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4월 25일 수요일

나 예뻐졌네(I Feel Pretty)


르네가 거울 속의 뱃살이 빠진 자기 몸을 보면서 놀라고 있다.

"뚱보가 미녀로" 에이미 슈머의 코미디


요즘 인기가 한창 오르고 있는 토실토실 살이 찐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트레인렉’)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통통한 맨살을 드러낸 채 전력투구하는 코미디로 어리석다. 여자의 미에 대한 강박관념을 나무라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얘기인데 다분히 설교조다.
그렇게 미인도 아니고 또 살이 찐 슈머의 자기선전이자 자화자찬 같은 영화인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거두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조해 우습다기보다 짜증이 난다. 
자기 몸에 자신이 없는 여자들을 격려하려는 사명감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별 재미가 없고 엉성한 영화다. 볼만한 것이라면 종횡무진으로 스크린을 주름잡는 슈머와 왕년의 수퍼 모델이자 배우인 로렌 허튼(많이 늙었다)과 나오미 캠벨 등 고참 모델들과 화장품 회사의 늘씬한 미녀들. 남자들에겐 어필하지 못할 여자들 영화다.
6년간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의 지하 골방에서 동료직원 메이슨(에이드리안 마티네즈)과 둘이 굴지의 화장품회사 릴리 르클레어를 위해 컴퓨터작업을 하는 르네 베넷(슈머)의 꿈은 5번가에 있는 고층건물 회사본부에서 일하는 것. 
르네는 직장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또 친한 두 친구 비비안(에이디 브라이언트)과 제인(비지 필립스)도 있지만 다소 비대한 몸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 남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비비안은 뚱뚱하고 제인도 외모가 대단치 못해 셋이 다 남자 사귈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마침내 르네는 큰 결심을 하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소울서클이라는 신체단련 짐에 등록한다. 그리고 자전거 페달을 냅다 밟는데 비둔한 몸으로 페달을 너무 강하게 밟는 바람에 페달이 떨어져 나가면서 르네는 바닥에 나 뒹군다. 그리고 머리를 다치면서 졸도한다. 
휴게실에서 깨어난 르네가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르네는 거울 속에서 날씬한 팔등신 미녀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르네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이지 실제로 그의 몸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이제 자신이 생긴 르네는 두 친구에게 자기 몸 자랑을 하면서 으스대는데 자기가 팔등신 미녀인 만큼 남자에게도 자신이 생겨 빵집에서 빵을 사러온 남자(로리 스카벨)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그를 결국 자기 애인으로 만든다. 물론 이 남자는 살이 찐 르네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르네는 애인이 대경실색하는 가운데 술집 비키니대회에 까지 나가 맨살을 드러낸 채 노래까지 부른다. 자신감이 부풀어 터질 지경이다. 
이어 르네는 늘씬한 미녀들이 일하는 본사의 리셉셔니스트 모집에 지원해 여차여차한 이유로 취직이 된다. 물론 르네는 자기가 팔등신 미녀여서 취직이 된 줄 안다. 릴리 르클레어의 사장은 쇳소리를 내는 음성을 지닌  에이버리 르클레어(연기파 미셸 윌리엄스가 웃긴다)로 회사는 에이버리의 할머니 릴리(허튼)가 창립했다. 
이 회사는 지금 막 모든 평범한 여성들이 사용할 화장품을 개발, 이에 대한 판촉방안을 구상하는 중. 매사에 자신이 만만한 르네는 어쩌다 판촉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들렀다가 미녀가 되기 이전의 평범한 여자로서의 화장품에 대한 의견을 발표, 릴리의 마음을 산다. 
이렇게 잘 나가던 르네가 자기를 탐내는 릴리의 오빠로 플레이보이인 그랜트(탐 후퍼)와 함꼐 타 도시로 출장을 갔다가 자기 방 욕실 유리문과 충돌해 기절을 했다가 깨어나는데 이를 어쩌나 자기가 옛날 자기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PG-13. 애비 콘과 마크 실버스틴 감독(각본 겸).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경시청(Quai des Orfevres·1947)


수사관 앙트완이 심문차 제니(왼쪽)를 방문했다.

“내가 죽였어요” 진범은? ‘프랑스 히치콕’ 클루조 감독 흥미만점의 수사 느와르


이브 몽탕이 주연한 서스펜스 가득한 실존적 생존의 드라마 ‘공포의 보수’(The Wages of Fear·1953)와 시몬 시뇨레가 나온 냉기가 감도는 살인 스릴러 ‘디아볼리크’(Diabolique·1955)를 만든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린 명장 앙리-조르주 클루조의 스타일 멋있고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필름 느와르다. 클루조는 이 영화로 1947년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클루조 특유의 사회적 사실주의와 심리적 가혹성을 결합한 흥미 만점의 영화로 특히 파리 경시청 수사관으로 나오는 베테런 루이 주베의 연기와 흑백촬영이 빼어난다.
1946년 크리스마스 직전의 파리. 육감적으로 아름다운 뮤지컬 가수 제니(수지 들레르)는 빅 스타가 되기 위해 자신의 피아노 반주자인 남편 모리스(베르나르 블리에)에게 감추고 자기를 탐하는 돈 많고 추한 늙은 제작자 브리뇽(샤를르 뒬랑)의 자택 초청에 응한다.
머리가 벗겨진 소심하고 착한 모리스는 제니를 몹시 사랑해 질투가 심한데 제니에게 수작을 거는 브리뇽에게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바 있다. 제니는 비록 애교가 많긴 하나 남편을 극진히 사랑한다.
그런데 뒤늦게 제니가 자기를 속이고 브리뇽의 집에 갔다는 것을 안 모리스는 차를 타고 브리뇽의 집엘 찾아간다. 그리고 브리뇽이 피살체로 거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모리스는 당연히 제니가 브리뇽을 죽였다고 믿고 급히 브리뇽의 집을 빠져나오는 순간 누군가가 모리스의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난다. 
한편 제니는 자기 옆집의 사진사로 남편의 오랜 친구인 레즈비언 사진사 도라(시몬 르낭)에게 자기가 브리뇽을 죽였다고 고백한다. 이에 평소 브리뇽을 혐오하던 도라는 브리뇽의 집으로 가 모든 물적 증거를 제거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은 외인부대 출신의 베테런 앙트완(주베). 세상이 피곤하다고 투덜대는 인정이 많은 휴머니스트 앙트완은 겉으로 보기엔 어수룩한 이웃집 아저씨 같지만 뛰어난 수사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다소 냉소적이다.
앙트완은 모리스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집요하게 심문하는데 이에 견디다 못한 모리스가 허위 자백을 한 뒤 유치장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이에 제니와 도라가 앙트완에게 서로 자기가 범인이라고 고백한다. 과연 누가 진범일까. 재미 가득한 추리영화로 이번에 새로 복원된 필름으로 로열극장(11523 산타모니카)에서 상영된다. (310)478-3836.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라이더(The Rider)


로데오 선수인 브레이디는 사고로  더 이상 경기에 참가하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서부영화 진수


참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또 거칠도록 사실적인 미 카우보이와 서부에 관한 아메리칸 목가다. 놓치기 쉬운 작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솔직하고 민감하며 애수가 깃든 비가이기도 한데 지금은 사라진 옛 서부를 그리워하고 있다.
전연 꾸밈이 없는 엄격한 서부영화이자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말을 못 타는 주인공의 내적 고뇌와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 성격탐구 영화이기도 하다. 대사가 별로 많지 않은 매우 조용한 영화로 황무지나 다름없는 서부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정확하게 고찰한 준수한 소품이다.
영화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은 비 배우들로 내용이 그들의 실제 경험과 삶을 다뤄서 마치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보듯이 사실감이 절실하다. 연기가 아니라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찍은 것 같다.
각본을 쓰고 감독한 사람은 덴버에 사는 중국계 여류 클리오 자오로 이 영화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물과 인물의 내면을 통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작중 인물들에 대해 깊은 연민의 감을 가지고 있다. 대성할 감독이다.
사우스 다코다 주 파인 리지의 황야에서 집안 살림을 돕거나 염려하기보다 마초맨의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아버지 웨인(팀 잰드로)과 정신박약자인 여동생 릴리(릴리 잰드로)와 함께 낡아빠진 트레일러에서 사는 브레이디 블랙번(브레이디 잰드로)은 로데오 챔피언으로 로데오와 말 훈련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청년. 그의 어머니는 사망했다.
그런데 브레이디는 로데오에 참가했다가 낙마,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뒤로 의사로부터 더 이상 말을 타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말과 로데오가 자기의 전 삶이나 다름없는 브레이디는 이로 인해 깊은 고뇌와 좌절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의사의 충고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부상이 나으면 다시 말을  탈 것인가를 놓고 고심한다.
브레이디는 뇌 부상으로 오른 손에 힘을 주면 손이 마비되는데 그래서 훈련시키는 말을 타다가도 고삐를 쥔 오른손이 마비가 되곤 한다. 브레이디는 이웃의 말을 돌보거나 훈련시키면서 무료를 달래지만 언젠가 다시 말을 타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 한다.
이와 함께 브레이디와 그의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실제 로데오 선수로 교통사고를 입어 지체 및 정신박약자가 돼 병원에 있는 친구 레인(레인 스캇)과의 관계가 심도 있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가난에 쪼들리는 브레이디 가족의 삶과 생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 미래가 전연 내다보이지 않는 환경 하에서 생존하려고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황이 숨이 막힐 정도로 절망적인데 감독은 이런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일절 감상성을 배제한 채 가혹할 정도로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마침내 브레이디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데오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카우보이 모자와 셔츠와 벨트 그리고 부츠를 신고 경기장에 도착한다.
영화는 실제로 로데오 선수인 브레이디의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브레이디의 해저의 깊이와도 같은 고요하면서도 막중한 연기가 빼어나다. 브레이디와 릴리 그리고 팀은 한 가족이이다. 황량한 서부를 찍은 촬영도 훌륭하고 간간이 사용되는 음악도 좋다.  R등급. Sony Pictures Classics.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베이루트(Beirut)


전직 외교관 메이슨(가운데)은 납치된 옛 친구를 구하려고 베이루트에 도착한다. 왼쪽은 CIA요원 샌디.

 “납치된 동료를 구하라” 인질석방 위해 고군분투 전 외교관 그린 정치물


1980년대 초 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납치사건을 해결하려고 현장에 뛰어든 전직 미 외교관의 정치 스릴러로 시종일관 긴장감이 깃든 요즘 시의에도 맞는 볼만한 영화다. 
중동의 어지러운 정치와 군사적 상황과 대결을 둘러싼 난마와도 같은 이해 당사국 간의 서로 다른 목적을 헤집고 다니면서 인질 석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의 필사적 노력을 흥미 있게 다뤘는데 주인공역의 존 햄(TV시리즈 ‘매드 멘)이 중후하게 보기 좋은 연기를 한다. 
1972년 베이루트 주재 미 외교관 메이슨 스카일즈(햄)의 집에서 다국적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파티가 테러로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이 테러로 자신의 귀중한 가족을 잃은 메이슨은 관직을 떠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알콜중독자로 폐인이 되다시피 한 채 노사분규 중재로 밥벌이를 하는 메이슨이 CIA의 부름을 받는다. 베이루트에서 메이슨의 옛 친구이자 동료였던 캘(마크 펠레그리노)이 아랍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는데 그의 석방을 납치범들과 협상하라는 것이다.            
CIA가 메이슨을 부른 이유는 납치범들이 메이슨을 협상 중재자로 선택했기 때문. 그래서 메이슨은 내란이 한창인 베이루트에 도착하는데 메이슨과 함께 일하는 CIA직원이 샌디 크라우더(로자먼드 파이크).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것은 캘과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인 뮌헨 올림픽 테러리스트를 맞바꾸자는 것. 메이슨은 자신의 중재능력을 믿고 이 기회를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계기로 삼아보려고 시도하나 국가 간에 얽히고 뒤엉킨 이해관계 때문에 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메이슨은 미 정부가 캘의 석방을 원치도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면서 단독으로 캘의 석방을 위해 적지로 뛰어든다.
납치범들과 미 정부 그리고 CIA 요원들이 모두 제각기 서로 상반된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어  플롯이 다소 복잡한데 영화를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중동의 문제는 여전하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햄의 무게 있는 연기에 비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역인 샌디로 나온 파이크는 충분히 사용되지 못했다. R등급.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대통령과 바람기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바야흐로 정치 스릴러의 경지로 들어서고 있다. 9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관들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집과 사무실을 급습, 압수수색을 했다. 코언은 대선 직전인 2016년 트럼프와 섹스를 했다는 전직 포르노스타 스토미 대니얼즈(39^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를 전달한 장본인이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각료회의에서 “FBI의 행위는 마녀사냥이요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며 국가 위기론을 들먹였다.
대니얼즈는 지난 달 CBS-TV의 ‘60분’에 나와 2006년에 있은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실토했다. 그 내용 중 가히 희화적인 것은 자기가 트럼프의 얼굴이 실린 포브스잡지를 둘둘 말아 바지를 내린 속 팬티바람의 트럼프의 엉덩이를 두 번 내리쳤다는 것. 전희 행위였던가 보다. 물론 트럼프는 대니얼즈와의 섹스와 13만달러에 대해서도 “아니요”와 “아는 바 없다”로 대응했다.
대니얼즈의 인터뷰에 며칠 앞서 전직 플레이보이지 모델인 캐런 맥두갈(46)도 CNN-TV에 나와 2006년 트럼프와 10개월 간 통정했다면서 둘은 서로 사랑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트럼프는 동시에 맥두갈과 대니얼즈와의 섹스를 즐긴 것이다.
일종의 권력형 비리라고도 할수 있는 왕과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성서시대부터 있어왔고 또 미국의 역사와도 시간을 같이한다. 다윗이 자기 권력을 남용, 자기 부하의 아내 바스세바를 취한 것이 국가수반의 혼외정사의 고대판.
미국에서는 미 건국의 국부중 하나인 토마스 제퍼슨이 노예와 관계해 아이까지 보았고 제29대 대통령 워렌 G. 하딩은 낸 브리튼이라는 여인과 백악관 옷장 속에서 혼외정사를 즐겨 딸까지 보았다. 하딩은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백악관 옷장 속에서 섹스를 즐기고도 오리발을 내밀어 탄핵을 당할 뻔한 클린턴의 대 선배인 셈이다. 
생전 바람피울 것 같지 않은 프랭클린 D. 로즈벨트도 자기 사촌 데이지를 비롯해 여러 명의 여자들과 혼외정사를 가졌다. 그와 데이지와의 관계는 빌 머리가 로즈벨트로 나오고 로라 린니가 데이지로 나온 ‘허드슨의 하이드 팍’에서 상세히 재연 됐다. 아이젠하워도 마찬 가지. 그는 2차대전 시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유럽에 주둔했을 때 자기 차량 운전사로 모델 출신의 영국 여인 케이 서머스비 대위와 사랑을 불태웠다. 최근에 들어서는 198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게리 하트가 다나 라이스와의 스캔들로 중도하차 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여성편력이 가장 화려했던 사람은 단연코 존 F. 케네디다. 파티 애니멀이었던 케네디는 특히 여러 명의 할리웃 스타들과 섹스를 즐겼는데 그 중 대표적인 여자가 마릴린 먼로다. 그런데 케네디는 자기 동생으로 법무장관이던 로버트와 먼로를 공유했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도 케네디의 할리웃 여인들로는 오드리 헵번, 앤지 디킨슨 및 리 레믹등이 있다. 그는 이들 외에도 시카고 갱 두목의 정부인 주디스 캠벨을 비롯해 백악관 여직원과 기자 및 자기 참모들이 구해온 전연 생면부지의 여자들까지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했다.
‘펜타곤 페이퍼’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워싱턴 포스트의 벤 브래들리 편집장의 자서전 ‘어 굿 타임’을 보면 케네디는 브래들리의 처형과도 오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브래들리는 책에서 “그 때만해도 혼외정사는 권력 있는 남자들의 권리처럼 여겨졌다”면서 “남자기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신문사도 그런 일에 대해선 ‘나 모르쇠’의 태도를 견지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남자 위주의 세상 풍경은 1950년대와 60년대 맨해튼의 광고회사 내막을 파헤친 시리즈 ‘매드 멘’에서 잘 나타나 있다.
불운의 가문인 케네디가의 4형제 중 막내인 에드워드의 대통령의 꿈도 여자 때문에 무산됐다. 에드워드는 상원의원 시절인 1969년 7월 어느 날 밤 매서추세츠 주의 휴양지인 차파퀴딕 섬에서 자기 형 로버트의 선거 운동원이었던 20대의 여인 조 코페크니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가 차가 다리 위에서 아래 호수로 추락한 뒤 혼자 현장을 빠져 나왔고 코페크니는 익사했다. 이를 다룬 영화 ‘차파퀴딕’(Chappaquiddick^사진)이 현재 상영 중인데 영화에서 에드워드(제이슨 클락)가 사고 후 자기 참모들에게 “나 대통령 되기는 이제 다 틀렸어”라고 자탄한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한창일 때 정치 기고가 알렉산더 칵번은 “미국 사람들은 클린턴을 좋은 남편이 되라고 뽑은 것이 아니다. 섹스스캔들을 둘러싼 중구난방은 종교재판이 벌이는 코믹 오페라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말이다.
정치와 도덕은 물과 기름이요 권력과 부와 명성이 있는 곳에는 섹스가 술에 안주처럼 따르게마련이다. 도덕과 거리가 먼 장사꾼으로 권력과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트럼프가 과연 이번섹스 스캔들을 어떻게 넘길지  두고 봄직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TV 스릴러 ‘킬링 이브’ 영국 첩보원 역 샌드라 오




4월 8일부터 BBC 아메리카 TV를 통해 방영될 스파이 액션 스릴러 ‘킬링 이브’(Killing Eve)에서 사이코 여자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을 쫓는 영국 정보부 MI5의 첩보원 이브로 나오는 샌드라 오(46·한국명 오미주)를 지난 1월 11일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필자와는 구면인 샌드라는 기자회견 전 필자를 보자 포옹을 하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매우 밝고 생명력이 넘쳐 신선한 느낌을 주었는데 질문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캐나다 태생의 샌드라는 TV 시리즈 ‘그레이즈 아나토미’로 골든 글로브상을 탔고 ‘사이드웨이즈’(Sideways) 등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가 하면 연극배우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킬링 이브’는 런던과 파리 및 베를린에서 촬영했는데 모두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전과 다른 스파이역 맘에 들어 흔쾌히 출연”


-이브 역을 어떻게 맡게 되었는가.
“어느 날 브루클린 길을 걷고 있는데 내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가 하는 말이 내게 좋은 역이 있는데 각본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읽었더니 의사나 선생 역이 아니어서 어리둥절해 도대체 내 역이 무엇이냐고 에이전트에게 물었다. 대답이 이브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난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난 이 시리즈의 총제작자인 피비 월러-브리지의 작품들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각본 내용이 좋아 역을 맡기로 했다.”

-시리즈에서 이브는 아침에 식당 웨이터에게 진 앤 토닉을 주문했는데 실제로도 아침에 그 것을 즐기는가.
“스트레스 때문에 시킨 것 같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진 앤 토닉을 진짜로 좋아한다. 난 보드카를 즐기는데 오후 5시 이후에야 즐긴다.”

-이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이브는 처음에 책상 일에 충실하나 매우 무료해 한다. 그리고 다소 자신감도 없다. 그러나 그는 안에 정열을 안고 있는데 문제는 그가 이를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난 그 점이 맘에 들었다. 또 하나는 이브가 살인자 빌라넬과 살인이 상징하는 어두움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역을 맡은 나의 안에 있는 어두움의 정체에 대해서도 자문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가 있었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육체적 액션이 맹렬해 지는가.
“물론이다.”

-이브가 빌라넬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이브는 빌라넬이 품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브와 빌라넬은 서로를 상대방에게 잡아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브는 그것의 정체를 모른다. 다만 이브가 깨닫게 되는 것은 어두움의 그림자는 결코 희롱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자도 유능한 스파이가 될 수 있으며 또 킬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이 시리즈는 제이슨 본 같은 통상적인 스파이 드라마의 스타일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책상에 앉아 숫자나 세던 40대의 여자가 스파이가 된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이브는 타고난 호기심과 추진력을 지닌 여자여서 좋은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빌라넬도 단순히 여느 스파이 드라마의 섹시한 팜므 파탈이 아니다. 그는 이들과는 다른 참신함과 새로운 면을 가진 킬러다.”
내근을  하다가  현장에 뛰어든 영국 정보부원 이브는 사이코 여자 시리얼 킬러 빌라넬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브가 강한 여자여서 역을 택했는가.
“아니다. 내가 이브를 선택한 것은 반드시 그가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발견한 강한 여자여서라기보다 먼저 그 역이 내 안의 창조적 불꽃을 점화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이름을 할리웃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이드웨이즈’는 당신의 배우로서의 생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
“그 영화가 내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사이드웨이즈’ 출연은 지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영화 성공의 여파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느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시리즈로 내가 배우로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레이즈 아나토미’에 다시 잠깐이라도 출연할 생각이 없는가.
 “매년 내가 되돌아온다는 말이 나돌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그 시리즈가 내 인생의 큰 한 부분이요 또 나는 그 경험을 아끼고 있지만 내가 성장하기 위해선 시리즈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할리웃에는 아직도 아시안 배우들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이를 바꿀 무슨 운동이라도 하는가.
“그것은 매우 중요하고 까다롭고 또 어려운 문제다. 유감스럽게도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는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성장하지도 못 했고 우리의 현실을 만족스럽게 반영하도록 크지도 못 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BBC 아메리카의 이 시리즈에 아시안인 내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은 뜻 있는 일이라고 본다. 내가 아시안 커뮤니티가 모자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여기 있으며 내 일에 대해 정열을 느끼고 있다.”

-즐기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난 막중한 책임과 촬영장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찍으면서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그런 것이 내겐 즐거운 일이다.”

-당신은 훌륭한 스파이가 될 자질이 있는가.
“없다. 난 거짓말에 아주 서투르다. 난 포커 페이스도 잘 짓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느끼면 신경질을 내곤 한다. 그리고 난 분석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난 내 직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각본을 읽으면서는 내가 맡은 역이 무엇이 필요하며 육체적으로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것 등을 따지면서 분석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는 전연 분석적이지 못하다.”

-2명의 강한 여자가 스파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리즈의 장르는 오랜 스파이 스릴러이지만 이 시리즈는 과거 스파이들의 전형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빌라넬은 과거의 킬러인 팜므 파탈과 1/8만 닮았고 이브도 역시 그렇다. 그러니까 옛 장르 안에 전연 새로운 2명의 여자 주인공이 나선 것이다. 난 그 점이 좋다. 난 스파이 장르의 추격과 스릴을 좋아한다. 또 하나 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이 유럽 곳곳을 돌며 추격과 도주의 액션을 펼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찍는 것은 세트에서 찍는 것과 냄새나 느낌이 아주 다르다. 그야 말로 국제적 감각이다.”

-다녀본 중에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다. 정말 좋았다.”

-소셜 미디아에 적극적인가.
“난 그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따라서 매우 서툰데 어쩌다 내 의견을 올릴 때면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 왜냐하면 예술인인 배우는 사적인 것과 신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올릴 때면 심사숙고한다.”

-어떻게 창조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는가.
“작품 제작자와 협동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와 연결이 되었다고 느끼며 또 그를 사랑 하는가 하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창조적 접근의 큰 부분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조용한 곳(A Quiet Place)


괴물의 공격을 받는 이블린이 욕조에서 고통을 참으며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

“쉿, 소리 내면 죽어”괴물 맞선 가족의 공포 스릴러


거의 시종일관 지속되는 침묵 속에서 보는 사람의 간을 졸아들게 만드는 긴장과 서스펜스 가득한 이색적인 공포 스릴러로 배우인 존 크래신스키가 감독하고 주연도 했는데 크래신스키의 상대역으로는 그의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가 나온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을 잡아먹는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황폐화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부부가 두 남매를 키우면서 생존 방식을 교육시키는 드라마에 괴물의 피비린 내나는 공격과 이에 맞서는 겁에 질려 초죽음이 된 가족의 액션을 혼성한 공포물이다. 
괴물들은 생긴 것이 에일리언과 바퀴벌레와 거미 그리고 영화 ‘공포의 작은 가게’에 나오는 인간을 잡아먹는 식물을 조합해 만든 것 같은 갑각류인데 보지는 못 하나 작은 소리마저 잡아낼 수 있는 뛰어난 청각을 지녀 영화의 가족들은 소리를 내 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의 많은 부분이 무성으로 진행되면서 공포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데 이런 공포감을 마르코 벨트라미의 으스스한 음악이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괴물들의 끔찍한 모습과 그들의 가차 없는 공격과 함께 공포감 조성이 때로 자주 반복되고 과장돼 웃음마저 나오는데 사람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음향효과와 장면들이 과용되면서 작품의 질을 떨어트린다. 
‘89일 째’라는 문자로 시작되는 첫 부분에서 작품의 공포 분위기가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든 부분이다. 뉴욕 주 북부의 폐허가 된 한 작은 마을의 약국을 겸한 가게에서 부부 리(크래신스키)와 이블린(블런트) 그리고 이들의 세 남매로 10대인 외동딸 리간(밀리센트 시몬즈)과 어린 장남 마커스(노아 주프) 그리고 둘째 아들 보 등이 약품과 생필품 등을 수거한다. 
이들은 모두 소리를 죽이기 위해 맨발인데 리간이 청각장애자여서 모두들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시몬즈는 실제로 청각장애자이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보가 가게에서 들고 온 장난감 우주선이 소리를 내면서 괴물의 습격을 받고 보가 죽는다. 이 아이의 죽음이 그 후 가족을 슬픔과 회한으로 짓 내리 누른다. 
가족은 농가의 지하에서 사는데 리와 이블린은 두 남매에게 끊임없이 생존의 기술을 가르친다. 그리고 리는 모스부호로 다른 나라들에게 구호를 요청한다. 이와 함께 이들 가족의 일상사와 불상사들이 묘사되면서 가끔 이들이 실수로 저지른 소리를 따라 괴물들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이들을 위협한다.
1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임신한 이블린이 출산하게 되는데 괴물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를 피해 욕조 안에서 아기를 낳는다. 리가 방음 장치가 잘된 지하 방을 따로 마련하긴 했지만 괴물들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기를 임신한다는 것이야 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 그리고 이 아기가 신통하게도 괴물이 나타날 땐 잘 안 운다. 
기족이 뿔뿔이 헤어져 있을 때 괴물들이 이들을 공격하면서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결말이 속편을 예고하듯이 끝난다. 공포영화의 틀 안에 가족애와 가족의 끈질긴 연결을 강조한 작품으로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시몬즈가 인상적이다. PG-13. Paramount.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블록커즈(Blockers)


리시(왼쪽부터)와 헌터와 미첼이 딸들의 프롬 파티장을 찾아왔다.

"프롬파티서 섹스할래" "절대 한돼" 

여고생 셋과 부모들이 펼치는 포복절도 코미디


프롬 날 저녁에 처녀성을 잃기로 작정한 3명의 여고생과 이를 막으려고 딸들의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부모들의 섹스 코미디로 포복절도하게끔 우습다. 무지무지하게 상스럽고 야하고 저속하며 음탕한 제스처와 언어들이 가득한데도 귀염성마저 있는 상냥한 영화다.
남자가 동정을 잃는 것에 대해선 별로 크게 신경을 안 쓰면서도 여자가 처녀성을 잃는 것에 대해선 과도하게 신경을 쓴다면서 남녀평등을 외치는데 여고 3년생 정도가 됐으면 자기 앞길 자기가 잘 챙길 줄 아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부모들에게 한 마디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는 또 부모의 자식 키우기에 대해서도 큰 배려를 하고 있다. 
3명의 부모와 3명의 딸들에게 각기 비중을 고르게 두어 서로 다른 스타일의 6명의 인물들이 뚜렷이 부각된 것도 훌륭한데 전부 다 연기들을 잘 한다. 그 중에서도 베테런 코미디언 레즐리 맨과 드웨인 잔슨처럼 프로 레슬러 출신인 덩지 존 세나와 그의 딸로 나오는 제랄딘 비스와나탄의 연기가 돋보인다. 
줄리(캐스린 뉴턴)와 안경을 쓴 샘(기디온 애들론)과 케일라(비스와나탄)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날부터 단짝이 된다. 이들을 학교에 데려온 부모들도 아이들로 인해 서로의 삶이 오래도록 연결된다. 
줄리는 셋 중에 가장 조숙하고 적극적으로 홀 어머니 리사(맨)가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샘은 다소 너드 스타일로 자기가 레즈비언임을 확인하지 못해 갈팡질팡 하는데 아버지 헌터(아이크 배린홀츠)는 바람을 피우다 들통이 나 집에서 쫓겨났지만 딸 사랑은 여전하다. 운동선수인 케일라도 똑똑하고 독립적인데 아버지 미첼(세나)은 덩지는 크지만 매우 감상적이어서 툭하면 눈물을 흘린다. 
세 딸들이 프롬파티에 가기 전 줄리가 “나 오늘 밤에 내 애인 오스틴(그램 필립스)과 섹스를 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샘과 케일라도 줄리의 선언에 동참한다. 그런데 줄리가 아이폰으로 샘과 케일라와 나눈 에모지 기호로 된 섹스 메시지를 줄리의 컴퓨터로 리사와 미첼과 헌터가 읽으면서 불난리가 난다. 
그래서 세 부모가 세 딸들의 파티 장소를 찾아 가면서 온갖 해프닝과 실수가 연발되는데 언제나 딸들이 자기들의 뒤를 쫓는 부모들보다 한발 앞서가면서 부모들의 당황과 좌절감이 배가한다. 
영화에서 배꼽 빠지게끔 우스운 것은 줄리와 오스틴이 들어간 호텔 방에 미리 들어가 숨어 있던 리사가 온 몸을 이용해 방을 빠져 나가는 장면. 물론 해피 엔딩인데 샘은 마침내 동양인 동급생(라모나 영)을 만나 동성애를 확인한다. 여류 케이 캐논의 감독 데뷔작.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4월 1일 일요일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와츠가 가상현실 용 안경을 쓰고 ‘오아시스’ 안으로 들어갈 동작을 취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펼치는 스필버그작 모험과 액션


컴퓨터 특수효과(CGI)가 마음껏 재주를 뽐내는 가상현실(VR) 액션 모험영화로 CGI가 판을 치는 바람에 실제 사람들은 뒷전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동심으로 돌아가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1980-1990년대의 영화와 노래 등을 그리워하고 있다.
컴퓨터에 중독이 된 요즘 10대들과 젊은이들이 즐겨 볼 영화로 컴맹이나 CGI보다 실제를 선호하는 나이 듬직한 사람들이 볼 영화는 아니다. 상영시간 140분짜리 컴퓨터 게임으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젊은 남녀 배우들의 연기나 화학작용이 신통치 못해 흥미를 반감시킨다.
2045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오하이오 주의 콜럼버스. 빈부 차가 심한 도시에서 층층이 쌓인 RV 트레일러에 사는 청년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단)가 주인공.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VR 안경을 쓰고 기술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일런스)가 창조한 온라인 가상현실 세상인 ‘오아시스’에 들어가 자기가 되고 싶은 게임이나 만화나 영화의 인물이 되어 액션과 모험을 즐긴다. 
영화 ‘비틀주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배트모빌을 타고 달릴 수도 있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춤도 즐길 수가 있다. ‘비틀주스’ 외에도 ‘트론’과 ‘아이언 자이언트’를 비롯해 구닥다리 비디오 게임 등이 등장하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죽은 할리데이가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만든 3개의 단서를 모두 풀고 부활절 달걀을 찾는 사람에게 자기 재산과 함께 ‘오아시스’를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너도 나도 가상현실 속으로 달걀을 찾으러 뛰어든다. 영화는 가상현실과 진짜 세상을 오락가락한다.
와츠의 가상현실 속 화신 이름은 예수의 성배를 찾은 중세 기사 파르지발. 그와 그의 단짝 액 그리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용감무쌍한 소녀 아트3미스(올리비아 쿡)와 함께 두 일본 소년 다이토(윈 모리사키)와 쇼토(필립 자오) 등이 5인조를 결성해 다른 경쟁자들에 앞서 달걀을 찾으려고 ‘오아시스‘’ 안으로 들어가면서 온갖 환상적인 액션과 모험을 경험한다. 액의 화신은 반인 반로봇인 거대한 흑인이고 아트3미스의 화신은 만화 속 인물 모습.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오아시스’를 독차지하려는 굴지의 회사 사장 놀란 소렌토(벤 멘델손). 소렌토가 5인조를 처치하기 위해 가상현실 속으로 암살범들과 인간 사냥꾼을 파견하면서 이들과 5인조 간에 결사 대결이 일어난다. 
달걀을 찾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초고속 자동차 경주에서 이기는 것. CGI로 만든 스필버그의 ‘주라기공원’의 T-렉스와 킹콩 등 온갖 장애물들을 피해 달리는 자동차 액션장면이 볼만하다. 
누가 궁극적으로 달걀을 찾는지는 불문가지의 일. 빅 스크린 용 컴퓨터 게임으로 스필버그가 과거를 그리워하며 만든 영화다. PG-13. WB.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제미니(Gemini)


LA 형사 에드워드가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질(왼쪽)을 심문하고 있다.

할리웃스타를 죽인 살인범은 누구?


할리웃 스타의 명성의 대가와 자기 정체 그리고 고용관계이자 친구인 두 여인의 관계를 범죄영화 식으로 다룬 느와르 영화로 LA의 밤과 함께 코리아타운을 비롯한 LA의 구석구석이 현혹적으로 포착된 LA 영화다. 살인 미스터리이지만 살인사건은 두 주인공의 인물과 성격을 탐구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로 쓰이고 있다. 
특히 LA의 밤을 헤집고 다니면서 짙은 검은색을 바탕으로 네온빛과 으스름한 황금빛을 써 팜트리와 초현대식 건물과 옛 건물 등을 마치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처럼 보여주는 촬영이 자극적인데 인물만큼이나 이런 건물들과 LA의 여러 장소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또 하나 멋있는 것은 재즈기가 짙은 음악이다. 작품 전체를 스며들면서 영화의 상존하는 위험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스타일 멋있는 소품인데 서스펜스 있게 나가던 영화가 끝에 가서 맥이 빠지고 또 결말 부분이 다소 믿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다. 
할리웃의 잘 나가는 신성 헤더(조이 크래비츠)는 명성과 파파라치와 광적인 팬들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 넌덜머리가 나 이런 것들을 피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촬영 직전에 출연하기로 한 영화마저 보이콧한다. 이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헤더의 비서 겸 친한 친구인 질(롤라 커크). 늘씬한 모델 트레이시(그레타 리)를 비밀 애인으로 둔 헤더는 막 남자애인으로 역시 배우인 데빈(리브 카니)과 연을 끊었다. 헤더가 작품 출연을 거부하면서 뿔이 하늘 끝까지 난 것은 작품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그렉(넬슨 프랭클린)과 헤더의 에이전트 제이미(미셸 포브스). 
헤더가 질을 시켜 그렉에게 작품 출연 거부를 통보한 뒤 뒤늦게 나타난 헤더를 찾아와 사진을 찍자고 요구하는 여자가 광적인 팬인 시에라(제시카 파커 케네디). 이 시에라가 곧이어 일어날 살인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헤더가 질에게 신변의 위험을 느낀다며 질의 권총을 빌려간 뒤 곧이어 헤더가 집에서 살해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한국계인 에드워드 안(존 조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으로 질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여기서부터 질은 에드워드를 피해 도주하면서 나름대로 범인을 찾는데 데빈, 트레이시, 그렉 및 제이미 등이 다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 
헤더가 트레이시의 모터사이클 옷을 입고 심야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장면이 멋있다. 연기들이 좋은데 특히 커크의 차분한 연기가 좋다. 조를 더 유용하게 쓰지 못한 것이 유감이며 TV 인터뷰 형식으로 끝나는 결말 처리가 아쉽다. 아론 캐츠 감독.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건 크레이지 U.S.A.


마침내 학교 교직원들이 총을 차고 출근하게 됐다. 최근 플로리다 주는 학교의 코치와 카운슬러 및 사서들의 교내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얼마 전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살상 사건에 대응한 조치다. 이 참사를 계기로 지난 24일에는 미 전국에서 젊은 학생들이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 다음 선거에서 총기규제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을 갈아치우겠다고 선언했다.   
플로리다의 법안이야말로 근시안적이요 가히 희극적인 조치다. 코치나 카운슬러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출근해 아직도 화가 안 풀려 소지한 총을 쏘면 어떻게 하겠는가. 간디는 “눈에는 눈으로는 온 세상을 눈멀게 만든다”고 말했는데 이런 ‘총에는 총으로’ 식의 대처야 말로 또 다른 총기참사를 불러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뿐 아니라 교회에도 총을 차고 들어가 예배를 볼 수 있다. 2016년 미시시피 주는 훈련을 받은 특정인들이 총을 소지하고 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텍사스 주에서는 대학교에 총을 갖고 들어가도 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바야흐로 미국은 서부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서부시대는 총으로 개척된 시대다. 개척자들이 미 대륙의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살육하고 서부를 정복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한 것이 연발장총 윈체스터다. 윈체스터는 그래서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로 취급된다.
많은 웨스턴에 나오는 장총이 다 이 윈체스터인데 이와 반면 서부시대 건맨들이 차고 다니다 결투할 때 쓰던 권총으로 유명한 것이 콜트다. 현대에 들어와서 제조된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권총은 ‘더티 해리’(Dirty Harry)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쓴 .44 매그넘(사진)이다.  윈체스터를 찬양한 걸작 웨스턴이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윈체스터 ’73‘(Winchester ‘73)다. 윈체스터 ’73는 1873년에 제조된 것으로 역대 그 어느 총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녔는데 ‘서부를 쟁취한 총’으로 불리고 있다.
이 영화는 스튜어트가 캔자스 주 다지 시티의 미 독립기념일 사격시합에서 1등 상품으로 탄 윈체스터를 라이벌로부터 강탈당한 뒤 총을 되찾기 위해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액션 웨스턴이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윈체스터를 손에 들고 바라보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마치 맘몬을 숭배하는 사람들처럼 황홀무아지경이다.
미국사람들은 총을 물신숭배 하듯이 섬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는 2억6,000만 정도의 총이 있는데 매년 1만 명 이상이 총에 의해 생명을 잃고 있다. 또 하바드대 조사에 의하면 미국 아이들은 15세가 되기 전 총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크랜드 사건의 범인인 18세난 틴에이저가 중화기 살상무기를 장난감 가게에서 딱총 사듯 했으니 이런 통계가 나옴직도 하다
미국에서 총에 의한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강력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고 있지만 매번 유야무야 식으로 끝이 나고 말곤 한다. 미 헌법이 시민의 무기 소지를 보장하고 있는데다가 50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미 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세력과 자금과 로비 탓이다.
파크랜드 사건 후 트럼프가 마지못해 총기규제안을 내놓으면서도 당초 말한 것과 달리 총기구입 연령을 21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뺀 것도 NRA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총은 영화에서 사람 못지않게 중요한 구실을 해왔는데 특히 웨스턴과 범죄영화인 필름 느와르에서 필수품으로 쓰이고 있다. ‘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작 웨스턴으로는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건화이터’(The Gunfighter)와 버트 랭카스터와 커크 더글러스가 공연한 ‘O.K.목장의 결투’(Gunfight at O.K. Corral) 그리고 글렌 포드가 주연한 ‘필살의 일발’(The Fastest Gun Alive) 등이 있다.
존 웨인이 주연한 ‘리오 브라보’(Rio Bravo)에서는 딘 마틴과 릭키 넬슨이 라이플을 이렇게 노래로 찬미하고 있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소떼는 냇가로 내려가네/개똥지빠귀가 둥지에 몸을 풀면 카우보이가 꿈을 꿀 때지/진홍빛으로 물드는 계곡이 내가 머물 곳이지/내 좋은 세 친구들인 내 라이플과 내 말과 그리고 나와 함께.” 노래 잘 부르다가 곧 이어 라이플과 권총이 동원된 결투가 벌어진다.   
권총이 살육과 성애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영화가 허무하고 폭력적인 흑백 소품 느와르 ‘건 크레이지’(Gun Crazy)다. 젊은 부부 강도 바트(존 달)와 애니(페기 커민스)의 강도와 살인 행각을 그린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소녀 모습의 애니가 도발적인 자세로 한 손으로 6연발 권총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자동차 연료통에 개스를 넣는 모습은 남녀 간의 섹스를 묘사한 자극적인 장면이다. 고도로 강력한 총기규제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파크랜드와 같은 대형 참사는 언제라도 다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미국은 참으로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건 크레이지 아메리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