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 데이비스(단 치들)가 트럼핏을 불고 있다. |
전설적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영화
즉흥적인 연주로 재즈에 혁신을 일으킨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의 삶을 허구를 섞어 그의 음악처럼 즉흥적이요 자유롭게 묘사한 에너지 충만하고 흥겨운 전기영화다. 변덕이 심하고 종잡을 수 없으며 고질인 둔부의 통증과 약물과 술과 담배에 절어 살았던 마일스의 삶이 현재와 과거를 쏜살같이 오락가락 하면서 서술되는데 어둠과 고통 그리고 상실과 회한이 가득한 내용인데도 전체적으로 긍정적이요 정신을 고양시키는 기운을 지녔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경하할 만한 것은 영화를 감독하고 제작하고 각본을 쓰고 또 주연까지 한 단 치들의 열정과 정성. 그는 마일스라는 인물과 그의 음악을 깊이 존경하면서 경배하듯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뛰어난 연기와 함께 그의 열의가 가슴에 전달된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파리에서 연주할 때 프랑스의 명장 루이 말르의 초청을 받고 말르의 데뷔작인 분위기 멋있는 필름느와르 ‘사형대의 엘리베이터’(Elevator to the Gallows·1958)의 음악을 즉흥적으로 작곡했다.
영화는 마일스가 1970년대 후반 5년간 뉴욕의 아파트에서 칩거생활을 하다가 컴백을 하면서 이를 취재하는 자칭 롤링스톤지의 기자 데이브 브래든(이완 맥그레거-데이브는 허구의 인물)과의 대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마일스는 재즈를 ‘소셜 뮤직’이라고 일컫는다. 얘기는 과거와 현재를 고속으로 왕복하는데 작품의 구조가 마치 마일스의 음악처럼 자유분방하다.
플롯의 골자는 마일스가 발표하지 않은 즉흥연주 테입. 이것을 탐욕적인 레코드 제작자 하퍼(마이클 스툴바그)와 그의 졸개가 훔치자 마일스와 데이브가 이를 회수하려고 하퍼를 찾아가면서 자동차 추격과 총격이 일어나는데 이런 액션은 빌려온 얘기처럼 엉뚱하다
마일스의 과거가 회상되면서 그의 신체적 고통과 약물복용 그리고 음악세계가 묘사되는데 특히 마일스와 그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댄서 출신의 프랜시스 테일러(에메이야치 코린딜디)와의 애정과 갈등이 중첩된 삶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프랜시스는 자기 직업까지 포기해 가면서 마일스의 곁을 지키나 마일스의 약물복용과 폭력과 부정 그리고 소유욕 때문에 결국 남편을 떠난다.
데이브 외에 또 다른 허구의 인물은 재능 있는 트럼피터인 젊은 주니어(라키스 리 스탠필드). 주니어는 젊었을 때의 마일스를 대변하고 있다. ‘스페인 스케치’ 등 마일스의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데 마지막에 허비 핸콕과 웨인 쇼터 등 영화에 협조한 재즈음악가들의 연주 모습이 나온다. 극적으로 얘기가 다소 약하긴 하나 활기 넘치는데 술과 담배에 절어 쇳소리를 내는 음성과 함께 볶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마일스의 모습을 재연한 치들의 연기에서 불꽃이 튄다. R. Sony Classics.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