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실적으로 그린 사회정치영화
쉬라(앞)와 동료들이 결혼식장 하객들을 납치하고 있다. |
간장에서 쓴물이 나오도록 에누리 없이 사실적이요 살벌한 이스라엘 사회정치 영화로 전연 다른 두 개의 얘기를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가서 격렬하게 충돌시키는 독특한 서술방식을 갖췄다.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안에서 격렬하게 들끓고 있는 감정적 압축감에 부담이 갈 정도로 절제와 방관자적 거리를 느끼게 되는데 내용과 형식적인 면이 다 로베르 브레송이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테러진압 경찰과 폭력을 앞으로 내세워 이스라엘 시민의 계급과 신분 차이 그리고 그들의 빈부차이를 제3자적 입장에서 냉철하게 묘사한 이색적인 영화로 인내심을 요구한다.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나다브 라피드의 솜씨가 뛰어나다.
영화는 정예 테러진압 요원 아론(이프타치 클라인)과 그의 임신한 아내 그리고 그의 동료들 간의 관계를 40분 정도 그리다가 돌연 젊은 이스라엘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행위로 뛰어넘는다. 이 둘의 얘기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가서 강렬한 펀치를 휘두르듯이 부닥치는데 끝이 끝 같지가 않다.
아론은 집에서는 만삭의 아내를 극진히 돌보고 밖에서는 동료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애국자. 진압요원들은 공동체 의식에 매달려 사는 마초들로 최근에 치른 한 작전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가족 간의 관계와 우정 그리고 집단의식이 아론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야기 된다.
이어 내용은 사회 환경에 불만을 품은 정열적이요 이상적이며 또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몇 명의 청춘남녀들의 얘기로 급전환한다. 부잣집 딸 쉬라(야라 펠직)를 비롯한 이들은 이스라엘 사회의 경제적 격차와 계급 차이에 반발, 자신들의 삐딱한 이상을 현실화하기로 한다.
자신들을 혁명전사요 로빈 후드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백만장자의 딸의 결혼식장을 덮친 뒤 결혼식 당사자들과 하객들을 지하실에 인질로 붙잡아놓고 경찰과 대치한다. 그리고 그동안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진압에 멸사봉공해 왔던 아론과 그의 동료들은 자기와 같은 시민들에게 총을 들이대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다.
촬영도 엄격하게 아름답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무엇보다 라피드 감독의 냉정한 연출솜씨가 돋보인다. 성인용.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