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든스가 유령을 보고 공포에 질려 있다. |
‘남매에게 붙은 악령의 정체는…’ 심리공포물의 명작
헨리 제임스의 중편소설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을 원작으로 만든 전신에 오싹하는 냉기가 감돌게 만드는 1961년 작 영국산 흑백 심리공포영화다. 감독은 잭 클레이튼.
19세기 후반. 교외 대저택에서 사는 부유한 홀아비(마이클 레드그레이브)의 두 어린 조카들로 고아들인 플로라(파멜라 프랭클린)와 마일스(마틴 스티븐스)의 가정교사로 입주한 여자 기든스(데보라 카)가 집안에서 일어나는 괴현상의 원인을 캐내면서 경험하는 공포와 초현실적 현상을 다룬 영화다. 통속적인 충격적 장면으로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고 조명과 음악 그리고 기민한 연출과 깊이 있는 음산한 촬영 등에 의해 보는 사람의 심리를 겁에 질리게 만든다. 분위기로 겁주는 영화다.
플로라와 마일스는 모두 순진무구한 아이들인데 마일스가 동료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다. 그러나 기든스는 그 이유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기든스는 창문에 비치는 여인의 유령과 함께 추하게 이글어진 남자의 모습을 목격한다.
기든스가 이를 가정부 그로스(멕스 젠킨스)에게 말하자 그로스는 여자는 전 가정교사인 제슬(클라이티 제섭)이고 남자는 저택 집사인 피터 퀸트(피터 윈가드)로 둘은 연인이었으나 모두 사망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생전 새도마조키스틱한 관계를 가졌으며 퀸트가 죽자 제슬은 집 부근 호수에 빠져 자살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이 두 사람의 죽음이 두 남매에게 괴이한 영향을 남겼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기든스는 남매가 죽은 연인들의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확신하고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아이들을 악령에서 해방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에 플로라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도주한다. 이를 지켜보는 것이 제슬의 유령. 기든스는 이번에는 마일스에게 같은 시도를 하는데 이 때 남자 귀신이 나타난다. 기븐스가 마일스에게 이 남자의 이름을 말하라고 다그치자 마일스는 “퀸트”라고 말하고 쓰러져 죽는다. 그리고 기븐스는 마일스의 입술에 키스를 하면서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서서히 공포감을 몰아가다가 마지막에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으스스한 공포영화의 명작이다. 영화음악으로 전자음악의 사용을 개척한 작품이기도 하다. 18일 하오 1시 LA카운티뮤지엄 내 빙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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