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코미디언 아콰피나가 주연을 맡은 빌리(앞줄 가운데)와 할머니(빌리 옆 오른쪽)를 둘러싸고 25년 만에 재회한 가족들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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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죽음 앞두고 모인 이민 중국인 가족이야기
미국과 일본으로 이민 온 중국인 가족들이 집안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할머니의 사망을 앞두고 오래간 만에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가족 간의 유대와 사랑을 확인하는 달콤하면서도 신맛이 나는 가족 코미디 드라마다. 역시 중국인 가족들의 얘기인 ‘결혼 피로연’과 ‘조이 럭 클럽’ 및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을 연상케 하는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코믹한 연기를 뛰어나게 한 한국계 코미디언 아콰피나(본명은 노라 럼으로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가 주연을 맡아 앙상블 캐스트의 영화를 이끌어간다.
아콰피나의 어머니는 딸이 6세 때 사망해 그 후 아콰피나는 친할머니가 키웠는데 영화의 중심 내용이 할머니를 극진히 사랑하는 손녀와 역시 손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친할머니와의 관계를 다뤄 아콰피나의 연기가 더 사실적인 것 같다. 감독하고 각본을 쓴 사람은 중국계 룰루 왕으로 그의 경험을 다룬 반 자전적 작품이다.
중국 사람들이어서 잘들도 먹는데 이렇게 먹고 마시고 왁자지껄하니 떠들어대는 장면이 계속돼 다소 극적 추진력이 미흡하고 단조롭기는 하지만 매우 감정적이요 민감하게 가족관계와 문화와 세대갈등 그리고 전통과 현대화의 불균형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우습고도 감상적인데 한국인들에게는 특별히 어필할 작품이다.
빌리(아콰피나)는 6세 때 중국 장춘에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성장한 작가지망생. 빌리의 어머니 지안(다이애나 린)은 생활에 헌신하다보니 감정이 무뎌졌고 애주가인 아버지 하이안(치 마)은 천하태평형. 영화는 빌리가 장춘에 사는 친할머니 나이 나이(자오 슈젠)와 셀폰으로 통화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빌리와 나이 나이는 못 본 지가 오래 됐지만 이렇게 끈질기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 나이가 기침이 심해 여동생 리틀 나이 나이(루 홍)과 함께 병원에 가 CT촬영을 한다. 의사는 리틀 나이 나이에게 언니가 폐암으로 앞으로 3개월 밖에 못 산다고 통보한다. 리틀 나이 나이는 이를 언니에겐 알리지 않고 빌리 네와 일본으로 이민 간 하이안의 형 하이빈(지앙 용보) 가족에게 통보한다.
그래서 온 가족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데 핑계는 하이빈의 아들 하오 하오(첸 한)와 그가 만난 지 3개월 밖에 안된 일본인 애인 아이코(아오이 미주하라)의 벼락치기 결혼. 엉겁결에 급조된 결혼식을 올리게 된 한 쌍을 놓고 벌어지는 코미디가 재미있다. 매사에 리더 노릇을 안 하면 몸살이 나는 나이 나이의 진두지휘 하에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시끌벅적하다. 한편 나이 나이는 할머니에게 사실을 숨기는 것이 못 마땅해 속을 썩이고 항의를 하지만 가족들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아콰피나가 듬직한 연기를 하면서 영화를 어깨에 짊어지다시피 하는데 그를 둘러싼 앙상블 캐스트도 아주 좋은 연기를 한다. 특히 자오 슈첸과 치 마의 연기가 돋보인다. 촬영도 좋다. PG등급.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