도 졸작 ‘질리’(2003)로 커플이 됐으나 매스컴의 등쌀에 못 견뎌 헤어졌다. ‘트와일라이트 사가’의 두 젊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튼 스튜어트도 이 영화로 연인 사이가 됐으나 스튜어트의 방종 탓에 끝이 났다.
대부분의 할리웃 커플의 관계가 오래 못 가는 까닭은 분주하고 복잡한 배우로서의 삶과 개인적 삶이 공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할리웃이 유혹이 많은 방탕의 도시라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