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4월 19일 화요일

정글 북(The Jungle Book)


늑대소년 모글리와 꿀 중독에 걸린 곰 발루가 정글여행을 하고 있다.


디즈니의 정글 북…컴퓨터로 새롭게 탄생


컴퓨터로 만든 정글과 거기서 사는 온갖 동물들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이 아름답고 장엄하고 수려하며 또 움직이고 살아 숨 쉬는 이 디즈니 만화영화는 디즈니가 지난 1967년에 만든 만화영화의 신판인데 3-D로 보는 시각효과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해 혀를 찰 지경이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동물들의 대사를 말하는 배우들의 음성연기.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들리나 시간이 가면서 귀에 익숙해진다. 영화의 약점이 있다면 모두가 너무 잘 아는 얘기라는 것과 플롯의 무게가 시각미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
온 가족이 같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정글 속의 늑대소년 모글리의 모험과 액션영화로 영화의 원작은 영국 작가 루디야드 키플링의 동명소설. 모글리 얘기는 지난 1942년에는 사부 주연으로 라이브 액션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만인필견의 명작이다.
그런데 모글리 얘기는 현재 워너 브라더스에 의해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랜쳇 및 베네딕 컴버배치 등이 나오는 라이브 액션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감독은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 역을 맡은 앤디 서키스. 서키스는 감독과 함께 모글리의 정글친구인 곰 발루로 나온다. 2017년 10월 개봉 예정.  
카메라가 유연한 동작으로 정글의 생태계를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고아소년으로 늑대가 키운 모글리(닐 세티-인도계 미국 소년으로 2,000여명의 웅모자 중에서 뽑았다. 나긋나긋하고 날렵한 동작과 연기를 아주 잘 하는데 다소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것이 흠이다)의 보호자인 검은 표범 바기라(벤 킹슬리의 음성)의 해설로 영화가 진행된다.
정글은 모든 동물들이 평화공존하는 지상낙원. 이런 평화를 무시하고 자기가 정글의 왕이 되려고 성질을 부리는 못된 짐승이 호랑이 시어 칸(이드리스 엘바). 
특히 시어 칸은 인간인 모글리를 싫어하는데 그래서 둘은 적으로 마지막에 사생결단의 격투를 벌인다. 시어 칸 외에 정글의 평화공존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못한 것이 나무에 사는 거대한 뱀 카(스칼렛 조핸슨).
바기라가 모글리가 이젠 인간세계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결정, 처음에는 이에 반대하던 모글리를 인간세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둘이 함께 험한 정글여정을 진행하면서 모글리는 각종 동물들을 만나고 또 모험과 액션을 겪게 된다. 
먼저 만나는 것이 영화의 코미디 쉼표를 하는 장난기 심한 곰 발루(빌 머리). 모글리가 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발루에게 꿀을 제공하면서 둘은 친구기 된다. 그리고 발루는 1967년 영화에 나온 노래 ‘베어 네세시티즈’(The Bare Necessities)를 신나게 부른다. 이어 모글리는 원숭이떼들에게 납치돼 버려진 고도에 사는 흉측하게 큰 오랑우탕 킹 루이(크리스토퍼 월큰) 앞으로 끌려간다. 킹 루이가 모글리에게 원하는 것은 ‘빨간 꽃’ 즉 불이다.  
마침내 모글리는 인간세계에 도착하는데 과연 그가 정글가족을 버리고 인간세계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정글로 되돌아갈까요.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로 컴퓨터 정글 속에서 유일한 살아 있는 짐승인 인간 소년과 컴퓨터 동물들이 물에 물 섞이듯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교감하고 또 행동하는 시각효과야 말로 경이롭기만 하다. 존 홰브로(‘셰프’) 감독. PG.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싱 스트릿(Sing Street)


리드싱어 코너(카운데)와 ‘싱 스트릿’ 밴드가 거리연주를 하고 있다.


주옥같은 80년대 음악들 즐겁고 재미있어


오스카 주제가상을 탄 ‘원스 어겐’과 또 다른 음악영화 ‘비긴 어겐’을 쓰고 감독한 아일랜드 태생의 존 카니가 역시 쓰고 감독한 소품 뮤지컬로 아담하니 귀엽고 즐겁고 재미있다. 1980년대 중반 감독의 10대 때 경험을 허구를 섞어 만들어 향수감이 짙은데 카니가 작곡한 노래들이 매우 아름답고 좋다.
이 영화도 그의 다른 영화들처럼 음악을 통한 자아 발견과 치유와 인간관계를 그렸는데 소년의 성장기를 환상을 섞어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1991년에 나온 역시 아일랜드를 무대로 만든 뮤지컬 ‘코미트먼트’를 연상케 하는데 1980년대 유행한 노래들과 함께 영화를 위해 만든 노래들이 많이 나와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만들어준다.
1985년 더블린의 중산층 가정의 14세난 코너(신인 퍼디아 월시-필로)는 별거 직전의 부모와 대학 중퇴생으로 락뮤직에 도통했으나 삶의 의미를 못 찾아 방에 칩거하는 형 로버트(돈 레이노)와 무난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런데 아일랜드의 경제가 나빠져 코너가 부유층이 다니는 제수잇 학교에서 독재자 같은 백스터가 학생들을 지도 감독하는 후진 동네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면서 그의 삶이 확 뒤바뀐다. 
왈패들의 시달림을 받는 코너는 자기를 사업가로 착각하는 꼬마 대런(벤 카롤란)을 친구로 사귄다. 그리고 코너는 길에서 보고 반한 자기보다 1~2세 위인 아름다우나 정처 없는 모델 지망생 라피나(루시 보인턴)에게 다가가 라피나를 자기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코너에게는 밴드도 없고 또 부를 노래도 없다는 것. 여기서부터 코너는 대런과 함께 밴드를 급조하기 시작한다. 작곡을 잘 하고 온갖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이몬(마크 맥켄나)과 키보디스트로 학교 내 유일한 흑인인 엔기그(퍼시 참부루카)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 연주자를 규합해 ‘싱 스트릿’이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리드 싱어는 코너.
밴드는 ‘수수께끼 같은 모델’이라는 비디오를 제작해 라피나에게 선을 보이는데 이를 좋아한 라피나도 밴드에 참여, 멤버들에게 화장술도 가르쳐 준다. 이와 함께 코너의 학교생활과 밴드의 길거리와 부두에서의 연주와 비디오 제작 및 코너와 그의 음악과 연애의 코치가 되는 로버트와의 관계 등이 자상하니 그려진다. 
그리고 마침내 밴드는 학교의 경연대회에 나간다. 마지막은 환상적인 요소가 다분한 코너와 라피나의 꿈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장식된다. 모두 신인들인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사실적이요 훌륭하다. PG-13. Weinstein.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짧은 만남(Brief Encounter·1945)


로라(왼쪽)와 알렉이 기차역에서 이별을 나누고 있다.


기차역에서 만난 중년남녀의 슬픈 사랑


기차가 “빼액-”하는 기적소리와 함께 연기를 내뿜으며 전속력으로 저녁 어둠을 뚫고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면서 라흐마니노프의 장중하면서도 비감토록 서정적인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이어 이번에는 다른 기차가 역시 전속력으로 화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려간다.
우연히 기차역에서 만난 두 유부녀와 유부남이 짧은 사랑 끝에 각자 자기 가정으로 돌아가는 고통스럽도록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영화 ‘짧은 만남’의 첫 장면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인데 나는 지금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나뿐만 아니라 감독 데이빗 린(‘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과 린과 함께 각본을 쓴 로널드 님도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고 한다. 영화는 오스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리는 기차는 의사 알렉 하비가 타야 할 기차이고 이와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기차는 가정주부 로라 제슨이 타야 할 기차다. 둘의 사랑은 이렇게 서로 기차 방향이 다르듯이 애당초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대와 스크린 사상 가장 다재다능했던 영국의 극작가이자 각본가였던 노엘 카워드의 단막극 ‘스틸 라이프’(Still Life)가 원작인 이 영화는 불륜의 영화요 로라의 영화다. 평범한 여인 로라와 이상주의자인 알렉은 키스 이상의 행위는 저지르지 않지만 사회 규율로 볼 때 둘의 사랑은 불륜이요 비도덕적이다. 과연 둘의 키스를 간통으로 단죄해야 할 것인지 나로선 알 바 없으나 린은 이 불륜의 스릴과 고통과 부드러움을 흑백화면(후에 ‘제3의 사나이’로 오스카상을 탄 로버트 크라스커 촬영)에 시적으로 꽃을 피워냈다.       
로라(실리아 존슨-이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와 알렉은 해 저문 늦가을 목요일 저녁 작은 도시 밀포드의 기차역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다. 눈에 티가 들어가 불편해하는 로라에게 알렉이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로라의 눈에서 티를 빼내주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둘은 각기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이를 둔 보통 사람들로 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무자비한 감정의 폭력행위가 일어나면서 둘은 짧은 만남의 날 동안 함께 기쁨과 슬픔을 혹독하게 치른다. 로라는 샤핑과 영화구경 그리고 알렉은 병원근무를 위해 매주 목요일 이 도시에 왔다가 일이 끝난 뒤 알렉은 하오 5시40분 발 열차로 먼저 떠나고 잠시 후 로라도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탄다. 
영화는 로라가 알렉과 마지막 작별을 나누고 귀가해 리빙룸에서 자기 건너편에 앉아 신문을 보는 무미건조하나 자기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속으로 자신의 짧은 만남을 고백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눈이 큰 로라는 모처럼 찾은 알렉과의 사랑에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사랑이라는 폭력적 행위가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로맨틱한 여학생처럼 희열하다가도 “우리가 서로를 자제할 수만 있다면”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알렉의 말처럼 둘은 이미 이성을 찾기에는 늦어버렸다. 그래서 로라는 알렉이 헤어질 때 “목요일”이라고 하는 말에 “목요일”이라고 대답한다.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올리버는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알렉은 기차를 타고 떠나는 로라에게 여러 번 “미안하다”고 말한다. “미안하오. 당신을 만난 것이 미안하오. 그리고 당신을 비참하게 만든 것이 미안하오.” 이 대사처럼 영화에는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아름답고 진실한 대사들이 많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둘이 처음 만난 카페에서 이별의 준비를 시작한다. 알렉이 로라에게 “이것이 우리 둘의 끝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아오. 그러나 아직은 채 아니 되오. 우리 서로 준비합시다. 갑작스런 이별은 우리에게 너무나 잔인하오”라고 당부하자 로라는 숨고만 싶은 얇은 미소를 지으며 “아직은 채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로라와 알렉의 시랑은 우리 모두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이런 사실성은 존슨과 하워드(‘제3의 사나이’)의 평범한 모습 때문에 더욱 절실한데 둘의 조용하고 절제된 연기가 한 치의 가식도 없어 우리는 두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웃다가 또 탄식하고 절망하게 된다. 
로라와 알렉의 만남과 이별은 모두 기차역에서 일어난다. 린은 늘 이별이 머무적대는 안개가 자욱한 기차역과 함께 달리는 기차와 기적소리 그리고 엔진과 율동적인 바퀴소리를 절묘하게 효과적으로 사용, 로맨틱한 ‘기차역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영화 내내 흐르는 라흐마니노프의 밀려오는 파도의 무게처럼 서글픈 멜로디가 두 사람의 못 이룰 사랑을 애처롭게 동반하고 있다.
결혼한 사람들이 뒤늦게 찾은 참 사랑과 행복과 기쁨 그리고 그들이 행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거짓과 죄의식과 수치와 비참함을 아름답고 고요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도록 통절하게 묘사한 황홀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Blu-Ray와 DVD가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오는 26일에  출시된다. 상영시간 86분.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브람스 교향곡 제3번 제3악장




지난 일요일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를 들어야 할 계절에 LA 필이 연주하는 가을 기운에 흥건히 적셔진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을 들으러 디즈니 콘서트홀에 갔다. 제3번의 제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를 들으러 갔다고 해도 되겠다.
내가 이 곱고 우울한 멜로디를 지닌 교향곡에 연애적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중년 남녀와 청년의 삼각관계를 그린 로맨스영화 ‘이수’(Goddbye Again·1961) 탓이다. 클래시컬 뮤직이 영화 속 계절과 장소 그리고 분위기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아나톨 리트박이 감독한 ‘이수’는 프랑솨즈 사강의 소설 ‘당신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원작.
가을 파리. 흑백 화면에 비가 내리고 주인공들이 코트를 입어 브람스의 멜랑콜리 무드가 뭉클하다. 40세의 우아한 실내장식가 폴라(잉그릿 버그만)에게는 멋쟁이 사업가 애인 로제(이브 몽탕)가 있지만 로제는 타고난 바람둥이여서 폴라는 소외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런 폴라 앞에 폴라의 미국인 고객의 25세난 아들 필립(앤소니 퍼킨스·사진)이 나타나 폴라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면서 둘은 동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폴라는 자신이 필립을 사랑과 필요성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음을 깨닫고 로제에게 돌아간다.
영화에서 필립은 폴라에게 “당신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은 뒤 폴라를 브람스 교향곡 제3번 연주에 초청한다. 이 교향곡 제3악장의 아름답고 깊은 한숨과도 같은 멜로디가 영화 내내 갈 곳을 잃은 주인공들의 사랑을 시름시름 앓아 속병 걸리겠다. 이 악장의 주제는 실의에 빠진 필립이 들러 위스키를 마시는 재즈 바의 흑인 여가수(다이앤 캐롤)에 의해 노래로 불려지는데 동경과 체념이 잠긴 멜로디가 풍성한 하모니에 싸여 “라라라, 라라라” 하면서 만보를 하니 우울하다.
특히 제3악장은 시작한지 조금 있다 혼이 연주하는 주제의 첫 소절이 아름답다. 이 날 지휘는 제임스 개피간이 했는데 음악을 리드한다기보다 끌려가는 듯했다. 그의 지휘는 브람스에 어울리지가 않았다.
영화 때문에 세간에 잘 알려진 또 다른 클래시컬 뮤직은 두 중년 기혼 남녀의 못 이룰 사랑을 그린 ‘짧은 만남’(Brief Encounter)에 사용된 로맨틱하고 서러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다(‘위크엔드’판 ‘엔터테인먼트’면 참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감상적일 정도로 로맨틱해 로맨스 영화에 잘 쓰여졌다. 작고한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와 제인 시모어가 나온 시공을 초월한 상사병의 극치영화 ‘시간 너머 어느 곳에’(Somewhere in Time)서는 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라프소디’가 나오면서 애간장을 태운다.
음악이 영화 때문에 영화제목의 별명이 붙여진 것이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제21번. 스웨덴의 줄 타는 여자와 유부남 장교의 비극적 사랑의 실화를 그린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에서 이 협주곡의 안단테가 달콤하니 흘러 이 곡에 ‘엘비라 마디간’ 협주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말러의 음악도 영화에 종종 쓰여진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토마스 만의 소설이 원작인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의 곱기도 한 아다지에토가 영화 전편을 통해 흐르면서 작가 아센바하(더크 보가드)의 미에 대한 동경을 호소한다.
두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영화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다. 영화 처음에 우리의 조상인 원숭이가 무기로 삼은 동물의 뼈를 포효와 함께 공중 높이 내던지면서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나오고 이어 이 뼈가 우주를 슬로모션으로 비행하는 우주선으로 모양을 바꾸면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가 월츠를 춘다. 큐브릭은 영화에 클래시컬 뮤직을 많이 썼는데 ‘클라크워크 오렌지’(Colckwork Orange)에서는 인류애를 찬양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의 ‘환희의 송가’를 살인과 파괴를 즐기는 알렉스(말콤 맥도웰)의 폭력성 치료제로 쓴다.
바그너의 음악도 영화에 종종 이용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 나오는 ‘발키리의 기행’. “나는 아침의 네이팜 냄새를 좋아한다”는 미군 중령 킬고어(로버트 두발)가 베트콩을 살육하기 위해 공격용 헬기를 타고 날면서 천지가 진동하도록 틀어대는 것이 바그너의 ‘링’사이클 중 ‘발키리’에 나오는 이 음악이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주곡은 ‘멜랑콜리아’에 나온다.  
이 밖에도 바흐의 ‘오르간을 위한 판타지와 퓨그 인 G’는 영화 ‘페드라’, 거쉬인의 ‘라프소디 인 블루’는 ‘맨해턴’,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플래툰’ 그리고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은 ‘성난 황소’에서 효과적으로 쓰여졌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