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이 기차 창 밖으로 이웃을 엿보고 있다. |
알콜중독 이혼녀 기억상실로 범죄에 휘말려
싸구려 냄새가 나는 모조품 같은 치정살인 스릴러로 모양새는 그럴듯하지만 내용이나 인물이 깊이나 폭이 없이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이다. 폴라 호킨스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기억 상실증에 시달리는 이혼녀인 알콜중독자가 타인의 삶을 엿보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려드는 내용이 흥미진진한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었는데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연출력이 무기력하다.
영화는 뉴욕 교외에 사는 이혼녀 레이철 왓슨(에밀리 블런트)이 하루에 두 차례 기차를 타고 집에서 직장이 있는 뉴욕을 왕복하면서 창밖을 통해 지나가는 집의 사람들을 정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왕래하면서 내레이션 식으로 이어진다.
슬픔을 술로 달래는 레이철은 전 남편 탐(저스틴 테루)과 그의 새 아내 안나(레베카 퍼거슨)와 둘의 갓난 아기가 사는 집 근처에 산다. 그리고 술에 취해 이 집에 전화를 걸고 무단침입까지 한다. 레이철이 또 관심 깊게 엿보는 집이 섹시하고 아름다운 메이간(헤일리 베넷)과 그녀의 마초맨 남편 스캇 힙웰(루크 에반스). 그런데 메이간은 안나의 아기의 보모였다.
어느 날 레이철은 출근(그러나 그녀는 술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길에 메이간이 집의 발코니에서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 남자는 동네의 정신과의사 카말 압딕(에드가 라미레스가 소리소문도 없이 영화에서 사라진다). 세 남자와 세 여자가 얘기를 엮어 가는데 중심 플롯은 레이철이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에 취한 날 일어난 살인사건.
영화의 문제는 누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어 긴장감을 즐길 수가 없다는 것. 여섯 명의 인물들이 하나 같이 목석같은데 그마나 가장 나은 사람은 블런트. 매우 심각하게 연기하나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내용과 연기와 인물 개발 등이 다 부진한 영화이나 한 번 보고 버릴 공항 매점서 파는 소설의 천박한 재미 정도는 있다. PG-13. Universal.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