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2월 15일 화요일

‘크리드’(Creed)의 실베스터 스탤론




“사랑하는 것은 삶을 값있게 해 주는 요소”


이 나이에 연기·각본·감독한다는 것은 두려워
지혜란 더불어 태어나지 않아 살면서 얻게 돼


현재 비평가들의 격찬과 함께 흥행도 잘 되고 있는 권투 드라마‘크리드’(Creed)에서 왕년의 자신의 라이벌의 아들인 권투선수의 코치로 나와 민감한 연기를 보여준 실베스터 스탤론(69)과의 인터뷰가 지난 11월6일 영화의 무대인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다.‘록키’ 스탤론은 나이는 먹었지만 어딘가 소년과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했는데 떡 벌어진 체구답지 않게 질문에 얼굴을 붉혀가면서 위트와 유머를 섞어 굵은 저음으로 대답했다. 록키가 어느덧 7순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는데 세월의 켜가 쌓인 탓인지 스탤론은 매우 겸손하고 또 현명하게 물음에 답했다. 때로 마치 권투를 하듯이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 록키가 권투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크리드는‘록키’ 시리즈 첫 편에서 록키와 싸운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의 성으로 이 영화에서 록키는 아폴로의 아들 아도니스 크리드의 코치로 나온다. 스탤론은 얼마 전 내셔널 필름 보어드에 의해 이 영화의 역으로 최우수 조연남우로 뽑혔는데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조용히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당신이 다시 록키 역을 맡으리라고 생각을 한 적이라도 있는가. 어떻게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가.
“시리즈 제5편을 만들고 나서 실망을 해 그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 딱 한 번만 더 만들겠다는 것을 내 삶의 모토로 여겨왔다. 그러나 제5편이 큰 성공을 못한데다가 내 나이 그 때 6순이어서 제작비 조달이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제6편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난 이제 더 이상 ‘록키’에 집착하지 말고 이 것으로 끝내자고 마음을 먹었다. 임무를 다 했으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클랜드로부터 시리즈 제4편이 나왔을 때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이 친구(젊은 흑인 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날 찾아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어두워 난 못하겠다고 말했더니 쿠글러가 다른 빅 스튜디오들이 큰 영화를 제공하는데도 궂이 ‘크리드’를 만들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내가 29세 때 ‘록키’를 만들려고 집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자꾸 망설이니까 내 아내가 날 더러 비겁한 사람이라고 다그쳤다. 그 때서야 난 이 영화가 록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크리드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난 크리드를 지원하는 역이란 점을 확신하고 영화에 나오기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이 젊은이의 삶의 여정이다. 내 여정은 이미 끝난 지가 오래다. 그래서 난 쿠글러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코치 역을 얼마나 즐겼으며 영화를 찍으면서 혹시나 글로브를 끼고 싶다는 생각이라도 했는가.
“그런 생각했다. 정신적으로는 글로브를 벗기가 힘들지만 육체는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크리드 역의 마이클 B. 조단이 맹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고 흥분이 되더라. 그는 내가 ‘록키’를 위해 준비했을 때보다 더 열심히 훈련을 했다. 연기도 진짜 경기처럼 잘 했는데 체육관에서 있은 연습게임 때 너무 열중해 진짜로 치고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단의 스파링 파트너는 진짜 권투선수로 조단이 너무 강하게 나오자 체면 구기기가 싫어서 조단에게 진짜로 대어들었다. 그 장면은 그러니까 진짜 게임이다. 그런데 코치란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그 역을 맡기로 한 이상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니까 난 시리즈 첫 편에서 내 코치였던 버제스 머레데스 역을 하는 셈으로 ‘야 이것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내가 크리드의 보호자요 아버지 역이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가능하면 사실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록키가 아도니스에게 권투지도를 하고 있다.

-록키의 좌우명은 한 번에 한 걸음, 한 펀치인데 당신의 좌우명은 무엇인가.
“무엇이든지 두려워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말하기는 쉽지만 이 나이에 연기하고 각본 쓰고 감독한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만들기를 2년이나 미뤘다. 그러다가 ‘왜 두려워 하는가’라고 생각하니 힘이 생기더라.”    

-당신은 록키와 램보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각본가요 감독이며 또 화가이다. 그림이 당신에게 어떤 뜻이 있는지 말해 달라. 
“난 어려서 학교 다닐 때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때만해도 사람들은 난독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가 생각나면 그에 대해 그림부터 그리고 이어 글을 썼다. ‘록키’도 그림부터 그리고 각본을 썼다. 그런데 어릴 때 시작한 그림을 평생 그릴 줄은 몰랐다. ‘두려워 말라’는 좌우명은 나의 이런 배경과도 관계가 있다. 그래서 난 조단에게도 연기할 생각만 하지 말고 각본도 쓰고 감독도 하라고 만날 때마다 조언했다. 두려워 말고 너의 예술적 가능성을 다 소진할 때까지 모든 것을 시도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조단은 지금 작은 영화를 감독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그가 다음 ‘크리드’를 감독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과거를 돌아볼 때 무엇을 달리 해보고 싶은가.    
“그 걸 다 얘기하려면 우리 함께 저녁 먹으면서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린 지혜와 더불어 태어나질 않는다. 지혜란 살면서 실수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하라면 개인적 관계의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고 싶다. 여자와의 관계가 역동적이요 신나는 관계라고 생각한 것이 전쟁이 된 경험이 있다. ‘램보’는 거의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그 시리즈의 첫 편인 ‘퍼스트 블러드’는 그 때까지 액션영화엔 없었던 주인공이 대사를 시각적으로 하는 형식을 취했다. 배우로서 후회가 있다면 액션영화 말고 다른 분야에 좀 더 과감히 도전하지 못한 것이다.”

-사랑으로 인해 구원 받아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사랑이란 당신을 천국으로 데려가기도 하나 때론 지옥으로도 데려간다. 반드시 사람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사랑한다는 것은 삶을 값어치 있게 해 주는 필요한 요소다. 아이들과의 관계란 아주 복잡한 것이어서 쉽지가 않다. 난 아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통제적이 아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라기를 바란다. 난 딸만 셋인데 그들과의 전투에선 결코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백기를 들었더니 아이들이 ‘아빠 사랑해’라고 반기더라. 우리 관계는 완벽하다. 그저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키웠다는 것만 바랄 뿐이다. 내가 이 영화에 애착을 갖는 것도 아도니스가 내 아들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는지를 보고파서 이 영화의 속편을 보고 싶다. 내가 아니라 감독이 그를 어디로 데려 갈지를 보고 싶다.” 

-권투선수는 이기기 위해 싸우는데 승리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승리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록키’ 첫 편에선 록키가 아무리 준비를 했어도 결코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상대가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승리란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너무 지나친 목표를 세우다간 실패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위대한 셰익스피어 배우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다. 결코 되지 않을 일을 왜 하려고 드는가. 너의 가능성 안에 있는 목표를 설립해 성취하고 자기보다 월등히 우수한 사람의 능력을 탐내지 않는 것이 내겐 승리다. 따라서 승리란 자신의 가능성에 따라 목표를 조절하는 것이다.”

-당신의 아내가 당신의 결혼생활에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었는가.
“그녀는 매우 독립적이며 자신의 삶을 혼자서 창조한 사람이다. 그녀가 우리 삶에 가져다 준 것은 정직과 독립적인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난 아내가 모든 진실을 알기 때문에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그녀는사람을 육성하고 또 그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것은 비단 내 아내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의 자연 요소이다. 그들은 큰 그림을 볼 줄 안다. 여자들은 남편을 보호하고 안내하며 또 인도하는 능력을 지녔다. 남자들은 쉽게 흥분하는 반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본능을 지녔다. 나의 아내는 이런 여성 특유의 요소를 우리 삶에 잘 쓰고 있다.”

-아내와 즐기면서 함께 하는 일이 무엇인가.
“그것 참 당황할 질문이네. 뒷마당에서 우리의 작은 개들과 공을 갖고 노는 일이다. 내가 이런 것을 다 털어놓다니 정말로 쑥스럽네.”

-필라델피아 미술관 아래에는 록키의 동상이 서 있고 미술관 계단은 ‘록키계단’이라고 부르면서 록키와 이 도시는 감정적으로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데 오래간만에 이 도시에 돌아온 소감은 어떤가.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감정적이 되곤 한다. 내가 처음 그 계단을 올랐을 땐 12세인가 13세 때인데 그 때만 해도 그 주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나 다시 그 곳에 돌아오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 계단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난 이 말을 이 영화에서도 했는데 왜냐하면 나의 모든 것이 그 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계단 위에서 시내를 바라다볼 때면 내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법의 나라에 있는 기분이다. 거기에 서면 내 성공과 실패가 다 생각나면서 날 명상케 만든다. 내가 이 곳에서 좋아하는 다른 장소는 황폐한 거리에 있는 록키의 집이다. 그 곳을 찾아갈 때면 이 집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은 곳이란 생각과 함께 거기서 영화를 찍은 날이 바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두 곳은 다 날 격한 감정에 싸이게 만드는 곳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바다의 심장 속에서(In the Heart of the Sea)


1등 항해사 오웬이 고래를 향해 작살을 던질 채비를 하고 있다.

‘모비 딕’ 실화 에섹스호… 생존 선원들의 사투


고래사냥 이야기인데 참치사냥 이야기로 줄어들었다. 큰 스케일의 해양 모험영화로 액션과 생존투쟁이 치열한 내용인데도 영화가 박력과 역동성과 내적 폭이 넉넉지를 못해 스릴이나 흥분감이 간 곳이 없다. 연말 대목을 노리고 워너 브라더스(WB)가 장에 내놓았으나 별로 손님이 들 것 같지가 않다.
튼튼하게 영화를 만드는 론 하워드가 감독했지만 연출력이 어중간한데 그 외에도 연기와 촬영과 특수효과(특수효과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이 썼다) 및 음악 등이 전부 중간급을 넘지 못한다. 내용에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다.
나사니엘 필브릭이 쓴 논픽션이 원작인데 실제로 19세기 초에 있었던 포경선 에섹스호의 침몰과 구명보트를 탄 생존 선원들의 장기간에 걸친 표류와 생존투쟁을 그렸다. 이 사건은 후에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 딕’(Moby Dick)의 모델이 된다.
영화는 1850년 젊은 멜빌(벤 위셔)이 에섹스호의 생존자 중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탐 닉커슨(브렌단 글리슨)을 찾아와 그의 경험을 소설로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회상식으로 전개된다.
1820년 고래사냥의 수도인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 정박한 에섹스호는 수리를 마치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 이 배의 새 선장으로는 경험이 많고 고집 센 1등 항해사 오웬 체이스(크리스 헴스워드-덩지는 큰데 연기력은 그에 못 미친다)가 임명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선주의 아들로 항해 경험도 없는 조지 폴래드(벤자민 워커)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오웬과 조지의 갈등은 명약관화하다.
에섹스호는 남대서양으로 항해, 고래를 잡아 기름을 채취하는데 고래사냥의 큰 목적은 이 기름 채취로 에섹스호는 2,000파운드의 기름이 목표량이다. 인간 드라마 티를 내려고 오웬과 조지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데 조지는 배에 문제가 생기자 귀항을 주장하나 오웬은 이에 반대한다. 여하튼 에섹스호는 항해를 계속해 케이프혼을 돌아 태평양으로 나아간다.
에콰도르에 정박한 에섹스호의 선원들은 포경선을 침몰시킨 ‘악마 고래’와 그 고래 주변에 수많은 다른 고래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남태평양으로 진출한다. 고향을 떠난 지 1년만이다. 그리고 마침내 에섹스호 만큼이나 거대한 회색과 백색의 바다의 야수를 만나다. 이 고래는 첫 인사로 자기를 잡으러 모선에서 내려온 보트를 꼬리로 쳐 박살을 낸다.
이어 고래는 에섹스호를 머리로 박고 꼬리로 내려쳐 침몰시키고 오웬과 조지와 탐 등 생존 선원들은 구명정을 타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선원의 인육을 먹는다. 그런데 복수심에 불 탄 고래가 계속해 표류하는 보트를 따라온다. 고래가 사람 잡네! 카리스마 있는 그레고리 펙이 나온 ‘백경’의 무게와 엄숙함이 아쉽다. PG-13.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잉그릿 버그만: 그녀의 말들(Ingrid Bergman: In Her Own Words)


잉그릿 버그만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다.

잉그릿 버그만의 삶 다룬 기록영화


그레타 가르보 이후 할리웃이 스웨덴으로부터 직수입한 광채 나는 보석과도 같은 여배우 잉그릿 버그만의 삶을 포괄적으로 다룬 기록영화로 스웨덴의 작가이자 감독이며 비평가인 스틱 뵤르크만이 버그만의 딸이자 배우인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제안에 따라 만들었다. 가족사진과 홈무비 그리고 버그만의 유품과 일기와 그녀가 늘 가지고 다니던 각종 카메라로 찍은 필름 및 버그만의 네 자녀의 진술 등을 통해 이 윤기 나는 미소를 지녔던 여배우의 삶을 매우 자세히 보여준다.
대단히 흥미 있고 버그만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작품이나 다소 미흡한 것은 내용이 너무 가족위주라는 점이다. 그녀의 영화와 영화인으로서의 삶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처리됐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버그만은 공부보다는 연기에 더 능해 엑스트라를 거쳐 스크린에 등장한다. 그녀가 나온 스웨덴 영화 ‘간주곡’이 할리웃의 눈에 띄어 버그만은 24세 때 남편 페터 린드스트롬과 딸 피아를 남겨 놓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한 데이빗 O. 셀즈닉의 초청으로 할리웃에 진출, 이 영화의 미국판에 나온다.
그 뒤에 만든 ‘개스등’(버그만 최초의 오스카 주연상 수상작)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및 ‘카사블랑카’와 함께 히치콕의 작품 ‘망각의 여로’와 ‘오명’ 등에 관한 설명이 너무 약하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집착했던 ‘잔 다크’의 스크린과 무대에서의 역에 관해서는 다소 시간을 할애했다.
버그만은 매우 용감하고 독립적이 또 강한 여성으로 자기 사생활에 대해선 철저히 외부 시선을 무시했다. 그녀가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스트롬볼리’를 찍기 위해 이탈리아에 갔다가 둘 다 기혼자인 버그만과 로셀리니는 사랑에 빠진다. 버그만이 이혼도 하기 전에 아들 로베르토를 낳으면서 그녀는 할리웃의 기피인물로 찍혀 10여년을 유럽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버그만은 할리웃의 보이콧을 철저히 무시했다. 버그만은 이어 딸 쌍둥이 이사벨라와 잉그릿 이소타를 낳았다. 버그만의 할리웃 컴백작품은 ‘추상’으로 이 영화로 두 번째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버그만이 세계적인 배우여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자주 떨어져 살아야 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어머니를 장기간 못 보기가 일쑤였다. 버그만은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독립적이어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자녀 양육을 거의 즐기다시피 했다.
그녀의 마지막 영화는 스웨덴의 명장 잉그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 그녀는 유방암에 걸린 채 TV 영화에서 이스라엘 수상 골다 마이어 역을 했는데 이것이 그녀의 유작이다. 그녀가 2차 대전 때 유럽으로 군 위문공연을 다니면서 만난 유명한 전쟁사진 작가 로버트 카파와 깊은 사랑을 나눴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통해 알았다. 버그만의 팬은 물론이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작품이다. 17일까지 뉴아트(11272 Santa Monica)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LAFCA의 베스트



기자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6일 2015년도 최우수 영화로 보스턴 교구 내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을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은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활동을 그린 ‘스팟라이트’(Spotlight)를 선정했다. 차석은 ‘매드 맥스: 분노의 길’.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리에브 슈라이버 및 레이철 맥애담스 등 연기파 앙상블 캐스트의 이 영화는 보스턴 영화비평가협회와 뉴욕 온라인비평가들에 의해서도 올해 최우수 작품으로 뽑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것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작품상을 탈 가능성도 높다. 
‘스팟라이트’는 LAFCA에 의해 최우수 각본 작품(이 영화의 감독 탐 맥카시와 조쉬 싱어 공동 집필)으로도 뽑혀 2관왕이 됐다. 각본 부문 차석은 성인용 만화영화 ‘아노말리사’.
최우수 감독으로는 ‘매드 맥스: 분노의 길’(Mad Max: Fury Road)을 연출한 호주 감독 조지 밀러가 선정됐다. 밀러는 이 영화의 고전 원전인 멜 깁슨 주연의 ‘매드 맥스’(1979)를 감독했다. 감독 부문 차석은 ‘캐롤’의 타드 헤인즈.
‘매드 맥스: 분노의 길’은 감독 부문 외에도 촬영(존 실)과 프로덕션 디자인 부문에서도 올해 최우수 작품으로 뽑혀 3관왕이 됐다.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부문의 차석은 모두 ‘캐롤’.
최우수 주연남우로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에서 애플 컴퓨터 공동 창업주 잡스로 나온 마이클 화스벤더가 선정됐다. 차석은 헝가리의 홀로코스트 영화 ‘사울의 아들’의 게자 로릭.
최우수 주연여우에는 영국영화 ‘45년’(45 Years)에서 결혼생활 45년만에 남편의 오랜 비밀을 발견한 여인으로 나온 영국의 베테런 샬롯 램플링이 선정됐다. 차석은 ‘브루클린’(Brooklyn)의 셔사 로난.
‘99채의 집’(99 Homes)에서 무자비한 부동산업자로 나온 마이클 섀논은 최우수 조연남우로 뽑혔다. 차석은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들의 다리’(Bridge of Spies)에 나온 영국 배우 마크 라일런스. 최우수 조연여우로는 공상과학 스릴러 ‘엑스 마키나’(Ex Machina)에서 인간화한 인조인간으로 나온 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더가 선정됐다. 차석은 올리비에 아세야스가 감독한 프랑스 영화 ‘실스 마리아의 구름’(Clouds of Sils Maria)에서 프랑스의 유명여우(쥘리엣 비노쉬)의 미국인 비서로 나온 크리스튼 스튜어트.
최우수 기록영화로는 마약과 술에 절어 살다가 요절한 영국의 재즈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을 다룬 ‘에이미’(Amy)가 선정됐다. 차석은 인도네시아의 양민 학살을 다룬 ‘침묵의 모습’(The Look of Silence). 최우수 만화영화에는 찰리 카우프만(각본 겸)과 듀크 잔슨이 공동 감독한 현대인들의 고독과 소외를 다룬 ‘아노말리사’(Anomalisa)가 뽑혔다. 차석은 픽사 작품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는 나치 수용소에 감금된 헝가리유대인들의 참상을 그린 ‘사울의 아들’(Son of Saul)이 선정됐다. 차석은 우크라이나 영화 ‘트라이브’(The Tribe). 최우수 편집부문에는 2008년 미국의 주택가격 붕괴를 다룬 앙상블 캐스트의 ‘빅 숏’(The Big Short)이 선정됐다. 차석은 ‘매드 맥스: 분노의 길’.
최우수 음악으로는 모두 카터 버웰이 작곡한 레즈비언의 사랑을 그린 ‘캐롤’(Carol)과 ‘아노말리사’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차석은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한 이탈리아의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피비린내 나는 웨스턴 ‘헤이트풀 에잇’(The Hateful Eight).
신인상은 ‘록키’에서 파생된 권투 드라마 ‘크리드’(Creed)를 감독한 젊은 흑인 감독 라이언 쿠글러에게 돌아갔다. 한편 생애업적상 수상자로는 오스카 수상자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엘레판트 맨’ 등을 편집한 여류 앤 V. 코츠(89)가 뽑혔다.
60명에 가까운 LA 지역 신문, 잡지 및 웹사이트 기자들로 구성된 LAFCA는 매우 모험적이요 색다른 작품과 배우들을 베스트로 선정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아카데미와는 별로 의견이 맞질 않는다. 과거 20년간 두 단체가 같은 작품을 베스트로 뽑은 경우는 지난 2009년의  ‘허트 락커’(The Hurt Locker)가 유일하다.
한편 LAFCA와 함께 가장 영향력이 있는 뉴욕 영화비평가서클이 뽑은 2015년도 각 부문 베스트는 다음과 같다. 
▲작품-‘캐롤’ ▲감독-타드 헤인즈(캐롤) ▲각본-‘캐롤’ ▲주연여우-셔사 로난(브루클린) ▲주연남우-마이클 키튼(스팟라이트) ▲조연여우-크리스튼 스튜어트(실스 마리아의 구름) ▲조연남우-마크 라일런스(스파이들의 다리) ▲촬영-‘캐롤’ ▲외국어 영화-‘팀북투’ ▲기록영화-‘잭슨 하이츠에서’ ▲만화영화-‘인사이드 아웃’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