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3월 2일 금요일

레드 스패로(Red Sparrow)


도미니카 에고로바는 자신의 육체를 미끼로 정보를 빼내면서 수퍼 스파이가 된다.

제니퍼 로렌스, 육체로 정보 빼내는 스파이로 변신


‘헝거 게임’을 감독하고 주연한 프랜시스 로렌스와 제니퍼 로렌스가 다시 손잡고 만든 섹스와 스파이 놀이를 혼성한 싸구려 티가 나는 스릴러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서 나오는 사람들끼리 서로 속이고 속는 바람에 정신이 다 혼미한데 유혈 폭력과 잔인성이 모두 도를 넘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명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로선 타작에 지나지 않는데 냉전이 끝난 후의 얘기인데도 옛날에 쓰던 플로피 디스크를 쓰는 등 모든 것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하나 볼만한 것은 제니퍼 로렌스의 풍만하고 굴곡진 반나체의 육체를 과시한 점. 섹스신도 많지만 하나도 섹시하지 않다.
여자 주인공이 몸과 총과 칼을 사용하면서 여러 사람 잡는 액션영화들인 ‘라 팜므 니키타’와 ‘루시’ 등을 연상케 하나 이들의 수준에 미달한다. 그러나 이것 저것 생각 안하고 보면 그런대로 즐길만한 액션 스릴러다.
한창 떠오르는 모스크바의 발레리나 도미니카 에고로바(제니퍼 로렌스)는 공연을 하다가 사고(?)로 다리가 부러지면서 은퇴를 한다. 이 때 그의 정보부 소속 고위 관리인 삼촌 바냐(마티아스 쇠너츠)가 도미니카를 찾아와 스파이 양성기관 ‘스패로 스쿨’에 등록하라고 권유한다. 발레리나여서 국가가 준 아파트에서 계속해 어머니와 함께 살게 해주겠다고 미끼를 내 던진다.
도미니카는 젊고 육체 건강하고 잘 생긴 남녀 동료들과 함께 육체적 정신적 고된 훈련을 받는데 이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다. 도미니카의 지도교사는 냉전시대의 유물 같은 여자(샬롯 램플링)로 그는 “너희들의 육체는 국가의 것이다”고 역설한다. 도미니카 등 여자 스파이 후보들은 특히 자신들의 몸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터득한다.
이어 도미니카는 바냐로부터 한 남자를 유혹해 하룻밤을 보내라는 지시를 따르나 이 하룻밤의 정사는 유혈이 난무하는 암살사건으로 비화한다. 이런 식의 섹스와 피범벅 살인이 겹치는 장면이 더러 나오는데 내용과 별 관계도 없는 눈요기 거리다.
도미니카의 다음 업무는 부다페스트로 튄 모스크바 주재 CIA요원 네이트 내쉬(조엘 에저턴)를 접촉, 그로부터 정보를 빼내라는 것. 네이트가 모스크바에 있을 때 그에게 러시아의 기밀을 제공한 자의 신원을 알아내라는 것이다.
당연히 젊고 혈기왕성한 서로 비밀을 지닌 두 남녀가 만났으니 정사가 치러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 그런데 로렌스와 에저턴 간의 화학작용이 신통치 않아 이런 스파이영화에 꼭 필요한 섹스어필이 트릿하다.
이와 함께 도미니카는 미국의 기밀을 25만 달러를 받고 러시아에 팔아먹으려는 미 상원의원의 비서실장(메리-루이즈 파커)의 음모를 가로채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막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도미니카는 섹스와 액션을 자유자재로 구사, 스파이 실력이 일취월장 한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러시아 정보부의 고급관리로 나와 알다가도 모를 소리를 하나 중요한 조연이다. 연기파인 로렌스의 연기는 고만고만한 수준인데 벨기에 배우인 쇠너츠가 잘 한다. 상영시간 140분은 쓸데없이 긴데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난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R.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오 루시!(Oh Lucy!)


루시(오른쪽)가 선생 존의 지시로 팔을 벌리는 수강생 탐의 포옹 제스처 앞에서 당황해 하고 있다.

사랑 찾아서 미국 온 일본여성의 좌충우돌 해프닝


고독한 일본 여인이 사랑을 찾아 미국에 와 겪는 온갖 해프닝과 자기 각성을 다룬 다소 어수룩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여러 면으로 미숙한 데가 있으나 귀엽고 매력적이다. 전반적으로 우수가 깃든 감정적으로 공허한 여인의 로드 무비이기도 한데 황당무계한 점은 있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소품이다.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을 중요시한 드라마인데 사람들 중 일부는 충분히 개발되지 못 했고 영화의 톤이 들쭉날쭉하며 시각적 스타일도 결여됐으나 모자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감상적인 작품이다. 
회사의 자료담당 직원인 세추코(시노부 테라지마)는 고독하고 세상이 따분해 죽을 지경인 줄담배를 태우는 중년 여자. 세추코에게 질녀 미카(시오리 쿠추나)가 찾아와 자기가 등록한 영어회화 학원에 자기 대신 참석해 달라고 부탁 한다.
세추코가 학원에서 만난 선생이 신체 건강하고 잘 생긴 젊은 미국 남자 존(조쉬 하트넷-그의 역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 했다). 존은 세추코에게 루시라는 이름과 금발 가발을 주면서 포옹과 하이-화이브로 환영한다. 형식과 예절을 중요시하는 경직된 동양적 문화와 즉흥적이요 느슨한 미국문화의 만남인데 세추코는 존의 파격적인 교습 방법에 이끌려 존에게 반한다. 
그리고 세추코는 여기서 최근에 상처한 같은 수강생 고모리(고지 야쿠쇼-일본의 베테런 배우인데 그의 역 역시 미흡하게 개발됐다)를 만난다. 고모리의 영어 이름은 탐.
세추코는 외톨이의 틀을 벗고 모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준비가 됐는데 아뿔싸 갑자기 존이 미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그래서 세추코는 미카가 보낸 엽서를 근거로 님을 찾아 무작정 미국행에 오르는데 여기 동참하는 것이 미카의 어머니 아야코(가호 미나미).
둘은 남가주의 존의 아파트를 찾아가는데 이미 존과 미카는 헤어진 뒤로 여기서부터 셋이 미카를 찾아 나서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보기에 안타까운 것은 세추코의 존에 대한 적극적인 사랑 공격. 그러나 존은 이에 전연 관심이 없다.
영화는 일본으로 돌아온 세추코가 우연히 고모리와 재회하면서 끝이 나는데 둘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추코 역의 테라지마가 고독에 무너져가는 여인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아추코 히라야나기 감독.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오스카 고즈 투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영화 비평가들과 오스카 전문가들을 비롯해 장삼이사가 너도 나도 어느 작품과 누가 상을 받을지 점들을 치는데 이들의 의견이 대체적으로 모아져 실제 결과가 맞아 떨지는 경우가 흔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중요한 부분에 관해 작품과 인물들을 예견해 본다.
여우조연상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두 배우가 TV 베테런 앨리슨 제니와 역시 TV와 무대의 베테런인 로리 메트캡이다. 재니는 미 여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악의 스캔들에 관한 블랙 코미디 ‘아이, 토냐’(I, Tonya)에서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 토냐 하딩(마고 로비-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의 어머니로 나와 산성기가 짙은 상스럽고 야한 연기를 했다.
한편 메트캡은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레이디 버드’(Lady Bird-오스카 작품상 후보)에서 가정과 고향을 떠나 훨훨 날아가고파 안달이 난 여고 3년생(셔샤 로난-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의 어머니로 나와 차분하고 착 가라앉은 연기를 했다. 그런데 아카데미 회원들은 눈에 띠지 않는 연기보다 공격적인 연기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오스카는 재니가 탈 확률이 높다. 재니는 이미 지난 1월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남우조연상은 인종차별에 관한 다크 코미디 드라마 ‘미주리 주 에빙 밖의 3개의 광고’(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에서 인종차별주의자 경찰로 나온 샘 로크웰과 ‘플로리다 프로젝’(Florida Project)에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후진 모텔의 매니저로 나와 자상한 연기를 보여준 윌렘 다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부문도 여우조연상 부문처럼 터질 것처럼 맹렬한 연기를 한 로크웰이 탈 것이다. 로크웰도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여자주연상을 놓고는 ‘3개의 광고’에서 딸을 살해당해 분노에 치를 떠는 어머니로 나온 프랜시스 맥도만드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어른을 위한 환상적인 드라마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에서 수중 괴물을 사랑하는 말 못하는 청소원으로 나와 무성영화에서처럼 심오하고 민감한 연기를 한 샐리 호킨스의 2파전. 폭발 직전의 팽팽한 연기를 한 맥도만드가 탈 것인데 그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맥도만드는 ‘화고’(Fargo^1997)로 오스카주연상을 탄바 있다.
남우주연상은 단연 ‘다키스트 아우어’(Darkest Hour)에서 영국 수상 처칠로 나온 게리 올드맨이 탄다. 그는 여기서 2차대전 직후 수상에 취임해 나치의 평화제스처를 거부하고 결사 항전하는 처칠로 나와 화려한 제스처와 언변을 구사하면서 경천동지할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각본상은 역시 골든 글로브상을 탄 ‘3개의 광고’가 탈 것이 유력하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이 ‘레이디 버드’와 인종차별에 관한 공포영화이자 블랙 코미디인 ‘겟 아웃’(Get Out).
각색상은 10대 소년(티모데 샬라메-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의 동성애를 다룬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Call Me by Your Name)가 탈 것이다. 원작은 안드레 아시만의 동명소설로 각색은 제임스 아이보리가 했다. 영국 감독인 아이보리(89)는 작고한 인도계 영국인 제작자이자 감독으로 자신의 삶의 파트너이기도 했던 이스마일 머천트와 함께 ‘히트 앤 더스트’ ‘보스턴 사람들’ 및 ‘어 룸 위드 어 뷰’ 등 여러 편의 명화를 연출한 사람이다.     
감독상은 ‘물의 모양’을 만든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와 ‘3개의 광고’를  연출한 마틴 맥도나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오스카는 델 토로가 탈 것이 유력하다. 델 토로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얼마 전만 해도 아카데미 회원들은 감독과 작품상을 한 작품에 몰아주곤 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성향에 변화를 보이면서 두 부문상을 따로 주고 있다. 작년의 경우에도 작품상은 ‘문라이트’가 탔으나 감독상은 ‘라 라 랜드’의 데이미안 차젤이 탄바 있다.
작품상을 놓고는 총 13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라 역시 작품상 후보에 오른 나머지 8편의 영화들을 앞지른 ‘물의 모양’과 ‘3개의 광고’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감독과 작품상이 갈라져 ‘3개의 광고’(사진)가 작품상을 탈 것이다. 이 영화도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만화영화는 ‘코코’(Coco)가 탈 것이며 주제가 상을 놓고는 ‘코코’의 ‘리멤버 미’(Remember Me)와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디스 이즈 미’(THis Is Me)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리멤버 미’가 다소 유력하다. 음악상은 2차대전 영국군의 던커크 철수작전을 그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던커크’(Dunkirk-오스카 작품상후보)와 ‘물의 모양’의 2파전. 한스 짐머가 작곡한 ‘던커크’의 음악은 저돌적인 반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한 ‘물의 모양’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로맨틱한데 역시 골든 글로브상을 탄 ‘물의 모양’의 수상 가능성이 짙다.   
지미 킴멜이 사회를 보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4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ABC-TV의 생중계로 진행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