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와 닉슨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1970년 백악관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
배꼽 빠지게 우습고 재미있는 이 코미디 드라마는 1970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닉슨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일종의 풍자해학 영화로 당시 두 사람이 악수를 하면서 찍은 사진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큰 인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두 사람이 참관자 없이 단 둘이 만났을 때의 기록이 없기 때문에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은 각본가들과 감독의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서로 닮은 데라곤 하나도 없는 둘이 만나 행동하고 나누는 대사가 기차게 재치 있고 요절복통하게 우스운데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장난치듯이 귀엽기까지 하다.
이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짧은 영화(1시간반이 채 못 된다)에서 진짜로 볼만한 것은 엘비스 역의 마이클 섀넌과 닉슨 역의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 엘비스와 닉슨이 울다 갈 연기로 섀넌의 연기가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둘이 다 상감이다.
당시 미 젊은 층의 반문화 성향에 적대감을 표하면서 미국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있다고 믿는 엘비스는 기찬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역시 젊은이들의 반문화적 성향을 증오하던 닉슨에게 자기를 연방 법집행자로 임명해 주면 자기가 젊은이들의 반문화 조직 속으로 들어가 이들의 운동을 뒤집어놓겠다는 편지를 쓰기로 한다.
그리고 엘비스는 친구 제리 쉴링(알렉스 페티퍼)과 함께 DC로 날아가 백악관 경비원에게 편지를 직접 전달한다. 이를 전달 받은 사람이 닉슨의 참모인 버드 크로우(탐 행스의 아들 칼린 행스). 버드는 편지를 비서실장인 H.R. 할데만(테이트 도노반)에게 가져가나 할데만으로부터 ‘웃기고 있네’라는 대답을 받는다.
그러나 버드는 닉슨과 엘비스의 만남이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또 젊은 유권자들의 인기를 잃은 닉슨의 표 획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 마침내 처음에 “엘비스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비웃던 닉슨이 엘비스를 만나기로 한다. 특히 엘비스 팬인 자기 딸 줄리를 위해 엘비스의 사인을 받겠다는 지극한 부정도 이런 결정에 한 몫 한다.
여기서부터 권총을 소지하고 백악관엘 들어오려는 엘비스에 대한 사전 검문과 함께 그가 닉슨을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코믹하게 묘사되고 이윽고 엘비스와 닉슨이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다.
둘의 만남은 완전히 엘비스의 주도로 진행되는데 엘비스를 만나기 전에 참모에게 핑계를 대서 만남을 속히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던 닉슨이 엘비스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휘말려들면서 면담시간이 자꾸 길어진다. 태권도와 가라테를 배운 엘비스가 닉슨 앞에서 시범을 보여주는 것을 비롯해 요절복통할 장면들이 많다.
이밖에도 재치와 재미를 겸한 에피소드들이 여럿 있다. 섀넌보다 연기를 훨씬 더 잘하는 것은 스페이시. 닉슨의 목소리와 태도와 동작과 제스처를 보면 죽은 닉슨이 되살아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상소리 잘하던 닉슨의 욕지거리 때문에 등급 R. 라이자 잔슨 감독.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