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이 양손에 치솔을 들고 용도를 생각하고 있다. |
“난 말하는 곰… 귀여운 사고뭉치죠”
진짜로 재미있고 훈훈한 정이 넘쳐흐르는 온 가족용 영국 영화다. 장난이 심한 사고뭉치의 말하는 곰과 이 곰을 집안에 수용한 런던의 한 가족 간의 관계를 그린 영화로 속도 빠르고 우습고 유연하며 또 재치 넘치고 다정다감하다.
가족의 사랑을 강조한 물 떠난 물고기의 얘기인데 액션과 스턴트가 콩 튀듯 하고 냉소적인 유머와 위트가 촘촘히 담겨 있는가 하면 곰의 표정과 동작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기술 그리고 곰의 음성 연기와 인간 배우들의 연기가 만점이다.
탐정영화 티를 내면서 액션과 스릴을 마음껏 활용했는데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및 밝고 알록달록한 색깔과 시각효과 등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든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처음에 주인공인 말하는 곰 패딩턴(벤 위셔의 음성)의 페루 정글에서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 1930년대 이곳으로 온 친절한 탐험가 부부가 찍은 필름에 의해 설명되는데 이들 부부 때문에 패딩턴과 그를 키우는 삼촌 곰 파스투조(마이클 갬본 음성)와 아줌마 곰 루시(이멜다 스턴튼 음성)는 완전히 영국통이 된다.
그런데 정글에 지진이 나면서 삼촌은 죽고 아줌마는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자 패딩턴은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고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런던으로 밀항한다. 도착한 곳이 런던의 패딩턴 기차역. 여기서 패딩턴은 보험회사 중역인 엄격한 헨리 브라운(휴 본느빌)과 그의 생기발랄한 아내 메리(샐리 호킨스) 그리고 이들의 두 남매 주디(마들렌 해리스)와 조나산(새뮤얼 조슬린)에 의해 발견된다.
헨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리가 우겨서 패딩턴을 곱게 단장한 정리정돈이 잘된 집에 데려와 묵게 한다. 정글에 살던 곰이 도시 인간의 집에 살면서 자행하는 온갖 시행착오로 인해 헨리의 인형 집과도 같은 집은 난장판이 된다.
그러나 패딩턴이 원래 귀엽고 또 속은 착한 곰이어서 곧 이어 브라운네 온 가족과 끈끈한 정으로 연결되면서 한 가족처럼 산다.
이렇게 곰과 인간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희귀종인 패딩턴을 잡아 박제를 해서 자기 수집품으로 만들려는 예쁘게 생긴 독한 여자 박제사 밀리센트(니콜 키드만)가 등장하면서 패딩턴과 브라운네는 뜻하지 않은 액션과 음모와 모험에 휘말려든다.
브라운네 가정부 역의 줄리 월터스를 포함해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다 훌륭한데 그 중에서도 빼어난 것은 호킨스다. 철저히 꾸밈이 없는 아름답고 편한 연기다. 이와 함께 사파리 복장을 한 키드만의 요부 닮은 차가운 모습과 연기도 일품인데 키드만은 디즈니의 만화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의 나쁜 여자 크루엘라 드 빌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들 인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것은 패딩턴이다. 패딩턴 곰 인형께나 팔려나가게 생겼다. 100% 귀엽고 즐겁고 신나며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폴 킹 감독. PG. TWC.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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